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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심의 모든 밑바탕은 지, 정, 의를 근본으로 한다...
2017년 03월 29일 11시 26분  조회:2292  추천:0  작성자: 죽림


5. 나약한 감상으로 떨어지지 않아야 한다 

시를 쓰는데 가장 중요하게 작용하는 요소로 정서를 빼놓을 수 없다. 
정서란 어떤 사물을 대하면서 일어나는 감정의 변화를 말한다. 

러스킨은 사랑, 존경, 찬탄, 기쁨의 네 가지와 미움, 분노, 공포, 슬픔의 네 가지를 합쳐 
'8대 정서'라 했다. 

사람의 감정 중에 희, 로, 애, 락, 애, 오, 욕이 모두 시가 될 수 있고, 
근본적으로는 지, 정, 의(知,情,意)가 모두 시심의 밑바탕이 된다. 

그 중에서 '정'이 정서가 되겠는데, 문제는 이런 감정 중 사랑 또는 이별 슬픔 외로움 등의 
감정만이 시의 중요한 정서인 것처럼 편협하게 생각하는 태도이다. 


문득 헤어져야 할 때를 생각해 보면 
오늘의 이 기쁨이 
영원할 것 같지만은 않다. 
헤어짐을 전제로 하지 않은 만남이란 없고 
만남 자체도 
헤어짐이 있음으로써 의미 있는 것이 아닐까 

너의 그림자가 사라져가는 
버스 뒤꽁지의 창문을 쳐다보면 
또 다시 쓸쓸해지는 어깨를 움찔하며 
내일의 만남을 기약해 간다 

어쩌다 이대로 헤어진다고 해도 
다시 만날 것을 믿으며 
어색하지만 반가운 너의 얼굴을 
원 없이 쳐다볼 수는 있겠지 

- 「사랑 그리고 그만큼의 아픔」 중에서 


오늘은 갑자기 
내가 너를 그리워한다는 사실 자체가 
우울한 슬픔으로 다가온다 

서글픔은 고동색 절망으로 흐르고 
나란 존재는 정말 무엇일까 하는 생각만 
그곳에 가득하다 

네게 사랑한다고 말한 적은 없다 
그리고 좋아한다고 고백한 적도 없다 
그저 내 곁에만 있어 주면 좋았는데 

오늘은 
네가 곁에 있어도 허전하기만 하다 

- 「서정시가 흐르는 화폭」 


위의 시 '사랑 그리고~'는 만남의 기쁨과 헤어짐에 대한 불안함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원 없이 쳐다보고픈 마음을 담은 시다. 

두 번째 시 '서정시가~'는 그리워하는 마음의 복잡함, 그 심리적 고통에 대해 쓰고 있다. 

그런데 그리움을 우울한 슬픔으로 표현한 곳이라든지 서글픔을 고동색 절망이라고 표현한 부분 
등은 앞에서 이야기한 삶 또는 사랑에 대한 피상적 인식의 결과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고동색 절망은 도대체 어떤 것일까. 
그것은 고동색과 관련이 있는 주관적 경험의 표현일 뿐 객관적인 공감을 얻지 못한다. 

이렇게 되니까 5행의 '나란 존재는 정말 무엇일까' 하는 철학적 질문도 전혀 철학적으로 들리지 
않는다. 
감상적인 자문으로 들릴 뿐이다. 

게다가 '오늘은 / 네가 곁에 있어도 허전하기만 하다'라든가 '헤어짐을 전제로 하지 않은 
만남이란 없고' '다시 만날 것을 믿으며' 등은 류시화, 서정윤, 한용운의 시에서 많이 접했던 
구절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문제는 서정 또는 정서에 대한 심적 반응이 나약한 감상으로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이다. 

윈체스터는 문학의 정서적 효과에 대한 영원한 가치 평가의 항목으로 다음 다섯 가지를 들고 있다. 

첫째 정서의 공정 혹은 타당, 
둘째 정서의 활기 혹은 힘, 
셋째 정서의 계속 혹은 안정, 
넷째 정서의 범위 혹은 변화, 
정서의 등급 혹은 성질이 그것이다. 

쉽게 말하면 그럴 만한 이유가 느껴지느냐, 생생한 생동감으로 살아 있느냐, 
믿을 만한 힘이 느껴지느냐, 얼마만한 변화를 줄 수 있는 정서이냐, 정서다운 고상함이 있느냐 
하는 기준으로 평가한다는 것이다. 


그대 휘어지게 선 겨울 언 땅 서릿발로 동동거립니다 
손을 내밀면 차가운 대기 속에서도 따스하게 전해오는 당신의 맥박 
늘 푸른 서향나무로 차 오릅니다. 

가늘게 실눈을 뜬 겨울햇살로 당신을 보면 당신은 언제나 쓸쓸한 쪽으로 
눈을 주며 내게로 가만히 건너오십니다. 

가슴 속 그윽한 강물들 거느리고 
강물 위에 드리운 산그늘로 내 온몸을 담고 계신 당신 
눈동자 속 엷게 비치는 눈물로 흔들립니다. 

그대가 담고 있는 당신은 어느 적 당신의 사람이었기에 
오늘은 이토록 당신의 말들을 잃게 합니까 

당신의 그대에게 건너가야 할 처녀의 말들 저 눈발로 떠돌고 있는 산천 
당신 금이 간 서릿발로 서러웁습니다. 

- 「갈대 3」 

작품 후반부의 그대와 당신의 혼용으로 인한 약간의 혼란스러움은 있지만, 
자아 속의 초자아 또는 사랑하는 대상의 내부에 자리하고 있는 그가 사랑하는 또 다른 사랑의 
모습이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대체로 이 시의 정서는 잔잔하면서도 
믿을만하게 느껴진다. 

쓸쓸함과 서러움의 정조를 과장하거나 엄살 떨지 않고 담담하게 그려가고 있는 잔잔한 서정의 
울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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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아름다운 것과 마주쳤을 때
지금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그대는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그윽한 풍경이나
제대로 맛을 낸 음식 앞에서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사람
그 사람은 정말 강하거나
아니면 진짜 외로운 사람이다

종소리를 더 멀리 내보내기 위하여
종은 더 아파야 한다


사랑이란 그런 것, ‘문득 아름다운 것과 마주쳤을 때/지금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그 사람의 부재를 안타까워하는 것. 맛있는 음식을 먹게 될 때면 그 사람에게도 먹이고 싶어 다음에 꼭 함께 먹어보리라 기억해 두는 것. 가족 간에도 애틋하게 일어나는 이 사랑의 작용이 연애 상대에서 시작해 점점 대상이 넓어지는 시다. 연로하신 부모님이 아직 즐기실 수 있을 때 경치 좋은 곳과 근사한 식당에 자주 모시고 가면 나중에 가슴이 덜 아프리라. 그런데 2연의 ‘그 사람은’ 정말 ‘정말 강하거나/아니면 진짜 외로운 사람’일까? 그렇기 쉽지만 그냥 성격이 그런 사람일 수도 있다.

아들 며느리 딸 사위의 돈을 모아 기어이 미국 여행을 하신 친구 아버지, 다녀오신 날 온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여행 가방을 푸는데 나오는 새 물건마다 당신을 위한 것이었단다. 맨 마지막은 장난감 자동차. 선물을 기대하던 어린 손자가 기쁘게 손을 뻗었지만 그것도 당신 것! 어른들은 애 보기가 민망했단다. 자기 생각만 하는 게 행복한 사람이 있다. 이 성향으로 예술을 하면 아주 유리하다. ‘문득 아름다운 것과 마주쳤을 때’, 그 매혹에 몰두해서 극한까지 갈 수 있을 테다. 그 매혹을 앓을 테다. 그래서 ‘종소리를 더 멀리’ 보낼 수 있을 테다. 이타적인 사람은 마음이 무르기 쉽고, 무른 마음은 초점을 독하게 잡고 있기 어렵다. 하지만 삶은 건강하리라.
 

 

시 제목이 왜 ‘농담’일까? 시인 이문재는 착한 사람이다. 그래서 착한 말씀, 아름다운 말씀을 하시는데 그게 겸연쩍어서 ‘농담’이라고 한 게 아닐까? 시에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농민운동가 전우익 선생의 수필집 제목)라는 만고의 진리를 담는 게 시인의 자의식을 건드린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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