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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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윤동주 문학상 대상 당선소감
2018년 06월 19일 15시 26분  조회:1570  추천:0  작성자: 박문희

제4회 윤동주 문학상 대상 당선소감

 

우주의 방언
 
□박문희

 
상오 열한시가 넘었는데도 기어이 활시위를 당기는 것은 피후(皮候)의 정곡(正鵠)을 향해 돌진하는 화살 자체가 공중분해 된 바람의 뿌리를 스치는 순간 어지럼증을 느낀 까닭이다. 화살과 시위는 헤어지기 위해 만나는 빛의 뒷문이요 복제된 개기월식이다. 시위 떠난 화살이 되돌아올 수 없다고들 하지만 이미 길에 오른 화살에 대한 설득반송, 혹은 강제반송은 근자에 언론에도 꾸준히 회자되는 사건이다.
 
유령의 마구간에서 신기루와 혈투를 벌린 도리깨의 어깨 죽지는 호수위에 둥둥 떠도는 달의그림자다. 아울러 그것이 낳은 부드러운 능선은 다정다감하면서도 능갈친 우주의 방언이다. 바람개비의 뒤통수를 쥐어 당기는 안장형의 긴 하품은 잔디밭에 피어난 평면형의 짧은 잠꼬대와 더불어 운명의 동일선상에서 안으로 혹은 밖으로 열심히 튀는 방언속의 돌꽃이다.
 
염소를 몰고 블랙홀을 방문한 방울새의 발에는 장수(長壽)의 뼈와 살을 만드는 식수(食水)가 시계추로 매달렸다. 홀의 문턱과 한정거장 거리에서 시동을 멈추고 배꼽에 눈이 달린 블랙홀 홀장의 환영연에 초대된 방울새일행의 귀환보고서에 따르면 생명폭포의 질주속도는 제백석이 낳은 만추의 낙엽과 궤를 같이 한다. 불타는 단풍은 귀뚜라미를 베개 삼아 영원히 투명한 허공에 평화롭게 누워있다.
 
 

[당선소감]

 솔직히 여태 살아오면서 저는 무슨 상을 받아본 기억이 없습니다. 상을 받은 적이 있기는 한데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확실히 무슨 상을 받은 적이 없었던 것인지 모호하지만 무슨 상을 받아본 그런 기억이 없다는 사실은 분명하고 확실합니다.
 
소싯적부터 문학 지망생이었으나 본연의 문학영역에서 여타의 제반 여건상 진실한 의미에서의 창작을 실시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으며 시를 쓰겠다는 생각이나 시인이 되겠다는 생각은 더군다나 꼬물만큼도 해본 적이 없는 제가 불가사의하게도 시를 쓰게 되고 오늘 느닷없이 문학상수상대에까지 오르게 되었음은 저로 말하면 분명 인생의 첫 상을 누리는 영광입니다.
 
중국에서 하이퍼시란 거친 텃밭에 첫 보습 날을 박은 최룡관 선생이 있어서 하이퍼시에 매료됐고 짜장 하이퍼시가 있어서 결국은 내 인생도 바뀌게 된 셈입니다. 이 감각을 십분 소중히 여기겠습니다.
 
물론 앳된 종달새들처럼 짹짹거리며 날아다닐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가급적이면 시간마다 우주방언의 눈금을 새김칼로 깎아 지팡이로 삼아야겠다는 마음으로, 감각마비 일보직전인 뼈마디로나마 천천히 산책을 하면서, 전자 말이 질주하는 새빨간 광야의 저 거미줄매듭에서 꽤나 멀리 떨어져 있는 땅 밑의 리좀 건너 화산석과 공룡화석이 우거진 수풀 속에서 이리 기웃 저리 기웃 어슬렁거릴 것입니다. 별똥그림자가 어슴푸레 비낀 곰 바위 아래, 저 꽃뱀처럼 머리 들린 사래 긴 오솔길을 겨울잠에서 깬 굼벵이처럼 조금은 부지런히 꿈틀거릴 것입니다. 그러노라면 혹시 나의 머리 위쪽에 삐쭉하니 내밴 흰털의 일부분이 언젠가는 블랙홀에 함몰하는 깜장염소의 파란 수염으로 바뀔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이상하고 다욕한 생각이 갑자기 드는 건 또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습니다.
 
가르쳐주신 선생이 고마웁고 나를 담아준 우리협회와 그리고 늘 함께 하는 따뜻한 문우들이 고맙습니다. 더욱이 석련화 회장님을 비롯한 윤동주문학상 제정위원회 선생님들에게 뜨거운 감사의 인사를 드리구요, 뽑아주신 심사위원님들께도 고개 숙여 다함없는 고마움을 표합니다.
 
감사합니다!
 
​2017.09.14​







감사의 말씀

 ‘박문희 하이퍼시집 <강천 려행 떠난 바람이야기> 출간 세미나’에서 한 답사


□ 박문희

 

선배님들, 그리고 여러분! 정말 반갑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저의 시작에 격려, 편달과 조언의 말씀을 주신 여러 분에게 뜨거운 감사를 드리며 우리 동북아문학예술연구회와 회원 여러분, 그리고 이 자리를 빛내주신 여러 선배시인님들과 동인여러분에게도 깊은 사의를 표합니다.

연구회에서 늦깎이로 시를 시작한 저에게 모처럼 격려의 모임을 마련해준데 대해 매우 부끄럽지만 한편 벅찬 영광을 느끼며 큰 고무를 받았음을 고백합니다. 몇몇 분들께서 제가 시를 시작해서 일 년 만에 시집 한권을 낸데 대해서 극찬을 아끼지 않으셨는데, 물론 너무 고맙지만 그러나 그것이 자칫 큰 오해를 불러올 소지가 있다고 생각되어 몇 마디 피루어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거의 평생을 신문보도사업에 종사해 왔지만 실상 애초에 꿈은 문학이었습니다. 신문을 하는 내내 이 꿈을 포기한 적이 없었고 해서 과외로 소설, 시, 평론 등 읽기를 멈추지 않았는데 읽을 때마다 창작과 연계를 시키면서 가끔 뭔가를 끄적거려 보고는 했습니다. 하지만 진정 문학도답게 시종 정열을 불사르며 끈질기게 창작에 달라붙지를 못했으며, 쓴다고 해도 감히 쓸 수 없는 것도 있었거니와 설령 썼다 해도 마음에 내키는 것조차 없어 결국 한생이 다하도록 발표한 작품 한편 없게 된 것입니다. 이건 누가 봐도 기막힌 일이 아니겠습니까. 너무나 한심한 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과정이 있었기에 장기간에 걸쳐 ‘문학 꿈의 부스러기’가 무의식중 나의 몸속 어딘가에 축적이 될 수 있었고 결국 그것이 어떤 기회를 만나자 모종의 자극을 받고 튀어나와 이 늦깎이의 창작을 밀어준 것이지요. 말하자면 저의 시집이 짧은 시간에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것은 결코 아니라는 것입니다.

어쨌거나 지금 와서 천만 다행으로 생각되는 것은, 제 몸속에 웅크리고 있었던 그 ‘문학 꿈의 부스러기’들이 비록 유용한 것이었다 해도 만약 돌연히 찾아온 내적 혹은 외적인 자극의 깨움이 없었다면, 그것은 그냥 별 볼일 없는 무용지물에 불과했을 뿐, 저 자신은 그런 내막을 까맣게 모르고 허망하게 지나치고 말았을 거란 사실입니다. 나 자신으로 말하면 진짜 어처구니없는 일이죠.

하지만 그런 와중에 두 차례의 진지한 논쟁을 거쳐 저의 잠자던 시심을 두드려 깨워준 이가 바로 최룡관 선생입니다. 감사의 마음을 항상 간직할 것입니다. 여러분도 다 아시다시피 최룡관 선생은 시문학에 깊은 애정을 갖고 오랜 기간 탐구의 험로를 헤쳐 오면서 추호의 흔들림도 없이 중국 땅에서 조선족 시단을 위해 하이퍼시란 참신한 꽃밭 한 뙈기를 일구어낸 분입니다. 최선생의 치열한 시인정신에 경의를 표합니다.

한편 지난 수십 년간 여러 시인님들 특히 선배시인님들과 기타 중견시인님들께서 보석 같은 작품으로 저의 문학 꿈에 자양분을 얹어주셨고 이런 은연중의 영향과 감화가 오늘 저의 시 창작을 가능케 했음에 항상 감사하고 있습니다.

시를 쓰는 사람은 마음이 늙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시를 써보니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확실히 그럴 것이라고 믿으면서 소년의 마음으로 돌아가 조금씩이나마 부지런히 시 쓰기에 시간을 던져보겠습니다.

오늘 존경하는 여러분과 좋은 자리를 함께 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합니다.

감사합니다. 

2018년 4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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