림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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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시] 달노래-림금산 댓글:  조회:386  추천:0  2019-07-15
림금산 달노래     달 1   달아, 너를 보는 순간 나의 마음의 저 끝간데 없이 가엾는 바다는 다시 아득한 파도를 몰아왔다 룡같이 구불거리며 거세차게 룡의 꼬리로 저 억천만년 굳어진 바위를 갈겼다   달아, 너를 보는 순간 대지는 더욱 넓어지고 하늘은 더욱 높이 날아오르고  태양은 유사이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찬란히 황홀히 빛을 발사했다  나의 눈에 찔려오는 저 불덩이 태양빛에 나의 눈은 멀었다   달아, 너를 보는 순간 이 세상 제일 급수가 높은 지진이 내 심혼에서 터져일어났고 히말라야 봉우리들의 눈사태가 일제히 나를 덮어버렸다 숨막혀 견딜수가 없었다   달아, 너때문에  나의 삶은 그 깊이와 넓이를 더해가고  나의 마음은 드디여 마지막 우주전철을 탈수 있었다 나는 지금 우주속의 아득한 하나의 새 우주로 반공중 한복판을 가른다   달아, 너의 웃음에 한창 우수에 잠겨있던 이 세상의 꽃과 나무와 산은 다시 싱싱히 살아 찬연히 빛을 발하고 이 세상의 신과 온갖 인간들은  간장이 다 녹아 물처럼 도도히 흘러간다   달아, 너의 언약에 지구촌은 멈춰서고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억만창생들은 비로소 자기의 질서를 찾아가고 풍운의 세례속에서 옷깃을 여미고  다시 노을 비낀 호수같이 고요를 찾았다 가벼이 산들바람에 마음을 다리미질한다   달 2   어느날 달들이 잔치를 벌인다 잔치 한복판에는 달이 곱다라니 서있다 달의 머리에도 달의 가슴에도 달의 팔다리에도 모두가 달이 매달려있다 달은 달을 쥐여뿌리기도 하고 달은 달을 삼키기도 하고 달은 숱한 달을 막 뜯어다 입속에 넣는다 달이 가슴에 흘러들어 가슴가득 달이 핀다 넘쳐난 달은 고운 입으로 다시 뿜긴다 토해진 달은 가슴으로 가서 가슴이 되고 팔다리로 가서 잎이 되고 머리칼에 가서 머리칼속 하얀 서리로 된다 달이 오리오리 머리칼을 센다 오리오리 머리칼이 달을 휘감는다 지금 저어기서 달이 긴 행렬로 걸어온다 달의 행렬속엔 내가 서있다 나의 팔과 다리, 머리와 눈섭, 귀와 입엔 온통 달이 피여난다 나는 달속에서 달의 꿈을 꾼다  달들한테 키스를 날린다 수천억번 키스를 날려도  달의 키스는 순결하기만 하다 나중엔 그 많은 키스가 하나로 되여 나의 가슴을 쭉 가른다…   달 3   오늘도 나는 달을 찾아간다 어느 집앞에 가서 똑-똑 노크한다 달빛이 노크소리에 사방으로 튕긴다 환한 달이 반기는 얼굴속으로 문을 밀고 들어서니  한 구들 가득 달들이 앉았다 난 달들을 뚫어져라 들여다보기 시작한다 민망하고 뻔뻔스러울 정도로 들여다보니 나의 눈동자가 알알해난다 아린 눈동자속에 달들이 가득 매달린다 큰 달속에 작은 달이 봉긋이 솟아오른다 달들은 자기가 들어갈 달구멍 다 안고있다 그 구멍속으로 나도 비집고 들어간다 달이 하나 낑겨서 튕겨나온다 다른 달이 고 사이로 쭉 들어간다 다시 나온 달은  하얀 달이 되여 뱅그르 돌아간다 그 재미로 숱한 달들이 그 구멍속에  비집고 들어간다 달집이 달땜에 터진다 터진 달집 또다시 새로운 달집으로 엉킨다 터졌다 모였다 모였다 터지는 달집 내내 하얀 달들로 도도히 흐르는 저 집 달의 내물, 달의 강, 달의 바다 그속에 숱한 언어들이 넘실거리고 나는 달의 언어에 실려 우주로 향한다…   달 4   동그란 달집의 문을 밀고 들어서니 달이 매대앞에서 달을 판다 달을 사갖고 다시 달집을 나서니 휘영청 달이 밝다 달을 안고 달빛 밟아 돌아오는길에 달이 바래여준다 환한 달의 빛발속에 나무도 지붕도 모두가 달이 되여 나를 환호해준다 비록 달의 사랑속에 영글어가는 나지만 달의 약속은  늘 내 가슴에 새로운 달로 되여 싱싱타 저 달이 가득 열린 나무가  달을 그리워하듯이 말이다 집에 돌아와 달집이 아닌  내 집문을 밀고 들어가니 어느새 내 집도 달집이 되였다 덩실한 달이 구들 한복판에 앉아 달을 만진다 하루해 달에 지쳐 달을 안고 누우니 안은것도 벤것도 누운것도 달이라 온통 달의 세계에 포로되여 나는 달에 코를 박고 달꿈에 실려  서서히 하늘나라로 올라간다…   달 5   달의 가는 허리로 달이 빠져나온다 달의 가는 허리로 달이 빠져들어간다 달의 가는 허리로 봄이 돋아오른다 달의 가는 허리로 청춘이 춤을 춘다 달의 가는 허리로 황금이 걸어들어간다 달의 가는 허리로 황제가 휘감긴다 달의 가는 허리로 바람이 휘몰아친다 달의 가는 허리로 락엽이 진다 달의 가는 허리로 귀밑머리 희여진다 달의 가는 허리로 엄동이 지나간다 달의 가는 허리로 신음이 활보한다 달의 가는 허리로 귀신이 통곡한다 달의 가는 허리로 서시가 웃는다   달 6   달과 친한 나도 언제부턴가 달이 되였다 달의 성품과 달의 개성에 옮아들었다 함께 오래 하다보면 서로 닮아가는가 달의 유순함에서 순수의 나무를 키웠고 달의 밝음에서 순정의 샘물을 파냈다 달의 절절함에서 그리움의 싹을 얻었고 그 싹을 틔우면서 세상이 아직도 싱싱하고 희망있음을 느꼈다 자. 이제부터 우린 시작이다   달 7   어느날 나는 고향의 강가를 거닐었다 달이 강에 빠져 풀어지고있었다 먼저 하얀 저고리가 달의 앞가슴에서 풀어져 하늘거리며 강우에 날리고있었다 달의 피부향이 넘치는 저고리는 하얗게 바래지며 여울지고 춤추고있었다 그 향이 강에서 걸어나와 나와 함께 산보하고 그 여울지는 저고리고름이 나의 허리에 감겨 달의 은은한 속삭임을 전달했다 온몸이 달의 배려에 부풀어오를 때 락엽 한잎이 강물우에 떨어져 말없이 어디론가 흘러가고있었다 하얀 서리가 락엽우에 지친 생각을 얹었다 도란도란 파도는 어디론가 속삭이며 내처 흘러가고 나는 강가를 계속해 산보하고있었다 서녘하늘이 붉게붉게 물들기 시작할 때 나의 쉰고개도 피빛 강물과 함께 그리고 지금껏 나를 친구해주는 달과 함께 강을 딛고 강심에 걸어나가 가벼이 조용히 흘러가고있었다…   달 8   얼마나 많은 그물들이 달이란 하얀 물고기를 낚으려 들었더냐? 구름이 뭉게치며 덮쳐왔고 소나기가 줄포를 놓았지 차디찬 눈덩이, 우박덩이가 부딪쳐왔지 지어는 비행물체들까지 분주히 나타나 달의 부드런 몸을 이리저리 오리오리 저몄었다 하지만 달은 하얀 살결을 긁히우지도 않고 다시 조각해 그물속을 요리조리 빠져나왔다 그리곤 옷깃을 여미고 머리결 곱게 빗고 오연히 저앞 노을이 불타는 거리로 서서히 걸어갔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저 달을 우러르면 가슴이 무거워진다 세월을 주름잡아 내처 걸어낸 달의 눈물겨운 행정 별들이 안다  나무들이 안다 풀들이 안다  빌딩들이 안다 바람이 안다 그래서 나는 오늘 저녁에도 저 달을 올려다보며 마음이 숙연해진다…    달 9   오늘 저녁 저 달이 왜 저리 밝지? 가슴이 다 뭉클한다 아픔에 마음 모서리가 이지러질 땐 내 가슴이 쓰렸는데… 그 쓰린 내 가슴을 우중충 산그림자로 비껴주더니 그 기슭에 강을 만들어주고 강의 흐름속에 노래도 얹어주고 하더니 완전 진짜 오늘밤엔 저렇게 높이 떠서 환한 미소를 뿜겨주는구나 고맙다 달아, 모든 우수는  제맘에 묻고 너무나 태연하게, 오연하게 성큼 수풀을 헤치고 나오는 나의 달아 오늘 저녁 내 마음은 슬프도록 행복하다…   달 10   밤을 패며 달을 쓰는데 달속에서 또 달이 흘러나오고 그속에 호수가 펼쳐지고 호수주위엔 수림이 설레고 수림우에 하늘이 열리고 하늘속에 흰구름이 뜨고 구름너머에 아득히 아득히 천층만층 구만층의 하늘이 또 열리고 그래서 나는 하늘을 휘감고 구름을 휘저으며 엄마야- 누이야- 웨치고 웨치다 목이 터지고 피터져 수천의 소리의 부스레기들은 하얀 눈송이로 대지를 감싸고 그우에 피방울이 뿌려져 슬프고 이쁜 살구꽃을 그린다 가지에 달이 앉은 살구꽃 꽃잎은 피로 색을 올려 더더욱 구슬프게 아름답구나…  
20    향 수 (외 5수) 댓글:  조회:609  추천:0  2015-08-14
  고향아, 너는 나한테 꿀이다 그 부지런한 벌이 천자만홍을 다 돌아 다시 찾아와 곱게 앉아 꿈으로 빚어낸 너는 달디단 꿀이다 고향아, 너는 곰취다 씁쓸한 곰취, 고향의 산야에 고이 자라 모든 쓴이야기를 다 모아 쓰거움으로 나를 품어 안아주는 너는 내앞에 펼쳐지는 곰취밭이다 또 고향아, 너는 나한테 엄니요 아빠다 그 싱그런 흙의 향을 페부깊이 부어주고 그 푸른 빛 하늘을 너울처럼 씌워주는 너는 내앞에 하늘이요 땅이요 우주다 또 고향아, 언제나 너를 떠나면 나는 꿈속에서도 너의 꽃밭에 가슴을 묻어버리는 나는 눈물을 흘리면서도 너의 언덕아래 무릎꿇는 너는 나의 피와 살이요 나의 하늘이요 나의 모든것이다. 결국 고향아, 너는 나의 삶의 교과서요 나의 철학이요 나의 미학이요 나의 경지다…   우 물 오늘도 탄식과 비탄, 우수와 하소연을 물-물 풍겨주는 내 고향 동구밖의 전설이다 언제나 만나면 타향에서 갈했던 목을 시원히 적셔주는 내 생의 정거장 지친 몸을 이끌고 다리절며 겨우겨우 동구밖에 들어서면 첫먼저 달려와 나를 안아일으키고 내 목에 부어넣어주는 태를 묻은 땅의 꿀물 그래서 저 드레줄은 내마음속에 그렇게도 끊기지 않고 하냥 설레였나? 그래서 저 드레박은 타향살이 무딘 걸음속에도 나의 밥통이 되여주었고 나의  지팡이 되여주었나? 박은 박인데 저 드레박만은 내 마음의 지평선을 길-게 열어주는 나의 숨통이였다 고맙다, 천하 그 어디를 가도 늘 내맘속의 우물을 파내준 나의 드레박아!!   석마돌 건조실앞에 묵묵히 침묵으로 굳어진 모지러진 돌 나의 가난을 갈고갈아 가루내여 떡으로 굽게 하던 돌 어마이 아바이 하냥 품고 살던 내 맘속에 드리운 무게 그 무게를 안고지고 한 세상 다 돌다 왔어도 가볍지가 않은 석마돌 나귀가 끌고 돌고 돌아 한세상 사람이 밀고 돌고 돌아 두세상 종내는 굽이돌아 안아온 아침 태양은 오늘도 동산마루에 둥근 석마돌로 높이솟아 무겁게 이글이긁 타고 있다…   기 발 너는 그대로 나의 몸뚱아리다 나의 겨드랑이에 푸른 잎을 돋쳐주고 나의 팔다리에 날개를 달아주고 나의 머리칼에 몰-몰 꿈을 부어넣어주고 나의 눈동자에 초롱초롱 별을 띄워준 너는 그대로 나의 몸뚱아리다 언제부터 불어치던 바람이냐? 나의 마음에서 시작하여 기슭의 봇나무아지에까지 꿈을 달아주고 낮은 하늘 한자락 베여내여 나의 두손에 저고리처럼 하얀 기발을 날려주던 때가, 그래서 나는 이제껏 그 휘날리는 기발을 들고 남방에도 달려갔고 해외에도 날아갔지 이제금 그 깃발은 많이 해여졌어도 나의 주머니엔 꿈이 꼴똑 차있다 이제 그 꿈을 다시 저 앞산더기에 새 기발로 하얗게 꽂는 날 고향아, 너는 정녕 눈물로 안아일으키리라, 너의 아들딸들과 이 하늘아래 제일 이름높은 나의 어머니대지를!!   수레바퀴 낡은 건조실 한쪽벽에 향토에 잘 구워진 뼈처럼 걸려있는 누우런 수레바퀴 둥그런 지구를 한바퀴 다 돌고오느라 휘여져 둥그러진 마을의 력사 오토바이가 논배미까지 달려들어가고 울바자안에 자가용이 반짝이는 오늘도 낡은 벽에 걸려 세월을 우두키 내려다보는 거미줄에 묶여 살아있는 견증자, 싱싱히 숨쉬며 사설하시는 나의 조상 연변일보 2015-8-14
19    나와 새 (외3수) 댓글:  조회:663  추천:0  2015-01-16
  한마리 하얀 깃을 가진 이름 모를 새가 반갑게도 나의 가지에 앉았다 순간 마음은 설레인다 손끝이 떨린다 숨결이 거칠어진다 나는 숨을 죽이며 마치도 화가가 매화앞에서 조심스레 붓을 쥐듯이 마음을 다잡는다 나는 새의 몸에 그림을 그려준다 새는 지친듯 까딱 않는다 나는 새의 날개에 바람을 넣어준다 새는 날개를 조금씩 움직인다 나는 새의 눈동자에 별을 띄워준다 새는 망망한 하늘을 바라본다 결국 새는 설레이기 시작하더니 하얀 깃을 다듬는다 새한테 아침은 날기를 원하는 시각일가? 새는 나한테 뭔가를 바라는듯 오래동안 나를 빤히 쳐다본다 나는 새의 뜻을 읽을수가 없다 새는 가벼이 난다 기우뚱 몸을 휘청이면서도 난다 멀리로 갈수록 작아지는 한점 새가 다시 나한테 돌아올지? 아님 저 끝간데 없이 펼쳐진 하늘속을 날다날다 어느 이름 없는 수림속에 내려 둥지를 틀고 새끼들한테 나의 이야기를 쑤알거릴지…   벽 벽이 있다 벽과 벽 사이에는 바람이 있다 바람을 안고 나비가 난다 나비의 날개는 부드러웠다가 차츰 굳어지기 시작한다 굳어진 날개는 또 점차 날카로와진다 허나 아무리 날카로와도 일시 벽은 뚫지 못한다 하지만 벽도 점차 압력을 느낀다 바람은 그냥 나비와 벽을 주시한다 나비는 쉼없이 난다 나비의 날개도 부서지기 시작한다 벽도 땀을 흘리기 시작한다 낡아진 벽이 차츰 흙먼지를 떨군다 저녁노을속에 나비는 결국 죽고만다 나비의 장례식을 마주하고 벽은 펑-구멍이 뚫려있다 뚫려진 구멍으로 석양빛이 새여들어온다…   가을 산행 벌써 금잔디우에 하얀 서리가 뽀얗게 내렸다 단풍잎은 서리에 씻겨 피같이 빨간데 계곡엔 아직도 얼어붙지 않은 시내가 새노란 잎을 안고 차고 말쑥하게 흐른다 산발을 뒤덮은 들국화향기 골연을 따라 서서히 풍겨나오매 까마귀는 누굴 찾아 까욱- 까욱- 처량하게 하늘을 울고있을가? 저기 산아래 누운 작은 마을에선 가는 저녁연기 조금씩 피여오르고 석양은 마지막 락조로 산야를 진하게 색칠한다…   겨울의 새 들판으로 추풍락엽이란 말이 있듯이 가을은 모든것을 떨쳐버리는 계절이다 나무는 잎을 떨쳐버리고 하늘은 구름을 떨쳐버리고 인간은 한해동안의 시름을 떨쳐버린다 가을은 또 끌어안는 계절이다 한해동안 쌓아온 고독을 억세게 끌어안는 계절이다 봄에는 춘곤에서 벗어나려 헤매였고 여름에는 장마와 가뭄에 허덕였고 고독이 싹터 고독이 자라오르기까지 인간은 고독이 여물어가기만을 기다렸다 오직  흔연한 가을에만 겉치장은 다 떨쳐버리고 잘 염근 고독만을 끌어안는다 그리고는 성큼 걸어나간다 저-기 하얗게 누워있는 겨울의 새 들판으로 연변일보
18    오빠 댓글:  조회:587  추천:0  2014-08-01
일대 폭풍이 눈비를 휘몰아치며 강하게 불어쳤다 나무는 부러지고 수풀은 누렇게 황이 들었다 바람이 갈앉자 세월은 기운이 없어졌다 그저 여기저기서 신음하는 그림자만 울고 앉았다 그 무렵 시골을 환하게 밝히던 집체호의 그 언니도 종내는 도회지로 떠나버렸다 오빠와 그렇게도 좋아하던 언니 온 마을에 생기를 더해주던 미인 언니였다 오빠와 마지막 눈물로 작별을 고하고 퉁퉁부은 눈으로 나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막차의 여음으로 길게 울음을 흘리며 떠나갔다   그때로부터 오빤 실신한 사람처럼 방에 들어박혀 좀처럼 나오질 않았다 엄마말씀이 오빠가 크게 앓고있단다 의사분도 다녀갔지만 오빠는 그냥 그본새다   마가을 잎이 다 떨어진뒤에야 오빠의 시체를 발견하였다 록음이 우거지던 오월, 사랑하는 오빠가 잃어진뒤 온 마을을 샅샅이 뒤졌고 린근 마을에까지 내려가 발칵 뒤집어도 찾지 못했는데 초록이 다 빠져나가고 잎이 다 진 뒤에야 마을앞 내가의 백양나무밭에서 목을 매고 자결한 오빠의 시신이 드러났다 살가죽은 다 그을어서 윤기나고 검은 빛을 띄였다 하늘향해 쏘아올린 눈길만이 여전히 날카로왔다
17    다향(茶香)앞에 댓글:  조회:544  추천:0  2014-08-01
가벼운 차잔을 들고 나는 무거운 생을 음미한다 잠간이나마 뜨는 기분을 눅잦히고 한걸음 가까운 사색을 보듬을때 성숙은 내곁에 꽃으로 입을 열고 피보다 붉은 진실은 나의 이마에 화려한 꽃나비를 불러온다   친구야, 다향(茶香)의 말씀앞에  거짓을 눈짓하는건 조금은 부끄러운 소행이거늘 찻닢이 물우에 조용히 펴지듯 진실앞에 우리는 언제나 반듯한 마음안고 차분한 기도(祷告)로 숙연해 지자
16    자정의 전화벨소리 댓글:  조회:541  추천:0  2014-08-01
밤12시만 되면 나는 악몽에서 소스라쳐 깬다 밤12시만 되면 귀청을 짜개던 전화벨소리 장모님도 밤12시에 비명을 지르며 운명하셨다 장인님도 밤 12시에 마지막 숨을 거두셨다 병원으로부터 울려오는 전화벨소리 갑자기 머리끼가 곤두서는 소리다 알콜중독으로 신음하던 매형도 꼭 밤12시에 두눈을 부릅뜬채 몸부림을 멈추었다 20살에 한동이의 피와 한쪽 손을 전쟁터에 잃고 장장 60년을 다른 한쪽 손으로만 살아온 아버지다 그런 아버지도 꼭 밤12시에 남은 피를 토하고 승천하셨다 밤 12시면 날이선 바람이 더욱 세차다 밤 12시면 기둥뿌리 뽑는 시커먼 눈보라 지동친다
15    에덴의 푸른 동산 댓글:  조회:545  추천:0  2014-08-01
나는 드디여 행운스레 나의 새로운 삶의 공간을 찾아냈다 아니, 내가 찾아낸것이 아니라 님께서 내게 하사하였다 그곳에는 맑은 물이 빛으로 흐르고 그곳에는 꽃사슴이 큰 눈을 슴벅이고 그곳에는 밝은 하늘에 흰 구름송이들이 흘러가고 있었다 그곳에는 푸른 풀을 뜯고 있는 어린 양들이 화목하게 서로 쫓니며 뛰놀고 있었다   거기 식솔들은 모두 겸손하였고 따뜻하였고 말수가 적었고 다정다감하였다 마치도 잘 다음어진 대나무 같았다 거기 여인들은 모두다 절세의 미인이였고 거기 남정들은 모두다 영준한 미남이였다   날개를 한번 상한 새는 날기를 저어한다 뒤돌아보니 내가 걸었던 길에는 아직도 피비린 내가 진동하고 혼탁한 공기가 자욱하다 나는 두눈을 차분히 내리깔고 숙연한 마음으로 기도(祷告)한다 흰눈은 배꽃으로 가득 내려 나의 지나온 어지런 발자국을 깨끗이 묻어버렸다… …   나는 지금 평화를 찾은 신생하는 꽃구름이다
14    퇴직금 댓글:  조회:545  추천:0  2014-08-01
모래알이 모여서 크나 큰 봉분같은 사막이 된다 종내는 빚이 모여서 하늘에 구멍을 냈다 이미 바닥난 퇴직금을 어떻게 지불한다더냐?   사실앞에서도 방송국은 뇌까린다 -별거 다 근심하네 푸르청청한 산들이 푸들치는데 땔나무근심은 왜?   참, 그런가 미끈한 청춘들이 입사하자마자 첫 임무가 보험금을 바치는건데 그 많은 청춘보험금으로 퇴직금을 대신하긴 식은죽 먹긴데…   진짜 한쪽 바지가랭이 천을 베여서 다른 한쪽 바지가랭이 천을 깁기다   것두 모르고 령감노친들은 로령화시대의 한복판을 헤가르며 사교무에 시간 가는줄 모른다
13    깸까기 댓글:  조회:752  추천:2  2013-08-30
깸까기 딱- 소리와 함께 염근 알이 돌돌 싹싹- 씹으니 향기가 노오랗고 딱- 소리와 함께 내동생 달려와 빠금 올려다 보고 한알 입에 넣어주니 냠냠 맛있다 오래오래 맛있대요.
12    봄날의 노크 댓글:  조회:669  추천:1  2013-08-30
봄날의 노크 포송포송한 바람이 부드러워요 나는 푸른 기슭에 기대여 가만히 봄을 불러 봅니다. -봄아, 겨우내 잘 있었니? 봄은 대답 대신 수집은 웃음 포시시- 흘려 줍니다. 참새는 그 웃음 납짝 집어 먹고 아지에 포르릉- 날아 오릅니다. 봄이 아지에서 대롱대롱 그네 뜁니다.
11    산 꽃 댓글:  조회:560  추천:1  2013-08-30
산 꽃 산꽃은 산길에 핀다 숲속에 숨어들자 숨어서 핀다 비탈에 내려가니 따라오며 핀다
10    아기눈동자 댓글:  조회:645  추천:1  2013-08-30
아기눈동자 얼룩 하나 없어서 의심스럽다 티끌 한점 묻지 않아 근심된다 … …
9    이 슬 댓글:  조회:578  추천:1  2013-08-30
이 슬 파아란 잎에 떨어진 이슬은 파아랗게 물이 들고 노오란 잎에 떨어진 이슬은 노랗게 물이 든다
8    아기잎 댓글:  조회:614  추천:1  2013-08-30
아기잎 차가운 바람 살짝 지나갔어요 고운 아기잎 살랑 떨어졌어요 달빛어린 호수 우에 곱게 떨어졌어요 호수속 달님 활랑 깨여질가봐 아기잎은 나붓이 가볍게 떴어요
7    고추잠자리 댓글:  조회:612  추천:1  2013-08-30
고추잠자리 푸르릉 하늘 나는 고추잠자리 시장 모퉁서 고추장 파는 할매한테 갔다 왔나 꽁지엔 온통 고추장 묻혔네
6    성에꽃 댓글:  조회:578  추천:1  2013-08-30
성에꽃 지난밤 꿈결에 우리 할매 찾아 오셨습니다 하얀 머리 길게 풀고 하늘 가신 우리 할매 지난밤 나의 창가에 찾아 오시여 숱한 꽃을 피우셨습니다 간밤에 피여난 할매의 숨결 아침 창문에 가득 웃어줍니다
5    가을 단풍 댓글:  조회:548  추천:1  2013-08-30
가을 단풍 노오란 애들이 나무에 바라올라 불장난 해요 빠알간 애들이 비탈에 노오란 편지를 가득 뿌려요 기슭에선 아직도 파아란 애들이 물장난을 그치지 않고 해님은 따가운 볕을 쏟아 개구쟁이들 엉뎅일 ?-
4    알나라 댓글:  조회:607  추천:1  2013-08-30
알나라 크나큰 붉은 해님이 굴러 다니면서 숱한 알을 씁니다 포도알이 굴러 다닙니다. 머루알이 굴러 다닙니다 사과알이 굴러 다닙니다 깸알이 굴러 다닙니다. 콩알이 굴러 다닙니다 원두알이 굴러 다닙니다 벼알이 굴러 다닙니다 … … 가을은 해님의 새끼들이 굴러 다니는 알나라입니다
3    상하이 눈물 댓글:  조회:703  추천:0  2013-05-08
상하이 눈물 림금산 솟아오르는 빌딩숲속에 눈물은 떨어져 반짝이고 반짝이는 방울속에 색바랜 력사는 오늘도 운다 현대시와 절주 빠른 사색이 하늘에 날아오르는데 전설의 어두운 그림자는 발밑에 누워있다 추파를 던지는 아가씨의 혼을 앗아가는 숨결이 내 가슴에와 터지는데 샹하이는 오늘도 진한 눈물을 또 만들어 간다...
2    시와 입쌀과 눈물과 댓글:  조회:669  추천:0  2013-05-08
시와 입쌀과 눈물과 림금산   1 이는 바람에 날려온 눈물 한알 눈물이 싹터올라 수천의 물보라를 휘날려 젖빛 안개로 강변 가득 휘감기는가 지친 숨결과 해여진 치마폭은 오늘도 장대끝에 높이 걸려 기발로 나붓기는데 하얀 이야기는 하늘나라서부터 땅나라까지 백두폭포의 비말로 줄줄이 흩뿌려진다 개구리의 긴-울음끝에 천지는 깨여나고 북관땅 천리에 눈가루 아득히 날린다 2 검푸른 색갈에 손바닥이 갈라터졌다 발가락이 닳았다 너무나 푸르러 눈이 아팠다 너무나 진하여 마음이 아렸다 할아버지의 허리는 구부러 고동색 천지꽃뿌리로 비탈에 박혔다 땡볕에 뼈를 말리워 가루를 냈구나 하얀 폭포가 머리우에 쏟아진다 저 하늘 솜구름을 태양이 톱으로 켜서 가루를 냈구나 구름가루가 들판 가득 빛난다 3 목구멍으로 넘기기엔 너무나도 희다 색갈이 아프다 눈이 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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