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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의 허구문제를 알아보다(4)
2017년 05월 05일 23시 19분  조회:3095  추천:0  작성자: 죽림
 
(1) 수필과 소설의 차이 ㅡ김숙희

(2) 이를 통해 수필의 특성을 이해한다 

1. 사실과 허구의 차이 

수필과 소설의 차이는 전자가 사실을 다룬다 할 때 후자는 허구를 다룬다는 것일 것이다. 
그러나 이 양자의 차이는 이 뿐만 아니라 문장이 구조나 글의 분량, 
그리고 주제 전달의 방법 등에서도 다르다 할 수 있다. 
다음의 글은 김소운의 <사실과 허구를 통한 진실한 삶의 구현>에서 발췌한 글이다. 

'진실'이란 말은 반드시 '사실 그대로' 란 뜻은 아니다. 
사실만을 나열한다고 해서 그것이 문장을 이루는 것은 아니요, 
하물며 문학이 되는 것도 아닌 것은 재언할 필요가 없다. 
"예술의 방법에는 크게 나눠서 두 길이 있다. 진실을 진실 그대로의 위치에 두고 
정시(正視)하고 추구하려는 방법과, 허구의 유리그릇 너머로 왜곡된 가상(假想)을 통해서 
하나의 진실을 발굴하려는 방법-외국문학에서 그러한 예를 든다면 
톨스토이나 플로베르는 그 전자요, 오스카 와일드의 작품 같은 것은 그 후자에 속한다." 
이것은 일본의 작가 다자이 오사무(太宰治)를 두고 나 자신이 쓴 해설의 첫 대문이다. 
(同和出版社刊, <世界의 文學大全集>, 제8권,p.540) 
다자이란 작가의 '허구의 미'내지는 '허구의 진실'을 설명하기 위한 전치사지만, 
요컨대 문학이란 문장에 있어서의 허구는 결코 경시할 것도 
부인할 것도 아니라는 것을 말했을 뿐이다. 
이런 서두를 앞장 세워두고 나 자신의 글이란 것을 돌이켜보면 
실로 '허구' 그것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것을 자인하지 않을 수 없다. 
'진실이란 반드시 사실 그대로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소위 내가 쓴다는 글은 언제나 '사실'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한다. 
목적이 있고, 읽는 대상을 의식하면서 쓰는 글 - 
그것이 과연 옳은 글이라고 할 수 있을는지 의문이다. 


윗물을 흘려버리고 뒤에 남은 진국 -침전된 알맹이- 그것이 진정의 문장이라면, 
언제나 목적의식을 꽁무니에 달고 다니는 내 글 따위는 부질없이 
흘려 버리고만 있는 한갓 '윗물'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내 글이 '사실'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의 하나로는, 
체질적으로 공상력이 부족한 탓도 있지만, 인간의 생활 그것을 문학이나 
예술성보다는 한 걸음 앞서서 언제나 직시하고 분석하려드는 
성급한 내 기질에 연유하는지도 모른다. 
할 말이 너무 많고 보면 결론에 도달할 최단거리에 마음이 쏠려 
'허구의 진실' 같은 복잡한 수속을 밟을 겨를이 없다고 
그렇게 보아주는 이는 무척 고마운, 너그러운 지기(知己)라고 할 것이다. 

윤재천<수필 작법론>93-94쪽 

위의 인용문처럼 수필은 '사실'의 기록이다. 
자신의 체험이 정신을 거쳐 토론되는 것이지만, '허구'를 일반적으로 허락하지는 않는다. 
(일반적으로 허락하지 않는다고 한 이유는 뒤에서 설명될 수필의 허구성 때문이다. 
이 문제는 다른 강의에서 집중적으로 강의될 것이다.) 
그런데 반해 소설은 '허구'에 거의 의존한다. 작가의 체험을 
그대로 기술했다 해도 그것은 '허구' 즉 진실된 허위의 기록이다. 
따라서 수필은 글쓴이의 생각이 진술되는 반면에 소설은 
스토리 형태로 소설속의 인물에 의해서 상황이 기록된다. 


(2) 문장의 차이 

수필과 소설은 산문문장으로 쓰여진다. 
산문이란 글자의 배열이 일정하지 않는 문장이라는 의미로 운문의 반대 개념이다. 
이 양자의 근본적인 문장 차이는 수필이 글쓴이의 생각의 흐름에 따라 
문장의 흐름이 진행되는데 반해, 소설은 글쓴이의 생각보다는 
스토리 전개의 흐름에 따라 진행된다는 점이다. 

어슴프레한 어둠을 가르며 택시는 잿빛 도로 위를 달린다. 
차분히 가라앉은 거리에는 정적만이 무겁게 흐르고 있다. 
은색 기둥 꼭대기에 겸허하게 고개 숙인 나트륨등이 엷은 빛을 흘려댄다. 
나는 안경을 고쳐 쓰고 주위를 살핀다. 
눈에 익은 거리다. 
차창에 비치는 모든 것은 정지되어 있다. 
아니, 거리 풍경은 잘 짜여진 시이퀀스처럼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나를 태운 차만이 홀로 멈춰 있는 듯하다. 
반대 차선에서 돌연 빈 택시 한 대가 헤드라이트를 껌뻑이며 달려온다. 
두 대가 엇갈리는 순간 휘익, 하고 마찰음이 빚어진다. 
길가에 늘어선 가로수들이 흠칫 놀란다. 

그러나 이내, 다시 정적이 찾아든다. 
택시는 잘 포장된 아스팔트 길을 미동도 않고 미끄러져 간다. 
-김익건 <이 황량한 도시에서>중에서 

위의 인용문은 도시의 새벽 분위기를 묘사하는 소설 문장이다. 
정지해 있는것과 움직이는 것의 대비를 통해 새벽이 갖고 있는 
이중적인 분위기를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쓰여진 문자이다. 

이 글은 '나'로 기술되었기 때문에 수필의 한 문장으로도 손색이 없을 수 있다. 
수필 문장의 경우에도 묘사의 문장이라기 보다는 곧 날이 밝으면 
사람들은 이 도시를 활보할 것이라는 상징적인 분위기를 암시하기 위해 쓰여진 문장이다. 
아래의 문장은 '아침'을 묘사한 수필 문장이다. 

내가 살아있음을 가장 실감하는 때는 아침 잠에서 깨어나 커튼을 걷고 창을 여는 순간이다. 
나는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시며 눈을 크게 뜨고 솟구치는 생명력으로 오늘 하루를 연다. 
그리고 하늘을 날고 귀소하는 새처럼 열린 창으로 나가 하루를 뛰다가 
밤이 되면 오렌지 불빛이 아른거리는 창가로 다시 돌아온다. 
그러면 진정한 삶의 기쁨이 창문을 닫고 어둠속에 포근히 잠들 때 나를 휘감는다. 
열리는 창. 그리고 닫히는 창. 그 창 속에는 사람마다의 생활이 있고 
제각기 살아가는 기쁨과 슬픔이 맴돌고 있다. 
아무리 작은 창일지라도 사람들은 그 속에서 삶을 엮고 세월을 갈면서 변모해 간다. 
창 밖에는 항상 바람이 오가고 창 안에는 언제나 따뜻한 인정이 솟는다. 
창은 밝고 솔직하여 밖의 모습도 안의 움직임도 거짓없이 드러내 준다. 
그래서 열린 창 속에는 활기차고 단란한 가정이 있고 닫힌 창은 병든 폐가를 느끼게 한다. 

-고임순 수필 <창> 서두 

위의 글은 아침을 묘사하면서 자신의 심정을 직설적으로 토로한다. 
이렇게 같은 아침을 묘사하더라도 수필은 글쓴이의 생각 또는 감정에 따라 
문장이 흐르는데 반해, 소설은 상황에 따라 문장이 전개된다. 


수필가의 눈은 예리하다. 
시인이나 소설가가 정곡을 찌르지 못하고, 어떤 사건의 주변을 우회하거나 
뒷덜미를 치기 위한 준비를 마련하고 있을 때, 수필가는 핵심을 보다 정확히 
찌를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갖추어야 한다. 
십인십색(十人十色), 수필가의 눈은 다른 것이다. 
또한 문학이란 워낙 관념적인 분야이기 때문에 어떤 기획하에 획일적(劃一的)으로 
다룰 수 없는 것이지만, 어느 정도의 범주 내에서 질서를 이루어야 할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수필문학은 형식적인 구애를 받지 않는 장르라 하여 소홀히 대할것이 아니라 
제 나름대로의 계획하에 자기대로의 작은 규모의 형식을 세우고 
개념을 확고히 하는 것이 수필을 쓰는 사람의 자세이다. 

넷째, 수필은 형식적인 수사가 필요치 않다. 
수필에 있어 언어의 미학(美學)이란 있을 수 없다. 
수필은 시처럼 어느 한가지 사물에 대한 형용이 필요치 않고, 
그에 대한 묘사가 필요한 쓸데없는 수식을 요하지 않는다. 
자칫 잘못, 수필이 이러한 수식이나 형용 따위에 현혹되어 생경(生硬)한 
어휘의 나열이나 고도의 관념으로 이루어졌을 때 
독자는 이러한 작품에서 공감을 찾아 낼 수 없을 것이다. 
생활관념으로 용해된 절실한 기원, 어떤 내용을 설명하기 위한 수식이라면 몰라도 
형식적인 수사나 형용은 필요치가 않다. 

-윤재천 <수필문학의 산책> 48-50쪽 

위의 인용문은 '수필의 관조성'에 대해 언급한 글이다. 
그래서 수필문장은 관조, 통찰, 직관에 의해서 쓰여지는 언어임을 강조한 글이다. 
이 이론에 대해 전혀 이견이 없는바 아니지만, 
수필의 문장은 어떤 장르의 문장보다도 직관적이고 관료적이다. 
따라서 수필 문장은 소설 문장과는 달리 단순하고 명료하고 수식이나 형용이 필요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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