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장의 오랜 연마 끝에 세상에 둘도 없는 보검 한 자루가 만들어졌다. 그 보검은 곧 영웅과 단짝이 되었고, 함께 오랜 세월 전장을 휩쓸고 다니며 혁혁한 공을 세웠다. 그러나 전쟁이 끝난 후 영웅은 넓은 광장 한복판에 멋진 조각상으로 남았고, 보검은 자루가 떨어진 채 쓰레기통에 버려졌다.
얼마 후 아이들이 쓰레기통을 뒤지다가 그 보검을 찾아냈고, 그것을 고철장수에게 팔았다. 그리고 고철장수는 다시 농부에게 팔았다. 헐값에 보검을 얻은 농부는 보검에 손잡이를 맞춰 온갖 궂은 일을 다 했다. 그 칼로 겨울에는 나무를 찍어 땔감으로 쪼갰고, 봄에는 자작나무 껍질을 벗겨 신발을 만들어 신었으며, 여름에는 집 앞뒤뜰의 가시넝쿨을 쳐내어 모기의 성화를 막았으며, 가을에는 싸리나무를 베어다가 울타리를 새로 세웠다. 또한 발 밑에서 덤벼드는 뱀을 그 칼로 내리쳤고, 농부의 아내는 똥 싼 어린애 바지를 그 칼로 꿰들고 강에 나가 휘휘 헹궜다. 그 아들은 보검을 마치 죽마처럼 타고 다니다가 공연히 바윗돌을 마구 내리치곤 했다.......
그렇게 1년쯤 지나자 보검은 온몸이 녹슬고 만신창이가 되었다.
밤에 고슴도치 한 마리가 보검에게 다가와 말을 건넸다.
"사람들이 그렇게 칭송하던 보검이 바로 너였니? 그 꼴 좀 봐라. 내 몸에 돋친 가시보다 나을 것도 없는 걸! 부끄럽지도 않니?"
보검이 체념한 듯 맥없이 말했다.
"용사의 손에 있는 것과 농부의 손에 있는 것은 그 용도가 다를 수밖에. 부끄러워해야 할 쪽은 내가 아니라 내 가치를 몰라보는 사람들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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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도 나뭇가지를 골라 앉는 법이다.
'군주가 현명하지 못하면 신하는 다른 임금을 찾아간다'고, 한신은 항우를 버리고 유방을 찾아가 대업을 성취했다.
보검처럼 빛나는 청춘들이 농부의 손에서 녹슬어가게 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
-<리더의 칼>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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