림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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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한국시단의 좋은 시
2010년 12월 31일 06시 13분  조회:720  추천:24  작성자: 림금산

문학살롱
작가초대석 편집: 김철운 주임:  주필:  1.2010.11.9.16:00
2.    11.10.08:00
3.    11.10.23:00

2009년도 한국시단의 좋은시

신: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 주 작가초대석 시간에는 연변시가학회 부회장인 림금산시인을 모시고 옥천이 낳은 “향수”시인 정지용에 대해서 알아봤습니다. 오늘 이 시간에는 지난해 한국시단에서 우수한 시로 선정됐던 시들중에서 몇수만 골라 살펴보려합니다. 물론 지금까지 살펴본 시들에 비해 흐름이라든가 형식면에서 많이 다르지만 또 색다른 맛을 보이고있습니다. 오늘도 림금산시인님을 마이크앞에 모셨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림: 네 안녕하십니까?

신: 오늘도 많은 수고를 부탁드립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림금산시인을 모시고 시단에서 명성이 높았던 김소월, 조명희, 윤동주, 심련수 등 유명시인들의 시들을 중심으로 살펴보았습니다. 그 속에서 우리 언어로 된 시의 형성과 발전을 살펴보았고 조국애와 민족애를 살펴보았습니다. 이처럼 지나온 우리의 문학사를 살펴보는것도 좋은 일이지만 지금의 시단을 파악하는것도 홀시 할수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2009년에 좋은 시로 평가를 받았던 한국의 우수한 시들을 선택하여 살펴보려하는데 먼저 어떤 좋은 시들이 있었는지 좀 소개해주실수없겠습니까?

림: 네 지난해에 평론가들에 의해 좋은 시로 평가받은 시들은 아주 많습니다. 그 가운데서 시간상 관계로 몇수만 례를 들어본다면 구석본시인의 “거울”, 허만아시인의 “순간”, 길상호시인의 “벽돌공장 그녀는”, 유강호시인의 “어머니의 발톱을 깎으며”, 김우수시인의 “붉은 거울”, 조동범시인의 “저수지” 등입니다.

신: 이런 시들은 전에 살펴보았던 우리 전통시들과 좀 다르다고 보아야지 않을까요. 물론 내용상에서도 그러하겠지만 형식, 구성상에서도 다른 점들을 보이고있지 않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되는데요?

림: 네 그렇지요…  내용상에서 전의 시들은 조국찾기와 저항정신이 위주였다면 지금은 고차원의 현대적수법으로 이 시대의 심층에서 신음하는 서민들을 아주 높은 예술수법으로 형상화하였습니다. 그리고 형식상에서는. 전의 많은 시들은 대부분 사실주의적으로 실생활을 아주 핍진하게 묘사했다면 요즘 시들은 많이는 더욱 탁하고 강하고 박력있고 상상을 썩 발휘하고 상징수법을 종횡무진하게 사용하고 있으며 선이 굵고 비약의 락차가 심하지요..
아마 독자들의 감상수준도 2—30년대나 40-50년와 많이 달라진걸로 리해하셔야 할것 같군요.. 세월이 그만큼 많이 흘렀고 문학작품이나 예술에 대한 독자들의 기대치도 많이 달라졌다고 봐야할것 같기도 합니다.
자가용, 비행기시대에 소수레 몰던 시대의 감정정서를 작품창작에 그냥 인입한다면 그것도 사실주의 원칙에 유배되겠지요. 소수레에 앉아 이랴 낄낄 소를 몰때는 코노래나 까투리타령 같은것이 제격이겠지만 자가용같은걸 몰고 고속도로로 질주하거나 비행기편으로 하늘우 구름속을 누빌때는 쟈즈음악같은 절주가 빠른 음악도 필요하겠죠…물론 형식면에서 말입니다.
언어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예전엔 부드럽고 깨끗하고 단일색이고 동그란 언어와 단순하고 말쑥한 사유가 필요했다면 요즘엔 각이 나고 빛이 튕기는 언어나 색상도 복합적이고 사유도 발상성사유가 많이 나타날법도 하겠죠…  .

신: 네 그럼 먼저 한국의 허만하시인의 시 “순간”을 살펴보겠습니다.  허만하시인이라고 한다면 산문도 많이 쓴줄로 알고있습니다. 하지만 문학적으로 살피자면 시를 먼저 꼽아야 겠지요. 기자들의 취재도 접수한 유명한 시인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간단히 소개해주시지요.

림: 네 1932년 대구 출생. 1957년 등단… 시집 “해조”, “비는 수직으로 서서 죽는다”, “물은 목마름쪽으로 흐른다”, “ 야생의 꽃”, “바다의 성분” 등

신: 네 시제목부터 좀 색다르다는 느낌을 주고있습니다. 그럼 허만하시인의 시 <순간>을 감상하겠습니다. 먼저 시작품을 감상하고 다음에 풀이해보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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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허만하

고원이
번쩍 번뜩이는 순간이 있다
풀잎이 일제히 뒤집어지기 직전.

바다가 갑자기 고요해지는 순간이 있다.
바다가 남몰래 자기몸을 씻는 때다
씻을수록 명징해지는 푸른 물빛.

신: 네 허만하 시인의 시 <순간>이였습니다. 무언지 잡힐듯 말듯하는 시라고 생각되는데요. 어떻게 풀이해야 할까요?

림금산: 여기서 명징이란 단어는 자주 안쓰는 단어인데 깨끗하고 맑지다는 뜻입니다….
시인이 가장 만나고 싶어하는 것은 사물이 자신의 본질을 현시하는 순간입니다. 현상 너머에 있는 감추어졌던 존재의 근원. 그것은 미묘한 틈이나 순간에 언뜻 드러날 뿐입니다. 고원이 번쩍 번득이는 순간이나 바다가 갑자기 고요해지는 순간, 숨죽이고 그것을 응시할때 만나는 장면은 존재의 맨 얼굴입니다. 바로 그때 드러나지않았던 풀잎의 뒤면이 일시에 반짝이고 바다의 속살이 내비칩니다.
시인이 이토록 극미한 순간에 몰입하는 것은 가장 순수한 삶을 찾기위해서입니다 본질을 온전히 드러낼수 있는 삶, 또 그에 따른 언어, 본질을 온전히 드러낼수없는 언어의 근본적 한계를 벗어나, 말을 바꿔하면 본질을 드러낼수없는 인간삶의 한계를 절감하며 인간삶과 언어의 벼랑끝에서 잠시 만나게 되는 그 한순간을 포착하기 위해서입니다.
인간에겐 본질을 가장 잘 나타내는 삶이 요청되고 시인에겐 본질을 가장 잘 드러내는 언어가 요청됩니다.

 
신: 네 <순간>이라는 말을 빌어 인생을 잘 관조해본 한수의 좋은 시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계속하여 구석본 시인의 시 <거울>을 감상하겠습니다. 구석본시인 역시 좋은 시들을 많이 써낸 시인으로서 1985년에는 한국 문학상까지 수상한 시인이지요?

림: 네  구석본시인:  1949년 경북 칠곡 출생,  1975년 등단,  시집 <지상의 그리운 섬>, <노을앞에 서면 땅끝이 보인다>,<쓸쓸함에 관해서>.

영남대학교 문리대 국어국문학과 졸업했고…. 현재 '시와 반시' 주간.  대구교육대 겸임교수. 

신: 네 그럼 계속하여 구석본시인의 시 <거울>을 감상하겠습니다. 이시도 2009년에  평론가들로부터 우수한 시로 평가받은 시입니다. 함께 감상하겠습니다.

거울
            구석본

그가 거울을 본다
거울속에 한남자가 죽어있다.
죽은 남자가 웃는다 웃음이 죽었다
좋은 아침이라고 죽는 남자가 말하자
좋은 아침이 죽었다
남자는 웃음과 좋은 아침의 죽음을 보지못한채
붉은색 넥타이를 매고 향수를 뿌리고
로션을 가볍게 바르고는 다시 웃는다
웃음이 두번 죽지만 남자는 여전히 보지못한다
이번에는 휘파람을 분다
휘파람이 핑그르 돌다가 죽어버린다
남자는 쌓이고 쌓인
그들의 죽음을, 남자의 죽음을, 오늘의 죽음을
끝내 보지못한채 떠난다
남자가 떠난후,
시취가 향수처럼 한동안 맴돌다가 사라지자
비로소 거울속에는 복제된 어제의 풍경들이
속속 살아나기 시작했다.

신: 네 구석본시인의 시 <거울>이였습니다. 거울밖에 있는 남자와 거울속에 있는 남자의 이야기속에서 무언가 쓰고있다고 생각되는데요. 어떻게 풀이해야 할까요?


림금산:
거울을 매개로 한 이 시 역시 자의식으로 충만해 있습니다. 자의식은 언제나 균열을 일으키고 그 결과는 우울합니다. 거울밖 남자는 물끄러미 거울을 바라봅니다. 거울속의 세계는 죽음으로 가득합니다. 거울속의 남자는 죽어있습니다. 죽은 남자의 ‘웃음’이 죽어있고 그의 ‘좋은 아침’또한 죽어있습니다. 거울속의 세계는 웃음과 좋은 아침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거울밖의 남자는 “붉은 색 넥타이를 매고 향수를 뿌리고/ 로션을 가볍게 바르고 다시 웃는다” 거울밖의 남자는 거울 속 남자의 죽어버린 웃음과 죽어버린 좋은 아침을 읽어내지 못합니다. 거울의 막을 경계로 하여, 거울속 남자와 거울밖 남자는 분리되어있습니다. 거울속에는 죽음이 쌓이고 쌓이지만, 거울밖 남자는 그것을 끝내 보지 못하고 떠납니다. 남자가 떠난 공간은 죽음의 공간이 됩니다. 그리하여 “시취마저 향수처럼 한동안 맴돌다 사라지”고 “거울속에는 복제된 어제의 풍경들이/속속 살아나기 시작”합니다. 거울속의 남자는 거울밖의 남자에게 버림 받은 것입니다. 아니 인식의 범주에 아예 들어서지도 못했습니다.

그렇다면 삶의 실제는 영원히 거울밖으로 뛰쳐나올 수 없으며, 거울속에 감금당해야할 운명을 지닙니다. 잊혀진 거울속 공간(실제계)은 급기야 복제된 어제의 풍경들이 점령하기 시작합니다. 실제계는 거울속에서조차 설 자리가 사라지게 된것입니다. 그리하여 이제 거울밖의 남자(상징계)는 거울속 남자(실제계)를 영원히 만날수 없습니다. 거울밖의 남자는 거울의 반사면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만을 마주할 뿐입니다. 따라서 거울의 경계는 상상계(혹은 상징계)와 실제계의 경계인것입니다. 말할수 있는것과 말할수 없는것의 경계, 즉 인식과 초월의 경계에서 시는 항상 실패하고 좌절합니다. 그러므로 거울속의 남자는 거울밖으로 나올수 없으며, 기다림의 대상인 ‘시인’은 결코 오지 않습니다. 시인은 영원히 지연되고 보유될 뿐이며, 불가능한 욕망은 불가능성속에서 스스로의 신비를 차곡차곡 쌓아갑니다.      


해설—거울을 보는 한 남자가 있다. 아마도 출근을 준비하는듯. 거울속에 한남자가 죽어있다 그런데 그 남자는 쌓이고 쌓인 그들의 죽음을 남자의 죽음을 오늘의 죽음을 끝내 보지못한채 떠난다 그는 자신이 죽은자임을 알지못한채 넥타이를 매고 향수를 뿌리고 휘파람불며 출근한다 거울앞에서 그가 행하는 모든 것들은 죽음에 속한다
자신이 죽었음을 자각하지 못하는 것보다 더 확실한 죽음이 어디 있겠는가
기계의 부속품처럼 작동하는 대다수 오늘의 삶을 이 시는 죽음으로 파악한다.
남자에게 단호히 죽음이 선고되는 배경에 대해 따로 제시하지 않았다. 그것은 우리가 바로 이런 시대에 살고있기때문이다. 한국남자들은 죽지못해 산다.
인정이 삭막해지고 절주가 기가 막히게 빠르고 팽이처럼 돌고 소처럼 일하고 기계부속품처럼 움직이는…
하기야 거울앞의 나와 거울속의 나 사이에도 미세한 시차가 있다. 거울을 통해 우리는 언제나 미세한 과거를 보는것이니 그 역시 이미 흘러간 죽은 나일수도.

신: 네 거울을 빌어서 상상계와 실제계를 그려내고 또 그속에서 우리의 삶의 측면을 펼쳐본 한수의 좋은 시였습니다. 그럼 계속하여 길상호의 시 <벽돌공장 그녀는>을 감상하겠습니다. 먼저 길상호시인의 경력부터 살펴볼까요?

림: 네

길상호략력
1973년 충남 논산 출생
한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200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오동나무 안에 잠들다” “모르는 척”

신: 네 2001년에 등단을 했으니 시단에 발을 들여놓은지는 오래지 않지만 살펴보면 시집도 여러권 냈고 또 수상도 아주 많이 한줄로 알고있습니다.

림: 네 1973년 출생이니깐 올해에 37살입니다. 하지만
현대시동인상, 이육사문학상, 젊은시인상, 천상병시상 등 많은 상들을  수상했습니다. 아주 주목되는 시인이지요.

신: 그리고 길상호시인은  시 언어에서도 남다른 자기 의식으로 우리말을 능란하게 구사한다는 높은 평가를 받고있는데요. 시 감상과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벽돌공장 그녀는
                 길상호

모래속에 사는 물고기
세상 뭐 볼게 있냐고
질끈 아래우 눈섶 지퍼를 채우고
모래 씹으며 사는 물고기
물살의 부드러운 손길도 잊은지 오래
푸른 물풀의 손짓도 잊은지 오래
성긴 아가미로 시간을 걸러
사각틀에 꾹꾹 다져넣다 보면
수북이 쌓여가는 모래벽돌
건드리기만 해도 허물어질 몸으로
단단한 집 한번 지어보겠다고
지느러미 쉬지 않는 물고기
몸에 박힌 모래알갱이
해빛아래 반짝이는 비늘이라고
애써 흔들리는 웃음 지어보지만
낮잠 시간이 되면 아무 데서나
무게를 못이기고 스르륵
모래더미로 내려앉는 물고기

신: 네 길상호시인의 시 <벽돌공장 그녀는>였습니다. 이 시를 살펴보면 어려운 단어는 없는데 사유가 비약적이라고 보아야 할까 좀 리해하기가 힘드네요. 제목에도 <벽돌공장 그녀는>라고 해놓고 모래속에서 사는 물고기를 적고있지요. 그리고 물고기라고 하면 물에서 살아야 겠는데 모래를 씹으며 산다고 합니다. 어떻게 풀이해야 할까요?

림금산:
모래속에 사는 물고기처럼 고단하고 쓰린 고생을 사는 여자가 있다. 세상을 향한 문을 닫고 오로지 모래벽돌을 쌓아올리기만 한다. 눈을 뜨면 쏟아져들어오는 모래처럼 세상살이는 따끔거리고 아프다. 그런 모래알로 모래벽돌을 쌓아 단단한 집을 짓겠다는 그녀의 꿈은 고통속에서 희망을 찾아가는 삶의 아이러니와 상통한다.
몸으로 파고드는 모래를 해빛 아래 반짝이는 비늘이라고 애써 위무하는 그녀의 웃음은 애처롭기만 하다. 자신의 희망이나 의지와는 달리 잦아드는 그녀의 몸을 시인은 외면하지 않는다. 애틋한 꿈보다 고단한 삶을 직시하는 건조한 눈길이 오히려 살뜰해 보인다.
여기서 모래는 강변에 있기에 강을 쉽게 떠올리고 그녀를 강의 물고기로 상상했다. 마지막 너무 지쳐 모래처럼 무너져내려 아무렇게나 잔다고 했다. 또 몸에 붙어 반짝거리는 모래알을 고기비늘로 비유했는데 아주 타당한것이다.

 

신: 모래에서 사는 물고기를 글에 실어 최하층에서 살아가는 시민의 생활을 잘 보여준 한수의 시가 아니였는가 생각합니다. 그럼 계속하여 유강희시인의 시를 감상하겠습니다. 역시 평론가들의 높은 평가를 받은 시인이지요?

림: 네  유강희시인약력:
1968년 전북 원주 출생
1987년 “서울신문”등단
시집”불태운 시집”, “오리막”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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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네 유강희시인은 세상을 바라보는 순결한 눈과 치렬한 시 정신을 가진 분으로 불리우고있습니다. 특히 시적 현장이 농촌 농민이 많은데요. <어머니의 겨울>이라든가 <어머니의 발톱을 깎으며>와 같이 어머니를 등장시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 유강희시인의 시<어머니의 발톱을 깎으며>를 감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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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발톱을 깎으며
           유강희

햇빛도 뼛속까지 환한 봄날
마루에 앉아 어머니 발톱을 깎는다

아기처럼 좋아서
나에게 온전히 발을 맡기고 있는
이 낯선 짐승을 대체 무어라고 불러야 할것인가

싸전다리 남부시장에서
천원주고 산 아이들 로봇신발
구멍난 그걸 아직도 신고 다니는
알처럼 쪼그라든 어머니의 작은 발.

그러나
짜개지고 터지고, 뭉툭하고 굽은
발톱들이 너무도 가볍게
톡톡 튀여 멀리 날아갈때마다
나는 화가 난다
봄이라서 더욱 화가 난다
저 왱왱거리는 발톱으로
한평생 새끼들 입에 물어 날랐을
그 뜨건 발알들 생각하면
그걸 철없이 받아삼킨 날들 생각하면

신: 네 유강희시인의 시 <어머니의 발톱을 깎으며>였습니다. 어머니의 발톱을 깎는 아주 간단한 장면을 적고 또 아주 짧은 시이지만 긴 시를 읽은 느낌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우리 어머님들의 기구한 평생을 살펴본듯한 느낌이 들고요.

림; 해설—늙어 다시 철없는 아기가 된 어머니가 있다. “알처럼 쪼그라든 어머니의 작은 발”을 잡고 마루에 앉아 발톱을 깎는다. 아기처럼 좋아서 나에게 온전히 발을 맡기고 있는 이 낯선 짐승을 대체 무어라고 불러야 할것인가.
이 낯선 짐승의 뜨거운 찬란함이 누군들 코날 시큰하고 가슴 미여지지 않겟는가? 그 발톱으로 물어날랐을 뜨건 밥알들과 그걸 철없이 받아삼킨 날들 생각하면 기막히다 못해 어찌 화가 나지 않겠는가?
터무니없는 패륜적(비도덕적 행위와 그에따른 상상) 상상력이 횡행하는 시대에, 인륜의 지당함(인간륜리도덕성의 지당함)을 외피(껍질)로 해서 진정성으로 안을 가득 채운(내용이 풍부하고 그리맨용, 감정내용, 정서내용 등) 이런 시편에 대해. 이의가 있을수 없다.

신: 네 2009년에 우수한 시중의 한수로 뽑힌 좋은 시였습니다. 계속하여 조동범시인의 “저수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조동범시인은 1970년 경기 안양에서 출생했고 서울예대. 한신대학교 문예창작과 졸업했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을 마쳤습니다. 2002년 “문학동네”등단 했습니다. 시집 “심야 배스킨라빈스 살인사건”등이 있습니다. 먼저 시 <저수지>를 감상하겠습니다.

저수지
                                    조동범

여자가 떠오른 것은 저물녘의 마지막 순간이였다.
여자가 떠오른 순간 파문이 일었고, 파문을 따라 해넘이의 붉은 빛이 넘실댔다.
여자가 떠오른 것은 바람이 잔잔해진 적막속에서였다. 다시 바람이 불었고, 바람을 따라 산 그림자가 서늘하게 내려앉았다.
여자의 등은 단호하게 하늘을 향하고 있다.
등을 돌린채 저수지의 바닥을 바라보고 있다. 바닥의 깊은 어둠을, 굽어보고 있다. 어둠을 훑는 여자의 시선을 따라 저물녘의 마지막 순간이 사라진다.
여자는 무엇을 놓고왔는지, 하염없이
저수지의 바닥을 바라보고 있다. 마지막까지 바라보아야 할것이 있던 것인지. 여자의 시선은 처연히 어둠을 헤집고 있다. 창백한 어둠속에 시선을 풀어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다.
쏟아지는 눈물을 닦지도 못하고
여자의 양팔은 저수지의 바닥을 향해 있다. 무엇을 잡으려 했는지. 무엇을 건지려 했는지.
뻗은 손의 끝은 힘없이 굽어 있고 수초처럼
여자의 팔이 느리게 흔들렸다.
여자의 신발이 발견되였다고도 하고 , 여자의 목걸이가 발견되였다고도 했다.
저수지를 향하던 여자의 발자국따라 풀이 눕기도 하고 그녀의 구두가 남긴 무늬를 따라 숲의 어둠이 들어섰다고도 했다. 저물녘의 마지막순간과 해넘이의 산그림자가 사라지는, 계절이였다.
아직, 눈을 감지못한것인지, 지금도 여자는

신: 네 조동범시인의 시 <저수지>였습니다. 여자의 죽움에 대해서 쓰고있는 시라고 생각되는데요. 기타 시들에 비해서 좀 색다른 점을 보이는 시입니다. 이 시를 어떻게 풀이해야 할까요?

림: 해설-조동범의 시에서는 추리소설같은 느낌이 난다. 범상치않은 사건의 흔적이 치밀하게 묘사된다. 이 시의 “저수지” 역시 한 여인의 주검이 자리한 사건의 현장이다. 냉철하게 묘사되는 현장검증같은 진술에는 긴장감이 넘친다. 감정이 섞이지 않은 냉담한 어조가 오히려 묘한 비장미를 일으킨다. ‘여자가 떠오른 것은 저물켴의 마지막 순간이였다” 에서 진술되는 시간은 삶과 죽음의 경계를 상징적으로 내포한다.”
“저물녘의 마지막순간과 해넘이의 산 그림자가 사라지느 순간 그녀의 생도 마감되였던것이다.” “여자의 등은 단호하게 하늘을 향하고 있다.” 는 진술은 그녀의 삶을 암시한다. 하늘을 등진채 저수지의 바닥에 고정된 시선으로 그녀가 향한것은 무엇이였나. 처연한 눈길로 어둠을 헤집으며 쏟아지는 눈물을 닦지도 못하고 수초처럼 흔릴리는 팔로 힘겹게 붙잡으려 했던것은 과연 무엇이였나? 그녀가 보여주는 죽음의 형상은 욕망의 심연을 향해 몸부림치며 다가가는 현대적 삶의 음화이다.
녀자 시체하나로 전반 사회의 침체와 욕망으로 꽉찬 이 사회의 갈앉는 모습을 상징했다…


신금철: 그럼 계속하여 김수우시인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김우수 시인은 이번에 붉은 거울로 좋은 평가를 받고있지요?

림: 김수우 약력
1959년 부산 출생
1995년 “시와 시학”등단
시집 “길의 길”, “당신의 옹이에 옷을 건다”, “붉은 사하라” 등

신: 네 그럼 먼저 김우수 시인의 시 <붉은 거울>을 감상하고 풀이해보겠습니다.

붉은 거울
김수우

거대한 등들이 너울거립니다.

포장마차 붉은 천막
국물과 소주잔을 놓고 앉은 영혼들이 풀럭댑니다
자정 넘도록
혼불처럼 울렁이는 깊은 산마루들

오래된 사랑은 늘어난 빚돈만큼 아득하고
처음 꾸는 꿈은 수취인 불명만큼 서러워

문득문득 오래된 것들이 처음처럼 돌아오는 바람속
거대한 등을 가진, 꽃잎만한 아비들

하늘끝에서도 잘보이는 홍등입니다.
먼데서 바라볼수록 살아, 깜박이는 한송이 산나리

아침이면
우주를 전파상처럼 운영하기위해 온몸으로 울어야할
유난히 붉은, 주전자같은 등들이 너울거립니다

신: 김우수시인의 시 <붉은 거울>이였습니다. 어떻게 풀이해야 할까요?

림금산: 이 시에는 두가지 등이 등장한다. 겨울 포장마차를 밝히는 붉은 등과 포장마차에 쭈쿠리고 앉아있는 아버지의 등이 그것이다. 초라하기 그지없는 아버지의 등을 포장마차의 붉은 천막이 감싸고 있고, 흔들리는 포장마차를 깊은 산마루들이 감싸고 있다.
아버지의 영혼을 풀럭대고 포장마차의 등들은 너울대고, 산마루들은 혼불처럼 울렁인다. 소외된 위태로운 존재들이 서로를 감싸고 있는 애잔한 풍경이다. 그곳에서 꽃잎같은 연약한 아비들이 술잔을 기울이며 위로를 받는다. 아침이면 자신의 등에 우주와 맞먹는 생활의 무게를 지고 다시 가야할 아비들,
마지막 장면에서, 거대해야만 하는 그들의 등과 그들을 감쌌던 포장마차의 등은 자연스럽게 어울린다.(대비적으로 조화를 이룬다.)  잔뜩 구부러진 등으로 생활을 밝히는 등(등불)이 되기 때문이다.

신: 네 지금까지 2009년도에 현장비평가들에 의해 뽑은 우수한 현대시들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오늘 살펴본 현대시들을 돌이켜보면 총체적으로 어떻게 볼수있을가요?

림금산: 네 대부분 시들이 시내용면에서 평민들에 눈길을 돌렸다는 점….결코 풍족한 삶이 아닌 고달픈 삶을 영위해나아가는 서민들을 심층취재하여 시적상상을 썩 발휘하여 시화한 시들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형식상에서 …..상징성이 강하고 상상이 기발하고 비약의 락차가 심하고 굴곡적이고 선이 굵직굵직합니다. 례하면 모래로 벽돌을 만든다하여 벽돌공 녀인을 모래와 싸우는 물고기로 상상한다든가…밤늦게까지 가정의 중임을 등에 지고 버티는 아버지의 등과 포장마차의 등 또 그것을 산의 릉선에 비유하고 … 녀자의 시체를 당시의 사회의 암흑면…죽어가는 이 시대상과 비교적으로 묘사…욕망에 꽉차 결국 욕망으로 망가지고 갈앉는 이 시대를 준렬히 비판하는 그 랭혹하고 예리한 시인의 눈빛 등이 그러하다고 생각합니다.
진짜 오늘 감상한 시들은 고층빌딩이 즐비하게 늘어가고 자가용이 물결치며 질주하는 시대속에서도 살기위해 바둥거리는 최하층 서민들한테 필봉을 아끼지 않고 예리한 수술칼로 사회의 밑둥을 피터지게 수술하는 시의 힘과 시인의 량심을 다시 한번 강하게 느끼게 되지 않나 생각됩니다…

신: 네 오늘 문학살롱 작가초대석시간에는 연변시가학회 부회장 림금산선생님을 모시고 지난해에 한국에서 좋은 시로 평가받은 현대시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현대 시를 살펴보는 과정에 시인의 정신, 나아가서 감수성의 깊이와 넓이 형식상의 창조능력, 그리고 언어구사 능력에서 전통시와 좀 다른 면들을 찾아볼수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선생님 오늘도 수고가 많았습니다.

림: 네, 신선생도 수고가 많았습니다.

신: 오늘 이시간이 우리의 시를 사랑하고 아끼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시간이 되였다면 감사하겠습니다. 이시간 프로편집에 김철운이였습니다.
--------- 노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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