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11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詩人 대학교

"빨랫줄을 보면 또 어머니 생각이 납니다"...
2018년 06월 29일 21시 46분  조회:2164  추천:0  작성자: 죽림

<빨래에 관한 시 모음> 

+ 빨래를 하십시오 

우울한 날은 
빨래를 하십시오 
맑은 날이 
소리내며 튕겨울리는 
노래를 들으면 
마음이 밝아진답니다 

애인이 그리운 날은 
빨래를 하십시오 
물 속에 흔들리는 
그의 얼굴이 
자꾸만 웃을 거예요 

기도하기 힘든 날은 
빨래를 하십시오 
몇 차례 빨래를 헹구어내는 
기다림의 순간을 사랑하다 보면 
저절로 기도가 된답니다 

누구를 용서하기 힘든 날은 
빨래를 하십시오 
비누가 부서지며 풍기는 
향기를 맡으며 
마음은 문득 넓어지고 
그래서 행복할 거예요 
(이해인·수녀 시인, 1945-) 


+ 빨래 

오늘도 빨래를 한다. 

옷에 묻은 나의 체온을 
쩔었던 시간들을 흔들어 빤다. 

비누 거품 속으로 
말없이 사라지는 나의 어제여 
물이 되어 일어서는 희디흰 설레임이여 

다시 세례 받고 
햇빛 속에 널리고 싶은 

나의 혼을 꼭 짜서 
헹구어 넌다. 
(이해인·수녀 시인, 1945-) 


+ 빨래 

빨래로 널려야지 
부끄럼 한 점 없는 
나는 빨래로 널려야지 

피 얼룩 
기름때 
숨어살던 눈물 
또 서툰 사랑도 
이젠 다 떨어버려야지 
다시 살아나야지 

밝은 햇볕 아래 
종횡무진 바람 속에 
젖은 몸 다 말리고 
하얀 나래 퍼득여야지 
한 점 부끄러움 없는 
하얀 나래 퍼득여야지 
(김혜숙·시인, 1937-) 


+ 바람 부는 날 

빨랫줄을 보면 
또 어머니 생각이 납니다. 

어릴 적 기저귀가 
거기 널려 있습니다. 

내 맘속에도 바람이 불고 
어머니의 머리칼이 날립니다. 

이렇게 바람 부는 날엔 
빨랫줄의 빨래집게가 젤입니다. 

빨래집게를 보면서 
또다시 어머니가 그립습니다 
(이정우·시인, 1946-) 


+ 빨래 

초록빛 물통 가득 
춤추며 일어나는 비누 거품 속에 
살아있는 나의 때(汚)가 
울며 사라진다. 

나는 참 몰랐었다. 
털어도 털어도 먼지 낀 내 마음 속 
너무 오래 빨지 않아 
곰팡이 피었음을 
살아있는 동안은 
묵은 죄를 씻어내듯 
빨래를 한다. 
어둠을 흔들어 헹구어낸다. 
물통 속에 출렁이는 
하늘자락 끌어올려 
빳빳하게 풀 먹이는 
나의 손이여. 
무지개 빛 거품 속에 
때묻은 날들이 
웃으며 사라진다. 
(작자 미상) 


+ 빨래 

걸려있어야 할 최후의 정당한 
까닭으로 
여기 선상에 놓인 옷감들처럼 
이토록 청명한 빛에 
나도 펴고 털어 말려야할까 

마지막 남은 허위와 위선의 물기까지 
다 빠져나가기를 바라 
나를 널어야할까 

새하얀 속살같은 그 무지한 영혼만 
집게에 남겨지도록 
그리고 나부끼도록 
온종일 어느 창조의 줄에든 걸려있고 싶다 
(윤한영·시인) 


+ 이분법에 대한 일상의 소견 

햇볕에 빨래를 내다 건다 
햇살에 걸린 빨래들, 
너무 오만하게 지쳐 섰던 영혼이 
햇살에 오징어처럼 
타 없어질 때까지 
일광욕중이다 

몸과는 사이가 나쁜 영혼에게 
영혼이라는 말에 갇혀 영영 우울한 영혼에게 
가을 하늘, 햇살에 걸린 빨래들에 섞이어 
제 순수를 잃어버릴까, 
잔뜩 겁먹은 영혼에게 
개살궂은 사내처럼 
간지럼 태우다 

깔깔, 
영혼도 웃다가 배를 움켜쥐고 자지러진다 
웃다가 오줌도 새는 줄 모르고 
눈물이 쏙 빠지고 
혼이 달아난다 
영혼에 영혼의 얼룩이 빠지고 
영혼은 비로소 다른 것들과 구별되지 않고 
평범해졌다, 깨끗해졌다 

햇살 참 좋다, 
(조하혜·시인, 1972-) 


+ 아내의 빨래공식 

아내의 빨래공식은 늘 일정하다 
물높이 중간에 놓고 
세탁 십 분 헹굼 세 번 
탈수 삼 분 후에 다시 헹굼 한 번 

그러나 간혹 공식이 파기될 때가 있다 
남편 잘 둔 친구를 만났다던가 
나의 시선이 그녀를 빗나갔다 싶은 날이면 
아내의 빨래 법칙엔 밟아빨기가 하나 추가된다 

그런 날이면 나는 거실에 앉아 
아내가 세탁실에서 나오기만을 기다린다 
잔소리가 어디서부터 터질 것인지 
마음 졸이며 지켜보다가 
거실을 정리하다가 하지도 않던 걸레질을 한다 

가벼운 마음으로 퇴근하고 온 날에도 
아내가 빨래하는 시간만 되면 늘 긴장한다 
예정된 공식대로 세탁기가 돌아가면 
그제서 오늘의 스포츠 뉴스를 본다 
(이기헌·시인, 1958-) 


+ 빨랫줄에 행복을 널다 

일요일 오후 
외출한 아내가 전화기로 지령을 내린다 
세탁기 멈추었으면 빨래 좀 널어라 
마누라 말 잘 듣는 것이 세상 공덕 중에 으뜸이라고 하니 

달콤한 잠결에 들리던 규칙적인 회전음이 빨래 소리였구나 
빗소리로 들리던 휘파람소리가 헹굼 물 빠짐 소리였구나 
둔탁하게 베란다 창을 두드리던 소리가 탈수 소리였구나 

뚜껑을 열자 
손에 손잡고 씨름하듯이 허리춤을 부여잡은 
식구들이 가장자리로 가지런히 잠을 자고 있다 

그래, 서로의 등을 두드려서 하얗게 빛을 내었구나 
따뜻한 가슴을 풀어서 세제를 녹였구나 
가는 목덜미를 씻겨주며 말끔하게 헹구어 내었구나 

아내의 좁은 어깨를 펴서 빨래줄 중앙에 편안하게 앉히고 
주름진 내 다리통을 반듯하게 펼쳐서 가장자리에 세우고 
매일 식구들 체면을 닦아주던 수건의 네 귀를 꼭 맞추어 
가을 국화꽃 향기를 묻혀서 널어놓고 

소파 깊숙이 몸을 낮추고 올려다보니 
내가 아끼고 사랑하여 왔던 모든 것이 빨랫줄에 있다 
(허진년·시인) 


+ 빨래를 널면서 

우리 집은 가족이래야 
네 명밖에 안 되지만 

이틀이 멀다 하고 
부지런히 세탁기를 돌려야 할만큼 

형형색색의 빨래들이 
하루에도 수북히 쌓인다 

힘든 일은 세탁기가 다하지만 
탈수가 끝난 빨래들을 

탁탁 털어 건조대에 널면서 
문득 부끄러워진다  

나의 속마음을 마지막으로  
세탁한 때가 언제였나 
(정연복, 1957-) 

+ 엮은이: 정연복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570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810 근대 구조주의 언어학의 시조 - 소쉬르 2017-10-30 0 3359
809 시는 낱말의 조합으로 초자연적인 길을 열어야... 2017-10-30 0 2120
808 [타산지석] - 100年 = 100人 2017-10-30 0 2768
807 시인은 예언적 신앙심으로 모든것에 사랑을 심어야... 2017-10-30 0 2950
806 [노벨문학상과 시인] - 문예부흥운동을 주도한 "상원의원"시인 2017-10-30 0 3909
805 [노벨문학상과 시인]생전 수상 거부, 죽은후 수상자가 된 시인 2017-10-29 0 3307
804 [노벨문학상과 시인]지도자 계급의 어용문인으로 전락된 시인 2017-10-29 0 2967
803 [노벨문학상과 시인] - 문학과 언어학의 부흥을 주도한 시인 2017-10-29 0 3427
802 [노벨문학상과 시인] - 제1회 노벨문학상 주인공으로 된 시인 2017-10-29 0 4063
801 [노벨문학상과 시인]비평가들로부터 절대적 인정을 받은 시인 2017-10-29 0 3469
800 [노벨문학상과 시인] - "새로운 시"의 동의어를 만들어낸 시인 2017-10-29 0 3493
799 시작에서도 싱싱한 화면으로 시정짙은 공간을 펼쳐보여야... 2017-10-28 0 3235
798 시작에서도 조각적 회화공간의 미를 창조해야... 2017-10-28 0 5650
797 시작에서도 선과 리듬으로 독자들을 끌어야... 2017-10-28 0 2976
796 [노벨문학상과 시인] - 알을 깨고 새세계를 연 시인 2017-10-25 0 7216
795 [노벨문학상과 시인] - 남아메리카 칠레 녀류시인 2017-10-25 0 3509
794 "마지막 잎새에도" 그는 "빛"이였다... 2017-10-25 0 2536
793 단 한번도 반복되는 하루는 두번 다시 없다... 2017-10-22 0 2689
792 "삶은 짧지만 하나의 강렬한 축제" 2017-10-21 0 2521
791 20세기 최고의 독일 시인 중 한 사람 - 라이너 마리아 릴케 2017-10-21 0 4115
790 "나는 내가 가진 모든것들을 당신에게 빚졌습니다"... 2017-10-21 0 2235
789 " 머리가 어질어질 뗑하게 만드는" 러시아 시인들 이름... 2017-10-21 0 2268
788 러시아 투사시인 - 표드르 이바노비치 츄체프 2017-10-21 0 3073
787 독학으로 배운 언어로 시를 쓴 노르웨이 과수원 농부시인... 2017-10-20 0 2435
786 시인 김용제는 "그림자", 시인 윤동주는 "빛"... 2017-10-20 0 2429
785 시작에서도 정적인것을 동적인것으로 출구를 찾아 표현해야... 2017-10-17 0 2084
784 [그것이 알고싶다] - 어린이들은 "어린이"를 알고 있는지요?... 2017-10-17 0 3994
783 "어린이"와 방정환 그리고 "강도" 2017-10-17 0 4838
782 "내 쓸개를 잡아 떼어 길거리에 팽개치랴"... 2017-10-17 0 2094
781 시비(詩碑)에 또 시비(是非)를 걸어보다... 2017-10-17 0 2648
780 "반달할아버지"가 "반달"로 은행에서 돈을 빌리다?!... 2017-10-17 0 1940
779 "반달할아버지"와 룡정 2017-10-17 0 1981
778 "반달" = "하얀 쪽배(小白船)" 2017-10-16 0 3410
777 시인이라고 해서 다 시인이다?... 아닌 이도 있다!... 2017-10-14 0 1764
776 시인은 용기를 내여 치렬하게 작품을 쓰라... 2017-10-14 0 2282
775 [쟁명] - "꾸준히 실험시를 써보라"... 2017-10-14 0 2017
774 "반달"과 "반달 할아버지" 2017-10-14 1 3003
773 한줄기의 빛이었던 시인 - 윤동주 2017-10-13 0 2246
772 [작문써클선생님들께] - 한 아이디어, 한 이미지를 갖고 써라... 2017-10-10 0 2054
771 "현대시는 암소, 하이퍼시는 암퇘지"... 2017-10-10 0 2423
‹처음  이전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