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근처의 작은 마을에 아지즈라는 랍비가 살고 있었는데, 그는 십여 년이 넘도록 하루도 거르지 않고 아침마다 광장을 지나 회당으로 기도하러 다녔다. 그럴 때마다 그는 유독 유태인을 증오하는 한 경찰에 의해 감시의 눈초리를 받아야만 했다.
그날도 아침 기도를 하기 위해 집을 나서는데 그 경찰이 다가와 시비를 걸었다.
"당신, 지금 어디로 가는 길이오?"
아지즈가 침착한 어조로 대답했다.
"잘 모르겠소."
그 말을 들은 경찰이 버럭 화를 냈다.
"모르겠다니! 그게 무슨 소리지? 당신이 지난 십여 년 동안 광장 너머 회당에 기도하러 가는 걸 내가 죽 지켜봐왔소. 그런데도 어딜 가는지 모른다고 시치미를 떼? 흥, 내 오늘은 따끔한 맛을 보여주지!"
경찰은 늙은 랍비의 수염을 거머쥐었고 저항할 힘조차 없었던 아지즈는 질질 끌려가기 시작했다.
경찰은 아지즈를 끌어다가 무자비하게 유치장 안으로 밀어넣었다. 그리고 막 자물쇠를 잠그려는 순간, 말없이 자신을 올려다보는 아지즈의 눈과 마주쳤다.
아지즈가 눈동자를 반짝이며 나지막이 속삭였다.
"내가 모른다고 한 이유를 이젠 알겠소?"
♥ ♥ ♥ ♥ ♥ ♥
순교자, 진정한 수행자란 시련 가득한 자신의 삶과 그 종말을 예감하면서도 기꺼이 즐거운 마음으로 그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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