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맛은 지식청년 시절 몸에 익혔다. 그때 술은 외로움과 서러움을 달래주는 최고의 “명약”이였다. 그 후로 나는 술을 즐겨 마셨다. 사실 술 자체가 좋아서라기보다 서로 어울리는 분위기가 좋아 술자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글과 술을 벗삼아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필자에게 “술 딱지”가 붙기 시작한 것은 북경으로 전근된 후부터였다. 수도에 정착하느라 글 쓸 겨를이 없어 한동안 작품 창작을 중단했는데, 웬걸 고향에서는 내가 “알코올중독자”로 타락해 문단에서 스스로 사라졌다는 뜬소문까지 돌았다. 그래서 쓴 소설이 바로 윤동주문학상을 받은 《또 하나의 나》였다. 그 뒤로 계렬소설 《수도권 촌놈들》도 발표했다. 하지만 나에게는 여전히 “술 딱지”가 따라다녔다. 병원 신세를 진 것도 술 때문이라 했고, 요즘 술을 삼간다고 하면 이제는 “갈 데까지 갔다”고 억측을 덧붙인다.
/김훈
2026년 5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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