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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라면 초고를 쓰는 고통을 감내할줄을 알아야...
2017년 05월 28일 04시 22분  조회:2457  추천:0  작성자: 죽림

인공지능 시대의 시

김중일

 

 

 

 

인공지능 시대의 창작의 고통과 범위에 대한 개인적 상념

 

 

 

   최근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높다. 알다시피 인공지능 연구는 이 미 상당 기간 지속되어 왔다. 가장 진보된 연구의 성과를 최근 우리 는 국내에서 열린 바둑 대국을 통해 확인했다. 이후 새삼 쏟아진 많 은 전망을 참조해 보자면 범용 인공지능의 개발이 이미 거의 상용화 단계 직전까지 이루어져 있는 듯하다. 인공지능이 가까운 미래에 상 용화 될 경우 지금까지 공동체 속에서 인간이 맡아 왔던 많은 역할 이 재정립될 것이라는 의견에 나도 이견이 없다. 인공지능이 많은 역할을 대체 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이 맡아 해야 하는 새로운 역할 도 생기겠지만 충분치 않을 것이다. 그럼으로 많은 전문가들이 말하 듯, 부의 분배를 중심으로 여러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하겠다. 인공 지능이 ‘할 수 있는 일’과 ‘해야 하는 일’이 세심히 구분되어 남용되지 않도록 법적·제도적 규율이 필요하다. 가령, 인공지능이 시를 쓸 수 있게 되었다고 해서, 굳이 인공지능이 시를 쓰는 것이 문학의 가 치에 보탬이 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렘브란트의 여러 작품을 입력해 분석하고, 딥러닝을 통해 그림의 특징을 학습한 AI가 렘브란트의 화풍을 그대로 재현해 낸 그림이 전 시되고 팔리는 시대에 이미 우리는 살고 있다. 또 일본의 SF작가 호 시 신이치를 기리는 한 문학상 공모에 인공지능을 활용해 쓴 소설이 1차 심사에 통과 했다는 보도도 전해진바 있다. 이렇듯 예술의 범주 에서도 인공지능이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건 가능성 이 아니라 이제 현실인 듯하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이 상용화 된 시 대에서 ‘예술’에 대한 정의와 사회문화적 합의는 어떤 지점에서 이루 어져야 할까. 법적 제도 보다는 사람들 사이의 ‘윤리’와 ‘문화’로서의 상식화 된 보편적인 합의가 자리 잡아야 ‘사람이 창작한 문학’의 가 치가 계속해서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격언을 흔히 쓴다. 물론 이 말은 인공지능이 아닌, 사람을 향해 여태 던져지던 말이다. 이제 이 말을 인공지능에 대입시켜 보자. 예술 영역에서 인공지능 이 인간의 창작물을 모방하는 것에서 시작하더라도, 개체마다 특징 (개성)있는 알고리즘(감성패턴)만 입력된다면 나름의 작품세계를 가진 인공지능 작가가 출연하는 것이 가능할 수 있다. 가령, 매력적인 시 너지가 예상되는 세계적인 여러 문호들의 모든 창작물 정보가 인공 지능에 입력되어 딥러닝(습작) 된다면 어떤 작품이 탄생될지 나 역시 무척 궁금할 정도다.

   이미 인공지능이 인간을 넘어선 바둑의 경우와 문학은 다르다. 인 공지능이 바둑에서처럼 문학에서 특히 시라는 장르에서 인간을 이 기고 넘어 설 수는 없을 것이다. 시는 본질적으로 바둑처럼 승패를 내는 것으로 그 정점을 따질 수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인공지능이 발전한다 해도, 문학성에 있어 인간을 넘어서는 수직적 관계 형성은 불가능할 것이다. 다만 이른바 문화전반의 보편적 합의가 필요하다. 인공지능이 쓴 시가 인간 독자에게 문화로 인정되고 향유되는 지경 에 이른다면, 물리적인 창작량에서 인간은 인공지능에게 비교불가 의 상태로 압도될 것이다. 단 십분 만에 수백 편의 시와 장편소설을 써내는 인공지능을 우리는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문학은 인간을 깊이 이해하려는 시도 자체를 목표로 한다. 이것은 문학의 윤리다. 문학이 인간성을 기반으로, 인간들이 서로 소통하려 는 노력을 담은 언어의 예술적 집적물이라는 점에서, 인공지능이 쓴 시를 읽고 깊은 감동을 받는 경우는 상상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언 젠가 상업적 이유로 인공지능을 통한 SNS시 등이 콘텐츠화 된다면, 인간이 쓴 작품들과 어떻게 혼재되거나 구별되어 향유될지 지켜볼 일이다.

   엔터테인먼트 영역에서의 인공지능의 활약은 클 것으로 예상된 다. 역대 드라마 시청률 및 최근 트렌드 추이를 분석한 드라마 극본, 게임·영화 시나리오 등 이른바 상업적 흥행에 성패의 대부분이 달 린 엔터테인먼트 스토리텔링 영역에서는 인공지능의 능력이 상당 히 유용할 것이다. 문학이든 영화든 예술의 영역에서 벗어나 제작 된 ‘상품’이라면 거부감 없이 사람들에게 소비될 가능성도 높다. 거 대 자본이 유입되는 오락 분야의 스토리텔링은 머지않은 미래에 인 공지능이 상용화되어 역할을 톡톡히 하게 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 보 인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인공지능이 조합하고 출력한 스토리에 동 화되어 울고 웃는 날이 곧 오게 될 것이다. 이미 많은 이들이 온라인 게임 속 세상에 깊이 빠져 있듯 말이다.

   실제 얼굴을 맞대고 있지는 않지만, 마음을 맞대고 사람들의 내면 과 소통하는 것이 문학의 방식이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과 겁 없이 마음을 맞대는 시도가 문학이다. 문학에는 인간으로서의 죽음, 고 통, 상처를 기반으로 하는 인간만의 존재 가치가 있다. 인공지능이 쓴 시와 소설이 상당한 완결성을 보인다 해도 문학작품으로서의 의 미와 가치가 부여되기는 힘들다. 문학 속에 녹아든, 인간이 하는, 인 간으로서의 경험과 기억의 가치를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는 없다. 이 와 같은 ‘문화’와 ‘윤리’의 합의가 공고히 전제된다면, 인공지능을 통 한 고도의 효율성이 구현된 미래는 ‘가치’를 소비하는 시대가 될 것 이다. 그 ‘가치’의 판단은 인간의 몫이며, 그 판단이 다시 ‘가치’의 기 준을 만들 것이다.

   결국 책임의 바통은 인간에게 넘어온다. 먼저 창작자로서의 윤리 를 생각해야 한다. 우리 문학의 유산인「 토지」,「 태백산맥」등의 대 하소설은 원고지에 육필로 쓰여졌다. 보통 생각은 글씨 쓰는 손보다 빠르기 마련이다. 육필로 무한의 상상력을 기록한다는 건 이미 머릿 속에서 무수한 정제가 이루어 진 다음 펜끝을 통해 흘러나왔다는 걸 뜻한다. 그런 방식으로 방대한 분량의 작품을 탄생시킨다는 건 요 즘의 작가로서는 엄두를 내기 힘든 일이다. 이제 누구도 그렇게 쓰 지 않는다. 모두 작은 노트북을 하나씩 가지고 다닌다. 한글워드프 로세서가 사용된 지도 이미 이십년이 넘었다. 아울러 인터넷 사용 이 보편화 되며,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매체의 발달로 손쉬운 정 보 취득이 당연시 되었다. 도서관을 가지 않아도, 특정 장소를 답사 하지 않아도, 백지와 펜을 준비하지 않아도 바로 앉은 자리에서 약 간의 상상력만 첨가된다면 직접 몸으로 겪고 얻은 것과 엇비슷한 정 보를 얻을 수 있다. 이런 기계문명의 발달은, 물론 직접 몸으로 얻은 기억만큼의 가치는 아니지만, 적어도 글 쓰는 사람에게 시간과 공간 의 한계를 극복하게 해주었다.

   이런 상상을 해본다. 미래에 작가들의 노트북에는 하나의 프로그 램이 설치되어 있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 작가는 물론이고 글을 써 야할 일이 있는 모든 이들이 N사 사이트를 통해 손쉽게 다운 받아 사용할 이 프로그램의 이름을 AI writer쯤으로 붙여보자. 가령 미래의 어느 중견 시인은 이 필수 콘텐츠를 다운 받아 자신이 지금까지 쓴 모든 작품 텍스트에서부터 인상 깊었던 여러 분야의 예술 작품 정보에 이르기까지 모두 입력하여 딥러닝으로 ‘학습’시킴으로써 자 신만의 창작도우미로 세팅한다. 그리고 원고 마감 기일이 다가오면, 소재가 될 만한 최근의 정치·사회 이슈와 관심 가는 문화 동향 등 을 추가 입력하여 단 몇초만에 필요한 편수의 ‘초고’를 출력한다. 그 리고 약간의 리라이팅을 겸하는 정도의 퇴고를 통해 손쉽게 신작시 몇 편을 만들어낸다. 이 작품은 누가 쓴 창작물일까? 사람이 쓴 것이 맞다는 문화적 합의가 형성된다면, 창작자가 감내해야하는 ‘창작의 고통과 범위’는 2016년의 상식적 마지노선을 넘어 서는 지경으로 축 소되는 것이다.

   요컨대 문학을 비롯한 모든 예술의 창작 범주가 인공지능을 위시 하는 편리한 문명의 발달로 확연히 줄어들 수 있다고 예측한다. 우 리의 앞 세대 작가들의 경우, 작품을 쓰기 위해 백지 위에 플롯을 짜 고, 작품의 배경이 될 장소를 직접 답사하고 사건을 취재하는 것에 서부터, 원고를 손끝으로 활자화하고 탈고하는 순간까지의 전 과정 이 창작이었다. 반면 어쩌면 다가올 미래에는, 작가의 기 작품들을 학습하여 개성과 감성 패턴을 학습한 인공지능이 출력해 놓은 ‘초고’ 에 최근의 심경 변화를 담아 ‘창의적 퇴고’를 더하는 것 정도가 인간 이 하는 문학 창작의 범주로 간주되는 날이 도래할지도 모른다.

   선배 작가들이 온몸으로 한 문학의 맛을 나는 온전히 경험하지 못 했다. 수단의 발달로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 다고 나는 창작자로서 윤리적으로 자책하고 있는가하면, 그렇지는 않다. 미래에 문학 창작의 전 과정을 돕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등 장한다면, 그 세대의 작가들은 그것을 사용하며 윤리적으로 자책하 거나 선배들에게 열등감을 가질까. 모두가 당연시 사용한다면 나 역 시 같은 조건을 위해 사용하지 않을까. 현재의 내가 인터넷에서 몇 번의 클릭으로 얻은 정보를 내 상상력에 첨가하여 글쓰기에 사용하 듯, 편리한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굳이 사용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를 시나브로 느끼지 못하게 되는 지경에 이르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글 쓰는 사람이라면 초고를 쓰는 고통을 잘 알 것이다. 그리고 초고를 쓰는 고통 속에서 우연처럼 운명처럼 문장에 깃드는 순전한 영 감을 알 것이다. 그 소중한 체험과 가치를 창작자로서 윤리적 자의식없이 인공지능에게 일임하게 될 날이 정말 올지도 모르겠다. 미래의 시인들의 가장 큰 임무는 문학의 가치, 시의 원래 가치, 창작과정 자체의 가치를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상기시키고, 그 불편함의 가치를 독자들에게 전파하는 일이 될지도 모른다.

 

 

 


 

**약력:200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으로『 국경꽃집』,『 아무튼 씨 미안해요』,『 내가 살아갈 사람』이 있음. 본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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