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11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詩人 대학교

[매일 윤동주 시 한수 공부하기] - 양지쪽
2018년 07월 15일 11시 31분  조회:4340  추천:0  작성자: 죽림

 

양지쪽
              윤동주

 

저쪽으로 황토 실은 이 땅 봄바람이

호임의 물레바퀴처럼 돌아 지나고

 

 

아롱진 사월 태양의 손길이

벽을 등진 섧은 가슴마다 올올이 만진다.

 

 

지도째기 놀음에 뉘 땅인 줄 모르는 애 둘이

한 뼘 손가락이 짧음을 한함이여

 

 

아서라! 가뜩이나 엷은 평화가

깨어질까 근심스럽다.

 

                                      1936. 6. 26.

 

 

 

=====================
 

 

이 시는 사월의 봄에 누구 땅인지 모르고 애들을 보고 한스러워 하면서도 지금의 작은 평화가 깨질까봐 근심이 생긴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시의 전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아롱진 사월의 태양의 햇빛이 비추는 양지쪽에서 벽에 기대어 서서 저쪽에서 황토먼지를 실은 봄바람이 회오리를 치며 돌아서 지나가는 모습을 본다. 따스한 사월의 태양빛이 벽을 등지고 서 있는 화자의 서러운 마음을 하나하나 만지며 편안하게 한다. 양지쪽에서 서로 땅을 따먹는 지도째기 놀음을 하면서도 지금 이 땅이 누구의 땅인 줄 모르는 아이들이 땅따먹기를 하면서 한뼘 손가락이 짧아서 땅을 많이 먹지 못한다고 한(恨)하는 소리를 듣는다. 그래서 화자가 이 아이들에게 이 땅이 누구의 땅인지 알려주려고 하다가 잘못되면 일제감시에 걸려서 이 양지쪽에서 사월의 태양빛을 받으며 서러운 마음을 위로할 수 있는 가뜩이나 엷은 평화마저 깨어지고 사라질까 근심스럽다고 하는 것이다.

 

 

이 시를 구절별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양지쪽>은 화자와 노는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상징성을 띠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햇볕이 있는 장소로 희망이 아직 있는 곳 또는 절망적인 마음을 달래주는 곳의 의미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저쪽으로 황토 실은 이 봄바람이 / 호인(胡人)의 물레바퀴처럼 돌아 지내고 // 아롱진 사월 태양의 손길이 / 벽을 등진 설운 가슴마다 올올이 만진다.’는 화자가 양지쪽에 벽을 등지고 서서 멀리 봄바람이 황토를 빨아올리며 회오리바람처럼 돌면서 지나가는 것을 보는데 사월의 햇빛이 서러운 마음들을 하나하나 섬세하게 어루만지며 달래준다는 내용이다. ‘저쪽으로 황토 실은 이 봄바람이 / 호인(胡人)의 물레바퀴처럼 돌아 지내고’는 화자가 있는 곳에서 거리가 제법 있는 곳에서 흙먼지를 빨아올린 봄바람이 호인이 사용하는 물레바퀴가 돌 아가듯이 회오리를 일으키며 화자가 있는 양지쪽을 피해서 돌아서 지나갔다는 말이다. 화자가 지금 있는 ‘양지쪽’은 먼지를 담고 있는 바람도 비켜가는 안온한 평화로운 장소인 것이다.

‘아롱진 사월 태양의 손길이 / 벽을 등진 설운 가슴마다 올올이 만진다.’는 계절이 봄이고 사월이며, ‘아롱진’은 아지랑이를 일으킬 정도의 따뜻한 햇볕을 말하는 것 같다. 양지쪽에서 따뜻한 햇볕이 벽을 등지고 햇볕을 쬐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는 서러움을 하나하나 어루만지며 달래준다는 말이다. 의인화된 표현이다. 따뜻한 햇볕을 쬐면 몸이 따뜻해져서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를 말하면서 한편으로 ‘태양’으로 상징되는 희망이 양지쪽에 있는 ‘설운 가슴마다’ 생겼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지도째기 놀음에 뉘 땅인 줄 모르는 애들이 / 한뼘 손가락이 짧음을 한(恨)함이여 // 아서라! 가뜩이나 엷은 평화가 / 깨어질까 근심스럽다.’는 양지쪽에서 화자처럼 햇볕을 쬐는 사람들 말고 아이들은 지도째기 놀음을 하며 땅따먹기를 하고 있는데 그 모습을 본 화자는 아이들이 이 땅이 누구의 땅인 줄도 모르고 손가락이 길면 더 많은 땅을 차지할 수 있는데 한 뼘을 재는 손가락이 짧다고 한탄하는 모습을 보고 이 땅이 누구의 땅인가를 알려주려다가 지금은 남의 땅이 된 우리 땅의 사연을 말하다가 잘못되면 겨우 봄날 햇볕을 벽을 등지며 쬘 수 있는 가뜩이나 엷은 평화가 깨어질까 걱정이 되어 말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지도째기 놀음’은 정확하게 어떤 놀이인지 알 수 없으나 아이들이 손을 이용해서 하는 땅따먹기 놀이로 보인다. ‘뉘 땅인 줄 모르는 애들이’는 아이들은 이 땅이 어떤 상태라는 것을 모르고 땅따먹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이 ‘지도째기 놀음’을 보면서 이 땅이 우리 땅이었으나 일제에게 빼앗겼다는 사실을 모르는 아이들에게 그 사실을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든 것이다. 그러나 ‘아서라!’는 이 땅이 누구의 땅인가를 알려주고 싶은 욕구를 자제하는 것이다. 그 이유는 ‘가뜩이나 엷은 평화가 / 깨어질까 근심스럽다.’이다. ‘가뜩이나 엷은 평화’는 ‘양지쪽’에 모여 벽을 등지고 사월의 ‘아롱진’ 햇볕을 쬐며 ‘설운 가슴’을 어루만지는 평화인 것이다. 이 땅을 빼앗아 가진 일제가 이 사실을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것을 알게 되면 이 작은 평화마저 빼앗기고 일제의 탄압을 받으며 괴로운 삶을 살아야하는 것이다. 그래서 화자는 ‘가뜩이나 엷은 평화’를 잃지 않기 위하여 이 땅이 ‘뉘 땅인 줄 모르는 애들’에게 아무 말을 못하는 것이다. 누가 주인이었는지 어떻게 빼앗겼는지 알려주지 못하는 것이다./전한성

 

==================
 

 이 시는 이상화 씨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와 비교해 보면 이해가 쉬울 거야.

 

 

 

 

 

 아마 윤동주 씨는 따뜻한 봄볕을 만끽하며 잠시나마 얼었던 마음을 녹이고 있는 것 같애. 시간적 배경이 낮이라는 점이 드문 일이지.

 

 1연에서는 토속적인 것들과 이국적인 것들이 섞여서 나타나고 있어그만큼 윤동주 씨가 살고 있는 그 시대의 정체성이 불분명해그건 윤동주 씨 자신도 마찬가지고.

 

 2연에서 따뜻한 햇살이 그의 서러움을 조금씩 녹여주고 있는데주변에 그런 사람들이 한둘이 아닌가 봐.

 이렇게 햇살에 의해 현실에서 공상으로 이동하던 윤동주 씨의 시선은 3연에서 아이들을 발견하면서 다시 현실로 돌아 와.

 

 이 아이들은 놀이에 빠져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는 점에서 <거리에서>의 윤동주 씨의 모습과 비슷해즉 그들은 윤동주 씨의 과거야그렇다면 이 시에서 그는 <거리에서>에 비해 정신적으로 성숙했다고 볼 수 있겠지.

 

 이 아이들은 일종의 '땅 따먹기놀이를 하고 있나 봐놀이가 끝났을 때 가장 많은 땅을 차지한 아이가 이기는 거지아이들은 손바닥이 찢어지도록 벌려서 자기 땅을 조금이라도 더 차지하려고 다투는데이걸 바라보는 윤동주 씨는 아이들의 다툼과 상관없이 이미 조선 땅 전부가 일본의 식민지라는 사실을 떠올려그래서 슬퍼져.

 

 이렇게 이 시에서 윤동주 씨는 이제 어느 정도 현실을 받아들이고 있어. 그리고 아이들에게도 땅의 주인이 누구인지 가르쳐 주고 싶었나 봐그런데 그 안의 또 다른 목소리가 말려그러지 말라고마치 지금 자신이 짧은 햇살에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고 있듯이 잠시나마 저 아이들이 평화를 즐기도록 놔 두라고. 왜냐하면 저 아이들도 머지않아 누구의 땅인지 알게 될테니까.

 

 '가뜩이나 엷은 평화'는 식민지 조선에서 평화란 것이 얼마나 얻기 힘든 것인지를 보여주고 있지그래서 마지막에는 생각을 고쳐서 다시 한 발 물러서고 있어그럼으로써 아이들도 윤동주 씨도 다시 처음의 평화로 돌아가게 되지.

 

 

 이 시에서 윤동주 씨는 이제 현실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그런 점에서 한결 어른스러워졌다고 평가할 수 있겠지.

 
저작자 표시컨텐츠변경비영리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570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1170 [매일 윤동주 시 한수 공부하기] - 새벽이 올 때까지 2018-07-25 0 3495
1169 윤동주 시집 원 제목 "병원"이가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로... 2018-07-25 0 3430
1168 윤동주와 정병욱 가옥 2018-07-24 0 2529
1167 "붓끝을 따라온 귀뚜라미는 홀로의 감방에서도 울어준다"... 2018-07-24 0 3013
1166 윤동주와 이양하 2018-07-24 0 2727
1165 사람이 1년에 800만번 숨을 쉬는데... 2018-07-24 0 2730
1164 [매일 윤동주 시 한수 공부하기] - 무서운 시간 2018-07-24 0 3243
1163 [매일 윤동주 시 한수 공부하기] - 팔복 2018-07-23 0 5829
1162 [매일 윤동주 시 한수 공부하기] - 위로 2018-07-22 0 2929
1161 [매일 윤동주 시 한수 공부하기] - 장미 병들어 2018-07-19 0 2733
1160 윤동주와 윤석중 2018-07-18 0 4057
1159 [매일 윤동주 시 한수 공부하기] - 자화상 2018-07-18 0 5670
1158 윤동주 동생 윤일주 2018-07-18 0 2846
1157 우리는 민족혼을 절대 잊어서는 안된다... 2018-07-18 0 2317
1156 "윤동주 수업 늘이자"... 2018-07-17 0 3077
1155 [매일 윤동주 시 한수 공부하기] - 아우의 인상화 2018-07-17 0 4342
1154 [매일 윤동주 시 한수 공부하기] - 새로운 길 2018-07-17 0 9139
1153 [매일 윤동주 시 한수 공부하기] - 창 2018-07-16 0 4453
1152 "리별은 인생의 보석이다"... 2018-07-15 0 2405
1151 "강은 분단과 전쟁의 상처를 말끔히 씻어낸다"... 2018-07-15 0 2403
1150 [매일 윤동주 시 한수 공부하기] - 양지쪽 2018-07-15 0 4340
1149 윤동주와 동시인 강소천 2018-07-15 0 3351
1148 [시시비비] - 력사는 력사이다... "선구자의 노래"의 내막?(6)... 2018-07-13 0 3674
1147 송몽규는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자였다... 2018-07-13 0 3438
1146 [매일 윤동주 시 한수 공부하기] - 이런 날 2018-07-13 0 3298
1145 윤동주와 "4총사" 2018-07-13 0 3157
1144 "가슴속에 어머니라는 산(山) 하나 들고 있다"... 2018-07-12 0 2299
1143 "나는 어머니의 가슴에 박힌 큰 못이다"... 2018-07-12 0 2349
1142 윤동주 시작품에서 나오는 "레그혼" 2018-07-12 0 3061
1141 [매일 윤동주 시 한수 공부하기] - 닭 1 2018-07-12 0 2280
1140 [매일 윤동주 시 한수 공부하기] - 가슴 1, 2, 3 2018-07-11 0 2879
1139 윤동주와 숭실학교 2018-07-11 0 3721
1138 윤동주 시 리해돕기와 모란봉 2018-07-10 0 3400
1137 영원하다... 영원할... 영원하리... 2018-07-10 0 3539
1136 [매일 윤동주 시 한수 공부하기] - 모란봉에서 2018-07-09 0 2633
1135 "저 바다 건너 배고픈 아이들 배불리는 빵 한덩이 되고싶다"... 2018-07-09 0 2231
1134 윤동주와 문익환 2018-07-09 0 2536
1133 [매일 윤동주 시 한수 공부하기] - 거리에서 2018-07-09 0 4212
1132 윤동주 시 리해돕기와 "륙첩방(다다미방)" 2018-07-08 0 4030
1131 윤동주와 정지용, 경향신문 2018-07-08 0 2406
‹처음  이전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