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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산지석] - 우리 연변 미술계에도 이런 "현상" 없는지?...
2020년 06월 25일 21시 38분  조회:4022  추천:0  작성자: 죽림

동영상 뉴스

[앵커]
조수에게 아이디어를 주고 그림을 그리게 한 이른바 '대작'으로 재판에 넘겨진 가수 조영남 씨에 대해 사기죄가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미술계 반응은 엇갈립니다.

한국미술협회 측은 법적 분쟁 2라운드를 예고했습니다.

이승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조수 도움으로 완성한 그림을 자신의 이름으로 팔았다가 사기 혐의로 기소된 조영남 씨,

무죄 판결은 한국에도 현대미술이 살아있다는 걸 알린 것이라며 대한민국이 이제부터는 공식적으로 화가 노릇을 하라고 한 느낌이 든다고 밝혔습니다.

국내외 거장들이 조수를 두고 많이 작업하고 있는 요즘, 조영남 씨라고 남달리 비판 받아서는 안된다고 밝혀온 미술계 인사들은 이번 판결이 당연하다는 입장입니다.

[반이정 / 미술 평론가 : 자기 브랜드가 생긴 미술가가 조수를 고용해서 작업을 시키는, 그래서 어떤 부분을 그걸 더 잘하는 사람을 불러서 작업의 완성도를 더 높이는 것은 미술계의 일종의 공식으로 굳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결과에 울분을 드러내는 작가들도 많습니다.

화폭에 자신의 아이디어를 구현하기 위해 수십 년 정진하는 작가들의 노력을 쓸데없는 것으로 만드는 격이라고 말합니다.

[김순지 / 화가 : (대학 입시) 실기시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해요. 내 생각으로 누구한테 시켜서 그 작가가 가져온 게 죄가 되지 않는다면 이렇게 힘들게 피땀 흘리면서 어려운 작업을 누가 하려고 하겠어요? 또 당장 공모전에도….]

한국미술협회는 이번 재판은 사기죄 여부를 물은 것이라며 조영남 씨 작품의 저작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법적인 판단을 다시 한 번 물을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조수의 역할은 그야말로 도움에 그쳐야 하며, 형상화에 깊숙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양성모 / 한국미술협회 이사장 직무대행 : 작가적인 양심에 얼마나 진정성 있게 해나갔느냐가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봅니다. 저작권법에 대한 그 부분은 저희가 다시 제소할 계획입니다.]

미술계에 숱한 논쟁을 낳은 이번 재판의 파장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YTN 이승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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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대작 사건 무죄 판결
本紙 조영남 자택 인터뷰
"유명인에 대한 질투도 한 몫
…논란 억울해도 얻은 것 많아"


25일 서울 청담동 자택에서 만난 조영남이 자신의 그림을 들어보이고 있다. "지난달 공개 변론 당시 대법관에게 보여주기 위해 법정에 가져갔지만 너무 오버하는 것처럼 보일까봐 차마 그러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상혁 기자
“나는 사기꾼이 아니다.”

가수 겸 화가 조영남(75)씨는 ‘그림 대작(代作) 사건’에 휘말렸다가 25일 최종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날 서울 청담동 자택에서 만난 조씨는 “지난달 공개 변론 분위기가 일방적으로 내게 유리해 무죄를 예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4년만의 승소 통보를 받아든 조씨는 본지 인터뷰 도중에도 빗발치는 지인들의 전화를 응대하느라 분주했다.

―큰 풍파를 겪었다.
“사는게 만만치 않다는 걸 절감한다. 이 일로 수모를 치렀지만 언젠가는 내가 그렇게 비도덕적인 사람이 아니라는 걸 사람들이 알아주리라 믿었다. 이번 사건으로 얻은 게 많다. 자연히 친구와 적을 구분할 수 있었고, 시간이 많아져 그림을 열심히 그리게 됐다. 그리고 내 하나 뿐인 딸과의 결속이 단단해졌다.”

조씨는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송모(63)씨 등 화가 2명을 고용해 화투 그림 26점을 그리고, 자기 작품이라고 속인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송씨 등이 거의 대부분을 완성한 그림에 조씨가 가벼운 덧칠과 서명만 한 뒤 전시·판매한 것은 사기 행위에 해당한다는 주장이었다. 대법원은 그러나 미술품 제작에 제3자의 도움이 있었는지 여부가 구매자에게 꼭 필요한 정보로 확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리며 조씨의 손을 들어줬다.

―억울한가?
“억울한 면이 왜 없겠나. 검찰이 나를 사기꾼으로 몰았다. 그렇게 자꾸 내가 사기꾼으로 인식되는게 너무 억울했다. 나도 모르게 한(恨)이 쌓였던 것 같다. 그래도 그간 내가 사회로부터 받은 게 컸으니 그걸로 퉁 쳤다.”

―이 사건에 선입견이 작용했다고 보나?
“그게 거의 전부 아니었을까. 돈 잘 버는 유명 대중가수가 그림까지 그린다니 못마땅했을 것이다. 잘 나가는 사람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은 자연 현상이다. 이건 무죄가 나왔어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거기에 기 죽어서 할 일 못할 필요는 없다. 미술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취미다. 별 볼 일 없던 그림 그리는 가수한테 ‘너 그림 제대로 그려라’고 본격적인 사명감을 줬다. 대한민국 법이 나를 화가로 만들었다.”

대체로 미술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애초에 사법 판단에 기댈 성격이 아니라는 데 의견이 모인다. 저작권 측면에서는 다툼의 여지가 없고, 조수를 쓰는 것도 이미 널리 퍼진 관행이기 때문이다. 특히 열성적으로 조씨의 편에 섰던 평론가 진중권은 “현대미술에서 중요한 것은 아이디어인데, 아이디어는 조영남이 냈고, 시장에 예술적 논리를 관철시킨 것도 조영남이고, 화투 그림을 그리라고 지시한 것도 조영남이고, 마지막으로 작품을 확인하고 사인을 한 것도 조영남”이라며 옹호했다. 하지만 일반 대중의 시각은 싸늘했다. 고가(高價)의 그림값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송씨의 작업 보수가 알려지자 인터넷에는 조씨를 비판하는 게시글이 빗발쳤다.

―일각에선 “조영남은 화가가 아니다”라고 한다.
지난달 공개 변론 당시 검찰 측 증인으로 나온 신제남 화가가 ‘조영남은 캔버스를 액자에 끼운 채로 그림을 손본다’고 뭐라고 하는데, 그건 내 취향이다. 나는 액자도 그림의 일부로 생각한다. 미술에 얽매여야 할 규칙 같은 건 없다. 규칙과 연마가 중요한 음악과 달리, 미술은 거의 100% 자유다. 그게 미술의 매력이다. 내가 좋으면 좋은 거고 싫으면 아닌 거다.”

―법정에선 이겼지만 도덕적 차원의 비판은 여전하다.
“작품 대부분을 조수에게 맡기고 관리·감독이 미진했다고 하는데, 송씨가 우리 집에서 3개월간 같이 살았다. 서로 이미 원하는 걸 다 아는데 관리·감독 할 이유가 어디 있나. 그냥 ‘이대로 똑같이 그려오라’고 하는건데. 돈 문제도 그렇다. 만약 제대로 안줬다면 그가 가만히 있었겠나.”

―이후 송씨와 연락 안했나?
“2018년 2심에서 무죄 판결 나온 날, 전화가 왔다. 다시 같이 일 할 수 없겠느냐고 묻더라. ‘지금은 내가 너 보기 서먹하니 시간을 두고 생각하자’고 말했다. 그게 마지막이다.” 그는 현재 다른 조수를 한 명 두고 있다.

조영남 자택 현관 입구에 놓여 있는 화투 그림. /정상혁 기자
그는 집에 1000점의 그림을 보관하고 있다. “매일 아침 일어나 그림을 그린다”고 했다. 지난 4년간 완성한 그림만 수백점이다. 싸리 바구니 등을 활용해 초가집을 형상화 한 콜라주 작품 등이 방 곳곳에 널려있었다. 이날도 조씨는 시인 이상(1910~1937)에 대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정신병자 소리까지 들었던 사람인데 지금은 누구보다 추종자가 많다. 내 처지에 빗댄 건 아니다.”

―승소하자마자 책도 냈는데.
“법정 싸움을 하면서 사람들이 현대미술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4년 전부터 쓴 책이다.” 현대미술의 계보와 자신의 지향을 담은 책 제목은 ‘이 망할 놈의 현대미술―현대미술에 관한 조영남의 자포자기 100문100답’이다. 그는 이 책에서 실제 똥을 통조림 통에 담아 봉인한 뒤 ‘예술가의 똥’이라 이름 붙인 이탈리아 작가 피에로 만초니를 인용하며 “우리가 얻어야 할 교훈은 모든 예술이 다 아름답지는 않다는 것, 똥조차 훌륭한 예술이라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올해 전시도 여나?
“서울 윤갤러리, 경기도 이천의 한 미술관에서 전시가 예정돼 있다. 앞으로도 화투 그림은 계속 그릴 것이다. 잘 팔리니까. 내 그림은 어렵지 않다. 어떤 화가들은 그림 위에 서명하는 것조차 조심스러워 하지만 나는 아예 그림 위에 제목을 적어버린다. 영어제목, 한글제목, 거기에 낙관까지 찍는다. 나는 말하자면 트로트파(派)다. 누구나 봐도 쉽게 알 수 있고 느낄 수 있으니까. 트로트파가 많아져야 한다고 본다. 사람들이 그림에 조금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

/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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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조영남 ‘그림 대작’ 사건 무죄 선고 / “대한민국 전문가 집단의 민낯을 드러낸 사건… 대법원이 ‘사법자제’ 명확한 표현으로 하나의 판례 세워” / “우리 미술계 이제야 1917년 맞아, 그것도 대법원의 힘으로… 그냥 지나쳐선 안 돼”

가수 조영남(왼쪽)과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연합뉴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가수 조영남씨의 ‘그림 대작’ 사건 ‘무죄’ 선고와 관련해 “이것 때문에 욕 많이 먹었는데 이제 끝났다”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진 전 교수는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같이 적고 “거의 집단린치 수준이었다. 그 분야의 전문가가 얘기하면 좀 들어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라고 씁쓸한 심정을 전했다.

이어 “하긴 이 소동(조영남 사건)에서 몇몇 사람 빼고 수많은 전문가가 엉뚱하게 검찰 편을 들어줬으니”라며 “대한민국 전문가 집단의 민낯을 드러낸 사건이었다”고 했다.

진 전 교수는 “대중이야 몰라서 그런다 쳐도, 그걸 알아야 할 전문가 집단마저 현대미술이 탄생한 지 100년이 넘었건만, 예술에 대한 이해 수준이 19세기 인상주의 시절에 가 있으니. 부끄러운 줄을 알아야지”라고 일갈했다.

그는 또 다른 글에서 “2심 재판부의 판결이 명판결”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진 전 교수는 “사안의 본질을 정확히 꿰뚫고, 검찰의 기소논리를 하나하나 명확하게 반박하고 있다”라며 “대법원 판결이 그저 2심 판결에 손을 들어준 데에 그친 것은 아니다. 주목할 것은 ‘사법 자제’라는 표현이다. 이런 문제는 사법부에서 함부로 개입할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사법 자제’라는 명확한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앞으로 이와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법원에서 하나의 ‘판례’를 세웠다”면서 “대한민국 미술계는 이제야 1917년을 맞았다. 그것도 대법원의 힘으로. 현대미술의 개념적 혁명이 시작된 지 무려 103년 만”이라고 했다.

진 전 교수는 “이 사건,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된다”라면서 “무엇이 대중과 전문가들을 모두 19세기적 예술관념에 빠뜨렸는지, 이 가공할 시대착오의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성찰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진중권 페이스북 갈무리.

조씨는 2011년 9월부터 2015년 1월까지 화가 송모씨 등이 그린 그림에 가벼운 덧칠 작업만 한 작품 21점을 17명에게 팔아 1억5300여만 원을 받은 혐의로 2016년 6월 불구속기소 됐다.

이후 1심 재판부는 조씨의 사기 혐의를 ‘유죄’로 판단,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2018년 8월 열린 항소심에서 재판부는 “(문제가 된 화투 소재) 미술작품은 조씨 고유의 아이디어”라며 조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후 판결 결과에 불복한 검찰이 상고했고,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25일 오전 사기 혐의로 기소된 조씨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이날 재판부는 조씨 사건처럼 미술작품 거래 시 발생하는 다툼은 전문가 의견을 존중하는 ‘사법 자제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판시했다. 

/현화영 기자 
/사진=연합뉴스,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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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가수 겸 작가 조영남(75) 씨의 화투 작품 대작 논란에 대해 대법원이 최종 무죄 판결을 냈다. 2016년부터 약 4년여에 걸쳐 세상을 시끄럽게 한 사건의 소송이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조 씨는 2011~2015년 무명 화가 A씨를 시켜 화투 작품들을 만들었고, 사람들에겐 대작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20여 점을 팔아 1억5000만원을 벌었다. 사기죄에 몰린 조 씨는 소송에서 ‘작가가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조수가 작품을 만드는 건 현대 예술의 관행’이라 항변했다.

법원은 조 씨가 작품을 팔 때 조수의 존재를 알릴 필요가 없다고 봤다. 나아가 작가 스스로 작품을 만드는 행위가 현대 예술에서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예술 작품의 탄생에서 ‘주체의 물리적 행위 여부’는, 최소한 우리나라에선 중요하지 않다고 법적으로 선언된 것이다.

예술의 정의를 뒤흔든 조영남 씨 대작 사건


대작 논란으로 대법원까지 간 조영남 씨의 화투 작품.

조 씨 판결에 대해 세간의 의견이 분분하나, 적어도 대중 일반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요컨대 그림에서 미세한 붓 터치 하나만으로도 결과가 바뀌는데, 물리적 행위를 거의 하지 않은 채 아이디어만 제공한 사람을 작품의 주인으로 봐야 하느냐는 것이다.

다만 조 씨가 감상자들을 ‘기만’했는지와 별개로, 미술계의 입장은 ‘예술이 맞다’는 쪽으로 보는 듯하다. 현대 ‘개념미술’의 탄생 이후 예술 작품에서 중요한 건 그걸 만들게 된 아이디어이며, 이에 조영남 씨를 창작자로 보는 게 타당하다는 것이다.

마르셀 뒤샹의 ‘샘’

개념미술의 아버지 격인 마르셀 뒤샹의 레디메이드 아트 작품 ‘샘’을 예로 들어보자. 물리적 작품을 만든 주체(즉 소변기 공장 제조업자 ‘R.MUTT’)를 작가로 보는 이는 아무도 없다. 중요한 것은 그걸 작품으로 격상시킨 아이디어(뒤샹의 의식)다.

실제로 적지 않은 현대 예술가들은 스스로 작품을 만들지 않고 있다. 조 씨가 재판에서 예로 든 앤디 워홀은 조수를 고용해 작품을 ‘대량생산’했다. 물론 워홀의 경우 작품 생산방식 그 자체가 창작 철학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조 씨 사례와 다르게 봐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데미안 허스트

무라카미 다카시의 애니메이션 작품 창작 과정에선 조수 35명이 투입된다. 심지어 데미안 허스트는 뉴욕 가고시안 갤러리에서 열린 전시 오프닝에서 “여기 전시된 그림 중 내가 그린 건 단 한 점도 없다”고 말했을 정도다. 창작에서의 필요성 여부와 별개로, 이제 현대미술에서 조수를 기용하는 건 일반적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미술평론가 진중권 씨는 그의 페이스북에 “(조영남 씨에 대한 비판은) 거의 집단 린치수준이었다”라며 “대중이야 몰라서 그런다 쳐도, 그걸 알아야 할 전문가 집단마저 현대미술이 탄생한 지 100년이 넘었건만 예술에 대한 이해 수준이 19세기 인상주의 시절에 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논란의 요지는 결국 현대 예술에 대한 정의가 불분명함으로 귀결된다. 19세기 낭만주의 사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예술과 미학 개념의 잣대가 현대 예술을 해석하는 데 맞지 않음에도 통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조영남 씨 대작 논란은 이 같은 문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인공지능이 만든 작품은 예술일까


현대 예술을 어떻게 정의하느냐가 중요한 이유는 인공지능(AI)이 만든 작품을 둘러싼 논란에서도 나타난다.

넥스트 렘브란트는 마이크로소프트와 네덜란드 연구진이 함께 만들었다. 딥러닝을 통해 렘브란트의 작품 346점을 분석했는데, 3D 기술을 통해 심지어 질감과 붓 터치까지 따라 했다. 심지어 미술 전문가들조차 진위를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정교하다.

‘넥스트 렘브란트’는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질감과 붓터치까지 비슷한 렘브란트 풍 작품을 만들었다.

럿거스 대학에서 만든 ‘AICAN’은 예술 작품의 ‘새로움’이란 측면을 충족하면서도 기존 예술의 평가 범주에도 머무르도록 학습됐다. AICAN은 인공지능의 지적 능력을 평가하는 튜링 테스트를 통과했고, 오히려 사람의 창작물보다 더 좋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조영남 씨가 물리적 행위 없이 작품을 만들었듯, 인공지능 작가들도 별도의 물리적 행위 없이 창작한다. 인공지능에 대해 대중은 보통 주체적으로 활동하는 ‘로봇’을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사실 인공지능은 소프트웨어다. 물리적 작품을 만드는 건 그걸 이어받는 프린터 등의 출력장치다. 이 같은 점에서 현대 개념미술과 인공지능 창작은 비슷하다.

다만 전문가들은 현대 예술의 관점에서도 대체적으로 인공지능이 만든 작품을 오늘날의 창작 범주로 보기 어렵다고 말한다. 인간의 창작 활동은 ‘의식’의 결과지만, 인공지능은 그 자체로 지각이나 의식이 없이 작품을 만들기 때문이다.

물리학과 철학을 함께 수학한 이상욱 한양대 철학과 교수는 인공지능의 핵심적 특징으로 ‘지각 없는 수행’을 꼽는다. 작품의 완성도와 별개로 인공지능은 창작과정에서 의식적 경험을 하지 않으며, 현존하는 인공지능의 창작에는 인간이나 다른 인과적 대상과 결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의 시대, 인간을 다시 묻다>를 쓴 김재인 경희대 교수는 ‘에이전트(주체)’를 강조한다. 인간의 경우 창작 활동에서 그 스스로 주체가 돼 판단하는 반면 인공지능은 수행 기준이 주체 바깥에 있어 고유 의지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김 교수는 인공지능 작가를 창작의 ‘유용한 도구’로 본다.

김 교수는 “(인공지능 작품을) 예술 작품으로 취급은 가능하나 창작은 아니라는 게 제 입장이며, 이는 인공지능이 무작위적 결과물을 내놓기 때문”이라며 “미적 가치 평가가 없이 평가 기준이 밖에 있기 때문으로, 평가작업을 못 한다는 점에서 창작 주체가 아닌 도구이자 획기적 매체로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인공지능 창작의 탄생, 예술 개념을 바꾼다


로봇 경감 ‘게지히트’는 특정 사건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고도화된, 감정을 가진 로봇의 존재를 알게 된다. ‘로봇은 인간을 상해하거나 죽일 수 없다’는 로봇법 13조를 어기고 인간을 멸망시키려는 로봇들. 이 시도를 막는 게지히트는 수사 과정에서 소중한 존재를 잃고 눈물을 흘리며, 자신도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지각한다.

데쓰카 오사무의 원작 만화 <철환 아톰>을 리메이크한 우라사와 나오키의 만화 <플루토> 속 이야기다. <플루토>에선 로봇이 보편화 된 세계에서 지각과 감정을 가지는 로봇들이 등장한다. 전투 로봇 ‘노스 2호’는 피아노를 치며 스스로 음악 창작을 시도하기도 한다.

우라사와 나오키 작 <플루토> 속 로봇 경감 ‘게지히트’

다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세상이 오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 본다. 현생 인류의 두뇌 속 의식이 어떤 물질적 인과 작용을 거치는지도 잘 모르는 상황에서, 인공지능에 이를 심는 건 그 방법조차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인공신경망이 갖는 결함도 문제다. 요컨대 고도의 수학적 계산을 순식간에 처리하는 인공지능도 인간이라면 당연히 할 수 있는 걷기나 장애물 피하기를 잘 해내지 못한다. 이미지 판독 인공지능은 때때로 토끼를 고양이라 하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한다. 바둑 기사 이세돌과 구글 알파고 간 대국에서 역사적 ‘78수’ 이후 알파고가 저지른 터무니 없는 실수도 그러하다.

이에 대해 이상욱 한양대 교수는 ‘이해하기 어려운 실패’를 인공지능의 특징 중 하나로 정의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고도의 인공지각망을 개발하는 데 엄청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 강조했다.

인공지능 작가 ‘이메진AI’와 협업한 ‘Commune with...’을 만든 두민 작가는 “인공지능이 사람과 같은 자율적 사고와 물리적 움직임이 있어 창작한다면 창작자로 봐야겠지만, 인간과 정말 같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인공지능도 지금은 하나의 새로운 기술이고 결국 예술가는 이 기술을 이용한 새로운 미술사조나 미술 장르를 만들어 낼 거라 확신한다”라고 말했다.

두민(오른쪽 상단) 작가는 펄스나인 사의 인공지능작가 ‘이메진AI’와 협업해  ‘Commune with…’을 만들었다.

만약 인공지능이 인간의 사고 수준에 범접해 작품을 만든다면 창작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 경우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이나 소유권 문제도 생길 수 있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 작품에 대해 저작권을 알고리즘 개발자나 이용자, 혹은 인공지능 그 자체 중 누구에게 줘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 등이 그것이다.

학계에서도 인공지능 작품을 두고 다양한 논의가 나온다. 지난 26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유네스코 문화다양성 협약 전문가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자 8명은 인공지능의 창작에 대해 법적, 문화적, 예술적 관점에서 열띤 논쟁을 벌였다.

이날 토론회 좌장을 맡은 한경구 서울대 교수는 “우리가 21세기에 살고 있는데 예술의 기준을 19세기에 둘 필요는 없을 것”이라며 “20세기 들어 기술 발전과 함께 성찰과 반성 고민을 거쳐 업데이트된 개념을 갖고 예술에 대해 이야기해야 앞으로 진보된 논의를 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이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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