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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예술가와 병(病), 그리고 창작 사람은 누구나 병에 걸린다. 몸뿐이 아니라 마음에도 병이 든다. 그런데 유독 예술가들의 병에 대해서는 옛부터 보상(補償), 즉 질병이 창작활동의 동기였다는 논의가 있어 왔다. 예컨대 비발디는 ‘천식’때문에 미사를 주관할 수 없게 되어 작곡의 길로 들어섰고, 롱사르는 ‘귀’가 먹어 외교관 생활을 포기하고 시를 쓰기 시작했으며, 마티스는 ‘충수염’으로 법조계를 떠나 그림을 그리게 된 것이다. 우리는 질병으로 해서 신부·외교관·변호사를 잃고, 대신 작곡가·시인·화가를 얻게 된 것이다. 예술가와 질병을 논할 때, 으레 앞세우는 것은 최초의 시인 호머가 ‘장님’이었다는 일화이다. 거기에 최초의 여류시인 사포가 ‘동성연애자’였다는 얘기도 첨가되곤 한다. 시각장애로 말한다면 밀턴은 맹인이 된 후에 ‘실락원’을 썼고, 조이스·헨델·보르헤스·고야도 거의 시력을 상실했으며, 색맹이 된 모네는 색을 입힌 안경을 쓰고 그림을 그렸다. “두 눈에서 빛을 앗아갔으나/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노래를 재능으로 얻었도다”라는 호머의 시는 바로 그 질병과 예술창작의 보상관계를 예찬한 것이다. 청각장애로는 베토벤이 있다. 고야, 스위프트도 청각을 잃었다. 그들에겐 “귀에 들리는 멜로디도 아름답지만/ 들리지 않는 멜로디는 더욱 아름답다”(키츠)는 시구가 위안이 되리라. 하기야 신은 음악의 뮤즈들에겐 청각기능을 당초부터 부여하지 않았다고 한다. 우리는 많은 예술가들에게서 ‘성스러운 병’이라는 ‘간질’과, ‘화학적 휴가’라는 ‘아편중독’의 예를 본다. 도스토예프스키, 플로베르, 테니슨, 몰리에르, 바이런, 스윈번, 페트라르카, 파스칼, 고흐 등은 간질발작을, 콜리지, 키츠, 드퀸시, 포우, 콕토, 보들레르, 헉슬리, 미쇼, 푸르스트 등은 아편에 알콜중독까지 겻들였다. ‘낭만병’이라는 ‘폐결핵’도 있다. 파가니니, 체홉, 로렌스, 노발리스, 쇼팽, 카프카, 몰리에르, 키츠, 브론테, 엘리어트 등이 폐병에 시달렸다. 그런가 하면 ‘천재병’이라는 ‘매독’이 또 있다. 베토벤, 슈베르트, 슈만, 보들레르, 플로베르, 모파상, 고흐, 와일드, 니체, 조이스, 로트레크, 토마스 만이 이병에 괴롭힘을 당했다. 정신질환은 더 복잡하다. 대표적으로 미켈란제로, 슈만, 바이런, 헨델, 로시니, 칼라일, 스트린드베리, 에즈라 파운드, 스위프트, 횔덜린, 단테, 뭉크, 울프 등은 조울증·편집증·정신착란의 희생자들이다. 그 희생 덕분으로 우리는 명작을 감상하게 된 것이다. 그밖에도 릴케의 백혈병, 르누아르의 관절염, 몬드리안의 결벽증, 버나드 쇼의 골수염, 스위프트의 염세증, 세잔의 당뇨, 코린트의 뇌졸증은 널리 알려진 얘기다. 여류시인 딕킨슨은 사팔뜨기, 미켈란제로·고골리는 일그러진 코, 바이런은 안짱다리로 평생을 고민했다. 로트레크는 짧은 다리에 큰 머리의 기형으로 일생을 술과 창녀에 묻혀 살며 ‘그려라 마셔라 사랑해라’라는 명언을 남겼다. 꼽추였던 작곡가 상튀엘은 ‘꼽추의 노래’를 작곡하고, 그 발표회 첫날에는 꼽추들만 초청했다. “질병과 불구의 상태는 그 시대에 최고의 인물을 따라다니던 수행원”이라고 바이런이 정리했다. 그러나 누구나 병에 걸린다고 예술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예술가란 운명의 선택을 받은 것만은 확실하다. 文鄕 김 대 규 안양 시민신문사 本社 회장·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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