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비행기 안에서는 담배를 피우면 안되죠.
그런데 만약 비행기 조종사가 운항 중 담배를 피운다면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일부 조종사들이 실제로 담배를 피우고 연기를 빼내기 위해 비상 장치까지 이용한다고 합니다.
김지숙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국내 모 항공사에서 6년 넘게 일한 조종사 김 모 씨.
조종석 흡연은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말합니다.
[김○○/A 항공사 기장/음성변조 :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봤어요. (전체 조종사의) 30% 정도는 태우시는 걸로 알고 있어요."]
[김○○/음성변조 : "활주로까지 가는 길이 있어요. '택시웨이(유도로)'라고 하는데요. 그 사이에도 조종실 창문을 열고서는 태우시는 분들도 가끔 계십니다. 창문을 열고 다시 닫았을 때 혹시 안 닫히진 않을까..."]
보잉 737기 조종석을 재현해놓은 공간입니다.
조종석에 불이 났을 때 연기를 빼내는 장치가 있는데요.
일부 기장들은 이 장치를 담배 연기를 빼는 데 쓴다고 합니다.
장치를 잘못 조작하면 객실 기압이 떨어지고 비행기가 급하강할 위험성도 있습니다.
[김○○/A 항공사 기장/음성변조 : "실수할 수 있거든요. 극히 일부라지만 한 번의 비행에서 승객들의 안전이 확보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 거거든요."]
실제로 지난해 7월 중국의 한 항공사 조종사들이 담배를 피우다 이 장치를 건드려 비행기가 급하강한 일도 있었습니다.
직장 익명게시판에는 조종사 흡연 문제를 성토하는 글이 많습니다.
하지만 흡연 시 최대 천만 원의 벌금을 내는 건 승객 뿐이고, 조종사와 객실승무원은 처벌할 규정이 없습니다.
[정○○/B 항공사 승무원/음성변조 : "정말 많이 피우시는 기장님들은 정말 안에 들어가면 뽀얗거든요. (기장님들은) 무소불위예요, 그냥. 손님은 담배 피우면 여권 뺏고 공항에 도착하면 경찰한테 인계하고 막 이러는데 기장님들은 왜 저렇게 해 주나..."]
지난 6년간 기내 흡연으로 적발된 승객은 2천여 명.
조종사에게도 흡연시 자격을 정지하고, 항공사에 과태료를 매기는 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제대로 논의는 안되고 있습니다.
직원들의 증언은 생생한데 정작 국내 여러 항공사들은, 정식 보고된 조종사 흡연은 없었다는 입장만 되풀이했습니다.
KBS 뉴스 김지숙입니다.
김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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