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열린 월드컵 축구 예선 경기에서 군부 쿠데타 저항의 의미로 ‘세 손가락 경례’를 한 미얀마 축구 국가 대표팀 선수가 출국 전 극적으로 귀국행 비행기 탑승을 모면했다. 그가 조력자들과 기획한 약 26시간 3차례에 걸친 탈출 작전은 수포로 돌아가기 직전 성공했다. 이후 그는 일본 정부에 난민 지위를 신청할 계획이다.
17일 아사히신문은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경기에 참가하기 위해 일본에 머물고 있던 미얀마 대표팀 골키퍼 피리앤 아웅(27) 선수가 전날 밤 귀국 비행기에 오르기 전 오사카 간사이(關西) 국제공항에서 일본 정부에 보호를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그는 지난달 28일 일본 지바현에서 열린 일본과의 경기에서 국가 제창 때, 지난 2월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군부에 항의 차원에서 세 손가락 경례를 했다. 이 경례는 미 할리우드 영화 ‘헝거 게임’에서 독재에 맞서는 주인공 등이 저항의 상징으로 하는 동작이다. 미얀마 현지 시위 현장에서도 시민들은 이 동작을 하며 반대 투쟁을 이어갔다. 그의 경례 장면은 중계 화면에 잡혔고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급속히 퍼져나갔다.
이대로 귀국하면 그의 목숨이 위험한 상황이었다. 이때 오사카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미얀마인이 피리앤 아웅를 돕겠다고 나섰다. 그 역시 1988년 미얀마 민주화 운동에 가담했다가 일본에 망명한 난민 신분으로 피리앤 아웅의 처지를 십분 이해하고 있었다.
이들은 화상 통화 등 수단으로 은밀히 연락을 주고 받은 끝에 1차 탈출 작전을 세웠다. 15일 미얀마-타지키스탄 경기 후 선수 숙소에서의 저녁 식사 동안 빈틈을 노려 탈출하는 계획이었다. 피리앤 아웅은 이날 오후 10시15분쯤 동료들과 숙소로 돌아와 저녁을 먹는 도중 작전대로 몰래 자리를 빠져나와 주차장으로 향했다. 그곳엔 그를 데리러 온 조력자의 차량이 있었다. 그러나 그를 호시탐탐 감시하던 대표팀 스태프가 그를 제지했고 1차 작전은 수포로 돌아갔다.
2차 작전은 새로운 조력자가 가담한 후 세워졌다. 16일 오전 1시 난민법 전문 변호사인 소라노 요시히로가 피리앤 아웅에게 연락을 취해 새로운 탈출 작전을 짰다. 우선 소라노 변호사는 피리앤 아웅의 발을 묶는 대표팀 스태프를 오사카 경찰 본부에 감금 혐의 등으로 고발 조치했다. 이후 오후 7시 피리앤 아웅은 다시 한번 저녁 식사 중 숙소를 빠져나오려고 했으나 또 실패했다.
16일 오후 8시 그는 결국 동료들과 버스를 타고 오사카 간사이 국제공항으로 갔다. 오후 9시20분 이들은 국제선 출국장에 들어갔다. 모든 것이 끝난 듯한 순간, 피리앤 아웅만 일본 당국자에 의해 별실로 인도됐다. 그는 거기서 일본 정부에 보호를 요청했고 3시간쯤 지난 17일 0시10분쯤 공항 로비에서 자신의 조력자들과 합류했다. 피리앤 아웅 측은 다음날 기자들에게 “이달 말 일본에서 난민 지위를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군부가 다스리는 미얀마는 평화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다음달 도쿄 올림픽에 참가해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는 “민주 정부가 집권하면 귀국하고 싶다”고 말했다.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은 “그의 바람을 적절히 청취해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월 쿠데타 이후 미얀마는 국민적 파업 사태와 시위가 여전히 이어지면서 현재까지 860명이 넘게 숨지고 4900 명 이상이 구금됐다. 시민들은 저항을 지속하기 위해 북부 카친주 등 소수 민족 반군 진영에 속속 합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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