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습기에 젖어든 캄캄한 밤은 침침하였지만 다행이 비는 내리지 않았다.아직 자정이 멀었으나 오늘밤따라 멀리 몽강 강곬으로부터 전해지는 고추개구리 울음소리 끼꿀끼꿀 대합창은 어느새 절정기를 톺아오르고 있었다.
“에따,오늘밤따라 고추개구리놈들이 요란스럽게 울어대기만 한다!”
“오늘밤에는 도둑놈 무리들이 몽강 강곬내를 얼씬거리지도 못할것이니 놈들이 마음놓고 실컷 울어대는거겠지.”
“주인 몇명이 류치장에 잡혀갔다고 슬퍼서 울어댈지도 몰라!”
“우리 몽강진공안분국 경찰들은 타향 사람들이 많으니 아마 몽강진 쌍다리는 대접시키지는 않을건데…”
“그런데 말이야, ‘동방’하구 담판하러 간 사람들은 어째서 핸드폰을 안받는걸가,우리쪽이 너무 양보하면 안되는데.”
…
재복은 담배불들을 빨갛게 태워대면서 떠들썩하는 고추개구리 양식업자들속에 끼여 있었다.몽강진공안분국 정문앞을 절뚝절뚝 오가면서 두손바닥만을 뜨겁게 마주비벼대고 있노노라니 그는 연희에게 전화를 해줄 때가 된것도 잊어버리고 있었다.
재복은 손등으로 이마에 돋아오른 땀방울들을 훔치다가 또 두손바닥을 길게 비벼대였다.그는 자기도 모르게 머리를 쳐들고 고추개구리산쪽을 몇번이나 쳐다보았다.밤이 너무 캄캄하였으므로 아무것도 쳐다보이지 않았다.
할아버진 아직 저녁식사도 못했을건데! 내가 여기서 기다린다고 아버지가 몽강진공안분국에서 빨리 풀려나온다는 도리는 없잖은가! 나는 인젠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할아버지는 이웃들로부터 몇마디 얻어듣고 사달친 아들이 몽강진공안분국에 잡혀들어간 일을 이미 알고 있었다.근심에 차있던 그는 재복이가 집에 들어서자 “쩌-어-쩌”를 말하면서 아들을 몇마디 욕하다가 끝내는 손자의 정갱이가 불편해진것을 발견해내였다.
“재복아,너 정갱이가 무슨 일이니?”
“아무것도 아닌데요,낮에 자전거를 타다가 약간…”
손자가 지어주는 저녁식사를 대충 마친 할아버지는 거의 자정이 다가오고 있었지만 기어코 손자와 함께 아들의 귀가를 기다린다고 하였다.재복은 할아버지의 얼굴에 흐르 는 피곤기가 싫었으므로 자기도 너무 피곤하다면서 정주간에 할아버지와 자기의 잠자리를 펴놓기 시작하였다.그러는데 아버지와 최진장이 집에 들어섰다.
최진장은 몽강진공안분국에서 풀려나온 아버지를 승용차에 실어서 집에까지 데려온것이였다.그의 손에는 고급배갈 두병이 들려져 있었다.
“최작곡작사가,당신이 사온 고급배갈 두병은 우리 둘이서 와닥닥-와닥닥 마셔버리자구! 재복아,안주감을 좀 마련해줄래?”
아버지와 술잔이 오고가면서 최진장도 말이 많았다.
“야-,오늘 보니 몽강진 사람들은 진짜로 몽강진끼가 대단하던데! 그리고 항일영웅 박철을 연기하던 연극배우를 떼여닮았다는 당신말이야,오늘 ‘몽강진 고추개구리양식업자 사달사건’에서 에이즈피주사기를 휘둘러 깡패놈들을 진짜루 혼내주었지! 놈들이 넉살이 다 떨어졌을걸! 그런데 아까 보니깐 당신은 머리를 번쩍 쳐들고 가슴을 턱 내밀고 깡패무리쪽으로 돌진하던데 그것도 몽강진끼일가? 내가 보건데 그것은 우리가 ‘연극 배우학습반’에서 련습해보았던 동작과 똑같은 동작이던데! 하하하-,오늘 재복이가 나를 그림자처럼 붙어다니지 않았더라면 몽강진 쌍다리도 할줄 모르는 나는 아마 큰코를 다쳤을지도 모르지!”
“허허- 글쎄,저놈 자식도 몽강진 쌍다리를 제법 척-척 날리든데!”
“나와 연희 엄마는 아들이 없는게 마음에 걸렸는데 이제는 미술가 사위감이 생겨났으니 장래같은건 근심할것도 없지! 그런데 자네 그림그리기는 무슨 진전이 없나?”
“예,고추개구리산 전설은 아직도 갈피를 잡기가 힘들고요,고추개구리 그림으로 '고추개구리 팔자'나 '몽강진끼'를 잡아보려고 하는데 생각처럼 안됩니다.”
“그거 말인가? 나도 그런것들에 대해서 생각을 조금 해보는데…,술먹고 하는 말이니 참고로 하게.무슨 팔자이든 개인적인 팔자만은 아닐거야,그리고 소위 몽강진끼도 마찬가지지.우리 몽강진과 몽강진 사람들에게 달라붙는것들은 하늘에서 떨어지는것은 아닐건데!
그런데 내가 오늘 뭐라고 나젊은 사람에게 쓸데없는 잡담까지를 늘여놓는걸가?…”
할아버지는 술취한 최진장이 새날이 거의 밝을 무렵이 되여 숙소로 돌아갈 때까지 혀를 끌끌 차고 있었다.그는 “승산이 있으면 싸우고 승산이 없으면 가버린다(打得赢就打,打不赢就走).”와 “적이 진공하면 우리는 퇴각하고 적이 피로하면 우리는 소란을 피우고 적이 퇴각하면 우리는 추격한다(敵進我退,敵駐我扰,敵疲我打,敵退我追).”를 여러번이나 야기하였었다.
재복은 크게 부어오른 정갱이가 또다시 아파났으로므로 그 어혈을 없애버리려고 더운물 찜질을 준비하기 시작하였다.아버지는 술트림을 섞어가면서 아들에게 오늘 무리싸움이 발생된 연유를 길게 이야기해주었다.
“누가 밥먹고 할짓이 없어서 깡패들과 무리싸움질을 하는것은 아니다! 할아버지는 전에도 늘 ‘조사연구가 없으면 발언권이 없다(没有调查研究,就没有发言权).’고 하였다! 그런데 오늘밤은 최진장 큰사돈을 앞에 두고서도 나의 고추개구리피 혈서까지를 말하였고 무조건 사람을 욕하기만 하였다!
‘동방’은 도둑놈 무리들의 고추개구리만 구입하고 고추개구리 양식업자들의 고추개구리는 아예 구입하지 않는다.우리더러 고추개구리 양식업을 시작하라고 부추켰던 시작에는 그들은 고추개구리를 한근에 50원이상 가격으로 구입할거라고 다짐했었다.그런데 도둑놈 무리들이 도둑질한 고추개구리를 한근에 20원에라도 팔고 있으므로 고추개구리 양식업자들의 고추개구리는 너무 비싸다는 구실만 내댄다.돈드는 사료를 먹여서 양식한것과 본전없는 도둑질을 한것을 어떻게 같은 가격으로 매길수가 있는가?
‘몽강진 고추개구리양식협회’는 ‘동방’에 대표들을 파견하였다.평화적으로 해결하자 고 상론해보았다.그러나 ‘동방’이 확실한 대답을 안해주고 계속 도둑놈무리들의 고추개구리만 구입하므로 우리는 진정부에 가서도 항의를 제출하였다.하지만 최진장도 진정부도 아주 속수무책인것 같다.그래서 오늘 수백명이 ‘동방’으로 몰려든것이다.삽과 꼭괭이를 들고 갔지만은 진짜로 싸우려는 생각은 없었다.그저 놈들을 혼쌀내주려고만 하였다.그런데 아까 ‘동방’ 정문어구에서 누군가 도둑놈 무리들이란 바로 ‘동방’이 암암리에 조직한것라는 사실을 알려주었다.그래서 일이 다짜고짜로 벌어진것이다.
‘장백의 아들’에 변절자가 한놈 나오던가? 어디가나 젠장,씨불랑 변절자는 필연적으로 발생한다.사전에 어느 변절자로부터 소식을 접한 ‘동방’은 연길 깡패무리까지를 불러다가 만단의 준비를 해놓고 있었다.놈들도 ‘준비가 없는 전투를 안한다.’는 도리를 잘 아는 모양이다.다행이 우리는 사람수가 우세였고 몽강진 쌍다리를 잘 날리는 사람들이 많았으니 우리는 무리싸움에서 크게 당하지는 않았다.우리 고추개구리 양식업자들중에 골터진 사람이 6명밖에 안 되지만 깡패들은 머리가 터진 놈이 10명을 넘기고 코피가 터진 놈들도 여라문명 된다고 한다.
오늘 ‘동방’의 회장이 사과를 하였고 고추개구리를 한근에 50원으로 구입하겠다고 가슴을 탕-탕 두드렸다.몽강진정부도 ‘동방’이 계속 고추개구리 지랄발광을 한다면 ‘동방’을 몽강진에서 쫓아낼거라는 서면보증서를 썼다.우리는 그렇게만 되면 몽강진정부에 큼직-큼직한 감사패까지 해줄거라고 말했다.그러나 깡패 우두머리와 ‘몽강진 고추개구리양식협회’ 회장은 콩밥을 며칠 먹어야 한다.
내가 오늘 써먹은 주사기는 수의소에서 얻어온것이다.소나 돼지들 궁둥이를 찔러주는 주사기니 큼직해서 손에 들기가 알마춤하였다.그런데 고추개구리똥도 약으로 쓸려 면 구하기가 힘들다고 고추개구리피도 갑자기 얻으려니 쉬운 일이 아니였다.그러다가 나는 머리가 패뜩-패뜩 돌아가더라.우리집에 네가 그림그리던 빨간 그림물감이 남은것이 조금 있지! 그것을 휘발유에 풀어서 큼직한 주사기속에 넣으니 색갈이 아주-아주 그럴듯한 에이즈 색갈이더라!
내가 아침에 너하고 ‘동방’의 원재료구입부 책임자와 좋은 면목이 있는가고 물어본것은 그를 통해서 잠간장사라도 해보고싶었기 때문이다.만약 내가 몽강 강곬에서 고추개구리를 사다가 ‘동방’에 되넘겨팔고 중간에서 한근에 5원만 떼여먹는다 하더라도 되거리장사는 젠장,씨불랑 고추개구리 양식업보다는 많이 벌수가 있을것이다!
그런데 재복아,나는 아까 너를 죽게-죽게 불렀는데 너는 대답도 안해주고 최진장의 곁만 경호원처럼 지켜주니 나는 진짜-진짜로 섭섭하더라! 지금 애들은 장가들면 처가집에만 나자빠진다고 하던데.내 아들은 땎-땍바르니 땡-땡하니 차마 그럴 사람은 아니겠지?
너 엄마는 네가 유치원을 다닐 때까지도 ‘엄마가 더 좋니? 아버지가 더 좋니?’를 물어보기를 좋아하기도 했지! 난 이제부터라도 네가 처가집 돼지구유에 뒤엎어질것을 예방하기 위하여 너에게 ‘아버지가 더 좋니? 장인이 더 좋니?’를 따져물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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