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11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보물 + 뒷간

인공지능 "벤자민" 쓴 각본으로 8분짜리 단편영화 나오다...
2017년 06월 02일 03시 07분  조회:5328  추천:0  작성자: 죽림
 

인공지능 시나리오 작가 "벤자민", 묘한 시인

1

 
 
 

여기저기에서 여러 잡일을 하고 있긴 하지만 내가 진짜 직업이라고 내세우고 있는 건 에스에프(SF) 작가다. 지금은 토성 궤도에서 벌어지는 우주전쟁 이야기를 쓰고 있는 중인데 며칠째 꽉 막혀서 진도가 안 나간다. 어느 방향으로 가야할지도 모르겠고 옳은 길을 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럴 때면 이런 생각이 든다. 이걸 나 대신 해줄 누군가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아니면 무언가가.

로알드 달의 단편소설 하나가 생각난다. 소설가 지망생인 잘 나가는 컴퓨터 엔지니어가 소설을 쓰는 기계를 만들었다. 플롯, 단어, 대사는 모두 데이터베이스에 있고 사람은 의자에 앉아 기기를 조작하며 소설을 만들어낸다. 주인공은 작가들을 한 명씩 포섭해 문학 시장을 독점하기 시작한다.

대부분 에스에프 테크놀로지가 그렇듯, 달이 상상한 기계도 연구 중이다. 이미 썩 그럴싸하게 신문기사를 쓰는 프로그램이 나와있다. 조금 더 발전하면 소설이라고 못 쓸까.

 

얼마 전에 재미있는 시도가 있었다. <한겨레>에도 뉴스가 실렸는데, 8,90년대 에스에프 영화를 읽고 공부한 '벤자민'이라는 이름의 인공지능이 쓴 각본을 바탕으로 <선스프링>이라는 8분 정도 되는 단편영화가 나왔다. 유튜브에서 '선스프링(sunspring)'으로 검색해서 직접 확인해보시라.

영화는 오싹하면서도 친숙하다. 벤자민이 쓴 대사와 지문들은 의식없는 기계가 사람을 흉내내는 티가 역력하다. 의미도 없고 방향은 무작위적이다. 글자로 만들어진 좀비이고 유령인 셈이다. 글 쓰는 인공지능이 튜링 테스트를 통과하려면 조금 더 기다려야 하나 보다.

그런데도 이 작품이 묘하게 친숙하다면 그건 <선스프링>의 시도가 옛날 초현실주의자들의 실험과 닮았기 때문이다. 이런 친숙한 퀄리티를 만들어내는 건 벤자민이 아니라 이 작업에 참여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벤자민의 텍스트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마치 어떤 의미가 있는 것처럼 해석한다. 텍스트는 여전히 죽어있지만 여기에 인간의 의식이 개입되는 것이다. 눈물까지 흘려가며 마지막의 긴 독백을 읊는 배우 엘리자베스 그레이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기분이 참 싱숭생숭해진다.

그리고 벤자민은 형편없는 에스에프 작가이긴 하지만 종종 그럴싸한 시인이기도 하다. 아니, 처음부터 끝까지 그냥 시인이었던 건지도 모른다. 영화 중간에 나오는 노래의 가사는 솔직히 그렇게 이상한 걸 모르겠다. 그보다 말도 안 되는 가사는 지금도 얼마든지 있다. 중간에 나오는 엉뚱한 행동들, 그러니까 입으로 자기 눈알을 뱉어내는 행위 역시 브뉴엘의 무성영화에서 나왔을 법한 구경거리다. <선스프링>이 무성영화였다면 더 사람들을 쉽게 속일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무용이라면 더 손쉬웠을 것이고.

<선스프링>의 작업은 우리의 미래를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 인공지능과 인간의 협업은 피할 수 없는 미래이다. 벤자민은 막 작가로서 첫 걸음을 내디딘 아기지만 우리가 미래에 같이 일하게 될 인공지능은 결국 우리의 이해를 초월할 것이다. 우린 그들에게 절대복종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우리의 인간성을 최대한 반영해야 할 것인가. 조금 미리 생각해보는 것도 나쁠 것 없을 것이다.

* /<한겨레>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3117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1837 [타산지석] - 설마... 설마... 남의 일 아니다... 2018-01-26 0 4054
1836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동물들과 인간은 언제나 친인척... 2018-01-26 0 5111
1835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동북호랑이 풍채 2018-01-26 0 3311
1834 우리 조선민족의 문화유산수집사업은 미룰수없는 사명이다... 2018-01-25 0 3160
1833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강추위 너희들은 괜찮니?"... 2018-01-25 0 5308
1832 [이런저런] - 감옥살이 = 175년 = 감옥살이... 2018-01-25 0 3637
1831 [그것이 알고싶다] - "시간연장 수첩" 2018-01-24 0 3911
1830 [타산지석] - 우리 연변 화룡에도 "온돌공연 연출대"가 있다... 2018-01-24 0 4854
1829 [그것이 알고싶다] - 양귀비가 려지(茹枝)를 즐겨 먹다... 2018-01-24 0 3540
1828 [그것이 알고싶다] - 최초의 아이스크림 제조법?... 2018-01-24 0 3707
1827 [그것이 알고싶다] - "중국 치즈" = 썩두부 2018-01-24 0 3715
1826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세계 최대 규모 야외 공기 청정기 2018-01-24 0 3797
1825 [이런저런] - "바지 벗고 지하철 타기" 2018-01-24 0 4559
1824 [이런저런] - 세계에서 가장 긴 얼음으로 만든 바 테이블 2018-01-24 0 4408
1823 [이런저런] - 참대곰 핀란드로 출국길에 오르다... 2018-01-24 0 5057
1822 [쉼터] - 중국 료녕성 대련에 펭귄새가 없다?... 있다!... 2018-01-24 0 5158
1821 [쉼터] - 중국 길림성 장춘에 참대곰 없다?... 있다!... 2018-01-24 0 4808
1820 [이런저런] - "소시지마을" 2018-01-24 0 3744
1819 [쉼터] - 개야, 황금개야, 우리 함께 놀아보쟈... 2018-01-24 0 5515
1818 [쉼터] - 붉은 물이 흐르는 적수(赤水)를 아시나요... 2018-01-23 0 4770
1817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까치야, 까치야, 우리 함께 놀아보쟈... 2018-01-23 0 5614
1816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버들강아지야, 우리 함께 놀아보쟈... 2018-01-23 0 4347
1815 [쉼터] - 중국 최초 국가삼림공원 = 장가계 2018-01-23 0 4871
1814 통일아, 어서 빨리 "통일잔치한마당" 벌려나보쟈... 2018-01-23 0 4428
1813 "고향의 이미지 우리가 스스로 지켜야"... 2018-01-20 0 4941
1812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다람쥐야, 맘껏 놀아라... 2018-01-20 0 4058
1811 [대련문단] - 중국 조선족 시문단 故 김파시인 기리다... 2018-01-20 0 4074
1810 [쉼터] - 한번 가 보고싶은, 경간 가장 넓은 다리 2018-01-19 0 4212
1809 [이런저런] - 가짜 동전, 남의 일 아니다... 2018-01-19 0 3615
1808 [그것이 알고싶다] - "八一軍旗"?... 2018-01-19 0 3867
1807 [그것이 알고싶다] - 일본군 모자 "천 조각" 용도?... 2018-01-19 0 4465
1806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범아, 범아, 맘껏 뛰여놀아라... 2018-01-10 0 4909
1805 [이런저런] - 그림 그리는 "진도개" 2018-01-10 0 4437
1804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멸종위기종", 남의 일이 아니다... 2018-01-10 0 4827
1803 [쉼터] - 눈사람아, 나와 놀쟈... 2018-01-10 0 3433
1802 록색스포츠평화주의의 물꼬가 확 트이여 통일평화 오기만을... 2018-01-10 0 4858
1801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당연히+개누리+개유리"+제주 도민 2018-01-10 0 4664
1800 [동네방네] - 이색적인 축제 = 필리핀 편 2018-01-10 0 5270
1799 [이런저런] - 주인 묘지 찾은 강아지... 2018-01-10 0 4980
1798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재밋는 자연동물세계... 2018-01-09 0 5365
‹처음  이전 28 29 30 31 32 33 34 35 36 37 38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