림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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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충북으로 가다 4.
2010년 03월 27일 09시 01분  조회:493  추천:11  작성자: 림금산

         5.. 내마음의 안식처 속리산

 

우리는 드바쁘고 힘들고 또한 즐거운 시낭송과 문화기행의 여가에도 속리산이나 직지박물관, 세계비엔날레엑스포 등곳을 돌아보는데 게을리 하지않았다.

물론 동양일보와 군청에서 성심껏 마련해준 것이 주되는 원인이긴 하지만도 . 충북남부지방에 있는 보은군사람들에게 제일 보배로운 재산은 아마 수려하고 신비하고 또한 은은한 향기와 향긋한 체취를 발하는 한국의 8대명승지의 하나로 꼽힌다는 속리산일것이다.

 

이름부터가 속리산(俗离山)이라 하니 인정이 점차 메말라 가는 속세를 멀리 떠나가 있는 산이라는 뜻이겠다고 생각했다. 그날 시낭송이 끝나자 우리 일행은 시간이 얼마 남지않았기에 (보은군에서 그날로 청주에 있는 숙소까지 와야하기 때문) 직접 내속리산 산속에다 차를 대였다. 문지기아저씨가 차를 그곳까지 가져다 대일수없다고 그렇게 말렸지만 질기고 내밀성이 강한 맵짠 우리의 동양일보사 꼬마대장 강태미주임을 이기지 못한것이였다.

한창 단풍이 물들어 머리에 어깨에 마음에까지 푹젖어내리는 계절이라 우리 일행은 무두 정에 겨워 사진기를 휘둘러대고 고개를 자주 돌려 여기저기 기발처럼 나붓기는 내속리산 괴곡의 단풍구경에 구곡간장이 녹아내렸다. 단풍속에 그림처럼 소박하게 가로누운 돌다리에 올라서니 한잎두잎 단풍잎이 맑디맑은 물속에는 고기떼들이 무리지어 시원히 가을산책을 하고 있었다.

언젠가 금강산 구룡연으로 올라가는 길에서도 나는 이렇게 맑은 물은 여러군데에서 보았지만 거기에도 고기떼만은 없었다. 헌데 아름다운 가을의 속리산속에 고기떼까지 생명의 약동을 발하여주어 산은 더욱 싱싱해 보이고 단풍은 더욱 이뻐보이고 우리들 심신은 더욱 맑게 순화되였다.

매일매일을 일상에 젖어 헤매이다가 혹시 시간이 나지면 친구들이나 알맞춤한 녀사를 불러앉히고 술놀이나 벌리며 흥청거리다가 사지가 말을 안듣고 혀가 꼬부라져서야 무거운 다리를 질질 끌며 집으로 향하던 우리의 소행을 생각하니 깨끗하고 맑지고 천하절승인 속리산에서의 산속 마음샤와는 실로 나에겐 소중한 체험이 아닐수 없다.

두어달쯤만 몸을 이런 자연속에 잠가놓고 마음을 정리하고 차분히 가라앉아봤으면 얼마나 좋을가?

 

6. 정이품송(正二品松)

 

법주사에서 조용한 목탁소리속에 쌍사자석등, 팔상전, 석련지 등을 돌아보며  다시 내속리산을 명상한 다음 돌아나오다 6백여년 동안 줄곧 미모를 자랑했다는 세상에서 관직이 제일 높은 명송 정이품송을 만나게 되여 더구나 마음이 설레였다.

옛적 임금이 가마에 앉아 속리산에 오게 되였는데 마침 아름드리 멋진 소나무가 아지를 시원히 펼치고 섰는데 가마를 임금은 아지때문에 도무지 그곳을 지나지 못하게 되였단다. 그래서 하인들도 어쩔바를 몰라 망설이고 있었다는데 글쎄 소나무가 자기의 멋진 가지를 천천히 들어올려 임금님을 무사히 지나도록 했단다.

너무도 감격한 임금은 나무가 하늘의 뜻을 안고있는 나무라고 찬탄해마지 않다가 종내는 나무한테 정이품송”(正二品松)이란 관직을 내렸단다. 아마 세상에서 나무보다 높은 관직을 가진 나무는 없으리라.

헌데 지난 2004 3월초, 한차례의 폭설에 의하여 아깝게도 몇백년동안 자기의 수려한 모습을 떨쳐주던 나무가 상하게 되였다.

 

<한국일보>2004 39일차의 보도에는 이렇게 쓰고있다.

<우산 모양의 단아한 자태를 다시 볼수 있을지 …>속리산의 얼굴이자 천연기념물 103호인 정이품송(正三品松) .충북 보은군 내속리면상판리) 이번 폭설로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어 지역주민들을 안타깝게 하고있다.

쉴새없이 눈밭이 내리던 지난 5 오전, 정이품송은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정상부 몸퉁에서 서쪽으로 뻗은 가지 3개를 잃었다. 직경10cm, 길이 4.1m짜리 본가지 1개와 직경 5cm, 길이 2.5m 중간가지 2개가 힘없이 부러져버려 특유의 좌우대칭 원추형 외모를 잃고말았다. 거의 같은 시각 정이품송과 내외지간(内外之间)이라고 전해오는 정부인송(贞夫人松 . 보은군 외속리면 서원리 .천연기념물 352호)도 같은 수난을 당했다. 지름 30cm, 길이 10m 되는 가지 3개가 부러졌고 지름 10~20cm, 길이 4~7m짜리 중간가지도 5, 지름 5cm 미만의 잔가지는 40여개나 꺾이거나 부러져버렸다. 가지가 낮고 풍성하게 퍼져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조선녀인을 련상케했던 우아한 모습은 온데 간데 없다.

충북 보은군만이 아니라, 속리산만이 아니라 한국과 우리 민족에게 아름다운 지조와 미모로 축복과 향기를 듬뿍듬뿍 뿜어주던 정이품송은 앓아서는 안된다. 우리는 문화민족이자 정의 민족이고 례의민족이고 다정다감한 민족임에 틀림없다.

정이품송에 대하여 가슴아프게 생각한 원림일군들은 정이품송과 정부인송의 정사를 연구하고 다듬어 끝내는 몇천그루나 되는 그들사이의 후손을 요즘에 배육해내였는데 지금 한창 원예사들의 손끝에 받들려 묘목장에서 싱싱하게 자라고있단다. 기가 막히게 고마운 일일수밖에 없다. 이제 그애들이 2 정이품송과 2 정부인송으로 반도의 산과 들에 미모를 떨칠 때를 생각하면 자연 마음이 뿌듯해지고 저절로 육신이 후련해진다. 아름다움을 사랑하고 이쁨을 아끼고 정을 다듬는다는것이 어찌보면 우리 민족이 타민족과 구별되는 피줄속에 맥맥히 굽이치고있는 하나의 특징이 아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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