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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언제나 그처럼 싱싱하게 거짓없이 계절따라 우리앞에 찾아와 숨결을 나눈다.
산은 푸른 색, 푸른 바람을 좋아하는 젊은이들의 하아얀 웃음속에서 숨쉬고 4월, 5월의 화려한 시기보다 봄의 시작인 삼월앞에 기막히게 웃어준다
20여년전, 유석이 쓴 영화 "이른봄 2월"을 보고 깊은 감동을 받은적이 있다. 영화의 내용을 간추려본다면 이렇다
한 대도시의 대학생 지식인청년이 교육구국을 하겠다고 부용진이라는 시골진에 내려가 교편을 잡는다. 그는 적극적으로 앞뒤로 뛰여다니며 홀로 애 둘씩이나 키우는 과부네집도 도와주고 또 신식청년의 풍도도 나타내느라 한 학교에서 교원으로 있는 교장의 녀동생과 시체연애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의 환상과 랑만적인 구국행위는 이 시골진의 굳어진 의식현실에 맞지가 않았다. 벌써 온 진내에 과부와 좋아하면서 또 교장의 녀동생과도 여차여차하다느니 하고 소문이 파다하게 퍼진다…그는 또 애들이 불쌍하다고 호주머니에서 돈이랑 여러차 꺼내주었었는데 차츰 불쌍한 애들이 너무 많아져 자기 혼자의 호주머니 돈으로는 도저히 문제해결이 안되는 상황이였다…나중에 청년지식인은 절망에 빠지고 몸져누웠다가 끝내는 이 자그만한 시골진에 배기지 못하고 떠나고 만다…마침 그때는 꽃이 망울을 짓기시작하는 “이른 봄 2월”이였다.
이제 3월이나 4월이 오면 영화의 주인공같은 젊은 지식인들도 구국의 길을 제대로 찾아낼수도 있을쯤하다. 하지만 나는 그래도 영화는 요렇게 여운을 길게 남기면서 그냥 “이른 봄 2월”에서 끝나는 영화가 더욱 예술적 매력이 있다고 나름대로 생각한다.
영화에서는 햇내기 지식청년과 구국의 방도를 제대로 못찾은걸 념두에 두고 상징적으로 “이른봄 2월”이란 영화이름을 단것이다.
지금와서 돌이켜 보면 이 영화의 내용은 오늘 현실과는 별관계지만(어디까지나 력사영화이니깐) 나는 이 영화의 제목 “이른봄 2월”이 우리 북방으로 말하면 아직 활-펴지지 않은 이른 봄3월과 계절적으로 맞먹는다고 생각한다.
아직도 찬기운이 그냥 숲속을 기여다니지만 우리 북국의 삼월, 산은 언녕 봄을 잉태하고 있는것이다. 혹간씩 가둑나무 사이에 나타나는 버드나무는 벌써 꺾을래야 꺾을수 없게 물이 올라 팔팔하다.
비탈의 진달래는 은근히 춤출 예비동작으로 고개를 갸웃하고 몽오리를 물고있다. 아직도 채 녹지않은 잔설을 헤쳐보면 그 밑엔 벌써 송곳같은 생명이 눈을 따끔 찔러놓는다.
그 추운 계절, 집안에서만 놀아대던 아이들은 나무꼬챙이를 들고 비탈에 바장이며 무엇인가 찾아헤맨다.
부식토는 점점 가슴부풀기 시작하고 그우로 더운 바람이 한줌씩 두줌씩 스쳐지나간다. 산은 이런 의미깊은 철학속에서 숱한 소박한 이야기를 그들먹이 쏟아낸다. 다람이의 이야기, 토끼들의 이야기, 꿩이나 메새의 이야기로 굉장한 합창을 준비한다.
작디작은 깸알부터 여리디 여린 산나물부터 푸르디 푸른 하늘 한 쪼각까지 모두다 봄의 천사를 종교처럼 우러른다. 꼼지락대는 아기손같은 햇풀이며 그냥 떨어지지 않고 아지에 붙어서 한들거리는 솔방울이며 녹을랑 말랑 하는 골짜구니의 건물진 산속시내며 실로 봄앞의 다정한 숨결들이다.
지금 저 산은 그냥 짙푸르게 웃어버릴 준비다. 내맘속에 창창히 열려지는 산의 가슴, 좀더 시간이 흘러 흐드러지는 산보다 아직 청순하고 싱싱한 삼월의 산은 그래도 신성해서 더 좋다. 나는 이맘때면 벌써 봄냄새에 취해서 안되는 시지만 긁적여 보기가 일쑤다…
푸름푸름 밝아온다
뿌리에서부터 기여오르는
그리움이 차츰 아지끝오리에까지 감긴다
녹아지는 기슭은 푸들져
3월은 살진 앞가슴을 살며시 헤친다
태초의 얼음산에 곬을 만들어
흘리는 노래는 살지고 있다
거리에는 하나 둘씩
향수뿌리는 미녀들이
잰걸음으로 골푸리치기 시작한다
어디선가 나비들의 꽃치정이 준비되는때
내 맘에선 쿵-쿵 한때의 잔치 례포소리
료량하다
도망치듯 물러가는
두만강의 성에떼우으로
햇3월은 서서히 허리를 편다
... ...
며칠전 한 나이 지긋한 유명소설가님을 만나 얘기를 나누던중 여인에 대해서 말하게 되였다.
소설가님은 여자가 넘 깎듯하고 너무 조심성스럽고 넘 세련된 여자면 매너가 적다고 했다
즉 말씀인즉 너무나 익어서 사랑스러운데가 적다는 뜻이겠다.
나도 동감을 표했다. 여자가 넘 다듬어지면 사랑스러운데가 없어보인다.
좀 잔실수같은것도 하고 좀 거칠기도 한맛이 있어야 더구나 사랑스럽고 귀염성 있어보인다. 취한척하고 남자들의 걸쭉한 롱담이나 육담에 얼굴을 발그레 붉히면서도 잠자코 들어주는것처럼 한다든가, 늘찬 산행길에 슬그머니 남자들한테 자기짐을 빼앗기는것 처럼도 한다든가 깍쟁이 남자들을 살짝꿍 놀려주기도 한다든가...때론 맥주에 조금씩 취할가 한다든가 하여간 이러루한 진실다운 여자가 산앞에서는 또 풀이나 새나 구름앞에선 더 매너가 있지 않을가?
좀 성숙되고 숙련된 4-5월의 자세보다 나는 그냥 한오리의 더운 바람으로 좋아하는 산언덕이 더욱 매너가 있어보인다. 세련된 기법이나 쓰찔보다 무기교가 더욱 사랑스럽다.
이제 점차 펼쳐지기 시작하는 저 크나큰 봄보다 나는 그래도 삼월의 산이 더 매너가 넘치는걸로 안다.
산은 삼월앞에 진짜 싱싱한 처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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