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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의 “리시진” 김수철 전(련재 1)
2020년 01월 16일 11시 27분  조회:4136  추천:0  작성자: 오기활
21세기의 “리시진” 김수철 전(련재)

오기활 저



인생은 한권의 책입니다.
당신의 이름이 책제목입니다.
당신의 가슴이 먹이고
당신의 걸음이 종이며
당신의 발이 연필이고
당신의 하루가 페지입니다.
페지는 당신의 시도, 노력, 즐거움
그리고 성취에 대한 매일을 기록합니다.
인간사랑, 자연사랑을 바탕으로 쓴
‘김수철’의 비범한 인생사에는
그가 “세상에 태여난 리유와 목적이
가슴 뛰는 일을 하고
가슴 뛰는 삶을 사는 것이다.”
라고 기록되였습니다.










차 례

머리말 / 1
나는 하늘의 속셈을 진작 알았다 / 7
추천사: 가슴을 뛰게 하는 한권의 책 / 9
부언: 책의 저자에 관하여 / 14
제1부 가슴 뛰는 효사랑
제1장 고성김씨를 말한다 / 19
1. 고성군 / 19
2. 고성김씨 창세기(创世记) / 20
3. 고성김씨의 원류 및 그의 소종파(小宗派) / 22
4. 고성김씨 명천파 시조 김경현 / 25
5. “왕릉에 고합니다!” / 26
6. 연변고성김씨족보 발간사(发刊词) / 30
7. 연변고성김씨종친회 / 33
제2장 못 말리는 ‘갓바위집’이야기 / 37
1. ‘갓바위집’ / 37
2. ‘갓바위집’에서 울리는 400년 숨소리 / 40
3. “최씨네 과부를 어디에 숨겼소?” / 43
4. ‘갓바위집’ 팔주(八柱) / 46
5. 600리 길을 걸어서 찾은 삶터 / 49
6. 아버지의 ‘선견지명(先见之明)’ / 53
7. ‘갓바위집’ 계자 / 56
8. 신랑은 <아리랑>, 신부는 <홍도야 울지 마라> / 58
9. ‘지(池)진사댁 셋째사위’ / 64
10. ‘갓바위집’의 ‘경영학박사’ 리영숙 / 68
12. 증조부 탄신 137주년 기념회 / 70
제2부 가슴 뛰는 일 가슴 뛰는 삶
1. 배움의 길에서 / 75
2. 저주로운 성분‘딱지’ / 84
3. ‘민주대동맹(民主大同盟)’ 청년위원으로 / 86
4. ‘국민최고학부’를 졸업하니까… / 88
5. 나의 첫 교직생활 / 94
6. 의학과 맺은 인연 / 98
7. 식물이야기 / 102
8. 버섯이야기 / 114
9. 비 내리는 야밤에 도적으로 몰려 / 118
10. 송림 속에서 무명렬사를 만나다 / 121
11. “후날에 봅시다!” / 126
12. 장백산표 ‘특효감기약’ / 128
13. 후반전에 ‘멋진 꼴!’을 / 130
14. 박사연구생 반욱(槃旭)이와 함께 / 134
15. 못 잊을 기생 / 141
16. “당신은 길림성에서 식물표본동정의 제1인자요!” / 144
17. 숙제가 아닌 숙제로 / 147
18. 나, 일본학자 그리고 일본행 / 153
19. 93세에 동년을 회억하다 / 165
20. “나의 노력과 힘의 15%를 회보합니다.” / 168
21. “아니, 오늘이 생시요 꿈이요!?” / 170
22. ‘3인방’의 핍박으로 량산에 오르다 / 179
23. 명리를 위한 소작(小作)이 아닌 인생철학 대작(大作)으로 / 182
24. 잠자는 공주 / 185
후기 / 191
부 록
부록 1:
1. 감동의 스승 김수철 교수님 / 199
2. 김수철 년보(친필) / 203
부록 2:
신문, 잡지로 읽는 김수철 숨소리
1. 자연의 대문을 열어가는 사람 / 214
2. 경영인을 찾으라 / 231
3. 조선족 ‘리시진’은 125살은 산다고 / 235
4. 그 날, 또 다른 젊음을 보다 / 241
5. 얼굴이 뜨거워졌다 / 244
6. “한족이 해야 할 일을 조선족이 하니 영광이지요.” / 246
7. 불로송 / 251
8. 90대 고령의 ‘구멍난 양말’ 례찬 / 257
9. 래일을 생의 마지막 날로 삼고 / 260

부록 3:
연변농학분야의 반짝이는 별
—— 전임 연변대학 농학부 김수철 교수에 대한 이야기 / 262










제 2 부
가슴 뛰는 일 가슴 뛰는 삶
(제 2, 3부를 련재합니다)

1 , 600리 길을 걸어서 찾은 삶터
연길서역(西站)에서 동북방향으로 약 5리 쯤 가면 백석구(白石沟) 4대 마을이 있다.
백석구는 동서로 뻗은 골짜기의 북쪽에 자리한 마을이다. 수양버들이 늘어선 우물가에서 아낙네들이 청자가 누군지를 따질 새도 없이 너도나도 화자(话者)가 되여 손시늉을 하면서 마을 안팎의 일들을 늘어놓던 그 옛날의 고향모습이 어제 일 마냥 생생하다.
이 마을은 지난 세기 초에 조선족들이 모여서 오순도순 살면서 개척한 마을로서 이름을 백석두구(白石头沟)라고 불렀다.
백석구는 우리 할아버지가 두만강을 건너 중국땅에 온 후 보따리를 풀어놓은 첫 고장이기도 하고 또 할아버지가 연변땅에 올 때 조선 함경도 명천에서 고성김씨 시조인 친부(亲父)의 유골을 등에 지고 와서 이장(移葬)한 곳이기도 하다.
1903년 6월, 할아버지는 32세 젊은 나이에 부인 강릉최씨(35세)를 잃고 독신으로 되였다. 게다가 1905년 10월에는 하늘처럼 믿고 의지하던 아버지가 55세의 나이로 별세하고 동생인 김병도(金秉涛, 23세)까지 돈벌이를 간다며 로씨야로 가버렸다.
이런 불운 속에서 살아가던 할아버지는 다행히도 상처(丧妻)를 한 이듬해(1906)에 친구들의 도움으로 청상과부인 리순애(23세)를 후처로 맞아들이고 또 그 이듬해에는 딸 김증봉(金曾凤)을 보기까지 하였다.
1904년에 로일전쟁의 승리로 득세를 하게 된 일본은 단숨에 조선을 먹어버릴 생각으로 강박적으로 한일의정서(韩日议定书)를 체결하고 보호국이라는 이름으로 조선의 식민지화를 촉진하였다.
일제의 정치적 압박과 경제적 착취, 그리고 해마다 이어지는 흉년으로 하여 조선땅에는 굶어죽는 사람들이 늘어만 갔다.
이 때 한발 먼저 동북지역 연변땅으로 이주한 고성김씨 명천파들은 할아버지에게 그냥 한 고장에서만 살지 말고 연변땅에 이주해오라고, 연변에 오면 먹을 것은 문제가 없다고 말하였다.
그 때 할아버지는 어린 식솔들을 데리고 600리 길을 걸어 연변땅으로 가려면 적어도 20일은 걸려야 하니 어떻게 갈 것인가를 밤을 지새우며 고민하였다.
‘아무렴, 그냥 여기에 있다가는 일본놈들의 총칼에 맞아 죽거나 굶어서 죽을 판인데 가는 길에 죽더라도 살길을 찾아 연변땅으로 떠나자…’
37세의 나이에 이런 비장한 결심을 내린 할아버지는 1909년 음력 7월초의 어느 날 친부인 김규언(金奎彦)의 묘를 파헤쳐 유골을 파내여 등에 지고 다른 간단한 짐은 당나귀의 등에 실은 후 일행 10명을 이끌고 조선 함경북도 명천에서 연변을 향해 떠나는 고행난행을 시작하였다.
그 때 일행으로 할아버지의 어머니, 후처인 리순애(28세), 장남인 김룡천(金龙川, 20세), 차남인 김창옥(金畅玉, 15세), 3남인 김창구(金畅九, 13세, 나의 아버지), 녀동생인 김련옥(金莲玉, 9세), 장녀인 김증봉(金曾凤, 3세), 동생인 김병완(金秉浣, 19세), 제수인 리분녀(李粉女, 15세)였다.
할아버지는 주린 배를 안고 가도가도 끝이 없는 고행길을 시작하였다. 눈물범벅이 된 어린 자식들의 손목을 잡고 ‘략탈혼’의 징벌로 병신이 된 다리를 끌면서 험난한 무산령을 넘고 두만강을 건너 산적들이 행패를 부리는 오랑캐령을 무릎걸음으로 겨우 넘어서야 조양천 백석 4대에 이르러 짐을 풀 수 있었다.
70여년전 이 마을에는 20여호 농가들이 동서향 골짜기를 따라 집을 짓고 조, 옥수수, 콩, 수수 농사를 하면서 상대적으로 편안하고 즐거운 생활을 할 수 있었다.
천수해(川水海, 조양천) 동북쪽 산골인 백석구에는 10여호의 친척들이 살고 있었다. 그들은 고대했다며 반갑게 맞아주었을 뿐만 아니라 서로부둥켜안고 울음보를 터뜨렸다.
“여기에는 친척들이 많으니까 잠자리도 먹을 것도 근심할 필요가 없단다.”
“여기서는 노력한 만큼 소득을 얻을 수 있으니 부지런히 일만 한다면 얼마든지 잘살 수 있어.”
“해진 옷을 벗고 우리가 주는 옷을 바꿔입어.”
“우리를 믿고 여기까지 왔으니 새 환경에 적응될 때까지 우리가 도울 테니 아무 근심걱정을 안해도 돼.”
“배고프다고 너무 급하게 많이 먹으면 오히려 탈이 날 수 있으니 천천히 먹어.”
“…”
“…”
말과 같이 피는 물보다 짙었다. 친척들의 진심어린 한마디 한마디가 할아버지를 비롯한 모든 가족들에게 큰 힘이 되였고 큰 위안이 되였다.
할아버지는 동생과 자식들을 이끌고 괭이로 나무뿌리를 파내면서 묵밭을 일구었고 또 밭머리에 토굴을 지은 후 할머니와 함께 둘이서 지냈다. 기타 식솔들은 친척집에 얹혀살면서 한동안을 지내지 않으면 안되였다.
2년후 온전한 토굴집을 짓게 된 할아버지는 식구들과 함께 한집에서 오손도손 살 수 있게 되여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지금 백석구에 남아있는 선조들의 생활의 흔적들을 살펴보면 정말 아름답고 다감하다.
벌거숭이던 백석구 마을 동쪽 골짜기에 춘하추동 사계절 푸른 옷을 입고 서있는 락락장송은 아버지 년대의 조상들의 산소 주위에 심어놓은 솔들이 씨를 떨구어 자라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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