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7월 2024 >>
 123456
78910111213
14151617181920
21222324252627
28293031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시인 지구촌

80세, 공부와 시쓰기가 인생 끝자락의 제일 큰 행복이라고...
2017년 03월 23일 00시 10분  조회:2823  추천:0  작성자: 죽림
   
▲ 시집 ‘‘가’자 뒷다리’
   
▲ ‘‘가’자 뒷다리’ 시인 황보출 할머니
   
▲ 황보출 할머니가 시집 출판을 기념해 지인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 황보출 어르신과 막내딸 김명순 씨가 하트를 그리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경북도민일보 = 이경관기자]= 


“우리는 모두가 흙에서 와서 흙으로 가는게 아닌가. 욕심 없이 사는거지.”
 골골이 패인 주름 사이로 생의 농익음이 물결친다.
 1930년대에 태어나 일제 식민통치와 한국전쟁까지 지난한 한국의 근현대사를 다 겪었다.
 가난으로 초등학교 문턱도 넘어보지 못했고 글을 몰라 평생을 다른 이 앞에 나서지 못했다.
 8남매는 기쁨이었지만 때론 삶의 무게로 어깨를 짓눌렀고 70대 후반에서야 뒤늦게 공부를 시작해 초등학교 인정 졸업장을 받았다.
 지난해 여든 넷이라는 고령에 첫 시집 ‘‘가’자 뒷다리’를 출간한 황보출<85> 할머니의 이야기다.
 한글을 깨치고 시를 쓰면서 비로소 자신을 찾았다는 황 할머니를 포항의 한 카페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 70대 후반에 공부를 시작했다고 들었다. 그 이유가 있나.
 나는 평생을 시금치와 쌀 등을 팔며 8남매 뒷바라지를 했다. 내 나이 육십 중반 남편이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자식들 교육으로 빚만 잔뜩이었다.
 그 때 남편을 잃은 상실감과 빚을 갚기 위해 무리해 일하면서 몸이 많이 축났다. 과로로 쓰러진 뒤 막내딸이 자신이 모시겠다며 서울로 올라가자고 하더라.
 그렇게 서울로 가게됐다.
 평생을 흙에서 노동을 하며 살던 내가 서울에 있으니 할 일이 없어 적적했다.
 그 때 딸에게 내색은 많이 못했지만 집 앞 골목 골목을 매일 울며 한없이 걸었었다.
 우울증이 와 도저히 안될 것 같을 때 딸아이가 어머니학교가 있다며 가볼 것을 권했다.
 다 늙어 무슨 배움이냐 했지만 설레는 마음은 숨길 수 없더라. 못 배운게 평생 한이었으니까.
 인천에서 서울 회기동의 어머니학교까지 전철을 타고 다니며 한글공부를 했다.
 왕복 4시간이 걸리는 거리에도 힘들지 않았다.
 2012년 2월에 초등학교 인정 졸업장을 취득했다.
 그 때 꼭 하늘을 나는 기분이더라.
 
 - 시를 쓰게 된 이유는.
 나는 삶의 구비구비마다 그저 참아야 하는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글을 배우고 나니 그것을 털어놔야 내가 편안해지겠구나 싶었다.
 일기인지 시인지 모를 글을 계속 썼다.
 그러다보니 마음의 돌이 사라진 느낌이었다.
 머리가 맑아진 느낌이었다. 그제야 진정 행복할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인생이 달라졌다.
 무언가를 계속해서 쓰는 나를 보고 어머니학교에서 “할머니, 할아버지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시문학 공부를 해보지 않겠냐”고 묻더라.
 “좋다”고 답하고는 열심히 시 공부를 시작했다.
 그곳에서 수업을 진행하던 이성수 시인을 만났다.
 이성수 시인은 내가 쓴 시를 읽고 그렇게 많이 울었다고 하더라.
 아마 자신의 어머니가 떠올라서 그랬지 않았을까 싶다.
 내 시를 읽는 많은 사람들이 그러더라.
 자신의 어머니가, 자신의 할머니가 나와 같았다고.
 나는 나의 지난 삶을, 또 지금 나의 삶을 쓸 뿐인데 그렇게 이야기해주니 오히려 내가 너무 고맙더라.
 
 - 시집 ‘‘가’자 뒷다리’에 대해 소개해주신다면.
 시집 속 시들은 팔십이 넘는 세월 속 나의 행복이자 상처에 대한 기록이다.
 편안하게 나의 이야기를 쓴 것이다.
 그때 그때 떠오르는 기억과 마주하는 자연의 아름다움 등에 대해 써봤다.
 시집은 어쩌면 나의 삶 자체라 할 수 있다.
 
 - 좋아하는 시와 시에 대해 설명해달라.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는 ‘남편님 물신은’과 ‘말봉재 고개’, ‘고맙습니다’다.
 “남편님 물신은 목장갑 입니다//발에 무좀이 심해서/장갑으로 물신을 만들어 신고/떨어지면 버려서/논둑마다 장갑 물신이 가득합니다.//십 년이 지나도 우리 논둑에는/남편님 신던 목장갑이 있습니다.”(‘남편님 물신은’ 전문)
 시 ‘남편님 물신은’ 무좀이 있던 우리 남편이 목장갑으로 물신을 만들어 신었던 이야기를 시로 썼다.
 이 시 쓰고 나도 어찌나 울고, 우리 딸래미도 어찌나 많이 울었던지.
 고생만하다 떠난 남편이 생각날 때면 이 시를 읽고 또 읽으며 그리움을 달랜다.
 “봄나물 하러/밥 한 그릇/삼베 보자기에 싸고/엄마랑 둘이 산으로 갔네.//이 산 저 산 다니면/배가 고파서//냇가로 내려와/두 모녀가 밥을 먹었네.//엄마는 나에게/많이 먹으라 하네.//나는/엄마가 많이 힘드니 엄마가 많이 먹으라고 했네.//산에 있는 배고픈 꽃들이/다들 입 벌리고 있네.”(‘말봉재 고개’ 전문)
 시 ‘말봉재 고개’는 우리 어머니와의 기억을 그린 시다.
 요즘따라 꿈에 자꾸만 어머니가 선명히 보인다.
 나는 이렇게 늙었는데, 우리 어머니는 아직 너무 고우시다.
 포항에서 나고 자란 나는 말봉재 고개에 대한 기억이 많다.
 그 중 가난 속에서도 나를 위해 배고프지 않다 말씀하시던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선명한 곳이다.
 “얼굴이 못나고 잘나고는/중요하지 않습니다./내 마음이 밝아지면/얼굴이 밝아지고/삶이 밝아지기 때문입니다.//내 인생 아무리 머리 굴려도/정답은 없습니다./항상/내 마음을/맑은 얼굴을/사람들에게 보여주면/이 세상이 다/밝은 세월입니다.”(‘고맙습니다’ 중 일부)
 시 ‘고맙습니다’는 시를 쓰면서 달라진 나의 삶을 가장 잘 담고 있는 시가 아닐까 한다.
 딸아이가 그렇게 말한다.
 시를 쓰면서 엄마 얼굴이 밝아졌다고.
 그러면서 자신도 또 다른 가족들도 밝아졌다고.
 얼마나 기쁜 일인지 모른다.
 많은 사람들이 밝은 마음으로 얼굴이 밝아지고, 삶이 밝아지기를 바란다.
 
 - 최근 다시 딸과 함께 포항으로 내려왔는데. 요즘도 시를 쓰고 공부를 하고 있나.
 최근에도 계속 시를 쓰고 있다.
 시를 처음 쓸 때는 일기와 같이 내 이야기를 마구 뱉어냈다면 요즘에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쓰고 있다.
 눈 앞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른다. 일상의 풍경과 삶의 이야기를 시의 소재로 쓰고 있다.
 공부는 한 달에 두 세번씩 서울을 오가고 있다.
 한 번 서울에 가면 경기도 광주에 있는 딸네에서 며칠 있으면서 어머니학교 등지에서 공부를 계속하고 있다.
 공부와 시 쓰기가 인생 끝자락 나의 행복이다.
 최근에는 그림도 그리고 있는데 그것도 재미있더라. 요즘은 하루하루가 행복이다.
 죽을 때까지 펜을 놓지 않고 공부하고 시를 쓰고 싶다.

 
© 경북도민일보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2162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1962 해학과 풍자의 시인 - 流沙河 2016-12-25 0 3743
1961 루마니아 작가 - 게오르기우(규)와 산문시 "한국찬가" 2016-12-18 0 4579
1960 영국계 미국 시인 - 오든 2016-12-16 1 5814
1959 페미니즘과 모더니즘의 선구자 - 버지니아 울프 2016-12-16 0 5238
1958 러시아 상징주의 시인 - 기피우스 2016-12-16 0 3657
1957 러시아 녀류시인 -안나 아흐마토바 2016-12-14 0 7287
1956 풍자적, 반어적으로 쓴 허무주의 현실 고발서...페루 시인-벨리 2016-12-14 0 3628
1955 로마 방언 作 "소네트" 2천편 소각하라...이탈리아시인-벨리 2016-12-14 0 3830
1954 한국 시인 피천득과 그의 딸 2016-12-14 1 3465
1953 중국 죽림칠현 대표 시인 - 阮籍 2016-12-13 0 3337
1952 러시아 최고 현대 음유시인 - 부라트 오쿠자바 2016-12-13 0 3966
1951 중국 晩唐의 詞人 - 溫庭筠 2016-12-13 0 4160
1950 중국 詩佛 자연시인 - 王維 2016-12-13 0 3583
1949 프랑스 시인 - 알프레드 드 비니 2016-12-13 0 5364
1948 중국 송대 詞人 - 柳永 2016-12-13 0 3997
1947 중국 "문학의 자각"시인 - 陸機 2016-12-13 0 3382
1946 중국 송대 詞人 - 리청조 2016-12-13 1 3351
1945 대만 시인 - 葉維廉 2016-12-13 0 3106
1944 아일랜드 시인 -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2016-12-11 1 5845
1943 영국 시인 - D.H 로런스 2016-12-11 0 4352
1942 스페인 시인 - 가르시아 로르카 2016-12-11 0 4982
1941 프랑스 실존주의파 시인 - 장 주네 2016-12-11 0 4480
1940 프랑스 "인민의 시인" - 자크 프레베르 2016-12-11 0 5036
1939 오스트리아 표현주의 시인 - 게오르그 트라클 2016-12-10 0 4264
1938 시인,애독자, 딸 그리고 100년... 2016-12-10 0 5006
1937 100여년 잊혀있던 독일 시인 - 프리드리히 횔덜린 2016-12-10 0 5364
1936 사상 최초, 최고 대서사시를 지은 그리스 시인 - 호메로스 2016-12-10 0 5397
1935 서인도제도 영국령 세인트루시아 시인 - 데릭 월컷(월코트) 2016-12-10 2 6367
1934 페르시아 시인 - 잘랄 앗 딘 루미 2016-12-10 0 5870
1933 러시아 시인 - 브류소프 2016-12-08 0 3493
1932 러시아 시인 - 벨리 2016-12-08 0 4473
1931 러시아 시대의 비극적 테너 시인 - 알렉산드르 블로크 2016-12-08 0 4943
1930 러시아 최후의 "천부적인 재능의 농민시인" - 세르게이 예세닌 2016-12-08 0 5598
1929 독일로 한번도 가본적 없는 유대계 독일 시인 - 파울 첼란 2016-12-07 0 6215
1928 문학예술가, 녀인, 그리고 "뮤즈의 삶" 2016-12-05 0 5483
1927 프랑스 시인 - 폴 엘뤼아르 2016-12-05 0 7106
1926 미국 시인 - 로버트 로웰 2016-12-04 0 4721
1925 영국 계관시인 - 로버트 브리지스 2016-12-04 0 5371
1924 미국 최초의 계관시인 - 로버트 워런 2016-12-04 0 4484
1923 미국 시인 - 헨리 워즈워스 롱펠로 2016-12-04 0 5412
‹처음  이전 1 2 3 4 5 6 7 8 9 10 11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