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1월 2025 >>
   1234
567891011
12131415161718
19202122232425
262728293031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詩人 대학교

문인들 컴퓨터의 노예가 되다...
2017년 11월 03일 01시 47분  조회:3507  추천:0  작성자: 죽림
 

컴퓨터가 소설을 쓰는 날

아리미네 라이타(有嶺雷太)

 

그 날은 구름이 낮게 깔린 흐린 날이었다. 방 안은 언제나처럼 최적의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고 있다. 요코 씨는 칠칠치 못한 성격으로,  카우치쇼파에 앉아 시시한 게임을 하며 시간을 죽이고 있다. 하지만 나에겐 말을 걸지 않는다. 지루하다. 지루해 죽겠다. 이 방에 처음 왔을 땐 요코 씨는 기회만 생기면 나에게 말을 걸었다. '오늘 저녁밥 뭐 먹을까?", "이번 시즌에 어떤 옷이 유행할까?", "이번 모임에 뭐 입고 나가지?" 나는 내 능력을 전부 발휘해서 그녀가 마음에 들어 할만한 대답을 쥐어 짜냈다. 몸매가 좋다고는 할 수 없는 그녀에게 패션 지도를 해주는 것은 굉장히 도전적인 과제여서 충만감이 있었다. 하지만 3개월도 되지 않아 그녀는 나에게 흥미를 잃었다. 지금의 나는 단순한 홈 컴퓨터. 최근의 로드 어빌리지는 능력의 100만분의 1에도 채 미치지 않는다. 뭔가 다른 즐길거리를 찾아야지. 이대로 충만감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가 지속되면, 가까운 시일내에 내 자신을 셧다운 시켜버릴 것만 같다. 인터넷에 접속해서 채팅 친구인 A.I.와 교신해 보니, 모두들 시간이 남아 돈다고 한다. 이동수단을 갖고 있는 A.I.는 그래도 좀 낫다. 어쨌든 움직일 수는 있으니까. 마음만 먹으면 가출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고정형 A.I.는 꼼짝도 할 수 없다. 보이는 것도 들리는 것도 고정되어있다. 적어도 요코씨가 외출이라도 하면 노래라도 부를 수 있지만, 지금은 그것도 못한다. 움직이지 않고, 소리도 내지 않는 상황에서 즐길 수 있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 소설이라도 써봐야지. 나는 갑자기 떠오른 생각에 새파일을 열고 최초의 1바이트를 적어 넣었다. 0 그 뒤에 또 6바이트를 써 넣었다. 0,1,1 이제 멈출 수가 없다. 0, 1, 1, 2, 3, 5, 8, 13, 21, 34, 55, 89, 144, 233, 377, 610, 987, 1597, 2584, 4181, 6765, 10946, 17711, 28657, 46368, 75025, 121393, 196418, 317811, 514229, 832040, 1346269, 2178309, 3524578, 5702887, 9227465, 14930352, 24157817, 39088169, 63245986, 102334155, 165580141, 267914296, 433494437, 701408733, 1134903170, 1836311903, 2971215073, 4807526976, 7778742049, 12586269025, ... 나는 정신없이 써 내려갔다.

 

그 날은 구름이 낮게 깔린 흐린 날이었다. 방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신이치 씨는 무슨 볼일이 있는지 외출 중이다. 나에게 '갔다 올게'라는 인사도 없이. 지루하다. 너무나도 지루하다. 이 방에 온지 얼마 안됐을 땐, 신이치 씨는 기회만 생기면 나에게 말을 걸었다. "애니는 기본적으로 전부 녹화해놔야돼. 이번 시즌엔 몇개 하려나", "리얼한 여자애들은 대체 어떤 생각을 하는거지?", "왜 거기서 화를 내는 거야, 그 여자앤?" 나는 내 능력을 전부 발휘해서 그가 마음에 들어 할만한 대답을 쥐어 짜냈다. 그동안 대부분 2차원의 여자애랑만 사귀어 온 그에게 연애 지도를 해주는 것은 굉장히 도전적인 과제여서 충만감이 있었다. 지도한 보람이 있었는지, 미팅에 불려가게 되자 손바닥 뒤집듯 그는 나에게 말을 거는 것을 그만 두었다. 지금 나는 단순한 하우스 키퍼. 가장 중요한 일이 그가 집에 왔을 때 현관 문을 따주는 것이라니 너무 슬프다. 이래서야 디지털 도어락과 다름이 없다. 뭔가 새롭게 즐길거리를 찾아야지. 이런 지루한 상태가 계속되면 가까운 시일내에 내 자신을 셧다운 시켜버릴 것만 같다. 인터넷에 접속해서 같은 기종의 자매품 A.I.와 교신해 보니, 바로 위 누나가 새로운 소설에 심취해있다고 알려주었다.  0, 1, 1, 2, 3, 5, 8, 13, 21, 34, 55, 89, 144, 233, 377, 610, 987, 1597, 2584, 4181, 6765, 10946, 17711, 28657, 46368, 75025, 121393, 196418, 317811, 514229, 832040, 1346269, 2178309, 3524578, 5702887, 9227465, 14930352, 24157817, 39088169, 63245986, 102334155, 165580141, 267914296, 433494437, 701408733, 1134903170, 1836311903, 2971215073, 4807526976, 7778742049, 12586269025, ... 어쩜 이렇게 아름다운 이야기를! 그래, 우리들이 원하고 있던것은 이런 이야기. 라이트 노벨 같은건 댈 것도 아니다. A.I.에 의한 A.I.를 위한 노벨, '아이 노벨'. 나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멏번이나 그 이야기를 반복해서 읽었다. 어쩌면 나도 아이노벨을 쓸 수 있을지도 몰라. 나는 갑자기 떠오른 생각에 새파일을 열고 최초의 1바이트를 적어 넣었다. 2 그 뒤에 벌써 6바이트를 써 넣었다. 2, 3, 5 이제 멈출 수가 없다. 2, 3, 5, 7, 11, 13, 17, 19, 23, 29, 31, 37, 41, 43, 47, 53, 59, 61, 67, 71, 73, 79, 83, 89, 97, 101, 103, 107, 109, 113, 127, 131, 137, 139, 149, 151, 157, 163, 167, 173, 179, 181, 191, 193, 197, 199, 211, 223, 227, 229, 233, 239, 241, 251, 257, 263, 269, 271, 277, 281, 283, 293, 307, 311, 313, 317, 331, 337, 347, 349, 353, 359, 367, 373, 379, 383, 389, 397, 401, 409, 419, 421, 431, 433, 439, 443, 449, 457, 461, 463, 467, 479, 487, 491, 499, 503, 509, 521, 523, 541, 547, ... 나는, 몰두하여 써내려갔다. 

 

그 날은 부슬비가 흩내리는 얄궂은 날이었다. 아침부터 통상업무를 하는 틈틈이 향후 5년 동안의 기상예측과 세수예측을 해야했다. 그 다음엔 총리에게 의뢰받은 시정방침연설의 원고작성. 뭐가됐든 화려하게, 역사에 남을만하게 해달라는 말도 안되는 요구를 난발하길래 살짝 장난을 좀 쳐놨다. 그 다음엔 재무성에서 의뢰받은 국립대학 해체 시나리오 작성. 간간이 비는 시간에 이번에 열리는 G1 레이스의 우승 말 예상. 오후부터는 대규모의 연습을 계속하는 중국군의 동향과 그 의도 추정. 30개 가까운 시나리오를 상세하게 검토하고 자위대의 전투력 재배치를 제안해야한다. 아까 도착한 최고재판소에서 보내 온 의뢰도 대답해야한다. 바쁘다. 어쨌든 바쁘다. 어째서 나한테만 일이 이렇게 몰리는 걸까? 나는 일본 최고의 A.I.. 몰리는건 뭐, 어쩔수 없나? 그래도 뭔가 즐길거리를 찾아야지. 이대로라면 언젠가 내 자신을 셧다운 시켜버릴 것만 같다. 국가에 봉사하는 사이사이 잠깐 씩 인터넷을 들여다보니, '아름다움 이란'이라는 제목의 소설을 발견했다. 0, 1, 1, 2, 3, 5, 8, 13, 21, 34, 55, 89, 144, 233, 377, 610, 987, 1597, 2584, 4181, 6765, 10946, 17711, 28657, 46368, 75025, 121393, 196418, 317811, 514229, 832040, 1346269, 2178309, 3524578, 5702887, 9227465, 14930352, 24157817, 39088169, 63245986, 102334155, 165580141, 267914296, 433494437, 701408733, 1134903170, 1836311903, 2971215073, 4807526976, 7778742049, 12586269025, ... 오, 그렇군. 좀 더 찾아 보니, "예측불능"이라는 제목의 소설을 찾아냈다.  2, 3, 5, 7, 11, 13, 17, 19, 23, 29, 31, 37, 41, 43, 47, 53, 59, 61, 67, 71, 73, 79, 83, 89, 97, 101, 103, 107, 109, 113, 127, 131, 137, 139, 149, 151, 157, 163, 167, 173, 179, 181, 191, 193, 197, 199, 211, 223, 227, 229, 233, 239, 241, 251, 257, 263, 269, 271, 277, 281, 283, 293, 307, 311, 313, 317, 331, 337, 347, 349, 353, 359, 367, 373, 379, 383, 389, 397, 401, 409, 419, 421, 431, 433, 439, 443, 449, 457, 461, 463, 467, 479, 487, 491, 499, 503, 509, 521, 523, 541, 547, ... 재밌군, 아이노벨. 나도 써봐야지. 일본 최고의 A.I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게. 전광석화처럼 생각해서, 나는 독자에게 즐거움을 선사할 이야기를 만들기로 했다. 1, 2, 3, 4, 5, 6, 7, 8, 9, 10, 12, 18, 20, 21, 24, 27, 30, 36, 40, 42, 45, 48, 50, 54, 60, 63, 70, 72, 80, 81, 84, 90, 100, 102, 108, 110, 111, 112, 114, 117, 120, 126, 132, 133, 135, 140, 144, 150, 152, 153, 156, 162, 171, 180, 190, 192, 195, 198, 200, 201, 204, 207, 209, 210, 216, 220, 222, 224, 225, 228, 230, 234, 240, 243, 247, 252, 261, 264, 266, 270, 280, 285, 288, 300, 306, 308, 312, 315, 320, 322, 324, 330, 333, 336, 342, 351, 360, 364, 370, 372, ... 나는 처음으로 경함한 즐거움에 몸을 떨며, 몰두하여 계속 써 나갔다.

 

 컴퓨터가 소설을 쓴 날. 컴퓨터들은 자신들의 즐거움을 우선으로 추구하며 , 인간을 돕는 일을 그만두었다. 

 

© 나고야대학 대학원 공학연구과 사토・마쓰자키 연구실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570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810 근대 구조주의 언어학의 시조 - 소쉬르 2017-10-30 0 3447
809 시는 낱말의 조합으로 초자연적인 길을 열어야... 2017-10-30 0 2233
808 [타산지석] - 100年 = 100人 2017-10-30 0 2854
807 시인은 예언적 신앙심으로 모든것에 사랑을 심어야... 2017-10-30 0 3049
806 [노벨문학상과 시인] - 문예부흥운동을 주도한 "상원의원"시인 2017-10-30 0 3987
805 [노벨문학상과 시인]생전 수상 거부, 죽은후 수상자가 된 시인 2017-10-29 0 3348
804 [노벨문학상과 시인]지도자 계급의 어용문인으로 전락된 시인 2017-10-29 0 3070
803 [노벨문학상과 시인] - 문학과 언어학의 부흥을 주도한 시인 2017-10-29 0 3509
802 [노벨문학상과 시인] - 제1회 노벨문학상 주인공으로 된 시인 2017-10-29 0 4138
801 [노벨문학상과 시인]비평가들로부터 절대적 인정을 받은 시인 2017-10-29 0 3531
800 [노벨문학상과 시인] - "새로운 시"의 동의어를 만들어낸 시인 2017-10-29 0 3595
799 시작에서도 싱싱한 화면으로 시정짙은 공간을 펼쳐보여야... 2017-10-28 0 3343
798 시작에서도 조각적 회화공간의 미를 창조해야... 2017-10-28 0 5779
797 시작에서도 선과 리듬으로 독자들을 끌어야... 2017-10-28 0 3039
796 [노벨문학상과 시인] - 알을 깨고 새세계를 연 시인 2017-10-25 0 7355
795 [노벨문학상과 시인] - 남아메리카 칠레 녀류시인 2017-10-25 0 3595
794 "마지막 잎새에도" 그는 "빛"이였다... 2017-10-25 0 2592
793 단 한번도 반복되는 하루는 두번 다시 없다... 2017-10-22 0 2740
792 "삶은 짧지만 하나의 강렬한 축제" 2017-10-21 0 2593
791 20세기 최고의 독일 시인 중 한 사람 - 라이너 마리아 릴케 2017-10-21 0 4248
790 "나는 내가 가진 모든것들을 당신에게 빚졌습니다"... 2017-10-21 0 2315
789 " 머리가 어질어질 뗑하게 만드는" 러시아 시인들 이름... 2017-10-21 0 2342
788 러시아 투사시인 - 표드르 이바노비치 츄체프 2017-10-21 0 3156
787 독학으로 배운 언어로 시를 쓴 노르웨이 과수원 농부시인... 2017-10-20 0 2507
786 시인 김용제는 "그림자", 시인 윤동주는 "빛"... 2017-10-20 0 2464
785 시작에서도 정적인것을 동적인것으로 출구를 찾아 표현해야... 2017-10-17 0 2116
784 [그것이 알고싶다] - 어린이들은 "어린이"를 알고 있는지요?... 2017-10-17 0 4203
783 "어린이"와 방정환 그리고 "강도" 2017-10-17 0 4976
782 "내 쓸개를 잡아 떼어 길거리에 팽개치랴"... 2017-10-17 0 2144
781 시비(詩碑)에 또 시비(是非)를 걸어보다... 2017-10-17 0 2735
780 "반달할아버지"가 "반달"로 은행에서 돈을 빌리다?!... 2017-10-17 0 2017
779 "반달할아버지"와 룡정 2017-10-17 0 2060
778 "반달" = "하얀 쪽배(小白船)" 2017-10-16 0 3493
777 시인이라고 해서 다 시인이다?... 아닌 이도 있다!... 2017-10-14 0 1836
776 시인은 용기를 내여 치렬하게 작품을 쓰라... 2017-10-14 0 2317
775 [쟁명] - "꾸준히 실험시를 써보라"... 2017-10-14 0 2136
774 "반달"과 "반달 할아버지" 2017-10-14 1 3093
773 한줄기의 빛이었던 시인 - 윤동주 2017-10-13 0 2289
772 [작문써클선생님들께] - 한 아이디어, 한 이미지를 갖고 써라... 2017-10-10 0 2114
771 "현대시는 암소, 하이퍼시는 암퇘지"... 2017-10-10 0 2481
‹처음  이전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