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받은 문인·독자께 사의"
올해 수상자 내지 않기로
저작권 3년 양도 조항 폐지
표제작 금지 조항도 없애기로
작가들 반발 여전…불씨 남아
소설가 이상(李箱·1910~1937) 정신을 계승하고, 동시대 최고 소설가를 격려하고자 1977년 제정돼 올해로 44회째를 맞은 이상문학상 수상자가 올해 호명되지 않게 됐다. 저작권 3년 양도 조항과 표제작 사용 금지 규정을 둘러싸고 논란이 촉발된 이후 이상문학상 논란을 둘러싼 문인과 독자의 사과 요구, 문학사상사 보이콧 해시태그(#) 확산, 기수상 작가인 윤이형 소설가 절필 선언, 독립서점과 일반 독자의 문학사상사 불매운동으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문학사상사가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고, 동시에 수상자를 내지 않기로 결정해서다.
이상문학상을 운영하는 문학사상사는 4일 '제44회 이상문학상 관련 물의에 대한 문학사상의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이상문학상 진행 과정에서 일어난 문제와 그와 관련해 벌어진 모든 상황에 대해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깊은 책임을 느낀다"는 문구로 시작되는 임지현 문학사상사 대표 명의 입장문에는 "이번 사태로 상처와 실망을 드린 모든 분께 먼저 심심한 사의를 표한다. 권위를 되찾고 이상문학상 수상집을 향한 진정 어린 질타와 충고를 기꺼이 수용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입장문에는 기수상 작가와 독자에게 전하는 사과, 불합리한 조항 개정·삭제, 대책위 조직을 포함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등 문구가 실렸다.
눈에 띄는 변화는 대상 수상작 저작권을 문학사상사가 3년간 가져가던 조항을 폐지하고 '출판권'만 1년간 설정하는 형식으로 변경된다는 점이다. 논란을 촉발한 이상문학상 첫 번째 독소조항은 "수상작 소유권을 상을 운영하는 문학사상사가 3년간 가져간다"는 내용의 양도 강요 문구였다. 산고(産苦)의 시간을 거치며 탄생한 작품을 출판사가 독점한다는 사실은 문인과 독자 양측에서 비난을 불렀다. 향후 출판권만 가져가면 문학사상사는 수상작품집을 출간할 수 있는 권한만 가져간다. 임 대표는 "수상자 의견을 수렴해 새로운 계약에 반영할 수 있도록 숙의와 논의 과정을 거칠 것"이라며 "출판권만 1년 설정하는 방식으로 바꾸겠다. 최소한의, 문학상 운영을 감안한 부득이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 독소조항으로 거론됐던 표제작 규제도 수상 1년 후에는 전면 해제된다. 대상 수상작 제목을 작가 개인 소설집 표지 제목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던 조항을 폐지한다는 뜻이다. "수상작 저작권과 관련한 상세 조항을 시대 흐름과 문학 독자 염원, 또 작가 뜻을 존중해 최대한 수정·보완하도록 하겠다"고 임 대표는 밝혔다. 우수상 수상작에는 저작권 양도와 표제작 규제가 적용되지 않을 전망이다.
관심을 끌었던 이상문학상 올해 수상자는 발표되지 않는다. 임 대표는 "오랜 고민 끝에 올해 이상문학상은 발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2019년 한 해 동안 좋은 작품을 선보인 작가와 이상문학상 수상집을 손꼽아 기다리셨을 독자 여러분께 매우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제44회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가는 현재 공개되지 않았으나 막판까지 발표 여부를 두고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문학상 논란이 문학사상사의 이번 입장문으로 일단락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문학사상사의 사과와 해명을 두고 불씨가 여전해서다. 사태 초기 단계에서 문학사상사 측이 "직원 실수"라고 밝힌 부분에 대해 최은영 소설가는 통화에서 "이번 사태에 '직원 실수'가 있었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 이상문학상 운영위원, 정작 책임을 져야 할 이사, 대표와 같은 사람이 끝까지 '직원 실수'를 운운하며 자기 책임을 회피하는 방식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윤이형 작가도 "작가가 작품집 수록을 허락하는 형태가 되어야지 '작품집에서 빼면 상을 주겠다. 받겠느냐, 말겠느냐' 하는 형태는 말이 안 된다. 예전에 받겠다고 한 사람만 준 건지에 대한 해명과 사과도 빠졌다"고 비판했다. 김금희 소설가도 "우수상 수상자의 출판권에 대한 언급이 '의견수렴'으로 뭉뚱그려지는 입장문은 진정성을 의심케 한다. 수상자, 수상후보, 심사대상 어디에도 제 이름이 거론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제 바람이 존중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이라고 생각한다"고 일침을 놨다. 올해 대상 수상자에게 이미 대상 수상이 고지된 상태에서 출판사 귀책사유로 발표하지 않는 점에 대한 비판도 있다. 문학사상사 측의 표제작 사용 제한 규정으로 인해 소설집 출간 당시 다른 제목으로 작품집을 내야 했던 작가들의 상처도 깊다.
[김유태 기자]
올해 수상자 내지 않기로
저작권 3년 양도 조항 폐지
표제작 금지 조항도 없애기로
작가들 반발 여전…불씨 남아
소설가 이상(李箱·1910~1937) 정신을 계승하고, 동시대 최고 소설가를 격려하고자 1977년 제정돼 올해로 44회째를 맞은 이상문학상 수상자가 올해 호명되지 않게 됐다. 저작권 3년 양도 조항과 표제작 사용 금지 규정을 둘러싸고 논란이 촉발된 이후 이상문학상 논란을 둘러싼 문인과 독자의 사과 요구, 문학사상사 보이콧 해시태그(#) 확산, 기수상 작가인 윤이형 소설가 절필 선언, 독립서점과 일반 독자의 문학사상사 불매운동으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문학사상사가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고, 동시에 수상자를 내지 않기로 결정해서다.
이상문학상을 운영하는 문학사상사는 4일 '제44회 이상문학상 관련 물의에 대한 문학사상의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이상문학상 진행 과정에서 일어난 문제와 그와 관련해 벌어진 모든 상황에 대해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깊은 책임을 느낀다"는 문구로 시작되는 임지현 문학사상사 대표 명의 입장문에는 "이번 사태로 상처와 실망을 드린 모든 분께 먼저 심심한 사의를 표한다. 권위를 되찾고 이상문학상 수상집을 향한 진정 어린 질타와 충고를 기꺼이 수용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입장문에는 기수상 작가와 독자에게 전하는 사과, 불합리한 조항 개정·삭제, 대책위 조직을 포함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등 문구가 실렸다.
눈에 띄는 변화는 대상 수상작 저작권을 문학사상사가 3년간 가져가던 조항을 폐지하고 '출판권'만 1년간 설정하는 형식으로 변경된다는 점이다. 논란을 촉발한 이상문학상 첫 번째 독소조항은 "수상작 소유권을 상을 운영하는 문학사상사가 3년간 가져간다"는 내용의 양도 강요 문구였다. 산고(産苦)의 시간을 거치며 탄생한 작품을 출판사가 독점한다는 사실은 문인과 독자 양측에서 비난을 불렀다. 향후 출판권만 가져가면 문학사상사는 수상작품집을 출간할 수 있는 권한만 가져간다. 임 대표는 "수상자 의견을 수렴해 새로운 계약에 반영할 수 있도록 숙의와 논의 과정을 거칠 것"이라며 "출판권만 1년 설정하는 방식으로 바꾸겠다. 최소한의, 문학상 운영을 감안한 부득이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 독소조항으로 거론됐던 표제작 규제도 수상 1년 후에는 전면 해제된다. 대상 수상작 제목을 작가 개인 소설집 표지 제목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던 조항을 폐지한다는 뜻이다. "수상작 저작권과 관련한 상세 조항을 시대 흐름과 문학 독자 염원, 또 작가 뜻을 존중해 최대한 수정·보완하도록 하겠다"고 임 대표는 밝혔다. 우수상 수상작에는 저작권 양도와 표제작 규제가 적용되지 않을 전망이다.
관심을 끌었던 이상문학상 올해 수상자는 발표되지 않는다. 임 대표는 "오랜 고민 끝에 올해 이상문학상은 발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2019년 한 해 동안 좋은 작품을 선보인 작가와 이상문학상 수상집을 손꼽아 기다리셨을 독자 여러분께 매우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제44회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가는 현재 공개되지 않았으나 막판까지 발표 여부를 두고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문학상 논란이 문학사상사의 이번 입장문으로 일단락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문학사상사의 사과와 해명을 두고 불씨가 여전해서다. 사태 초기 단계에서 문학사상사 측이 "직원 실수"라고 밝힌 부분에 대해 최은영 소설가는 통화에서 "이번 사태에 '직원 실수'가 있었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 이상문학상 운영위원, 정작 책임을 져야 할 이사, 대표와 같은 사람이 끝까지 '직원 실수'를 운운하며 자기 책임을 회피하는 방식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윤이형 작가도 "작가가 작품집 수록을 허락하는 형태가 되어야지 '작품집에서 빼면 상을 주겠다. 받겠느냐, 말겠느냐' 하는 형태는 말이 안 된다. 예전에 받겠다고 한 사람만 준 건지에 대한 해명과 사과도 빠졌다"고 비판했다. 김금희 소설가도 "우수상 수상자의 출판권에 대한 언급이 '의견수렴'으로 뭉뚱그려지는 입장문은 진정성을 의심케 한다. 수상자, 수상후보, 심사대상 어디에도 제 이름이 거론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제 바람이 존중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이라고 생각한다"고 일침을 놨다. 올해 대상 수상자에게 이미 대상 수상이 고지된 상태에서 출판사 귀책사유로 발표하지 않는 점에 대한 비판도 있다. 문학사상사 측의 표제작 사용 제한 규정으로 인해 소설집 출간 당시 다른 제목으로 작품집을 내야 했던 작가들의 상처도 깊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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