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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리 하얀 깃을 가진
이름 모를 새가 반갑게도 나의 가지에 앉았다
순간 마음은 설레인다
손끝이 떨린다
숨결이 거칠어진다
나는 숨을 죽이며
마치도 화가가 매화앞에서 조심스레 붓을 쥐듯이
마음을 다잡는다
나는 새의 몸에 그림을 그려준다
새는 지친듯 까딱 않는다
나는 새의 날개에 바람을 넣어준다
새는 날개를 조금씩 움직인다
나는 새의 눈동자에 별을 띄워준다
새는 망망한 하늘을 바라본다
결국 새는 설레이기 시작하더니
하얀 깃을 다듬는다
새한테 아침은 날기를 원하는 시각일가?
새는 나한테 뭔가를 바라는듯
오래동안 나를 빤히 쳐다본다
나는 새의 뜻을 읽을수가 없다
새는 가벼이 난다
기우뚱 몸을 휘청이면서도 난다
멀리로 갈수록 작아지는 한점
새가 다시 나한테 돌아올지?
아님 저 끝간데 없이 펼쳐진 하늘속을 날다날다
어느 이름 없는 수림속에 내려 둥지를 틀고
새끼들한테 나의 이야기를 쑤알거릴지…
벽
벽이 있다
벽과 벽 사이에는
바람이 있다
바람을 안고 나비가 난다
나비의 날개는 부드러웠다가
차츰 굳어지기 시작한다
굳어진 날개는 또 점차
날카로와진다
허나 아무리 날카로와도
일시 벽은 뚫지 못한다
하지만 벽도 점차 압력을 느낀다
바람은 그냥 나비와 벽을 주시한다
나비는 쉼없이 난다
나비의 날개도 부서지기 시작한다
벽도 땀을 흘리기 시작한다
낡아진 벽이 차츰 흙먼지를 떨군다
저녁노을속에 나비는 결국 죽고만다
나비의 장례식을 마주하고
벽은 펑-구멍이 뚫려있다
뚫려진 구멍으로 석양빛이 새여들어온다…
가을 산행
벌써 금잔디우에
하얀 서리가 뽀얗게 내렸다
단풍잎은 서리에 씻겨 피같이 빨간데
계곡엔 아직도 얼어붙지 않은 시내가
새노란 잎을 안고 차고 말쑥하게 흐른다
산발을 뒤덮은 들국화향기 골연을 따라
서서히 풍겨나오매
까마귀는 누굴 찾아 까욱- 까욱-
처량하게 하늘을 울고있을가?
저기 산아래 누운 작은 마을에선
가는 저녁연기 조금씩 피여오르고
석양은 마지막 락조로 산야를 진하게 색칠한다…
겨울의 새 들판으로
추풍락엽이란 말이 있듯이
가을은 모든것을 떨쳐버리는 계절이다
나무는 잎을 떨쳐버리고
하늘은 구름을 떨쳐버리고
인간은 한해동안의 시름을 떨쳐버린다
가을은 또 끌어안는 계절이다
한해동안 쌓아온 고독을 억세게 끌어안는 계절이다
봄에는 춘곤에서 벗어나려 헤매였고
여름에는 장마와 가뭄에 허덕였고
고독이 싹터 고독이 자라오르기까지
인간은 고독이 여물어가기만을 기다렸다
오직 흔연한 가을에만
겉치장은 다 떨쳐버리고
잘 염근 고독만을 끌어안는다
그리고는 성큼 걸어나간다
저-기 하얗게 누워있는 겨울의 새 들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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