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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것도 아닌 인생"길에서 미술도 열심히 좋아했던 마광수님
2017년 09월 07일 02시 14분  조회:2168  추천:0  작성자: 죽림
뉴시스

곡절 많은 인생을 스스로 마감한 소설가 마광수의 유작이 재조명되고 있다. 지난 5일 마광수의 자살 소식이 전해진 후 소셜미디어에는 그가 남긴 시를 공유하며 고인의 명복을 비는 게시물이 빠르게 늘었다. 그 중에 많은 네티즌이 공감한 작품은 ‘별 것도 아닌 인생이’였다.

<별것도 아닌 인생이 - 마광수> 

 
별것도 아닌 인생이 
이렇게 힘들 수가 없네 

별것도 아닌 사랑이 
이렇게 사람을 괴롭힐 수가 없네 

별것도 아닌 결혼이 
이렇게 스트레스를 줄 수가 없네 

별것도 아닌 이혼이 
이렇게 복잡할 수가 없네 

별것도 아닌 시가 
이렇게 수다스러울 수가 없네 

별것도 아닌 똥이 
이렇게 안 나올 수가 없네 

‘별것도 아닌 인생이'는 마광수가 1999년 11월부터 2000년 9월까지 문화일보에 연재한 글의 제목이기도 하다. 여주인공 ‘로라'의 주변 인물들이 겪는 일상을 파노라마처럼 구성했다. 이 글을 엮어 2005년 ‘로라'라는 제목으로 2권까지 책이 출간됐고, 이후 원래 제목에 내용을 수정해 2012년 재출간됐다. 


마광수는 1977년 박두진 시인의 추천으로 문단에 데뷔한 후 시, 소설, 에세이, 평론 등 여러 장르를 아우르는 40여권의 저서를 쏟아냈다. 그는 ‘자살자를 위하여’라는 시도 남겼다. 마광수는 자살한 이들을 ‘스스로의 생명을 스스로 책임 맡은 자/ 가장 비겁하지 않은 자/ 가장 양심이 살아 있는 자’라고 표현했다. 그 자신에게도 해당되는 말이 되고 말았다. 

<자살자를 위하여 - 마광수> 

우리는 태어나고 싶어 태어난 것은 아니다 
그러니 죽을 권리라도 있어야 한다 
자살하는 이를 비웃지 말라 
그의 좌절을 비웃지 말라 
참아라 참아라 하지 말라 
이 땅에 태어난 행복, 
열심히 살아야 하는 의무를 말하지 말라 

바람이 부는 것은 바람이 불고 싶기 때문 
우리를 위하여 부는 것은 아니다 
비가 오는 것은 비가 오고 싶기 때문 
우리를 위하여 오는 것은 아니다 
천둥, 벼락이 치는 것은 치고 싶기 때문 
우리를 괴롭히려고 치는 것은 아니다 
바다 속 물고기들이 헤엄치는 것은 헤엄치고 싶기 때문 
우리에게 잡아먹히려고, 
우리의 생명을 연장시키려고 
헤엄치는 것은 아니다 

자살자를 비웃지 말라 
그의 용기 없음을 비웃지 말라 
그는 가장 용기 있는 자 
그는 가장 자비로운 자 
스스로의 생명을 스스로 책임 맡은 자 
가장 비겁하지 않은 자 
가장 양심이 살아 있는 자 


지난 2월부터 운영된 트위터 ‘마광수 봇’ 계정은 그가 타계한 뒤에도 여전히 작가의 말을 전하고 있다. ‘봇'은 로봇의 줄임말로 자동으로 글을 올리게 프로그래밍됐거나 또는 익명으로 운영되는 계정을 말한다. 

6일 오전 ‘마광수 봇’에 올라온 글은 다음과 같다. 

“개인적으로는 미술이 참 좋아. 복잡하고 어려운 문학에 비해 일단 자유로우니까 그냥 내 마음대로 표현해도 아무도 뭐라고 안하고 검열도 없고. 그런 일탈이 오히려 예술이 되는것 같아. 표현의 자유로만 보자면 미술이 훨씬 좋지.” 

/박상은 기자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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