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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또 작고 약한 동물이 포식자를 피해 먹이를 구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오랜 지구의 역사를 통해 낮과 밤, 사계절 변화에 익숙해진 생물들이 엉뚱한 계절, 엉뚱한 시간에 밝은 빛을 만난다면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광고용 전광판이나 간판·가로등 같은 인공조명은 철새 이동에도 영향을 미친다.
철새들은 달빛이나 별빛을 보고 이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높은 탑이나 고층 건물의 불빛에 이끌려 잘못하면 고층 빌딩에 부딪혀 죽는 일도 벌어진다.
바닷새들이 해안의 서치라이트나 원유 채취선에서 가스를 태우는 불빛 때문에 방향을 잃고 끝없이 맴돌다 지쳐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박쥐는 가로등을 피해 멀고 위험한 길로 돌아다닌다. 가로등 불빛에 노출될 경우 포식자인 맹금류의 공격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엉뚱한 시간에 지저귀는 새들도 생긴다.
도시에 살면서 인공조명에 노출된 유럽개똥지빠귀는 한 달 일찍 성적으로 성숙하는 경향을 보인다.
중앙환경분쟁조정위는 2015년 경기도 군포시의 한 농민이 철도역의 야간조명 등으로 들깨와 콩의 수확량이 각각 85%, 19% 줄어든 것을 인정해 77만원의 배상을 받아야 한다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겨울철 가로수에 장식용 전구를 다량 부착하는 경우도 때로는 문제가 될 수 있다.
야간 조명 전구 근처에서는 열이 발생하지만, 몹시 추운 날씨에서는 상쇄가 된다.
최저기온이 영상으로 올라가는 3월 초순부터는 전나무 잎에 피해를 줄 수 있는 것으로 국립산림과학원은 확인했다.
인체의 대사 활동도 지장을 받는다.
이스라엘 하이파 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야간에 강한 인공 빛이 발생하는 지역에 거주하는 여성은 가로등이 없는 지역에 사는 여성에 비해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37%나 높다.
지난해 12월 이은일 고려대 의과대학 교수는 야간조명에 심하게 노출된 지역에 사는 여성의 경우 유방암 발생률이 24.4% 높다고 주장했다.
밤사이 체내에서 이뤄지는 멜라토닌의 생성을 빛이 억제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2014년 7월 미국 텍사스대학 보건과학센터 연구팀의 발표에 따르면, 야간 인공조명은 여성의 생식능력도 떨어뜨린다.
멜라토닌은 항산화 능력이 있어 활성산소가 일으키는 산화 스트레스로부터 난자를 보호한다.
2016년 서울대병원 정신과 정기영 교수 등도 야간 조명이 환한 곳에 거주하는 사람은 비만에 노출될 위험도가 높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밝은 지역 거주자는 비만율이 55%였지만, 상대적으로 어두운 지역 거주자는 비만율이 40%였다는 것이다.
필요한 곳에만 빛이 가도록 조명의 디자인을 바꾸고, 필요한 만큼만 비추도록 조도를 낮춘다면 곧바로 빛 공해를 막을 수 있고, 에너지 소비도 줄일 수 있다.
행인이 다닐 때만 켜지는 가로등같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적용하면 인공조명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
미국 그린빌딩협의회(USGBC)에서는 이웃 건물·주택에 빛이 침투하는 것에 대해 기준을 정해놓고 있다.
부지 경계선을 지나 3~4.5m 지점에서 측정한 조도(빛의 밝기)가 0.1룩스가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룩스(Lux)는 조도(조명도), 즉 광원(빛)으로부터 일정한 거리에 위치한 지점(표면)에서 측정한 조명의 밝기를 나타내는 단위다.
기호는 lx로 나타낸다.
촛불 1개의 밝기인 1cd(칸델라)의 광원에서 1m 떨어진 표면의 밝기가 1lx다.
보름달이 비칠 때의 조도가 0.3룩스이고 달이 없는 밤의 조도가 0.04룩스인 점을 고려한다면, 빛이 이웃으로 거의 넘어가지 않도록 해야 ‘그린 빌딩’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일본에서는 89년 오카야마 현의 비세이초(町) 지역에서 천문관측 활동을 보호하기 위해 ‘광해(光害)방지조례’를 처음 만든 뒤 각 지역에서 비슷한 조례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98년에는 일본 정부 차원에서 '광공해 대책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10룩스는 방에서 텔레비전을 보는 정도의 밝기이며, 25룩스는 밤에 가로등이 밝히는 도로 바닥의 밝기 정도다.
장식용 조명의 경우는 1~2종 구역에서 5룩스 이하, 3종 구역에서는 15룩스 이하, 4종 구역에서는 25룩스 이하다.
이 법에서는 일정 규모 이상 건물의 조명이나 가로등을 기준보다 밝게 설치하면 최고 300만원의 과태료를 매기도록 하고 있다.
또, 조명환경관리구역 안에 있는 연면적 2000㎡ 또는 5층 이상 건축물의 장식조명, 도로나 공원의 공간조명, 광고조명 등의 밝기가 기준치를 초과하면 적발 횟수와 위반 정도에 따라 5만원부터 최고 3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기준 초과 조명시설에 사용중지나 사용제한 명령이 내려졌는데도 이를 따르지 않는 경우는 1차 250만원, 2차 500만원, 3차 이상 1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지자체 중에서 가장 먼저 조례를 만든 것은 서울시로 지난 2010년 7월 조례를 제정·공포했으며, 2015년 8월 조례가 본격 시행됐다.
관리구역별로 정해진 기준에 맞는 조명시설을 개선해야 하는데, 적용을 5년간 유예했기 때문에 서울시에서도 조명 밝기 기준을 초과한 시설에 대해서도 2020년 8월 이후에나 과태료가 부과된다.
김영수 서울시 도시빛정책과장은 “현재 기준이 적용되기 전까지 실효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는데, 시민들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2010년 9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한 호텔 이용객은 호텔 유리 벽면에 반사된 햇빛 때문에 심한 화상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건물 형태가 오목하게 생긴 탓에 돋보기처럼 태양 빛을 좁은 면적에 집중시켰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2013년 4월 수원지법 성남지원 민사합의4부는 피해 가구당 500만~1000만원의 정신적 손해배상금(위자료)과 129만~653만원의 재산상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N사 측은 항소를 했고, 2016년 1월 서울고법 민사13부는 주민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반사광을 직접 바라보지 않는 일상생활에서는 시각적인 문제가 발생하지 않고, 커튼으로 충분히 차단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취지였다.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에 위치한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 인근 주민들도 2012년 6월 여름철 일몰 직전에 햇살이 초고층 건물에 반사돼 거실로 들어와 눈을 뜰 수 없을 정도 생활에 불편을 겪고 있다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2013년 마련한 법(시행령 제2조)에서 빠진 옥외 체육시설과 주유소 조명, 그리고 일부 광고 조명(허가 대상이 아닌 신고 대상)에 대한 권고기준인 셈이다.
환경부는 체육시설과 주유소의 경우도 인근 주거지에서 측정한 조도가 1~3종 구역 10룩스 이하, 4종 구역 25룩스 이하로 유지할 것을 권고했다.
또, 체육시설의 경우 경계를 기준으로 50m 거리에서는 40룩스 이하, 200m 거리에서는 20룩스 이하를 유지토록 했다.
환경부는 또 교회 십자가 등 종교시설 표지물도 사람들이 광원에 직접 노출되지 않도록 하고, LED(발광다이오드) 모듈을 직접 부착하지 않도록 하는 등 조명방식을 개선하도록 권고했다.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는 것은 빛과 조명에도 통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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