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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고향(외 2수)
■박문희
4월을 머금은 살진 단비
비암산 너머로 달려가고
산허리를 칭칭 감은 안개
용드레우물가에
칠색무지개로 피여난다
세전이벌이 태동하기 시작한다
금슬 좋은 꿩부부 장끼 까투리
해란강 맑은 물에
하얀 쪽배 띄워놓고
허공에 비낀 멍든 락서를
비누물로 마알갛게
닦아내고 있다
새벽을 깨우는
닭울음소리 다독이며
반쯤 열린 삽작문을
두드리는 순간
잠옷 바람에 머리 엉성한 내가
문밖에 섰는 나를
물끄러미 내다보고 있다
과원
파랑새 방울새의 우짖음이
하얀 구름산자락에서
풀색으로 피여날 때
생생한 구름 한쪼각이
우주의 소리 맛 풍기는
아침빛 한줄기를 훔쳐먹고
빨간 노을에 흠뻑 취해
별무리 흐르는 산정호수의
시원 달콤한 달덩이로
불끈 떠오른다
천길 폭포에 풍운조화 인다
쏟아지는 서기(瑞氣)에
비단결로 가로걸린 쌍무지개
벼랑 탄 송학(松鶴)에
아리랑 명창으로 아롱진다
용드레 천하 소나무가지는
늘찬 가람으로 눕고
하늘과 땅 사이 두루미 날개는
만무과원으로 눕는다
소나무 두루미 너울너울
향무(香舞)를 춘다
춤노래 익는 마을
도라지뿌리에 매달린 초롱불이
밤의 까만 벼랑길을 톺는
하얀 두루미의 치정을 따갑게
비춰주고 있다
천지에서 미역 감고
상모 돌리는 해와 달의 사랑
꽃사슴의 머리 우에 타오르는
빨간 뿔을 아름다운 선녀가 널뛰는
바람결로 어루만져준다
꽃노을이 출렁이는 아침
쿵쿵 찧는 만화방초의 합창속에서
눈부신 진달래요정이
거문고를 탄다
[길림신문] 2017-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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