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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의 "리시진" 김수철 전(련재 43)
2022년 02월 01일 07시 23분  조회:1906  추천:0  작성자: 오기활
                            신문잡지로 읽는 김수철
       
      16, “한 우물
 파라…그러면 길이 열린다”
 
김수철 퇴직교수. 나이는 수자에 불과하다. 이는 95세의 고령에도 길림성 식물지 편찬을 위해 짬짬이 산과 들을 넘나들며 조사실증을 하고 이를 바탕으로 식물지를 편찬하여 길림성에 식물지가 부족한 공백을 메워가고 있는 연변대학 농학원 퇴직교수 김수철옹의 삶을 일컫는 듯싶다.
‘21세기의 리시진’이라 불리는 평생 식물학 교수, 식물분류 연구와 희로애락을 함께 해온 그를 지난 12일 룡정시 안민가두 그의 거처에서 어렵사리 만났다.
취재팀이 온다고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김수철옹은 95세 고령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두뇌가 명석하고 기력이 좋았으며 이야기도 곧잘 나누었다.
다리가 불편하고 귀가 약간 들리지 않는 것이 흠이지만 큰 질병이 없는 그는 며칠 전에도 식물지 편찬을 위해 룡정시 용신향 영경촌 산림 속에 들어가 이틀 밤을 지새우고 돌아왔단다.
“아흔이 넘은 나이에 혼자서 산속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면 걱정이 앞설 따름입니다.”
김수철옹과 함께 살고 있는 딸의 말에 의하면 “부친은 지금 자나깨나 머리속에 식물지 편찬에 관한 일 뿐”이라며 마음 먹은 곳이라면 백사불구하고 달려가는 그를 막을 방법이 없다고 한다.
평생 교육자로서의 그의 일생을 말해주듯이 거실 책장에는 식물학서적과 표본집, 사전 그리고 그가 집필한 저서들이 빼곡이 라렬되여있었다.
농학원 제1기생으로서 1950년부터 농학원 농학학부 생물교연실에서 식물학 교수를 하면서 교수에 필요한 야생식물표본 9000여점을 수집하고  《식물학실습지도서》, 《식물학교재》, 《식물계통학》, 《농학라틴어》 등 교재들을 직접 편집인쇄하고 《연변중초약》, 《장백산야생경제식물 채색도편》 등 10여권의 책을 편집출판하고 《연변야생식물지》 초고를 써서 《연변야생경제식물지》에 중요한 기초자료를 제공한 그는 명실상부 식물학분야의 ‘달인’이였다.
평생 식물분류 연구를 해오면서 그는 손수 2400여가지의 야생식물을 그리고 2만여장의 식물사진을 찍었는가 하면 표본 하나 없던 식물실험실에 2만 5000여종의 식물표본을 수장하여 길림성의 식물교수와 식물분류 연구에 토대를 닦아놓았다.
그러기 위해 장백산만 해도 수십번 오르내리였는가 하면 연변 각지의 산은 물론 내몽골, 흑룡강, 료녕, 해남도 등 길림성 이외의 산림과 초지도 50여곳 다니며 고찰연구를 하고 표본을 채집했다. 그 와중에 밤길에 도마도밭을 지나다가 도적으로 몰려 억울함을 당할 때도 있었고 길을 잃고 헤매다가 승냥이를 만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한가지에 올인한 집념의 사나이를 무너뜨리지 못했다.
결국 그는  식물 채집과 연구를 통해 중국식물지에 기록이 없는 국화과의 새로운 식물종류를 발견하였는가 하면 문헌기록에는 없지만 길림성에 분포한 새 분포기록종을 발견하고 론문발표를 가지기도 했다.
“할아버지는 어릴 때부터 저희에게 식물의 가치와 중요성에 대해 일깨워주었습니다.”
연변대학 농학원 원예학과에서 부교수로 일하면서 식물분류와 생태까지 연구하고 있는 손녀 김영화씨는 “어릴 때에는 힘들게 산을 오르내리는 할아버지가 리해되지 않았는데 할아버지의 영향으로 같은 길에 들어선 지금은 그의 마음을 너무나 잘 알게 되였다.”면서 “현재 할아버지와 함께 편찬하고 있는 길림성식물지는 야생식물을 처음으로 전문적으로 기록하는 공구서가 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독학으로 외국어를 배워 영어, 일어, 라틴어, 로씨야어, 중국어, 조선어 6가지 언어를 장악하고 있다는 김수철옹은 그림실력도 상당했다. 그가 그린 버섯, 식물 형태의 그림들은 하나하나가 마치 보는 듯이 생동했다. 이날 요청에 의해 안경도 쓰지 않고 철필로 식물형태를 순식간에 소묘해내는 그의 모습에서 찬탄을 금할 수가 없었다.
“한 우물을 파세요, 그러면 길이 열릴 것입니다. ”
물욕을 뒤로 하고 오로지 하고 싶은 일, 사회에서 필요하는 일을 꾸준히 해왔기 때문에 오늘의 실력을 쌓았고 ‘길림성과학기술활동 열성인’, ‘길림성 로력모범’, ‘초원자원조사 우수상’ 등 여러가지 영예도 획득하였다는 김수철옹은 “연변대학에서 물심량면으로 많이 관심하고 지원해주기에 현재 길림성식물지 1권이 바야흐로 출범을 앞두고 있다.”면서 “앞으로  길림성 식물지 6권까지의 출범을 위해 있는 힘껏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제학술론문발표회에서 영어, 일어, 한어, 조선어로 학술론문을 발표하고 장백산자원식물연구로 세계식물학술계의 중시도 받은 김수철옹, 95세의 고령에도 쉴 줄 모르고 달리는 그의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글·사진 차순희 기자
                                  연변일보 2019년 7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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