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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서정시에서 사랑을 풀다...
2017년 02월 18일 22시 58분  조회:2517  추천:0  작성자: 죽림
[평론] 《사랑의 서정시》에서 사랑을 풀어내다
2016-09-08 

들어가면서

인간은, 인간의 마음은 하나의 세계이고 우주이다. 그 우주에는 인간의 희로애락을 포함한 삶에 대한 모든 체험과 느낌이 담겨져있다. 시인의 경우 그것은 더욱 다양하고 복잡한 느낌으로 가득차게 되며 나름대로의 표현에 의해 독자들에게 흥미롭게 전해지게 된다.

얼마전에 펴낸 리상각시선집 《리상각 사랑의 서정시》의 권두시 《가슴》은 이러한 점을 시적으로 잘 나타내고있다.

가슴은 나의 하늘/ 해가 뜨면 푸르다// 구름 끼면 어둡고/ 달이 뜨면 그립다// 이따금 우뢰가 울고/ 소나기 쏟아진다

《가슴》에서 《가슴은 나의 하늘》이라고 하면서 그곳에 《해가 뜨면 푸르고》 《구름 끼면 어둡고/ 달이 뜨면 그립다// 이따금 우뢰가 울고/ 소나기 쏟아진다》라고 함으로써 매 인간은 하나의 소우주임을 잘 드러낸다. 그 가슴이 하늘과 동일한것으로 곧 하늘은 인간세상뿐만아니라 자연과 우주의 섭리를 비추고 전해주는 그릇이자 거울의 기능을 동시에 하는 력사적이고도 현실적인 복합물이 된다.

리상각시인은 조선족문학의 흐름에서 해방후 제2세대의 대표적인 시인중 한 사람으로 사랑의 소재뿐만아니라 자연을 비롯한 여러가지 사회적인 현상에 대해 적극적으로 표현하고저 하는 노력을 꾸준히 해왔다. 특히 만년에 많은 풍자시를 써 사회비판의 날을 더욱 날카롭게 세우고 옳바른 삶의 자세를 더욱 정직하게 다듬고저 한 모대김은 녹쓸지 않은 노익장의 정신과 저력을 과시했다. 이번 시집의 차례와 구체적인 내용을 훑어보면서 대부분의 소재를 《사랑》으로 포장하는듯한 점에는 약간의 이의가 있으나 보다 넓은 의미의 사랑의 개념으로 포괄적으로 생각해볼 때 너무 심각하게는 느껴지지 않았고 어딘가 새롭고 재음미할수 있는 점마저 있었음을 미리 말하고싶다.

이 시집을 읽어내려가면서 받았던 이러한 새로움과 의미는 대체로 자연적인 대상을 통한 고향에 대한 사랑과 민족적인 가락에 바탕한 정서의 표현 그리고 사회비판의 풍자시의 속성과 동화적인 세계를 통한 순수성에 대한 추구 등으로 나누어 설명할수 있다.

1. 처녀, 자연과 고향

시집의 첫장에 떠오른 작품은 《빨래하는 처녀》로 1956년에 씌여진 오래된것이지만 지금도 그 방치소리가 청아하게 들려오는듯하였다.

방치소리 찰딱찰딱/ 산으로 마을로 찰딱찰딱(중략)/ 시원스레 내리치는 방치소리/ 총각의 마음을 건드리는줄

방치소리가 산과 마을에 울리고 총각의 귀에까지 들려 그 마음을 흔들어놓는다는 《방치소리→산, 마을→총각》이라는 소리의 흐름은 방치소리와 그 울림에 의한 인간의 심성의 자연스러운 반응이라 할수 있다. 그런데 이와 달리 총각의 마음이 그 소리에 제멋대로 흔들리고 그 흔들림은 소리의 주인공인 처녀에 향해있다는 《총각, 마음→처녀》라는 마음의 움직임의 방향은 그러나 총각 홀로만 애태움으로 처녀에게 방치소리처럼 전달이 불가능하다는데 이 작품의 역설적인 미가 빚어지게 된다. 이처럼 이 작품은 처녀와 총각 사이에 벌어진 흥미롭고도 아름다운 시골의 사랑의 풍경을 관조하는 재미를 독자들에게 선물하고있다. 처녀가 두들겨내는 방치소리가 산과 마을에 흥겹게 메아리치는데 처녀도 모르는 총각의 마음이 그 소리에 괜히 흔들리고 애가 탄다는 표현은 매우 간접적이면서도 그렇기때문에 그 어느 직접적인 화법보다 더욱 강렬한 사랑의 정감을 흥미롭게 표현할수 있다는 이 점을 보인다. 이러한 수법은 같은 해(1956)에 창작된 《수박밭에서》도 수박만 고르며 수박보다 더 붉게 타번지는 《나》의 마음을 모르는 처녀의 모습에서도 그대로 반복되고있었다.

이처럼 처녀는 시집의 첫번째 장에서 가장 중요한 시적 소재로 시인에게 작품에서의 아름다운 화폭이고 멈출줄 모르는 창작의 원천적 샘물이 된다. 사랑은 문학의 영원한 주제가운데 하나이지만 이토록 사랑에 대해 절절히 읊조리는 것은 그만큼 사랑의 상대가 너무 소중하고 너무 안타깝고 너무 그리워서이다. 그러한 사랑의 상대는 해와 달, 꽃 등 여러가지 자연물과 한복과 같은 아름다운 의상에 비유될 정도로 아름답게 비유되여있을뿐만아니라 시인의 창작에서 가장 소중하고 아름다우면서도 내용의 노래가락을 이루고있다.

앞에서 보아온 《처녀》처럼 구체적인 사랑의 대상도 중요하지만 자연의 일부로 시인에게 시적인 발상을 자극하고 아름다운 노래가락을 뽑아내도록 유혹하는 대상도 적지 않다. 제2장 《압록강 시초》에 집중적으로 나타나는 그러한 요소를 모아보면, 노래방에서도 심심찮게 선곡되는 《두루미》를 비롯하여 《산꽃》과 《쪽배》, 물, 바람, 구름, 물새(《물도 가네 나도 가네》) 등 륙지와 바다에 거쳐 동식물들이 두루 취급이 되며 제3장 《따뜻한 인정의 사랑시》에서는 《초가집》과 《실개울》, 《파란 실버들》, 《봄제비》, 《도라지꽃》, 《민들레꽃》과 같이 실제적인 삶에서 쉽게 경험하거나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현장의 한부분으로 되는 대상에 이르고있어 시인의 시선은 매우 많은 대상들을 주시하고 껴안고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후자의 경우, 그러한 자연의 대상은 고향이라는 특정의 공간에 위치함으로써 고향에 대한 깊은 사랑을 통해 민족적인 삶에 대한 자부심과 애착을 남김없이 드러내는데 크게 기여하고있었다. 이러한 고향에 대한 사랑이 시적 상상력에 의해 무한히 확장이 될 때 그것은 작은 《조약돌》(《조약돌》)에서 《노을》(《노을에 새겨진 글발》)에 이르기까지 민족 전체의 소원에 대한 간절한 념원으로 비치기도 한다.

울고싶어도 눈물이 없다/ 말하고싶어도 소리가 안 나온다/ 눈물도 슬픔도 다 삼켜버린 나/ 고향의 돌이 된것만도 다행이다// 언제면 나 소생할건가/ 끊어진 길이 다시 이어지는 날/ 고국이여 고향이여 웨치면서 나는/ 조약돌에서 뛰쳐나오련다

―《조약돌》 마감련

물론 고향에 대한 사랑은 제4장 《향토사랑의 시》에서 나오는 고향의 이모저모에 대한 직접적인 노래에서도 드러나고있다. 《봄이 왔어요》에서 산과 들, 과원, 밭이랑, 그속의 길짱구, 이름 모를 꽃과 나물 캐는 처녀들, 뜨락의 버드나무울바자 등 매우 많은 자연과 인간의 대상들이 집중적으로 등장하고있으며, 《소낙비 내린 뒤》에서도 논판, 매지구름, 언덕, 개울, 집오리떼, 실버들, 푸른 산, 하늘, 쌍무지개, 푸른 벼, 초원, 송아지, 제비, 호수, 벼포기, 밭머리, 황금해살 등 자연과 인간의 많은 대상들이 뒤섞여나온다.

자연에서 인간에 이르기까지 고향의 이모저모가 매우 많은 대상들을 거쳐 노래되고있다는것은 시인의 관찰력이 그만큼 폭넓게 진행되였다는것을 보여주고 고향의 모든것에 대한 시인의 사랑이 매우 넓은 품속에서 뜨겁게 넘쳐난다는 뜻도 된다. 이처럼 모든것이 사랑스럽고 자랑스러운 고향은 시인의 마음속에서 말그대로의 천국이나 다름없다.

한평생/ 고향을/ 떠나지 못한이는/ 불행하여라// 한평생/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이/ 더욱 불행하여라// 시골도/ 고향은/ 마음의 천국/ 천국, 천국을 돌려주소서

―《천국》

고향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은 유년의 순수성과 삶의 안주에 대한 자유로운 공간이라는데 집중되여왔었다. 하지만 그러한 고향은 자연의 대상으로 보았을 경우, 인간의 마음을 정화시키고 나아가 치유하는 기능까지 함으로써 그 의미가 더욱 깊다. 《청산소곡》과 같은 작품은 특별한 설명이 없이도 자연의 그러한 치유의 효과를 충분히 말하고도 남음이 있는 시들이다.

산의 푸른 빛발에/ 내 눈이 맑아지고// 맑은 물 여울소리에/ 내 귀가 밝아지고// 가벼이 부는 바람에/ 내 가슴이 열리고// 우짖는 새소리에/ 내 마음이 즐겁다// 아, 청산의 품에 안기니/ 온갖 시름이 다 가셔버렸다

―《청산소곡》

2. 민족적인 가락과 정서의 끈끈함

제5장 《꿈으로 사는 사랑시》에서 금방 만날수 있는 작품으로 《보노라 못 잊어 가다 또 한번》이란 시는 김소월의 《못 잊어》와 《가는 길》이 떠오르고 《가다 또 한번》이나 《즈려밟고》 등의 표현과 함께 즐겨 썼던 7·5조가 기본 률격으로 되여있어서 매우 친근하게 다가왔다.

반갑다 오던 비여 오던 비 끝에/ 황금해살 쏟아져 한결 푸른 산/ 푸른 산에 구으는 진주이슬을/ 즈려밟고 탐사의 길 나는 가노라// 가는 길, 길섶에 물구슬이 돌돌/ 조약돌도 보석처럼 반짝이는 길/ 가노라니 우거진 푸른 숲속에/ 곱게도 피였구나 함박꽃송이

특정시기(1979. 4)의 이데올로기적인 사회풍조가 그대로 풍겨오는 내용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민족적인 리듬들이 무엇보다 강렬하게 들려오는듯했다. 내용의 부분이 중요하지 않은것은 아니지만 민족적인 가락들이 시인의 작품에서 쉽사리 들려오는것임을 돌아보면 역시 민족시인이라는 점에 더욱 주목하게 만든다. 아마 이럴 때에는 형식이 내용보다 우선하는 상황일지도 모를 일이다. 이러한 민족적인 가락에 담은 내용이 민족적인 정서를 자극할 때 그러한 가락은 더욱 빛을 발하기도 한다.

천당같이 부럼 없는 곳에 살아도/ 가난했던 조상의 뿌리는 못 잊어// 슬픔도 아픔도 내게는 모두다/ 금싸락같이 귀중한 그리움의 보배// 울면서도 잊지 못하는 사랑의 물결은/ 바다같이 설레이는 겨레의 정// 하늘하늘 하늘에서 춤추는 두루미야/ 하얀 옷자락에 우리 노래 울린다

―《혼》

민족에 대한, 그 정신에 대한 사랑과 노래는 김소월의 《초혼》이 내뿜는 격렬함과 처절함에는 못미치지만 평화시기의 민족의 혼에 대한 노래이지만 나름대로 매우 아름답고도 절절하게 들린다. 상대적으로 좋은 환경과 조건에 살아가는 이곳의 상황을 둘러보면 민족의 현실적인 모순이나 아픔에 대한 시인의 아픈 노래는 그 사랑의 깊이를 갈수록 더해가는 힘에 바탕이 되면서 더욱 값지게 들려온다. 그의 시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두루미》의 춤과 노래는 그 희디흰 색갈과 함께 이러한 민족에 대한 사랑의 노래를 더욱 절절하고도 의미심장하게 들려주는것이다.

시인에게 있어서 민족에 대한 사랑외에 어머니와 같은 개인적이면서도 공동체의 상징과 같은 존재에 대한 사랑 《알로에》, 《어머님의 손》 등 작품에서 역시 중요한 소재로 노래되고있었다. 특히 어딘가 신비하기까지 한 《어머님》에 대한 노래는 이 작품들외에도 시인에게서 보기 드물게 2행으로만 된 작은 형태의 시로 파악되는 《어머님》이란 제목의 작품에서 보다 집약적으로 나타난다.

어머님, 어머님 떠나가신 방에/ 시계소리 왜 이리 높습니까?

어머니를 떠나보낸 화자의 고독하고 허전한 마음이 가장 절제된 언어들에 의해 표현됨으로써 그 아픔이 더없이 크고도 큰것임을 나타내는 역설적인 구조라 하겠다. 어머니의 목소리나 자취가 사라지고 시계소리가 대신한 방안에서 시간이나 세월을 상징하는 시계소리는 어머니의 부재를 더욱 분명히 귀띔하고 그때문에 어머니를 잃은 아픔은 더욱 커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번 시집에는 수록이 되지 않았지만 상기의 작품에 앞서 시조로 발표된 작품들에서 이미 어머니에 대한 그러한 정감은 매우 복합적인것으로 표현된바 있다.

어머님 등에 업혀 만리길 떠나서/ 파란 많은 인생의 가시덤불 헤쳤나니/ 가슴에 노상 울렸네 에밀레종소리// 에밀레종소리 속시원히 들어볼가/ 조약돌 들었다가 슬그머니 놓았어라/ 불쌍한 어머님 생각 눈물눈물 솟아라

―《에밀레종소리》(1)

에밀레종의 슬픈 사연을 배경으로 고국을 떠나 이국타향에 정착해 살면서 겪었을 온갖 고생을 작은 조약돌로조차도 차마 울리지 못하는 미세한 움직임을 통해 표현함으로써 오래되였지만 깊고깊은 상처의 곬을 이룬 아픈 과거에 대한 회억을 잘 살려내고있다.

3. 풍자에 담긴 인생철학

이번 시집의 제11장은 풍자시로 되여있다. 그런데 이 시집에서 풍자시의 경우에는 풍자의 대상에 대한 분명한 애증을 드러내고 풍자의 효과성을 위한 비교적 용이한 표현을 구사하기때문에 대체로 제목에서 그 내용와 목적성을 짐작할수 있을 정도의 용이한 리해가 가능하다는 특점이 있다.

이 시집에서의 풍자시는 우선 아첨쟁이(《애완견》), 악처(《흡혈귀》), 탐관오리(《독사》), 위선자(《최면술》), 게으름뱅이(《심술돼지》), 가식(《웃음과 울음》, 《오염》), 욕심쟁이(《가재》, 《돼지귀에 경읽기》), 명쟁암투(《뼈다귀》), 벼슬에 눈먼 자(《사모》, 《한자리》) 등 이 사회의 부정적인 현상에 대한 폭넓은 폭로가 이뤄지고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중 몇수만 례로 보기로 한다.

벌지 않고도 고급료리 먹는 행운아/ 곤두박질쳐가며 콩콩 짖어대다/ 송곳이로 손님의 발가락을 문다

―《애완견》 제1련

남몰래 쓰디쓴 독즙을 심킨데서/ 종양이 든줄 몰랐다 훼멸된 육체/ 관골이 툭 불거진 미인 얼굴에선/ 눈물방울 떨어진다… 때는 이미 늦었다

―《흡혈귀》 마감련

버려진 뼈다귀를/ 제꺽 물고/ 흘끔거리며 간다// 흘끔거릴수록/ 빼앗자고/ 달려드는자 있다// 고기 한점도 없는데/ 무얼 바라고 이악스레/ 물고뜯을가?

―《뼈다귀》 1~3련

물론 저러루한 부정적인 현상에 대한 폭로만 이뤄진것은 아니다. 이 시집에는 이와 동시에 《저울추》, 《거목의 꿈》, 《물잠자리》, 《지렁이》, 《허수아비》, 《바위》, 《산》 등 작품을 통해 그러한 부정적인 현상과 대조되는 순수하고 정직하고 옳바른 긍정적인 모습들이 노래되고있어서 단순한 폭로나 개탄이 아닌 미래지향적인 시인의 삶에 대한 태도를 엿보이고있어서 보다 풍성한 풍자시의 내용물을 선사하고있었다는 점이 돋보였다. 특히 그러한 긍정적인 모습들이 우리가 쉽게 볼수 있는 자연의 대상으로 되여있고, 그것도 《지렁이》와 같은 매우 작은것에서 《산》과 같은 거대한것에 이르기까지, 동식물에서 무기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구성되여있다는것이 이색적이다. 그만큼 시인의 관찰력이 매우 넓은 공간에 의해 걸쳐져왔고 이러한것들을 통한 사회적인 현상에 대한 표현이 다각도로 시도되였음을 알수 있게 해준다.

4. 동화에 비낀 순수성의 가치

풍자시에서 보아왔던 어지러운 사회적인 현상은 그것을 경험한 사람들이라면 견디기 힘들만큼의 혐오감을 자아내면서 보다 나은 세계에 대한 추구를 하게끔 역설적으로 자극하기도 한다. 시집의 제6장 《인생철학의 사랑시》에서 시인은 《조금씩 잊으며 살아가는 법/ 더러는 사양하며 살아가는 법》을 익힐것이라고 《살아가는 법》에서 선언함으로써 그러한 삶의 자세를 간접적으로 드러내기도 하였고 다른 한 시 《물빛으로 살고싶다》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그러한 새로운 세상에 대해 제시하기도 한다.

열길 물속이 보이는 곳에/ 마음을 비춰주는 거울이 있다/ 춤 추듯 하늘거리며 떠나는 물은/ 흐르면 노래와 같은 맑은 소리// 길은 거치장스러운 길이여도/ 하냥 홀가분한 기분으로/ 자유로이 에돌고 뛰여넘어가는/ 착하고 어여쁜 너의 몸짓(중략)// 그렇게 가고있는 너처럼/ 내 마음의 밑바닥을/ 누구나 환히 들여다보도록/ 항상 너의 물빛으로 살고싶다

《누구나 환히 들여다보도록/ 항상 너의 물빛으로 살고싶다》고 함은 욕심과 거짓이 란무하는 현실적인 삶에서 량심과 진정성의 소중함에 대한 스스로와 모든이에 대한 일깨움이다. 이러한 순수한 마음가짐에 대한 추구는 티없이 맑은 아기의 모습으로 되돌아가기를 원하게까지 만들며(《아가야 너의 맑은 세계로》) 생명 존중의 주제를 생각하도록 만든다(《락엽》). 물론 생명에 대한 존중은 생명에 대한 감사의 마음에서 비롯되는데 그것은 생명을 준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정에서 충분히 보아낼수 있음은 어머니를 소재로 한 앞의 시들에서 이미 보아온바와 같다.

다른 한편 동화적인 세계속에서 어린이의 순수하고 환상적인 시선으로 아름다운 세계를 빚어내면서 시인에게 중요한 심성의 하나인 유년적인 순수함을 풍성하게 드러내는 작품도 있다.

나는 한마리 사슴/ 그대를 등에 업고 달리고싶다/ 고운 손으로/ 내 등을 쓰다듬어다오/ 따스한 두팔로/ 내 목을 안아다오

―《나는 한마리 사슴》 제1련

칠면조아줌마 셋/ 둥기적둥기적 모여와/ 남편의 돈자랑 하네/ 며느리 발뒤꿈치 흉보네(중략)// 이젠 날기도 뛰기도 싫어져/ 뚱기적거리는 발걸음/ 별무늬 그리며/ 알 낳던 빈 궁둥이만 흔드네

―《칠면조아줌마 셋》

이 작품들은 순수하고 아름다운것에 대한 시인의 추구를 잘 드러내고있다. 이 점을 가장 잘 설명할수 있는 근거는 의외로 《단마디 시》(2)와 같은 난센스 작품(?)일것이다. 이중 두수만 례로 든다.

비 온 뒤 땅속 기여나와/ 낚시대 보자 반가와 춤 춘다

―《지렁이》

별을 딴 사람 하도 많아/ 하늘 별밭이 듬성듬성

―《별밭》

일견 터무니없거나 모순되는 화법이기도 할것 같지만 이 작품들에 내재된것은 그러한 엉뚱한 표현의 뒤에 숨어있는 현실에 대한 또 다른 시각이나 풍자적인 의미이다. 따라서 표면적으로는 아동시와 다름없으나 실제로는 특이한 수법의 성인시라고 보게 되는것이다. 이러한 난센스적인 표현은 시적인 구성과 독자들의 시선을 신선하게 만들며 동시에 말하고저 하는 의도를 보다 새롭고도 강렬하게 전달할수 있다는 효과성을 지닌다. 최근 SNS에서 인기 있는 짧은 형태의 시들에서 적지 않은 경우 저러한 수법을 취하고있음은 바로 그러한 효과성을 목적으로 하고있기때문이기도 하다.

나오면서

인간의 마음이나 가슴을 하나의 우주로 보았을 때 우리는 앞의 분석을 통해, 자연의 대상물을 통해 고향과 민족에 대한 리상각시인의 뜨거운 사랑의 노래를 들을수 있었고 그러한 민족적인 가락에 기초한 끈끈한 전통적인 리듬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느낄수 있었다. 또 누구보다도 강렬한 사회비판의 풍자적인 날카로움과 동시에 동화적인 세계를 통한 순수하고 아름다운 평화의 세계에 대한 간절한 소망도 엿볼수 있었다. 특징적인것은 이러한 시적인 표현에서 《처녀》와 《어머니》와 같은 시적인 주인공이 여러가지 동식물과 함께 등장하며 유년적인 시선과 동화적인 공간에 대한 추구에서 드러난 맑고 순수한 심성은 리상각시인이 품고있는 나름대로의 우주를 가득채운 가장 중요한 내용물이란 점이다. 또 인간의 희로애락을 포함한 거의 모든 체험과 느낌은 민족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래일에 이어져있어서 시인으로 하여금 명실공한 해방후 제2세대의 대표적인 조선족 시인중 한 사람이라고 강조하지 않을수 없게 한다.

시인의 작품은 여러 소재뿐만아니라 여러가지 시적인 쟝르에 거쳐 다양한 수법으로 창작되여왔으므로 이후 보다 자세한 론의가 거듭되여야 할것이라고 생각된다.

주해:

(1) “중국조선족 시조선집”, 민족출판사, 1994. 5.
(2) 제9장 “눈물과 웃음의 사랑시”에 “단마디 시”란 제목하에 4수를 묶어내고있음.



김경훈
길림신문 2016-09-07 
=================덤으로 더 보기 =+


피카소,실크로드 그리고 한락연
2013-07-17 

1

20세기 최고의 화가 혹은 20세기의 미술사를 거론하고자 할때 이 사람의 이름을 피하고서는 단 한 줄의 기록도 써 내려갈수 없다. 바로 피카소이다.

파블로 루이스 피카소는 에스빠냐에서 태여나 주로 프랑스에서 미술활동을 한 20세기의 대표적 서양 화가이자 조각가이다.

19세기 화가들이 자신들의 인상, 시각과 시선을 그림에 개입시키며 별도의 세계를 구축했다면 피카소는 이로부터 몇걸음 더 나가 평면의 화면에 립체감과 깊이를 부여하는 방법을 찾아나서게 된다. 이것이 바로 세계 미술사에서의 큐비즘(립체파)의 탄생이였다.

피카소는 그림, 판화, 조각, 도자기등 모두 4만여 점의 방대한 량의 작품들을 남겼는데 대표작으로는 본격적인 립체파 운동의 계기가 된 “아비뇽의 처녀들”, 에스빠냐내란을 주제로 전쟁의 비극성을 표현한 ”게르니카”등이 있다.




2

인류는 길을 따라 소통하고 교류하며 문명을 꽃피워 왔다. 그 대표적인 길이 중국의 서안으로부터 토이기의 이스탐불로 이어지는 실크로드다.

그 옛날 동방과 서방에서 서로 비단, 보석, 옥, 직물 등이 전해지면서 동서 교류의 큰 역할을 한 길. 동방에서 서방으로 간 대표적인 상품이 비단이라는 데서 그 이름이 유래됐다.

길을 따라 물건만 오고 간것이 아니라 종교와 문화도 함께 주고받던 력사적인 길이며 이러한 과정에서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가 형성되였다.

“비단의 길”이라는 우미한 이름을 달고 있지만 실크로드는 그저 아름답기만 한 꿈의 길은 아니였다.

대상들이 물건을 락타에 싣고 오갈때 그 물건을 노린 도둑떼가 범강장달이처럼 덮쳐들었고 게다가 한치 앞을 알수 없는 거친 날씨에 땡볕을 이고 모래바람을 헤치며 걸었던 길이였다.

서한시기 장건이 포로로 잡혀 지낸 십여 년의 세월이 이어진 길이고고구려 고선지 장군의 활약과 “왕오천축국전”을 남긴 신라의 혜초 스님의 법경이 바람소리로 남아 있기도 한 길이다.

우리의 고전 “서유기”에 등장하는 당승의 원형인 현장법사가 바로 1,300년 전 기록으로 남긴 귀중한 자료 “대당서역기”에도 대서특필했던 실크로드이다. 




3

일전, 한락연탄신 115주년 기념 한락연회화작품전시회가 연변박물관에서 열렸다. 연변주당위, 연변주인민정부, 중국미술관에서 주최하고 연변주당위 선전부, 연변주문화국, 연변박물관등 단체에서 폭넓게 주관한 전시회는 조선족혁명가이고 예술가이며 국제반파쑈전사인 한락연의 웅숭깊은 행위와 메세지를 다시한번 고향 사람들에게 전해주는 소중한 시간이 되였다.

2010년 총투자가 3백만원, 부지면적이 2천여평방메터 되는 락연공원을 조성하고 그 이듬해인 2011년 한락연동상건립, 한락연예술전, 연구포럼에 이은 그이를 기리는 또 하나의 대형의 기념행사이다.

1898년 룡정촌에서 태여난 그는 1923년에 중국공산당에 가입한 중국조선족 첫 공산당원이며 동북의 초기 공산당 창건자의 한 사람이다. 또한 그는 중국에서 처음으로 유화와 수채화의 서양화법으로 키즐석굴의 벽화를 모사한 사람이다.

본세기 중국의 이름난 석학 성성(盛成)선생은 1980년대 한 화가의 그림전을 보고 이런 글발을 남긴적 있다.

“그는 피카소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현실보다 더 현실적이고 초현실주의적이였다. 또한 그는 예술사학자이자 탐험가로서 쿠차 천불동에서 당나라 초기의 투시화와 인체해부도를 발견했다. 그의 성은 한씨, 이름은 락연. 이름이 그 사람을 닮았고 사람은 그의 예술을 닮았으며 그의 예술은 그곳, 그때를 발견했다. 그는 변경 동포로서, 변경 지역의 생활과 문화를 가장 사랑했다…”

민족의 독립과 해방의 사명을 짊어지고 젊음을 불살랐고 반일투쟁과 전반 동방인민의 해방사업을 위해 공산주의전사로 성장,중국대륙을 무대로 혁명투쟁에 나섰던 혁명가 한락연, 서방예술기법과 동방예술의 정수를 접목시키고 소중한 중화문화를 발굴, 보호하는 사업에 마멸할수 없는 공훈을 세운 인민예술가 한락연,

피카소등 세계화단의 불세출의 인물들과 실크로드에 깃들어있는 인류의 보귀한 유산들이 한락연의 꿈을 키울 모판이 되였고 그의 화법에 그러한 심력이 녹아 들어있다.

그의 미술전에서 현란한 색감의 작품과 더불어 중국조선족혁명사는 물론 국내외문화교류사와 세계혁명사에 영원히 기록될 그의 전기적인 색채가 짙은 경력을 경모의 눈길로 다시금 읽는다.


연변일보/ 종합신문 2013-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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