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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기-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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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산지석] - 세치 혀끝과 험담...
2017년 12월 08일 00시 31분  조회:3601  추천:0  작성자: 죽림



말이 험담으로 변하면

                  /장학규

 
 
이맘때가 되면 각 단체마다 송년회요 신년회요 하면서 야단법석이다. 
 
청도는 다른건 몰라도 이 한가지만은 대단하다. 지연, 학연은 물론 연령별, 흥취별, 직업별, 신분별로 여러 단체와 모임이 만들어져있다. 대수 손꼽아보아도 3~40개는 되는거같다. 
 
정부차원의 주선이 없어도 자기들끼리 알아서 잘들 놀고있다. 어쩌면 조선족의 최대 웃점이 이 점이 아닌가 싶다. 나약한거 같으면서도 모름지기 강하고 흩어진양 보이면서도 결집되여있는 이런 모습에서 조선족만의 특유의 기질이랄까 아니면 조선족들의 생존철학이랄까를 보아낼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때는 또 말썽이 참말로 많은 계절이기도 하다. 이 시기엔 누구나 다 입을 열게 된다. 엄마 모임까지 있는 동네이니 특별히 세상과 담을 쌓고 사는 가정주부는 없어보이고 어린이들을 대동하는 단체도 있어 어린이들의 견해 역시 반영되는 양상이다. 
 
사람이 모이면 자연 말이 많아지기 마련이다. 한해를 총화짓다보면 이런저런 부족점이 있게 되고 그것을 꼭 짚고 넘어가야 직성이 풀려하는 사람은 모임마다 있기 마련이다. 
 
임기란것도 대략 이때에 바뀌게 되니 회장단이나 운영진의 인선을 두고 견해차이도 보이게 된다. 그래서 티격태격하는 것은 가히 자연스럽고 정상적이라 해야겠다. 
 
문제는 호사군들이다. 그렇지 않아도 일년내내 여기저기 쏘다니며 말썽을 만들어 즐겼었는데 이때는 진짜 물 만난 고기처럼 제철 한번 잘 만났노라고 야단을 떤다. 남 잘되는건 죽어도 보아주지 못하겠다는 속셈을 아주 그럴듯하게 멋진 포장까지 해가면서 썰어대는 이런 설치류들은 어느 모임에나 한두사람은 꼭 있는거 같다. 얍삽한 꾀를 부리는데는 조조 량반 저리 가라 하는 이런 인간들때문에 단체들마다 바람 잘 날이 거의 없다. 
 
세치 혀끝이라는 성구처럼 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무기가 바로 일명 말이라는 허울을 쓴 “험담”이란 물건이다. 험담은 형체가 없어도 사람을 쉽게 가볍게 죽일수 있는 날카로움이 있다. 험담은 공기와 같은것으로서 도무지 막아낼 방법이 없다. 험담이라는 주사위는 일단 던지면 그물을 쳐서 잡을수 있는것도 아니고 벽을 쌓아서 저지할수 있는것도 아니다. 그리고 사람의 요해를 찌르는 방식도 각각이다. 바로 덮치는가 싶다가도 어느새 에둘러 공격한다. 험담의 공세는 종래로 예약되여 있지도 고정되여 있지도 않다. 수시로 달려들수 있고 어디서나 조준이 가능하다. 
 
대뇌를 거치지 않고 마음 내키는대로 대수롭지 않게 내뱉는 말 한마디도 사람에게 영원히 아물수 없는 아픈 상처를 주는 경우가 있는데 하물며 자로 재듯이 치밀하게 계산하고 바람처럼 달려드는데야 누가 당해낼수 있단 말인가.
 
그래서 험담을 “업”으로 일삼는 사람들이 공포의 대상이 된다. 정력이 딸리고 배포가 부족한 사람이 운수 사납게 입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그런 사람을 만나게 되였다면 되도록 멀리 피해버리는게 상책이다. 괜히 니전투구로 섞여서 리익될게 하나도 없다. 그런 사람들에게 낚시 미끼처럼 어떤 말미를 던져주는것만큼 아둔한 일은 다시 없다. 상대해주지 않으면 모름지기 저절로 문드러지고 떨어져나가게 되여있다. 자꾸 응수를 해주면 문제는 점점 불어나고 모순도 실타래처럼 엉켜 전혀 풀어지지 않는다.
 
심은만큼 거둔다는 말이 있다. 심은것만큼 돌아온다고도 한다. 이 말은 결코 신근한 노력이 풍성한 성과를 거두게 된다는 적극적인 의미로만 쓰이는것이 아니다. 콩 심으면 콩이 나고 팥 심으면 팥이 나오게 되는것이 인간세상이라면 좀 더 형상적이 될지도 모르겠다. 어떤 일을 행했으면 그에 상응한 대가를 지불하게 되는것은 천고불변의 진리란 말이다. 
 
험담이란 양면의 칼과 같다. 자칫 남을 찌른것만큼 자기도 다치게 된다. 상대방에게 치명타를 입혔다고 착각하면서 오버액션에 취해있던 사람도 홀로 남은 공간에서는 덕지덕지 딱지가 앉은 마음을 부여잡고 고통속에서 헤매인다. 결국 자기가 입은 상처가 상대보다 가볍지가 않기 때문이다. 험담을 일삼느라고 허구헌날 아무 일도 이루지 못하고 허송세월한 인생 역시 보답받을 방법이 없다. 
 
어쩌면 말은 씨앗과 같은 존재라고 볼수 있다. 악을 심었으면 원망이 발아되고 미움이 줄기쳐서 증오가 맺혀질수밖에 없다. 거기서 선의 과일이 맺어지기를 기다린다면 참말로 어리석은 사람이다. 
 
그래서 옛 성현들은 사람들에게 입을 합부로 놀리지 말라고 가르쳐왔다. "일 하기전에 사람이 먼저 되고, 마음을 다스리기 전에 먼저 입을 다스려라(做事先做人,修身先修口)"고 인격을 접목시켜 잘 다듬어낸 말은 존귀한 귀부인이나 수양있는 젠틀맨 같이 주위에 기쁨과 행복을 가져다준다. 반대로 외곡을 장착한 험담은 세상을 암담하게 만드는 죄악에 다름 아니다. 
 
글로벌시대에도 농경문화의 악습을 답습한다면 꼴불견이다. 이제부터라도 늦지 않으니 좀 스마트하게 인생을 영위하면 아니 좋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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