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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팔자와 인간다움
2024년 03월 08일 14시 13분
조회:672
추천:0
작성자: 오기활
사람들이 분주하고 고생스런 삶을 살 때 그 고달픔을 넋두리로 하는 말이 있습니다 . ‘ 개 팔자가 상팔자 ’ 란 말입니다 . 바쁘고 고달픈 일을 하고 있는 인간과 달리 아무 일 안하고 돌아다니는 개의 삶이 인간보다 낫다는 말이지요 .
노동하는 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 썰매 개나 사냥개 , 그리고 안내 견 , 마약탐지 견 , 수사 견 등은 인간을 위해 봉사하는 개들입니다 . 거기다 인간의 취미에 동원되는 개까지 있습니다 . 경주 견 , 싸움을 목적으로 키우는 투견도 있습니다 . 인간들은 개를 이렇게 부려먹고 삽니다 .
약 60 년 전만 해도 농가에서는 보리타작과 모내기를 마치고 나면 사람들은 고된 노동으로 녹초 상태에 이릅니다 . 이때를 겨냥해서 미리 키워온 개를 잡아 동네잔치를 했습니다 . 말하자면 개는 가축이고 고단백 섭취를 위한 비상식량이었던 셈입니다 .
세상이 바뀌어 개가 반려 동물로 등극하자 주인 잘 만난 개는 굶주림의 걱정이 없고 , 실내에서 주인과 동거하니 추위에 떨 필요도 없고 , 병들면 치료까지 해주고 , 목욕이나 털 손질 등 미용에까지 주인이 배려해주니 개는 짐승이라기보다 인격화된 식구로 격상한 셈입니다 . 솔직한 말이지만 이럴 때의 개는 인간의 위로를 주는 살아있는 장난감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 개가 이렇게 사는 것이 상팔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그것이 어떠했든 예전대로의 개 팔자가 아니라 상팔자 개 세상이 된 것은 확실합니다 .
이같은 개 팔자 닮아 세상 잘 사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 부모 잘 만나 엄청난 상속을 받아 걱정 없이 잘 사는 사람들입니다 . 이들은 땀 흘려 일할 필요가 없고 , 재산 전담 관리자에게서 금전출납의 보고만 받으면 됩니다 . 아무 때나 여행하고 , 먹고 싶은 것 역시 요리솜씨가 좋은 식모를 두거나 유명 식당을 찾아가면 됩니다 . 철 따라 옷이나 갈아입고 손톱 소제 , 머리 손질이나 하고 , 골프나 치고 , 아름다운 여인을 찾아다니는 이런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 이런 사람들을 개 팔자 닮은 상팔자라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 이런 사람들은 지식을 쌓기 위해 분주해야 할 필요를 안 느끼겠지요 . 힘든 공부를 왜 해 ?
과연 이런 태도가 맞을까요 . 지식은 습득해야 할 삶의 기술이고 , 삶을 보람 있게 잘 살도록 하는 도구입니다 . 재능 역시 슬기롭게 삶을 사는 능력이지요 . 지식이나 재능은 그것의 쓰임에 따라 선하게도 악하게도 활용됩니다 . 칼이 요리를 하거나 생활의 편리에 쓰일 때는 선한 도구이지만 타인에게 위해하는 데 쓰일 때는 악한 도구가 되는 거와 같습니다 .
인간행위의 고귀한 품성을 발휘할 때 그를 두고 인간답다고 말합니다 . 지식과 재능을 자신의 이익추구에만 쓴다면 그를 인간답다고 하지 않지요 . 내 삶이 중요하듯이 타인의 삶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타인의 고통에 기꺼이 동참할 때 , 그를 두고 인간답다고 말합니다 . 자신만의 행복 추구에 몰두하여 돈을 쓰거나 자신의 과오를 위선으로 포장하고 남의 탓으로 돌리는 태도는 동물답다 ( 이 말이 잘 쓰이진 않지만 ) 해야 할 것 같습니다 . 앉을 수 있어야 의자라 합니다 . 인간도 인간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야 인간답다고 말합니다 .
상대방에 대한 동정심과 연민의 정을 나타내는 영어 단어로 pity, compassion, sympathy 등이 있습니다 . 모두다 상대방의 곤란한 상태에 인간적 마음가짐을 나타낸 말입니다 . 상대방에 대해 고통을 공감하면서 그 고통을 내 것인 양 아파하는 것 , 여기서 더 나아가 그 고통을 덜어주려는 마음가짐은 사람으로서 행사해야 할 소중한 가치입니다 . 이것을 compassion, sympathy 라 합니다 .
예고 없는 삶의 재난 때문에 , 운명의 그릇된 진행 때문에 선한 상대방이 불행에 빠져 고통 받을 때에 등장하는 인간다운 마음씨 이것이 compassion, sympathy 입니다 .
삶을 잘 사는 사람은 이런 마음씨를 배운 사람 , 그리고 배운 이걸 실천하는 사람입니다 . 이것이 삶에 대한 올바른 지식의 보유자이고 인간다운 재능의 보유자이어야 합니다 .
사람이 동물과 크게 다른 것은 자유를 가졌다는 것입니다 . 자유는 법의 범위 안에서 자신이 원하는 선택권을 행사하는 것을 말합니다 . 누구의 강요 없이 인간다움의 행사를 선택하여 펼치는 것 , 이것은 훌륭한 자유 행사입니다 . 불행한 이웃들을 외면하지 않는 이것은 인간다운 자유를 향해 걸어가는 보행자입니다 . 사람다운 모습입니다 .
임종찬(연변대학객원교수로 지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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