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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속에서] - 비상사태속에서의 은정...
2020년 03월 28일 20시 16분  조회:3860  추천:0  작성자: 죽림
 
올해 17주년 인천 민들레국수집... 코로나19 여파로 무료 급식 대신 도시락 나눔

[오마이뉴스 이명옥 기자]

 
▲   음식이 든 봉투를 건네는 서영남 대표
ⓒ 서영남

  
2003년 4월 1일 인천 동구 화수동에 문을 연 민들레국수집은 오는 4월 1일이면 17주년을 맞는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토~수 운영, 목·금 휴무) 아무 때나 찾아가도 뷔페식 밥상을 무료로 먹을 수 있는 식당이다.

노숙인들에게 값을 받지 않고 식사를 제공하지만 '무료급식소'라는 간판은 달지 않았다. 여느 식당처럼 노숙인들이 자연스럽게 들어와 원하는 만큼 밥을 먹을 수 있도록 했다. 이따금 필요한 물품 등도 지원한다.
 
민들레국수집은 정부나 지자체, 공공기관, 기업 등의 지원을 전혀 받지 않고 오로지 시민 개인들의 자발적 지원과 봉사활동으로만 운영되는 곳이다. 후원하는 이들 중에는 폐지를 주워 생활하는 어르신, 노점을 운영하는 가난한 이웃도 있다. 팔다 남은 채소를 슬그머니 놓고 가는 동네 상인, 설거지를 돕는 동네 청년 등 많은 이들이 서영남 민들레국수집 대표 및 그의 가족과 함께 기적을 만들어가고 있다.

서영남 대표는 2009년 민들레국수집 인근 허름한 건물에 '민들레희망센터'도 열었다. 식당에서 밥을 먹은 손님들이 빨래와 샤워를 하는 공간이다. 낮잠을 자거나 공부도 할 수 있다. 노숙인들은 오후 5시가 되면 다시 거리로 나가는데, 아프거나 다음 날 새벽에 일하러 간다고 하면 센터에서 찜질방 표를 준다. 매월 두 번은 민들레진료소도 운영한다.

그러나 코로나19 발병 이후 감염 확산의 우려로 식당은 물론이고 희망센터 운영이 어려워졌다. 다중이 모이는 다른 시설들도 문을 닫고 있다. 외출 자제와 사회적 거리두기는 무료급식소나 복지관에서 끼니를 해결하던 노숙인, 독거노인, 탈시설 중증장애인들에게 바이러스만큼 두려운 일이다. 
     
인천에서 확진자가 나왔을 때 민들레국수집도 여느 무료급식소처럼 임시 휴업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주린 배를 채울 길이 없는 노숙인들을 생각하니 무작정 문을 닫는 것만이 최선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   민들레국수집은 무료급식 폐쇄 대신 도시락을 준비해 나눠주고 있다.
ⓒ 서영남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도시락이다. 요즘 민들레국수집은 하루 400개에서 500개의 도시락을 준비해 노숙인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코로나19가 발병하기 이전보다 음식을 준비하는 손길은 더 분주해졌고 도시락을 필요로 하는 손님들은 더 늘어났지만, 경기 침체로 후원 물품이나 도움의 손길이 예전 같지 않은 상황이다. 항상 최대치로 준비하지만 도시락과 물품이 매번 부족하다고 한다.

"요즘 같은 때에 밥 한 그릇을 제대로 먹는다는 것은 노숙하는 사람에게 정말 쉽지 않은 일입니다. 거리에서 쓰레기통을 뒤지는 노숙인 손님도 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필요하지만 그들에게 마냥 배고픔을 참으라 할 수는 없지요. 도시락으로나마 작은 나눔을 계속합니다. 코로나19 때문에 다른 모든 것은 중단하고 겨우 도시락 나눔만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가 무사히 지나가길 기원합니다."  
       
민들레국수집은 4월 중 주변 초등학교가 개학하면 무료 급식을 재개하고 민들레희망센터와 민들레꿈공부방(2008년부터 운영)도 다시 열 예정이다.

* 후원 문의 : 민들레국수집(인천광역시 동구 화도안로 5 / 031-764-8444 / http://www.mindlele.com)
 
서영남 대표가 말하는 민들레국수집

2003년 4월 1일 '민들레국수집'이라는 아주 조그마한 식당을 열었습니다. 가진 돈 삼백만 원을 전부 털었습니다. 사실 가진 것이 별로 없을 때 내어놓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습니다. 
 
조그맣게 식당을 열고 찾아오시는 손님들이 사람 대접을 받으면서 식사할 수 있도록 애썼습니다. 아무리 먹어도 살로 가지 않는 눈칫밥이 되지 않도록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무료급식이라는 표시를 내지 않도록 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보통 음식점처럼 일반요식업으로 등록했습니다.

정부 지원을 받지 않고, 예산 확보를 위한 프로그램 공모에 지원하지 않고, 조직을 만들지 않고, 부자들이 생색내면서 주면 받지 않았습니다. 착한 사람들의 자발적인 나눔과 후원으로 운영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겨우 식탁 하나 놓고 간이 의자 여섯 개를 놓고 국수 여섯 상자를 사 놓고 시작한 것이 바로 민들레국수집입니다.


/오마이뉴스(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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