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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송화야, 나와 놀쟈...
2017년 07월 24일 04시 35분  조회:3578  추천:0  작성자: 죽림

+ 채송화에게는 

베란다에서 키우는 작은 채송화
나를 하느님인 줄 안다

비 좀 내려 주세요
바람 좀 불게 해 주세요

가끔 나타나
물조리개로 흠뻑
비도 내려 주고

창을 활짝 열어
시원한 바람도 불게 하는
채송화에게는 내가 하느님이다
(신복순·아동문학가)


+ 채송화 

키 큰 맨드라미가 부럽니 
너는 웃는 모습이 귀엽잖아 
내 마음의 꽃밭 
맨 앞줄에 언제나 세우고 싶은 
요 귀여운 꼬마 아가씨야 
(심낙수·시인)


+ 채송화 별무리 

지극히 낮은 곳으로 
한없이 따뜻한 곳으로 
고요히 한 몸 뉘이고 싶어요. 

별들이 내려와 앉듯 
보석을 흩뿌려 놓은 듯 
빛나는 몸으로 있고 싶어요. 

초가을 따뜻한 햇볕 하나라도 
밤에 내린 고운 이슬 하나라도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고 싶어요. 
(유응교·건축가 시인)


+ 채송화 

키가 작다고 어찌 
미녀가 아니랴 

칠월 펄펄 끓는 땡볕 아래 
충청도 한산 모시 짜는 아가씨처럼 
다소곳이 얼굴 붉히는 꽃 

두 손 펼쳐 하늘을 우러러 
별빛 쏟아지는 캄캄한 밤에도 
파도 철썩이는 해풍을 온몸으로 맞으며 
자줏빛 순정을 키웠거니 

키가 작다고 어찌 
순정이 붉지 않으랴 
(김종원·시인, 1949-)


+ 채송화

땅바닥으로 기어기어 목마른 땡볕 아래 
일어섰다, 채송화 
가로세로 줄지어 선 키 큰 꽃들 사이로 
잔돌 밟고 오래오래 쓰러진 핏줄 손목 잡고 
어울렸다, 땀 젖은 얼굴들 
평생 앉은뱅이꽃으로 피어 
빗물에도 목이 잠기는 설움 달래며 
지렁이처럼 기어기어 살다 묻히는 
숨죽인 꽃인 줄 알았다 
장마에 살 썩어들어도 
하늘 바라보다 눈멀던 할머니인 줄 알았다 
비 갠 뒤 푸른 하늘 이파리흙 툭툭 털며 
목마른 땡볕 아래 서늘한 입술 물고 
채송화, 일어섰다 
(주용일·시인, 1964-) 


+ 채송화 

빨강 노랑 초록 분홍 
핑크빛이 
땅에 앉아서 
넘치지도 좁지도 
뽐내지도 
흘리지도 아니합니다 

혼자서는 
채송화라 하지 않고 
꽃이라 않고 
피지 않고 
어깨동무로 

오시는 길목마다 
님이 됩니다. 
(이민영·시인) 


+ 채송화

갈라진 길바닥 틈새에 
꽃 한 송이 
배시시 웃고 있었다. 

독한 시멘트 길바닥 틈새에 
뿌리를 내리고 
흙바람 속에서 내민 
어여쁜 목숨의 손. 

혹독한 상처를 끌어안고 
진주빛 별을 가슴에 심은 
초록 눈길이 
품속처럼 따사롭다. 

세상을 이기고 
홀로 조용히 빛나는 
너의 웃음꽃 송이가. 
(구명숙·교수 시인)


+ 채송화 

몽당연필처럼 짤막한 이파리에 
송골송골 맺힌 보석함 
피었다 지고, 또 피어도 
세속에 물들지 않는 작은 소녀 

햇살도 모르게 
장독대 틈새 묻어 둔 상념 
침묵으로 지키는 별빛 
별꽃이겠지 

빨강, 노랑, 하얀 꿈꾸며 
휘파람새 유혹하니 
가던 길 멈추고 
꽃잎에 내려앉는 휘파람새 
(소양 김길자·시인)


+ 비안도·민박집 채송화

어디서나 현실은 싱겁고 미래는 속기 쉬운데
이곳 채송화만은 그렇지 않다
태양의 남근을 잡고 발버둥치는
채송화의 입술에 색감이 돌고
파도소리가 언덕을 넘어오다 호박잎에 숨는다
(이생진·시인, 1929-)


+ 채송화

하늘을 우러러보기가 
너무 목이 아픈지 
가느다란 몸뚱이에 
수십 개의 물 돌기를 달고 
무거운 팔 
나지막이 깔아 놓고 

촘촘히 이어진 바람 
억지로 내보내며 
그래도 새어 나가지 못하고 
남은 미아 바람 거두어서 
피워 올린다 

태양의 씨앗을 꽃술에다 담아 
멀미하지 않게 포근히 안고는.
(전병철·시인, 1958-)


+ 채송화·1 

언제나
맨 앞에서 줄을 서야 하는
막내아들 녀석이다.
아이들이 꼬마라고 놀린다며
자주 울고 들어오는
막내야, 어쩌겠니.
너는 너일 뿐이야.
네 마음에 품은 꽃이나
정성껏 피우려무나.
키 작아도 대통령 될 수 있고
키 작아도 박사 될 수 있단다.
마침 화단 맨 앞에 줄지어 서서
뜨거운 여름을 용기 있게 극복한 듯
채송화 꽃들이 활짝
함박웃음 지으며
만개하고 있었다.
(양수창·목사 시인)


+ 채송화 ·2 

큼직한
선인장 화분에서
간신히 몸 비집고
끼어서 사는 이웃이다.
기(氣) 한 번 펴지 못하고
작은 키에 구부정하게 살던 채송화,
어느 날 선인장보다 먼저 꽃을 피우고
비로소 환하게 웃는 그를 보았다.
아침 일찍 꽃들을 살피다가
마냥 신기롭게 바라보는 
아들아, 딸아
너희들은 선인장이 좋으냐.
채송화가 좋으냐.
(양수창·목사 시인)


+ 채송화 

비가 내린다. 
그칠 것 같지 않다. 

비 오는 날, 채송화는 
아우성이다. 

빗물이 어떻게 꽃이 되는지 
보이지는 않지만, 

손녀딸에게 채송화를 
무어라 설명해 줄까. 

생명을, 얘들아 
무어라 설명해 줄까. 

비가 내린다. 
그칠 것 같지 않다. 
(김명배·시인, 1932-)


+ 채송화 

창 밑 햇볕 잘 드는 곳에 
한 줄로 나란히 줄 서서 
도란도란 속살이던 정 

꽃잎 이뻐서 
아이는 고개 숙이고야 말았지 
더 더 고개 숙이고야 말았지 

얼마나 채송화 식구들이 어여쁜지 
앉은뱅이 채송화 명랑함에 
아이는 내내 밝고 밝게 커갈 수 있었던 게야 

혼자서도 
꽃 닮아 어여삐 여기는 마음 되어 
기뻐함과 감사함 배웠으며 
꽃 닮아 작고 작은 것들에 
시선 줄 줄 아는 참된 즐거움 
키워갔던 게야 

이제 
은빛 머리칼 되어서 

그 채송화 도란거리는 정 
그리워 참 그리워 

모든 작은 것들 속에 
꽃으로 피어있는 아기자기함 
다시 발견하는 기쁨으로 살아가게 되누나 
(정윤목·시인)


+ 채송화꽃 그녀 

애끓는 사랑은 
단칸방 신접살이도 
달콤했었지만 

살다보면 사랑은 
세월에 무디어지고 
애증으로 엉킨 정도 
세월만큼 익어갔는데 

노랑꽃 속에 
빨간 꽃 속에 
키 낮은 잎새 속에 
여문 까만 씨앗이 
눈물겹도록 작은데 

어느 날 문득 
폐암말기라는 지아비 
사십도 못되어 떠나간다는데 
모두들 흘러갈 그 길로 
떠나간다는데 

먼지같이 작은 씨알이 
흩어져 흔적도 없이 
그렇게 미운 정까지 
털어내며 

헤어짐도 아름답게 
미소로 보내야 하는데 

아깝다아깝다아깝다 
엎드려 속울음 삼키는 
그녀는 어찌할까 
(목필균·시인)


+ 채송화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일이라면 
나지막하게라도 꽃을 피우겠습니다 
꽃잎을 달고 향기도 풍기겠습니다 
우리 모두가 살아가는 세상에는 
제 이름을 달지 못하는 꽃도 많습니다 
토담 위라도 불만이 있을 리 없지요 
속셈이 있어 빨강 노랑 분홍의 빛깔을 
색색이 내비치는 것은 더욱 아닙니다 
메마르고 시든 일상에서 돌아와 그대 
마음 환하게 열린다면 그만이겠습니다 
몸을 세워 높은 곳에 이르지 못하고 
화려하지 않아도 세상 살아갑니다 
(김윤현·시인, 1955-)

 

채송화의 노래

 

땅에 바싹 붙어사는

나는 땅딸보

 

작은 몸 작은 고개

힘껏 들어 올려보아도

 

난쟁이 신세에서

벗어날 수는 없지.

 

그래도 나는

하나도 슬프지 않아

 

얕디얕은 내 모양

그대로 고맙고 감사할 뿐

 

비바람 몹시 불어

다른 꽃들이 휘청거릴 때도

 

나는 그다지

걱정할 게 없다네.

 

워낙 낮은

나의 자리 나의 존재이니까

 

아무리 거센 바람도

나를 어찌하지는 못하지

( 시인 정연복}

 

 

 

 

 

배준석 시인의

로 읽는 세상이야기 14

 

작아서 큰 곳을 볼 수 있는

낮아서 높은 곳을 그리워하는

조 운,채송화

  

  

 

채송화

 

조  운

 

 

불볕이 호도독호독

내려쬐는 담머리에

 

한올기 채송화

발돋움 하고 서서

 

드높은 하늘을 우러러

빨가장히 피었다.

 

 

 채송화
                              강흐들



고운 옷으로 치장을 하였어도

속에것까지 다 숨길 수는 없어서

더 강렬한 빛의 채송화꽃

그 작은 씨앗으로 

어디 다 내려앉으려고

현미경으로나 보아야 

속 시원할 그 작은 약속으로 

다음 세상을 기약하나 



작아서 유난히도 작아서

살아갈 길 욕심내다

이파리에 물을 잔뜩 담고서는 

유비무한이라네

채송화        조철호

 

조선여자로 태어나
칠남매 낳고 키운 죄

마침내 병을 얻었어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다

오늘도
뒤안에서

혼자 울다
자식들에게 들켜버린

속절없는
그 눈빛

낮게 피어 있던 꽃
엄마

 

 

채송화처럼

ㅡ김효선.

 

 

노을 앞에서

꽃은 입을 닫았다

어디서든 뿌리내릴 수 있다고

큰소리 뻥뻥 치던 막내삼촌

식구 중에서는 제일 못났다고

할아버지께서 입버릇처럼 말했지만

얼큰하게 취한 가로등 아래에서

순하디순한 눈빛은 숨겨지지 않았다

눈에 띄지 않는다고

꽃을 피우지 않는 건 아니라고

마당 한 구석에서 입을 닫았던

채송화가 조근조근 따진다

막내삼촌이 집을 떠나던 날

채송화 꽃씨를 한 주먹 따다

마당 한가운데 쏟아부었다

 

/김효선 시집 『오늘의 연애 내일의 날씨』에서

 

 

꽃 중에서도 가장 작은 키의 채송화, 채송화는 꽃밭에서 맨 앞자리나 가장자리에서 피던 꽃이다. 잡초에 가까운 꽃, 심지 않아도 해마다 마당 틈새마다 돌틈 사이마다 고개 내밀던 생명력 질긴 난쟁이 꽃이다.

화자는 이러한 채송화와 막내삼촌의 패기를 일치시키며 그 연민의 마음을 시로 표현했다.

아무도 눈여겨보거나 고개 숙여 들여다보지 않는 미운 오리새끼 같은,

소외된 오늘날 청년들의 자화상 같기도 하다.

금수저 흙수저라는 말이 유행어가 되어버린 서글픈 현실이다.

청년 실업자와 알바인생으로 하루하루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채송화의 씩씩한 저력을 수혈해 주고픈 시인의 마음이 음미할수록 찡하다.

순하디 순한 청년들의 눈빛이 점점 사납게 충혈되어가는 이 시대에 화자는 채송화 꽃씨 같은 격려의 마음을 한웅큼씩 뿌려주고 싶은 것이 아닐까? 원색적으로 눈에 띄어야만 꽃은 아니다. 비록 키 작고 화려하진 않아도 열심히 저마다 땀 흘리는 채송화 같은 사람들이 있어서 척박해져가는 이 땅에도 희망이 있는 것이리라.

 

 

김효선.

제주 서귀포 대정읍 출신.

2004년 계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 『서른다섯 개의 삐걱거림』 『오늘의 연애 내일의 날씨』.

현 제주대학교. 제주관광대학교 출강.

 

 

 채송화

                                                 김은순
그늘 한 점 없는                                  
낮은 몸, 땡볕 온몸으로 받으며
해맑은 웃음 잃지 않고 손사래 치는
울긋불긋 담 밑 채송화
흠뻑 땀에 절어 그늘만 좇던 
뒤처진 무거운 발목 붙잡는다
한 계절 스치는 더위도 참지 못하고
어쩌지 못해 허둥대며
시원스레 뻥 뚫린 
닿을 수 없는 새파란 하늘만 바라보다 
여기저기 뻐근해진 몸
조심스레 구부려 눈인사 나눈다
조금만 힘주어 붙잡으면 짓무르고마는
여리디 여린 손
서로서로 부여잡고
자그마한 몸 그 낮은 자리에서도 
왕소금 더위, 몸 사리지 않고
화들짝 웃으며 온 시름 더위 달래주는
한 줌 쏘옥 들어올 만큼 작은
더없이 곱디고운 울 엄니 같은

 

 

담 밑에 채송화 (원제 : 가을날)

 
도종환 시
 
딸 아이 손을 잡고 성당에서 오는 길
가을 바람 불어서 눈물납니다
담 밑에 채송화 오손도손 피었는데
함께 부른 노래 한 줄 눈물납니다

 

 이준관님의 시 "내가 채송화 꽃처럼 조그마 했을 때"|

 

내가 채송화 꽃처럼 조그마 했을 때

꽃밭이 내집 이었지.

내가 강아지처럼 가앙가앙 돌아다니기 시작 했을 때

마당이 내집 이었지.

내가 송아지처럼 겅중겅중 뛰어 다녔을 때

푸른 들판이 내집 이었지.

내가 잠자리처럼 은빛 날개를 가졌을 때

파란 하늘이 내집 이었지.

내가 아주 어렸을 때

내집은 많았지.

나를 키워 준 집은 차암 많았지

 

 

(동 시) 안영훈선생님의 채송화씨

 

어디 있지? 어디 있지? 
어디 있지? 어디 있지? 
어디 있지? 어디 있지? 

어디다 숨겼더라? 
어디더라? 어디더라? 

어디지? 
어디지? 

햇빛이 간지러운 봄날 
흙은 온 집안을 
뒤지고 있다.

 

채송화 

시 / 무하 정해각 

폭염이 내려 쬐는 동녘 뜨락에 
솔잎 푸른 치마 총총히 두르고 
빨강 겹조고리, 샛노랑 동정 
곱게 차려입고 
아침에 피였다가 저녁에 시드는
하루살이 채송화야. 

철 따라 피고 지는 우주의 섭리 따라 
너도 마냥 쫓아 순진하게 따랐는가 
누구나 마다하는 삼복 더위 여름철에 
너는 어이해 좋은 계절 다 보내고 
너 홀로 꽃철 이냥 외로이 피였는가.

너는 정직의 상징인가 
그 아니면 못난이의 표상인가
세태를 쫓지 않는 그 우직함이여 
너를 보고 다시 진리를 생각하노라.

채송화

            시/ 강연옥



체구가 작은 만큼
소원도 작아
그래서 행복이
겹쳐 핀 채송화

바람이 불면
날릴까 걱정하며
부르르 떠는 꽃잎에게
괜찮아  괜찮아
다리 쪼그리고 앉아
말을 걸던
조그만 아이

채송화는 올해도
그대로인데
그 아이도 그대로일까

 

 

 

채송화

         시/이 은 협

 

 

 

소나기 지나간 무더운 여름 날

 

비 맞아 종아리 걷어 올린 채송화

노랑 꽃 머리 대견한 아들보고

빨간 살결 내보이도록

어미는 아랫도리 벗으라 한다

 

 

가슴 활짝 열어

꽃피울 땅은 아주 좁은데

햇빛 한 올이 나타나

다른 햇빛 부르러 간 사이

허벅지까지 튀어 오른 흙

툭툭 털어주던

꽃무늬 호랑나비 날개 그림자 안고

낮인데도

마~악 실눈 뜬

천 개의 아기별이 화단에 뜬다.

 

 

채송화 시/김진광



햇빛 쏟아지는 어느집 마당
무리지어 피어난
가지각색의 꽃무더기 
아기의 손가락 같이 도톰하게 자란 
잎들 
그 짙푸른 촉수들

어떤 것 혼자 떨어져 핀 것은 
어찌보면 
볼품이 없기까지해서
꽃이 꽃인지 
잎이 꽃인지 
하도 혼동스러워 멍청해 보이기까지 한
작디 작은 꽃

김치 국물에 둥실 띄워 마시거나
초장에 살짝 무쳐 먹으면 맛있을 것만 같은
마치 시원한 냉국 같은 꽃

나 어릴 적
학교가는 길 
옆집 누나처럼
어느집 마당가에서나 흔하디 흔했던 꽃

절대 꺽지 않았던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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