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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포함한 문학과 예술은 아름다움을 추구합니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이 모두 동일하지는 않습니다. 미술을 예로 들어 볼까요? 어떤 작품은 인체 비례가 조화와 균형을 잘 이뤄서 아름답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반면에 또 다른 작품은 인체가 왜곡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름답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만화에서 사람의 눈을 얼굴의 절반을 차지할 만큼 크게 그려 놓았는데도 아름답게 보였던 것을 여러분도 한 번쯤 경험했을 것입니다. 이 밖에도 슬프고 애잔한 그림을 보며 아름답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우스꽝스러운 그림을 보면서도 아름다움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아름다움에는 다양한 범주가 존재한답니다. 문학과 예술을 공부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아름다움의 범주를 우아미, 숭고미, 비장미, 골계미로 나누어 설명하지요.
우아미는 조화롭고 균형을 잘 갖춘 대상으로부터 느끼는 아름다움입니다. 대개 고전적인 아름다움이라고 보면 됩니다. 우아미의 가장 이상적인 모델은 아름답고 조화로운 자연입니다. 8등신처럼 비례가 잘 갖춰진 인체에서도 우아미를 느낄 수 있지요. 시에서도 우아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이 시에서 시적 화자는 성터를 거닐다 깨진 질그릇 하나를 발견합니다. 그러고는 그것을 고이 닦지요. 그런데 그 깨진 질그릇에 그려진 구름무늬가 “하늘로 피어날 듯 아른”거립니다. 구름무늬가 마치 실제 구름인 것처럼 우아하게 그려져 있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시적 화자는 질그릇에서 느껴지는 아름다움에 동화되어 먼 옛날 할 아버지의 흰 수염이 등불에 비치는 듯한 기분에 사로잡히지요. 시 전체적으로 느껴지는 아름다움의 정체는 질그릇 무늬의 우아함으로부터 생겨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숭고는 현실 세계를 초월한 것을 뜻하는 말입니다. 인간이 아무리 추구해도 도달할 수 없는 높은 경지에서 느끼는 아름다움이 바로 숭고미이지요. 숭고미는 대체로 경건하고 엄숙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 시에서 숭고미를 찾기란 어렵지 않습니다. 초월적 가치를 추구하거나 현실을 벗어나려고 하는 주제의식을 지니고 있는 작품이 모두 숭고미를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지요.
위 시에서 시적 화자는 인간의 현실 세계를 거의 언급하고 있지 않습니다. “뼈에 저리도록 ‘생활’은 슬퍼도 좋다”라는 구절에 현실이 잠시 언급되기는 하지만 시인은 생활에 집착하기보다는 생활을 초월해서 ‘푸른 별’을 바라볼 거라고 다짐하고 있습니다. 구차한 인간 세계의 생활을 초월한 것이지요. 독자들은 이 시를 읽으면서 시인이 추구하는 초월적인 삶에 대해 엄숙함과 경건함을 느낄 것입니다. 이처럼 평범한 인간이 도달하기 어려운 경지를 접할 때 느끼는 미적 정서를 숭고미라고 합니다.
비장미는 현실 세계를 비극적으로 인식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아무리 인간적인 노력을 기울여도 주어진 여건을 극복할 수 없을 때 미적인 감정을 느꼈다면 그것이 바로 비장미입니다. 비극적인 것이 아름답다고 하면 모순적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비극이 아름다운 것은 거부할 수 없는 운명 앞에서도 끝까지 타협하지 않고 저항하는 인간의 모습 자체가 감동적이기 때문입니다.
이 시는 일제 강점기 저항시인이던 이육사가 쓴 작품으로 주어진 운명을 극복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데도 현실에 타협하지 않고 끝까지 저항하려는 몸부림을 북극 툰드라에 피어나는 꽃으로 형상화하고 있습니다.
북극 툰드라는 뭇 생명들이 살아가기가 대단히 어려운 곳입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시적 화자는 꽃이 오히려 빨갛게 피어난다고 표현합니다. “목숨을 꾸며”라는 표현을 감안하면 꽃은 수도 없이 피었다가 다시 져 버리는 운명을 겪었을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꽃에게는 비극적인 결말이 전제되어 있는 것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꽃은 비장하게 계속 피어납니다. 죽음을 예감하면서도 전쟁터로 나아가는 장수처럼 말이지요. 여기서 느껴지는 아름다움이 비장미입니다.
비장미에 비해 골계미는 세상을 긍정적으로 인식하면서 느낄 수 있는 아름다움을 가리킵니다. 대개 풍자나 해학의 수법으로 우스꽝스러운 상황이나 인간상을 그릴 때 이런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지요. 골계미는 대상과 상황이 어울리지 않는 부조화를 근거로 그것으로부터 발생하는 재미와 기묘함 등에서 오는 아름다움을 가리킵니다.
이 시에는 아직 사물을 분명하게 인식하지 못하는 순수한 딸아이와 그것을 깨우쳐 주려는 아빠 사이의 에피소드가 담겨 있습니다. 아마 누구라도 이 작품을 보면 웃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서로의 상황이 부조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지요. 아이의 유년 세계와 아빠의 성인 세계는 서로 소통하기 어려운 부조화를 겪습니다. 물론 그 부조화를 보며 독자들은 재미와 즐거움을 느끼게 되지요. 이처럼 웃음을 유발하는 유머라든가, 풍자, 해학이 들어 있는 아름다움을 우리는 골계미라고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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