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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꽃아, 나와 놀자...
2017년 06월 16일 23시 07분  조회:1865  추천:0  작성자: 죽림

 제비꽃 연정(戀情)

  김기현

 

삭막한 아파트 콘크리트 길

척박한 틈바구니에서

봄 햇살을 가득 머금고

누구를 기다리기

청순하고 가녀린 몸매로

길게 목을 빼고 서있을까?

 

보고픈 임의 눈길을 기다릴까?

그리운 임의 손길을 기다릴까?

아니면

떠나간 임의 소식을 기다릴까?

궁금한 이방인의 발걸음을

가장 낮은 자세로 멈추게 하네.

 

아무려면 어쩌랴

수줍게 웃고 있는 너의 앙증맞은 모습과

은은한 연보랏빛 너의 자태를 바라보며

잠시라도 삶의 시름 떨쳐버리고

어여쁜 너를 닮은 사랑 꽃 하나

가슴속에 살며시 들여야 되겠다.

 

 제비꽃 연정(戀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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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정(戀情) : 남녀가 서로 그리워하며 사랑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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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비꽃의 종류 / 꽃말

나를 사랑해 주세요, 순애, 순진한 사랑, 겸양의 꽃말인 제비꽃

(제비가 돌아올때 핀다고 하여 붙여짐)은 어릴때 오랑캐꽃이러고 불렀다.

제비꽃이란 이름보다는 오랑캐꽃으로 더 많이 불렀었다.

그때는 친구들과 꽃을 따서 뒷쪽에 투구처럼 튀어 나와 있는 꿀주머니를

서로 걸어서 잡아당겨 누구꽃이먼저 떨어지는지 내기를 하며놀았다.

제비꽃의 종류는 참 많다. 보라색으로는 제비꽃, 호제비꽃, 털제비꽃,고깔제비꽃,

왜제비꽃, 자주잎제비꽃, 알록제비꽃, 콩제비꽃, 낙시제비꽃이 있고, 노랑색으로는

노랑제비꽃, 흰색으로는 남산제비꽃, 잔털제비꽃,흰제비꽃, 금강제비꽃,왕제비꽃,

흰젖제비꽃,졸장제비꽃,그리고 제비꽃과 아주 흡사한 종지나물이 있다.

따라서 토질 , 일조량, 고도, 영양상태, 습도, 온도등 주변환경에 따라
형태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구별이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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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 : 2017.4.9. 충북 음성군 음성읍 용산리 
/ 봉학산 산길에서 만난 제비꽃~/ 김기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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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비꽃에 대하여 / 안도현


제비꽃을 알아도 봄은 오고 
제비꽃을 몰라도 봄은 간다 

제비꽃에 대해 알기 위해서 
따로 책을 뒤적여 공부할 필요는 없지 

연인과 들길을 걸을 때 잊지 않는다면 
발견할 수 있을 거야 

그래, 허리를 낮출 줄 아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거야 자줏빛이지 

자줏빛을 톡 한번 건드려봐 
흔들리지? 그건 관심이 있다는 뜻이야 

사랑이란 그런 거야 
사랑이란 그런 거야 

봄은, 
제비꽃을 모르는 사람을 기억하지 않지만

제비꽃을 아는 사람 앞으로는 
그냥 가는 법이 없단다

그 사람 앞에는 
제비꽃 한포기를 피워두고 가거든 

참 이상하지? 
해마다 잊지 않고 피워두고 가거든 


------------------------
안도현 /제비꽃 편지


제비꽃이 하도 예쁘게 피었기에
화분에 담아 한번 키워보려고 했지요
뿌리가 아프지 않게 조심조심 삽으로 떠다가
물도 듬뿍 주고 창틀에 놓았지요
그 가는 허리로 버티기 힘들었을까요
세상이 무거워서요
한 시간이 못 되어 시드는 것이었지요
나는 금세 실망하고 말았지만
가만 생각해보니 그럴 것도 없었어요
시들 때는 시들 줄 알아야 꽃인 것이지요
그래서
좋다
시들어라, 하고 그대로 두었지요



안도현 시집 《그리운 여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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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비꽃
        - 조문경 


    천둥과 비바람으로 벚꽃 졌다
    어제만 해도 눈부심으로 사람들 열광했다
    꽃잎 떨어진

    고개 숙여야


    볼 수 있는 거기
    보랏빛 모으는
    입술,
    제비꽃



    어제는 번개에 깨진 어둔 하늘
    비바람의 살내 모았으리
    오롯한



    모든 발 돋음은
    호흡 가쁘다
    하나의 이상은 떨어졌고
    땅의 명령은 지금, 제비꽃
    도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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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동진- /제비꽃

내가 처음 너를 만났을때 너는 작은 소녀였고 
머리엔 제비꽃 너는 웃으며 내게 말했지 
아주 멀리 새처럼 날으고 싶어 
음 음 음 음 음 음 음 

내가 다시 너를 만났을때 너는 많이 야위었고 
이마엔 땀방울 너는 웃으면 내게 말했지 
아주 작은 일에도 눈물이 나와 
음 음 음 음 음 음 음 

내가 마지막 너를 보았을때 너는 아주 평화롭고 
창너머 먼눈길 넌 웃으며 내게 말했지 
아주 한밤중에도 깨어있고 싶어 
음 음 음 음 음 음 음 

 

+== 제비꽃 == 

좋은 땅 기름진 곳 모두다 버려 두고 
하필이면 자갈길에 뿌리를 내렸구나. 
보랏빛 활짝 타올라 망울망울 피었네. 

마침표 같은 씨앗 주머니에 담아 두고 
바람이 불어오면 아낌없이 나눠주네. 
꽃말도 아름다워라 사랑이라 하더래.


(조말현·교사 시인, 1955-)


+== 제비꽃에 대한 단상 == 

이름도 많구나 
제비꽃, 오랑캐꽃, 병아리 꽃 
그리고 장수 꽃, 외 나물, 씨름 꽃 

때로는 예쁘다 
때로는 오랑캐다 
말, 말, 말 많은 세상 
보일 듯 말 듯 
키가 작아 더욱 가여운 제비꽃아 
세상 사람들 입방아가 싫어 
여기 산밑 길섶, 풀숲에 
숨어서 피었구나 

싫기도 하겠지 
깊은 산중 
올망졸망 
진보랏빛, 네 얼굴 
너의 눈이 눈물로 글썽 하구나 

내 오늘은 너의 마음 아픈 이야기 
한 소절 듣고 가련다.


(최영희·시인) 


+== 제비꽃 == 

울고 싶었구나 
동긋이 핀 눈망울에 초롱초롱 자줏빛 이슬 
너 곧 울겠구나 
내 사랑 잃던 날 
오늘처럼 
야트막한 오름까지 먹장구름 앉았음을 
누가 일러주더냐 
그때 내 안에 내리던 
하염없는 장맛비가 생각나 
너 금방 
왈칵 울고 말겠구나


(양전형·시인, 제주도 출생)


+== 제비꽃 == 

제비꽃이 피었다 

여럿 모여 가족이 되었다 

가만가만 살펴보니 
하늘도 
땅도 
햇볕도 
온통 꽃 웃음 

넘어가는 서쪽 해까지 
꽃 속에 모여있다 

요즘은 나도 
마음을 못 잡는데 놀러나 가볼까 

먹구름도 말간 눈을 뜨고 지나간다


(김귀녀·시인, 1947-)


+== 제비꽃 곁에서 ==

나의 사랑은 들꽃과 같았으면 좋겠다.
자주자주 새로운 아침과 저녁을 맞이하면서 
곱게 지는 법을 아는 풀꽃이었으면 좋겠다. 
긴 사랑의 끝이 오히려 남루할 때가 있나니 
키 낮은 풀꽃 뒤에 숨길 수 없는 큰 몸을 하고

파란 입술의 제비꽃아. 
나는 얼마를 더 부끄러워하면 되겠느냐. 
내 탐욕의 발목을 주저앉히는 바람이 일어 
깊이 허리 눕히는 풀잎 곁에서 
내 쓰러졌다가 허심의 몸으로 일어서야겠다


(김선광·시인)


+== 제비꽃 ==

흰색이나 노란색 옷도
가끔은 입지만

대개는 보라색 옷을
즐겨 입는 너.

몸은 작지만
키도 무척 작지만 

봄의 들판에서 
활짝 웃는 네 모습에

반하지 않을 사람
세상에 하나도 없을 거야. 

여자도 보라색이 
잘 어울리면 미인이라지

수수한 연보랏빛 
옷 하나만 걸치고 있으면

예뻐도 
너무너무 예쁜 너.


(정연복·시인, 1957-)
 
 

 <제비꽃 시 모음> 김윤자의 '제비꽃' 외 
 

 

+== 제비꽃 == 

이른 봄 들녘 끝자리 
행인의 눈에 띌까 
보랏빛 수줍음 물들이어 
가슴 열어 핀 꽃 

꽃병에 꽂혀 본 적 
화단에 심겨 본 적 
없이 
봄꽃이라 불리는 
그 한마디에 
마음 열어 핀 꽃 

꽃송이 작으니 
키라도 컸으면 
줄기 짧으니 
잎이라도 넓었으면 

작음에 
숨어 숨어 참빛 발하는 
보랏빛 겸손


(김윤자·시인, 1953-)


+== 제비꽃반지 == 

송아지 맬 말뚝 박을 
땅 한 평 없던 그집 아이는
보석들이 지천으로 깔린 들에서
까만 사파이어 눈동자로
보라색 제비꽃 루비반지를
곁눈질로 끼워주었다
땟국물 목걸이 건 그 아이 손등엔
이명래고약 시계가 돌고 있었다


(김순진·시인, 1961-)



+== 제비꽃의 노래 == 

그대 길목에 핀 나는 
한 송이 외로운 들꽃이어요 
바람 한 줄기에도 몸을 꺾어 
보랏빛 가녀린 울음을 흩날리지만 
어김없이 돌아와 다시 그 자릴 지키는 
변치 않는 그대 그리움이어요 
날 바라보는 당신의 눈길은 
세월 따라 
그대의 마음 따라 흔들리지만 
보셔요 올해도 이렇게 불 밝혀선 
여린 손길과 수줍은 나의 눈길 
언제라도 다녀가셔요 
힘겨운 그대의 작은 어깨가 
봄 햇살 한 줌 품지 못하고 흔들릴 때도 
아시잖아요 
그대 눈길에 달려와 피었다가 
그대 더운 숨결에 말없이 녹아드는 
나는 한 떨기 제비꽃인 걸요 
변치 않는 당신의 사랑인 걸요


(고증식·교사 시인, 1959-)


+== 제비꽃 ==

해맑은 눈망울, 고운 뺨, 
진보랏빛 스웨터. 
긴 머리 날리며 
포로롱 포로롱 
농협창고 뒷골목으로 사라진 소녀 

성도 이름도 알 수 없었지만 
그 검은 눈그리매 가슴에 박혀 
봄날 오후 행여나 하고 
창고 앞 다리 난간에 앉아 기다리면 
휘파람새만 휘이 휘이익 
살구꽃 환한 하늘로 날아올랐지. 

세월이 아득하게 지난 뒤, 어느 봄날 
무등산 자락 팔각정 오르는 골짜기 
길섶에서 문득 만난 얼굴 
말을 붙일까 망설이다 
물끄러미 바라만보며 지나친 사람 

그날 밤 
인터넷 검색창에 
"진보랏빛 소녀"라고 치자 
예쁜 그 소녀의 사진과 함께 이런 문구가 떴다. 
"경상남도 삼천포시 노산공원 부근에 
살고 있는 제비꽃입니다."


(백수인·시인, 전남 장흥 출생)


+== 제비꽃 머리핀 == 

산자락 묏등에 제비꽃 한 송이 피었는데
누군가 꽂아준 머리꽃핀이어요

죽어서도 머리에 꽃핀을 꽂고 있다니
살아서는 어지간이나 머리핀을 좋아했나 봐요

제비꽃 머리핀이 어울릴만한
이생의 사람 하나를 생각하고 있는데

멀리서 찻물 끓이며 지나는 솔바람이
연두색 신갈나무 새잎을 흔들고 있어요

진달래는 얼굴처럼 붉고
산벚꽃나무가 환하게 등불을 켜고 있어요


(공광규·시인, 1960-)
 

 

<제비꽃 시 모음> 신석종의 '제비꽃' 외 

 제비꽃

좋아요 
보고만 있는데도 
눈물 나려고 합니다 
예뻐서요 

가녀린 여인이 
한복을 입은 것 같은 
그런 청초함이 보여요 
이 작은 꽃에서요 

몇 걸음 위에 
진달래랑 생강나무꽃도 
숨죽인 채 아까부터 
여기만 보고 있어요 

말 한마디 못 하고 
마음에 품고 있나봐요 
연보라 이 꽃을요 
사랑이겠지요 
(신석종·시인, 1958-)


 제비꽃 

내 고향 지새울 
시오리 수로 둑길에 
고개 숙여 수줍게 핀 꽃 
멱감고 오돌오돌 떨던 
순이 입술 같아 
살포시 입 맞추고 싶던 꽃 
(심시인)


 제비꽃·1  
    
그대 떠난 자리에 
나 혼자 남아 
쓸쓸한 날 
제비꽃이 피었습니다 
다른 날보다 더 예쁘게 
피었습니다. 
(나태주·시인, 1945-)


 제비꽃·2 

아직도 나를 기다려 
고개 숙인 철부지 소녀. 
(나태주·시인, 1945-)


 노랑제비꽃

누구의 눈길이 
그리웠을까 

지나던 길 
눈길만 주어도 
여린 꽃잎 
노랗게 
흔들린다 

누구의 얼굴을 
기다렸을까 

지나던 길 
곱다만 하여도 
여린 가슴 
파랗게 
두근거린다 
(목필균·교사 시인)


 제비꽃 
    
네 부드러운 입술 위로 
구름이 지나간다 

구름 속엔 
내 어릴 적 고향마을 
골목이 누워 있고 
나는 또래들과 어울려 
숨바꼭질을 한다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인다 

제비꽃 작은 잎새 위 
구름 떠 있고 
구름 속엔 보랏빛 꿈꾸던 얼굴이 
아직까지 숨어 있다 
(임명자·시인, 경기도 김포 출생)


 제비꽃 
    
이 봄에 
북한산 제비꽃이 없었던들 
나는 누구하고 놀았을까 
아무도 놀자고 하지 않는 이 봄 
그 때문에 날이 갈수록 
사람이 싫어지는 병에 걸렸다 

작은 제비꽃 
이 꽃을 잊으면서 시름시름 앓았다 
새삼 널 찾아온 것은 비인간적이다만 
널 다시 알고부터 나아지는 병 
이 봄에 네가 없었던들 나는 약국에서 
쓰디쓴 알약만 삼켰을 거다 
(이생진·시인, 1929-)


 제비꽃 연가  

나를 받아주십시오 
헤프지 않는 나의 웃음 
아껴 둔 나의 향기 
모두 당신의 것입니다 

당신이 가까이 오셔야 
나는 겨우 고개를 들어 웃을 수 있고 
감추어진 향기도 향기인 것을 압니다 

당신이 가까이 오셔야 
내 작은 가슴속에 
하늘이 출렁일 수 있고 
내가 앉은 이 세상은 
아름다운 집이 됩니다 

담담한 세월을 뜨겁게 안고 사는 나는 
가장 작은 꽃이지만 
가장 큰 기쁨을 키워드리는 
사랑 꽃이 되겠습니다 

당신의 삶을 온통 봄빛으로 채우기 위해 
어둠 밑으로 뿌리내린 나 
비 오는 날에도 노래를 멈추지 않는 
작은 시인이 되겠습니다 
나를 받아 주십시오. 
(이해인·수녀 시인, 1945-)


 제비꽃

끝없이 너른 
봄의 들판에서 나는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눈에 띄지도 않지만

날 좋아하는 사람들은
기어코 나를 찾아낸다.

나를 좋아하니까
나를 정말 보고 싶으니까

연보랏빛 내 작은 몸이
눈에 번쩍 들어오는 거다.

이렇게 나를 아끼고
사랑해주는 이들이 있어 

크고 잘난 다른 
봄꽃들이 하나도 안 부러운 

나는 올 봄도 한철
기쁘게 살다 갈 것이다.

(정연복 1957~)

 

 통째로

 
제비꽃 하나가 피기 위해 
우주가 통째로 필요하다 
지구는 통째로 제비꽃 화분이다.

(반칠환)

 

 제비꽃/구경애  

원래부터 
그러지 않았어

응달이든 
양달이든 
욕심 없이 잘 자랐었지

눈이 펑펑 오던 날이었어
보라색 날개를 활짝 펴
날아 오르려 하고있지 뭐야

깜짝 놀라서 들여다보았어
가냘픈 그 몸으론 역부족이야

아무리 펴봐도 
너의 날개로는 날아 오르지 못 해

온 세상이 하얀 날 
갑자기 그런 생각을 왜 했을까

앉은뱅이 제비꽃은
날지 못함을 아는 줄 알았는데

무모한 욕심은 금물이야
눈송이 아래로 들어갔다가

새 봄이 오면 
다시 나와보시지
약이 쪼끔 오르겠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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