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은저가락
1
강바람이 스쳐갔다.작은 바람이였지만 사위는 금방 썰렁해졌다.랭기로 팽팽해진듯한 청청한 하늘에는 잔별들이 총총 널려있었고 보름달이 휘영청 둥글었다.아마도 늦가을 밤인것 같았다.
두만강 모래톱을 홀로 서성거리고 있었다.품속에서 끄집어낸 누르스름한 광목주머니는 사람의 체온을 받아먹고서 퍼그나 따뜻하였다.그러나 광목주머니를 빠져나오는 한개비 은저가락은 차거웠다.그것을 두손으로 받쳐들고 물끄러미 살펴보았다.그러다가 허리를 굽신 꺽고 한개비 은저가락을 모래톱우에 정성스레 꽂아주었다.그리고는 모래톱우에 그냥 퍼더리고 앉었다.
모래톱우에 비스듬하게 세워진 한개비 은저가락은 달빛을 반사하며 도고하게 빛났다.그것은 살짝 튕겨주기만 하면 한가닥만 남아있 는 고독한 현금줄처럼 찌이잉- 소리라도 울려줄것 같았다.
자리를 일어서서 몇발작 뒤걸음쳤다.이번에는 무릅을 꿇었다.모래톱우에 꽂혀지여 오래된 옛말처럼 빛나는 한개비 은저가락에게 꾸벅꾸벅 절을 세번 올렸다.
-빨래줄에 걸어논/요에다 그린 지도/지난밤에 내 동생/오줌싸 그린 지도 꿈에 가본 엄마 계신/별나라 지도인가/돈벌러 간 아빠 계신/만중땅 지도인가
를 주문처럼 중얼거렸다.그러자 한개비 은저가락의 밤하늘을 견주던 가늘어진 부분이 홀연 밤하늘을 바라고 우쩍우쩍 자라오르기 시작하였다.그것은 눈깜짝할 사이에 한그루의 아름드리나무만큼 굵어지면서 까마득한 밤하늘로 높게높게 솟아올랐다.
한개비 은저가락이 순식간에 은빛 아름드리나무로 환변(幻变)되여 아무런 소리마저 울리지않고 밤하늘 멀리까지 자라오르는 거창한 요술은 너무나도 신비스러웠다. 자기도 모르게 꿇어앉았던 자리를 일어섰다.마음이 사뭇 성스러워짐을 느꼈다. 옷깃을 여미고 밤하늘을 올리찌른 거대한 은빛 아름드리나무를 한동안 우러렀다.그러자 밤하늘 멀리로 자라오르던 은빛 아름드리나무는 둥근달을 바라고 서서히 기울어지더 니 금방 눈앞에 거대한 은빛 구름다리 하나를 펼쳐주었다.
하늘로 오르는 은빛 구름다리! 아무런 주저심도 없이 은빛 구름다리우로 성큼 올라섰다.우러렀을 적에는 은빛 구름다리는 꽤나 가파른 경사도를 내보였었다.그런데 은빛 구름다리우에 올라서 보니 그것은 경사도를 잃어버린 아늑한것으로만 느껴졌고 얼마든지 보행할수 있을거라는 자신심이 생겨났다.
밋밋한 활등처럼 요원하게 뻗어간 은빛 구름다리 한끝이 머나먼 월궁까지 줄기차게 닿아있음이 선연하게 보였다. 은빛 구름다리를 타고 달나라로 한번 올라가보자!라는 생각이 들자 심장이 크게 뛰면서 얼굴마저 뜨거워졌다.마음속에는 달나라로 놀러간다는 경건함만 벅차올랐다. 그래서인지 온몸이 둥둥 떠오를듯이 가벼워졌다.
은빛 구름다리우를 성큼성큼 걸어갔다.그러다가 드디어 두주먹을 불끈 쥐고서 나는듯이 뛰여갈수가 있었다.귀가에는 바람이 말들을 달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듯이 뛰여가면서 발아래를 굽어보았다.발아래 어디에도 잔별들이 총총하였고 은하수가 두만강처럼 굽이굽이 흐르고 있었다.
어허야,오늘밤 밤하늘 풍경이야말로 전설속 그림처럼 성결하구나! 한마디 감탄을 부르짖는 순간이였다.그만 왼쪽발이 크게 미끌어지면서 온몸이 중심을 잃고 기우뚱거 렸다.평행을 잡으려고 두손을 허우적거리고 죽어라고 발버둥을 해대였지만 끝내는 은빛 구름다리 아래로 곤두박질하고 말았다.
나락속으로 나떨어지고 있었지만 몸뚱이가 가벼운 깃털처럼 흐늘흐늘 하락되고 있었으므로 공포심은 없었다.새처럼 날개를 지니지 못하였음은 유감스럽게 생각되였다.두눈이 스르르 감겨지더니 여러가지 생각들이 굴려졌다. 젠장,은빛 구름다리를 타고 월궁까지 달려갔었다면 얼마나 멋졌을가! 왜서 달나라로 통하는 은빛 구름다리에 란간마저 없을가? 그런데 내가 무슨 꼴이야? 조금이라도 조심했더라면 우주비행사들처럼 달나라에서 지구땅을 실컷 내려다볼수가 있었겠는데… 하지만 무슨 수를 내서라도 이젠 집으로 돌아가야지! 래년이면 큰녀석은 고급중학 입시인데 만사를 불구하고 연변1중에 보내야지,그리고 둘째녀석의 유뇨증도 꼭 치료해주어야지,그리고 또 신문에 련재되는 도 이젠 마무리를 지어야지. 구조해달라고 110에 신고나 해볼가? 그런데 내 핸드폰은…
흐늘흐늘 하락되던 몸에 부드러운 접촉감이 전해왔다.어디에 이른듯 하였다.눈을 뜨고 주위를 살펴보았다.이미 흰 안개가 은빛 비둘기떼처럼 피여오르는 은하수 고요한 수면우를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큰 파도도 없는 이 정도의 물이야 아무것도 아니지! 동년시절 두만강에서 첨벙거렸던 개구리헤엄으로도 얼마든지 빠져나갈수 있을거다!그런데 은빛 구름다리가 금방 머리우에 있고 무협소설 영웅들처럼 훨훨 날아다니는 재간만 있다면 훌쩍 뛰여올라 은빛 구름다리우로 되돌아가는 장면을 만들수도 있는데…허참,은하수 물도 온천수처럼 따뜻하다니!...
이크,이게 뭐야! 질벅하게 따뜻한 배꼽주위를 어루쓸던 강길은 꿈속에서 깨여났다.그는 침대머리 탁상등을 켰다. 오줌벼락을 끝낸 이결은 어느새 침대 가장자리 켠을 바라고 돌아누워 있었다.때문에 녀석의 얼굴은 안보였고 팬티도 안입은 시허연 엉뎅이만 유난하게 빛나고 있음이 보였다.
--녀석이 또 오줌홍수를 풀었길래 꿈속에서 은하수 물이 그렇게도 따뜻했지!
잠자다가 마침 화장실로 나왔었는지 일결이가 두눈을 비비며 침실로 들어왔다.
--아버지,이결이가 또 지도를 그렸나요?
--응! 오늘밤은 우주 지도를 큼직하게 그린듯 하다!
--아버지,또 은저가락 꿈을 꾸었나요?
--허,이결이가 오줌벼락을 퍼붓는 밤에는 나는 꼭 은저가락 꿈을 꾸어야지! 오늘밤은 두만강 고향마을을 찾아가는것도 아니고 태평양을 넘어가는것도 아니고 달나라 로 달려가는것을 꾸었어!
--그럼 은저가락에 절을 올리고 를 주문 외우듯이 한두번만 외운게 아니라 대여섯번 외운게 아닌가요? 흐흐흐.
--허허,그런데 너는 빨리 자라니깐! 래일,아니 오늘은 수요일이니 너들은 학교를 나가야 하고 나는 투도진에 가야 해! 너 깨끗한 이불이나 찾아줄래?
깨끗한 이불이래야 며칠전 이결의 오줌벼락에 젖어버린것을 베란다에 내걸어서 말리운것이다.강길은 일결이가 가져다주는 마른 이불속에 길게 드러누웠다.이불속에 열기가 조금 차오르자 그는 이결에게도 이불을 푹 덮어주었다.이결은 그때라고 다시 돌아누우면서 오른손을 내밀어 그의 목을 꼭 껴안았다.그러면서 잠꼬대를 토해내였다.
--아버지,나는 "오줌싸개" 아닌데요,라는 말도 싫어요... 나는 토요일에는 꼭 컴퓨터게임 놀겠어요...
녀석은 잠결에도 몇마디 얻어들은 모양이였다.강길은 탁상등을 끄고 어둠속에서 이결을 품속에 실컷 끌어넣었다.그리고는 녀석의 오줌기가 남아있는 엉뎅이를 몇번 가볍게 다독여주었다.
--응,이결아,오줌홍수를 실컷 풀었으니 이젠 마음놓고 자! 또 꿈속에서 두만강을 건너오는 고운 아지미를 만나보았니?
2
투도진 뻐스역에서 뻐스를 내리자마자 핸드폰이 울렸다.일결의 학급 담임선생님 핸드폰 번호였다.
--예,김선생님, 안녕하세요?
--강작가님,말씀 좀 드려도 불편이 없겠지요?
--예,말씀하십시오..
--저-,근일에 일결은 집으로 돌아가면 별다른 기미를 내보이지는 않았나요?
--예? 저는 그런 느낌을 못받았는데…일결이가?
--어떻게 말씀드릴가? 저-,학급 애들이 갑자기 일결이가 수상하게 변해간다는 말썽을 퍼뜨려서…
--예? 일결이가 수상하게 변해간다니?
--저는 믿고싶지는 않지만 살펴보고나니 약간은 이상하게는 생각되여서 전화를 드리는겁니다.강작가님 별다르게 생각하시지는 마십시오.일결은 갑자기 이웃 학급의 사내애하고 친해지고 있는데 그 친하는 정도가 너무 이만저만이 아니여서…
--예,그래서요?
--애들 말에는 사내애들 둘이서 서로 손잡고 꾹 껴안고 다닌는건 너무 일상이고… 그래서 사내애들 둘이 혹시는 동성련애 비슷한것을 할지도 모른다고...
--예? 무슨 말씀이십니까? 전번에도 내가 일결을 목용탕에 데리구 갔었는데요,몸 발육이 아주 정상인것 같었었는데... 우리집 큰녀석이 설마 동성련애라는것을 하겠습 니까? 허허…,김선생님,아무튼 감사합니다.저는 현재 투도진인데요,연길로 돌아가서 일결의 조사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강작가님,미안합니다.확실한 일은 아니지만 동성련애라는것은 어딘가 그래서..,저도 재삼 생각해보았지만 아직 일결과 직접 이야기도 못나누고 있는데,우선 부모님이 직접 살펴보시면 좋을지도 모른다고 생각되여…
--예,알겠습니다.녀자선생님으로서 그런건 불편할수도 있지요.
강길은 갑자기 머리가 크게 어지러우짐을 느꼈다.다행이 "김의사병원"은 뻐스역 뒤골목에 자리잡고 있었고 처마밑에 큼직한 간판이 걸려져 있었으므로 인츰 찾아낼수 가 있었다. 강길은 흰색 페인트가 날려가버리면서 누우렇게 변색된 간이식 간판우에 씌여진 붉은 글자들을 쳐다보았다.괜히 찾아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주춤거리던 그는 단층벽돌 집문을 열고 실내로 들어갔다.
살림집을 간단하게 개조한 병원이였다.정주간이였을 실내에는 큰 책상 하나와 걸상 몇개가 놓여져 있었다.흰 수염을 날리는 로중의가 아니라 꽤나 젊어보이는 중년의사가 할머니 한분을 마주하고 앉아 있었다.웃간이였을 건너편 방내에는 약방에서 보아오던 서랍들로 빼곡한 약장들이 줄느런히 서있는것이 보였다.
--할머니,할머니 며느리는 도대체 몸 어디가 불편하다고 합니까? 환자의 병증세를 상세하게 알아야 저도 대충 짐작이라도 말씀드릴게 아닙네까?
--글쎄,전번에두 인편으로 정통편 같은것들을 한보따리 보내주었습니다.우리 며느리 말은 식당일을 하고나면 힘이 다 떨어지구 허리가 시큰시큰 아파나서 달여먹는 첨약이나 떠다가 먹어보고 싶다구 말하던데.
--그럼 한국병원이 검진비와 치료비가 비싸더라두 빨리 한국에서 의사를 보여야지요,병이 지체되면 큰일입니다.시어머니를 병보이러 대신 보낸다고 병이 나아지겠습 니까? 할머니,저같은 시골의사는 말입네다.환자를 진맥해보지도 못하는 첨약을 떠드릴수는 없습니다!
한국로무를 나간 며느리 대신으로 병보이러 온 할머니는 한숨을 톺다가 꼬부랑 허리를 추스렸다.그런데 그는 자리를 떠날 생각이 없었는지 곁의 걸상에 다시 주저앉 았다. 강길은 꼬부랑 허리 할머니가 내주는 걸상에 엉뎅이를 올려놓았다.
--어디가 불편하십니까?
--허허,나도 다른 사람 대신으로 병보이러 온것입니다!
--예?! 근년에 한국 나간 사람들 대신으로 병보이러 오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허참! 내가 무슨 신의라구 천리바깥에 있는 사람들 병까지?...
--아니,저는 한국 나간 사람이 아니라 둘째녀석이 이불에 오줌홍수를 갈겨대는 일 때문에 찾아온겁니다.
--그건 애들의 유뇨증일건데,둘째가 몇살입니까? 데리고 오셔야지 이렇게 애 대신으로...
--둘째녀석이 병원놀이를 몇번 하고나니 죽어도 안오겠다는 내버티는 바람에 제가 혼자 찾아온겁니다."투도김의사"가 애들의 유뇨증에 용한다는 소문을 듣고서 찾아 왔습니다.저의 둘째녀석은 여덥살인데 네살때부터 갑자기 밤에 오줌을 가리지 못해서 머리가 아픕니다.서의도 보이고 중의도 보이고 벼라별 방법들을 다 사용해보았습 니다.돼지오줌깨두 몇개 삶아먹였고 벌왕 유충이라는 벌레두 먹여보고요,그런데도 전 혀 효력이 없습니다.
--혹시 애의 오줌깨,바로 방광이 너무 작을지도 모르는데...
--연길병원에서는 검사해주고 방광발육은 아주 정상이라구 하던데요.
--애들의 유뇨증은 발병 원인이 많습니다.둘째녀석이 추위를 잘 타거나 얼굴색이 좀 희고 혀바닥에 염증이 있는것처럼 시허연것이 돋아오르는 병증세가 없습니까?
--아니,그런 병증세는 전혀 없고 튼튼하기만 합니다.밥은 어찌나 잘 먹는지 나보다도 억세게 먹는데!
--허허,그러면 큰 문제는 없을것 같은데.아무튼 먼길도 아닌데 언제 둘째놈을 얼려서라두 여기로 데리고 오십시오.그러찮으면 다음 주일에 연길로 올라가서 친척집 회갑잔치에 참가할 일이 있는데 전화번호를 남겨두면 제가 연길에 올라가 전화를 드리고 강작가님 둘째놈을 직접 진맥해본다던가…
--그런데 김의사님은 어떻게 저를 알아보셨습니까?
--허허,전번에 텔레비에서 강작가님이 현재 신문에 련재되는 소설때문에 기자 인터뷰를 받는것을 쳐다보았습니다.
--허허,그래셨군요…
곁에서 대화를 엿듣고 있던 꼬부랑 허리 할머니가 갑자기 걸상을 일어섰다.
--에구에구,이 허리야.그집 둘째가 밤에 이불에 오줌을 갈기나요? 그놈에게 은저가락을 담근 정화수를 먹여보시지,은저가락을 하루밤 담근 정화수는 애들이 오줌을 가리지 못하는데는 직통약이라던데!
--예? 할머니,그런 토방법이 진짜루 용하겠습니까?!
"투도김의사"는 참지못하고 큰 터털웃음을 터뜨렸다.
--으하하,으하하-,할머니는 사람 웃기는 말씀을 하시네요! 은저가락을 하루밤 담근 정화수라니요? 할머니,그건 옛날 미신이십니다.저도 언젠가는 침을 많이 흘리는 애기에게 은저가락을 담근 정화수를 먹이면 된다는 말은 들은적이 있는 같은데,그런것들은 죄다 미신 장난들입니다.애들의 유노증이란 보통 비장이나 콩팥 기운이 약해서 생겨나는것인데…
3
퇴근시간이 지났지만 강길은 사무실에 멍하니 앉아있었다.
동료들중에는 연길에도 동성련애자가 무조건 있을거라고 말해주는 사람들도 있었으므로 강길은 하루동안 아무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었다.
김선생님은 나이가 지긋한 분이다.그는 무턱대고 아무말이나 뱉어낼 사람은 아니다.그런데 그가 학급에 일결이가 동성련애 비슷한것을 한다는 말썽이 생겨나고 자신도 살펴보시고 약간은 이상하게 생각된다고 말씀하였으니! 내가 큰녀석과 무슨 담화라도 해보는건가? 아니면 학교까지 찾아가서 상세한 정황을 알아내는건가? 하지만 동성련애라는것은 입밖에 내놓기마저도 그렇지 않은가? 훌륭한 심리건강의사라도 찾아 낼수만 있다면…
집으로 달려와서 주방에서 저녁식사 준비를 하고 있는데 이결이가 먼저 집에 들어섰고 조금 뒤에 일결이도 집에 들어섰다.
강길은 밥상너머로 일결을 흘끔흘끔 살펴보았다.볼이 미여지게 밥을 떠먹는 양이 전과 다를바가 없었다.
--일결아,거의 반년뒤면 고급중학 입시인데 공부를 잘 해야지.뛰여난 건축공정사 로 되려면 적어도 중점대학은 가야 할게 아니냐? 중점대학을 가자면 연변1중을 꼭 입학해야지.아버지처럼 싸구려 대학을 나와서 원고지를 십여년 포복행진하다가 이제는 컴퓨터 키보드를 줄기차게 두드려대는 작업은 선택하지 말어야지!
--아버지,저는 건축공정학보다는 중점대학에 가서 생물공정학을 배울려는 생각도 있는데.
--생물공정학? 너는 건축공정학을 배워서 아버지 엄마에게 큰 별장을 멋지게 지어준다고 떠들어댄적이 있지? --히히,아버진 잘 몰라요.건축공정학을 배우면 돈벌수는 있다지만 위대한건 못해내요!
--허허,너는 그래 생물공정학을 배워서 무슨 위대한 일을 해낼려구?
--제가 말해도 아버진 문사학과를 배워서 잘 모를건데요.어떤 동식물들이 단성생식을 하는걸 알아요?
--그건 무슨 말인데?
--히히,어떤 동식물들은 수컷과 암컷이 따로 없고 스스로 후대를 생식하거든요. 하등식물들과 무척추동물 그리고 척추동물중에도 단성생식을 하는것들이 많다고 하는데…
--그건 나도 조금 알지,그런데 그게 생물공정학과 무슨 관계가 있어?
--그럼,아버지는 쌍성생식이 아닌 다성생식이라는걸 생각해보셨나요?
--다성생식?
--아버지는 문사학과를 배워서 모르는게 너무 많아요.수컷과 암컷이 함께 후대를 번식하는건 쌍성생식이라고 하고 수컷과 암컷외에도 다른 컷들도 참가해야만 후대번식이 되는걸 다성생식이라 말할수 있어요.나는 생물공정학이라는걸 잘 배우면 사람이 남자와 녀자가 만나서 애기를 낳는게 아니라,남자와 녀자외에두 다른 성별들까지 모여들어야만 애기가 만들어지는걸 연구해낼수가 있다고 생각되는데요.
--다른 성별들까지?
--예,남자와 녀자를 내놓구서도 제3성별인,제4성별인을 만들어낸다는 말이예요. 그래서 제1성별인,제2성별인,제3성별인.제4성별인...이 함께 노력해야만 애기를 낳을수 있게 된다면…
숟가락을 든채로 일결을 멍하니 쳐다보던 이결도 한마디 끼여들었다.
--형,그럼,아버지 엄마가 결혼해서 우리를 낳은 그런것이 아니라,남자 녀자 그리고 무슨 다른 자들도 함께 모여야 애기를 낳게 된다는 말이지?
--응,우리 이결이가 진짜로 총명하구나! 바로 그런 뜻이야!
--그럼 그렇게 낳아지는 애기에게는 아버지 엄마외에두 다른 부모가 있게 되는데 그 부모들은 뭐라고 불러?
--히히,그거야 이름을 붙여주면 되지! 례를 들면 제3성별인은 제2아버지 제4성 별인은 제2어머니...
강길은 먹던 밥이 목구멍을 기여오르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일결아,무슨 허튼소리야!? 남자 녀자외에두 다른 성별들까지 모여들어서 애기를 낳는다니?
--클론인,바로 복제인도 만들어낸다는데 어째서 다성생식하는 사람을 만들어내지 못할가요?
--자식,미쳤어? 진짜로 허튼소리만! 강길은 식탁우에 수저를 내던지고 말었다. 일결은 아버지가 성내자 입을 잠간 다물었다.그러고는 이결을 몇번 건너보더니 중얼거렸다.
--다성생식도 첨단과일건데,그리고 사람이 다성생식하면 좋은 점도 있을건데…
4
강길은 서재에서 애꿎은 담배만 피워대였다. 일결은 과연 심상치가 않았다.동성련애 비슷한것을 하는것처럼 변해간다고 김선생님으로부터 제보가 들어왔는데 또 무슨놈의 다성생식이고 다성생식인이고 제2아버 지고 제2어머니인가? 일결의 상상력이 풍부한것은 사실이다.다섯살때 로케트 아니면 비행선을 타고서 달나라로 가는 일은 재미없으므로 자기는 특제약을 만들어 먹고서 달나라로 펄펄 날 아오르겠다고 말하였던 애다.그런데 아무리 상상력이 풍부하다 하여도 무슨 놈의 다성생식과 다성생식인이라는 이상야릇한것까지를 상상해내다니? 어떻게 하면 일결의 진상을 알아낼수가 있을가? 애가 꽤나 컸으니 애하고 직접 문초해본다는것은 자칫하면 애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일로 될수도 있다.그러니 그런 우둔한 방법을 사용해서는 안된다.그럼 며칠 시간을 내여 일결의 뒤꽁무니를 미행하 면서 뒤조사를 진행해볼가? 하지만 무슨 시간을 짜내여 일결의 뒤꽁무니를 미행한단 말인가? 그리고 일결이가 학교 울안으로 들어만 가면 나는 애를 따라서 교실까지 입장할수는 없다.그럼 무슨 방법으로?...
강길에게는 심사가 괴로워지면 책장아래 서랍속에 보관된 한개비 은저가락을 찾아내는 습관이 있다.그는 책장아래 서랍속에서 누르스름한 광목주머니를 끄집어내였다.
흰 광목주머니를 빠져나오는 한개비 은저가락은 꿈속에서보다는 많이 어두웠다. 한개비 은저가락이 어둡지 않을리가 없다.백여년전에 경상도 어느 은세공이 만들어내였을 그것은 산화되여 어둑시그레한 빛속에서 꽁무니쪽에 새겨진 이름모를 꽃무늬 하나만을 희미하게 내보여주고 있었다.
은저가락은 원래는 두모의 저가락이였다고 한다.그것은 할머니가 할아버지에게 시집올때 할아버지네 집에서 할머니 함속에 넣어준것이였다고 한다.그런데 할아버지 와 할머니가 자손들을 거느리고 살길을 찾아 두만강을 건너오기전에 로비를 장만하려고 한모는 팔아버렸으므로 그들은 한모만 여기까지 지니고 왔다고 한다.할아버지도 할머니도 한모만 남은 은저가락을 아주 대물림보배로 여겼었는데 그들은 세상을 떠나 면서 그것을 장손인 강길에게 물려주었던것이다.그런데 그 한모의 은저가락도 이제는 한개비만 남았다.
강길은 한개비 은저가락을 한동안 들여다보고나니 눈앞에는 농사일에 얼굴이 검게 타버린 동생의 얼굴이 떠올랐다.
이결이가 여덟살이니 동생이 미국으로 밀항간지는 이제는 칠년이 된다.칠년전 그날,동생은 갑자기 태여난지가 석달밖에 안되는 이결을 포대기에 싸안고서 연길로 올라왔다.
--무슨 일이야? 갑자기? 애가 무슨 감기라도 걸렸나? 그런데 애기 엄마는?
--으-허-헉,말도 마오,개쌍년이 자기 새끼도 내버리고 미국으로 가버렸소..집을 나간지 한달이 넘어서 어제 전화가 한통 왔는데 자기는 이미 무슨 탈북자협조 조직의 도움을 받아서 미국에 도착했다는구만.
--뭐라고? 이결의 엄마가 미국으로?
덜먹총각으로 늙던 동생이 두만강을 건너온 녀자와 결혼하였을 때 강길은 끝내는 된시름을 덜었다고 생각했었다.물론 동생에게는 미적지근하게 불편한 점들이 뒤따를 것이였지만은 처녀들 그림자도 구경하기가 힘든 편벽한 산골마을에서 그것보다 좋은 방법은 없다고 생각했던것이다.그런데 이결의 엄마가 이결까지 내버리고 집을 뛰쳐나가다니? 그것도 머나먼 미국으로 가버리다니!
--형,형수,나도 미국으로 가야 하겠소.이결에게 엄마가 없으면 안되지! 꼭 미국에 가서 환장할 개쌍년을 찾아내야지! 내가 환장할 개쌍년을 찾아내여 함께 돌아올 때까지 이결은 형과 형수가 키워주오! 죽을상을 한 동생의 시커멓게 타버린 얼굴을 건너보다가 포대기속에서 세상좋게 잠자는 이결을 들여다보고나니 강길은 눈물을 왈칵 쏟아내고 말았다.
--미국 어디라고는 말은 없었지만 나는 미국으로 가서 꼭 찾아낼거요.미국이 엄청나게 너르다고는 하지만 내가 꼭 찾아낼거요! 살아있는 사람이 살아있는 사람을 못찾아낼 도리가 없지.그리고 농사로서는 돈이 전혀 안되니 나는 미국에 가서 이결이가 커서 대학공부를 할 돈도 벌어올수가 있고… 그런데 형,나는 부탁이 또 하나 있소..8만원이나 되는 밀항이라는것으로 미국을 가면 언제 돌아올지는 잘 모르겠는데,나는 장손이 아니지만 그 은저가락 말이요,한모의 은저가락을 형하고 내가 한개비씩 나누어서 몸에 지니기요,내가 미국 갔다가 집에 돌아오면 형한테 꼭 돌려줄테니깐.그때에 또다시 은저가락 짝을 맞추기요.나는 혹시 집생각이 나고 이결이 보고싶으면 은저가락이라도 지켜볼려구…
한개비 은저가락을 몸에 지니고 미국으로 떠나간 동생은 몇달에 한번씩 오는 전화에서 매번마다 크게 울부짖었다.
--야,미국이 너르기도 하오.아직도 환장할 개쌍년을 못찾아냈소,그리고 큰돈은 못 벌었소.
이결이가 꿈속에서 두만강을 건너오는 고운 아지미를 만난다는 일을 안 뒤로부터는 동생은 전화때마다 혀를 끌끌 찼다.
--이결은 또 꿈에 두만강을 건너오는 고운 아지미를 만나본다오? 허,자식도! 어떻게 그렇게도 신통한 꿈을 꾸어댈가! …
5
강길은 확실한 진상을 알아내기 전에는 절대로 참아내자고 생각하였다.하지만 일결을 상대하면 자기도 모르게 짜증스러워졌고 눈살을 찌프리게 되였다.그는 오늘 저녁 식사뒤에는 일결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내지르고 말았다.
--자식이! 이젠 밥을 먹고나면 그릇들을 주방에 치우는것은 배워내야지? 내가 무슨 너의 노예냐? 래일 모레면 고급중학교를 들어가야 할 놈이 더러워진 양말을 세탁기속에 넣어주지도 않고 침대우에 막 나뒹굴게 하고…
아버지가 갑자기 큰 소리를 내지르자 일결은 눈이 휘둥그래져서 어쩔바를 몰라했다.그리고는 주방에 들어가서 설겆이를 하는척 하였다.
강길은 서재에 들어앉아 줄담배를 태우며 한동안 씩씩거렸다.그러다가 책장아래 서랍속에서 누르스럼한 광목주머니를 찾아내였다.한개비 은저가락을 지켜보던 그는 갑자기 입가에 작은 웃음을 띄어올렸다.동생이 부친의 명을 받고서 "정찰병"을 하였던 일이 생각났던것이다.
그때가 중학교3학년이였던가? 부친은 동생을 "정찰병'으로 리용해서 끝내는 이웃집 순녀하고 종이쪽지편지를 나누는 일을 알아내였다.그래서 어느날 귀썀을 하나 붙여주면서 "자식이,할아버지 할머니 은저가락을 물려받을 놈이 공부를 잘해서 중점고급중학에 가야지! 무조건 대학을 가야지! 너무 올되면 인생을 망쳐!"를 말해주었었다...
자기도 모르게 무릅을 탁 내리쳤다.
그렇지! 내가 직접 나서기보다 둘째녀석을 "정찰병"으로 한번 써먹는것도 좋은 방법일것이다.내가 일결의 뒤꽁무니를 미행하면서 조사하기보다는 둘째녀석을 시켜서 큰녀석이 도대체 무슨 지랄발광을 하는가를 알아낸다면 큰녀석의 자존심도 죽이지 않고 실상도 알아내고.... 일결이가 동생이 자기의 뒤꽁무니를 미행하면서 뒤조사를 하는 것을 발견한다 하더도 애들은 서로 괜찮을것이다.일결은 지금까지도 나의 요구를 따라 누구에게나 이결의 신상을 절대로 비밀에 부치고 있다.어릴때는 이결과 가끔 맞싸 우기도 했었지만 이결의 신상을 안 뒤로부터는 일결은 형의 구실만을 잘하려고 언제 어디서나 이결을 생각해주고 아껴주어왔다. 그러니…
강길은 숙제를 끝낸 이결을 서재로 불러왔다.서재문을 닫아걸고 아예 잠그어버렸다.그는 목소리를 죽였다.
--이결아,말소리를 죽이여 낮게 이야기하자.너는 아버지 말을 잘 듣지!
--예? 토요일에 컴퓨터게임 놀게 해주면 아버지 말을 더 잘 듣겠어요!
--허허,아버지가 특별사명적인 임무를 하나 내줄가?
--특별사명적인 임무? 또 돼지오줌깨를 먹으라는것이 아니예요? 아니면 벌레를?
--허허,너는 돼지오줌깨와 벌왕 유층이라는것에 아주 질려버린 모양이구나! 이번 임무는 그런것들과는 상관없거든.이 임무를 훌륭하게만 완성하면 컴퓨터게임을 일주 일에 딱 한번만 놀수 있고 또 중학교 들어갈때까지 아버지와 같이 자도 돼! 아니,래년에 엄마가 한국로무에서 돌아오면 엄마와 같이 자.
--무슨 임무인지는 모르지만 완성하면 컴퓨터게임 놀게 해주겠나요? 전번에 미국 삼촌은 전화에서 미국에서 돌아올땐 나에게 좋은 게임기를 무조건 사다줄거라고 말하던데.아버지,컴퓨터게임만 실컷 놀게 해주면 돼지오줌깨와 벌레보다도 힘든 임무도 완성해내겠어요!
--그런걸 먹으라는 임무는 아니야.유뇨증은 아버지가 좋은 밀방을 하나 얻어왔거 든.
--무슨 밀방?
--은저가락을 하루밤 담근 정화수를 마시면 된대.
--은저가락을 하루밤 담근 정화수?
이결은 테불우에 놓여진 누르스름한 광목주머니와 한개비 은저가락에 잠간 눈길을 팔았다.
--아버지의 보배 은저가락? 근데 정화수라는건 무엇이나요?
--정화수라는건 새벽에 떠오는 샘물이야.아버지는 이미 물통 하나를 사왔어. 며칠 뒤 휴일날 신새벽에 모아산에 등산해서 새벽 샘물을 떠올게.
--야,좋다! 잠자기전도 아니고 대낮에 물 마시는거야!
--허허,이결아,은저가락을 담근 정화수를 마시는 일외에도 중요한 임무가 하나 있 어.
--예,그건 무슨 임무?
--이결아,너 소학교는 형이 다니는 중학교와 가깝지 않니? 아침에 학교갈때 그리 고 공부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올 때 너는 형의 뒤꽁무니를 따라다니면서 형이 누구와 친하는가 어떻게 친하는가 살펴보란 말이다.그런데 형한테 발각되여서는 안된다!
--그럼 텔레비죤드라마에서 나오는 "특무"라는걸 하라는 말이 아니예요?
--응,그렇지! 혹시 형이 어느 사내녀석하구 마구 끌어안거나 입맞추는 일이라도 있는가구 살펴보고 그걸 아버지에게 말해주면 돼! 절대로 형한테 발각되지 말고!
--히히,형이 남자하고 막 끌어안구 입맞추는것? 히히. --웃지말고! 너는 이 임무를 꼭 완성해야 한다.우리 둘이 손가락을 걸어서 약속할가?
--손가락까지 걸 필요가 있나요? 그런데 “특무”는 아버지가 해내도 되잖아요?
--아버지는 안경을 걸어서 시력이 안좋잖아! “특무”를 하기에는 이미 글렀어.
6
이결의 하루동안 “정찰보고”를 듣고난 강길은 어제 저녁부터 마음속이 더욱 답답해졌다.이결이가 일결의 확실한 정보를 얻어온것은 아니였지만 일결이가 진짜로 동성련애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던것이다. 이결의 말에 의하면 일결은 현재 이웃학급 작달만한 사내애하고 엄청 친하고 있다고 한다.아침에 학교를 갈 때면 작달만한 사내애는 자기집이 있는 하남다리 부근에서 일결을 기다리고 있었고 하학하면 둘은 그림자처럼 붙어서 중학교 정문을 빠져 나오느데 둘은 하남다리 부근까지 도보로 동행해서 갈라진다고 한다.
--아버지,형과 형이 친하는 애는 어깨동무를 잘 하던데,그들이 마구 끌어안고 입 맞추는것은 못보았어요.
--그런것은 공개적으로 하겠느냐?
--예?
--아무튼,이결아,너는 며칠만 너 형을 계속 미행하면서 확실한걸 알아내!
이 며칠동안에 “은저가락”을 끝내버릴 생각이였다.그런데 심사만 착잡해 지다나니 이미 구상된 소설이였지만 한줄의 문자로도 변해주지를 않았다. 그는 사무실내를 서성거렸다.
젠장,어떻게 할가? 김선생님에게 전화나 해볼가? 아니다.차라리 일결의 중학교로 찾아가서 김선생님을 찾아뵙고 함께 대책을 만들어내는것이 방법일지도 모른다…
강길은 은저락이라도 잠간 살펴보고 싶었지만 현재 집이 아니라 사무실이라는 생각에 또다시 걸상에 주저앉아버려렸다.한숨이 길게 흘러나왔다.담배 한대를 꼬나무는데 핸드폰이 울렸다.다음 주일에 나갈 “은저가락” 원고를 재촉하는 신문사 전화일지도 몰랐다.다행이 핸드폰에 나타나는 전화번호는 한국 핸드폰 번호였다.안해의 전화였다.
강길은 안해의 전화를 받아줄 자신이 없었다.아직은 확실한 답이 없는데 혹시는 전화중에 일결의 일이 입에서 뛰쳐나올수도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안해는 언제나 조금이라도 더 벌어서 집에 돌아온다고 말하였고 일결의 고급중학 입시전에 무조건 돌아온다고 말하였다.힘든 로무인데 안해에게 생각밖의 심리부담을 만들어주어서는 안된다. 핸드폰은 한동안 울리다가 지쳤는지 스스로 멎어버렸다.
일결이가 설마 동성련애자일가?! 이결의 미행 결과를 며칠만 기다려보자.그리고 나서 밥이 되든 죽이 되든 방법을 찾아내자.생각을 다잡자 강길은 마음이 약간 편안해진듯 하였다.
점심때가 되였으므로 그는 걸상에서 일어났다.그런데 사무실 문을 열자 갑자기 이결이가 총알처럼 사무실내로 뛰여들어왔다.
--아니,이결아,너는 어째서 갑자기 아버지 사무실로?
--아버지,큰일 났어요..
--뭐라고?
--오늘 아침에 하남다리에서 그만 형한테 발각되여…
--너 형을 미행하다가 형한테 발각된거구나.조심해서 미행하라고 아버지가 당부했는데…
이결은 작은 어깨를 상하로 들먹거리며 울싱을 해보였다.
--어-엉,조심한다는게 글쎄.
--형이 뭐라고 말하더냐?
--실말을 안하면 나하고는 안친한다고 말하길래…
--그래서?
--어-엉,그래서 아버지가 시켜서 하는 일이고 형이 동성련애를 하는가를 알아내는 일이라고…
--너는 다 불어버렸구나! 그 다음에는?
--형이 내 엉뎅이를 슬쩍 차주고…
이결을 “정찰병”으로 써먹는 일이 아주 상수는 아니였지만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했었다.그런데 그것이 일결한테 발각되였고 모든것이 들통난것이다.
--형의 말은 자기는 절대로 동성련애자가 아니라고 하던데요.
--그래?! 그럼 됐어! 발각되면 발각된거지 뭐.
--그럼 아버지,이번 토요일날 컴퓨터게임 놀게 해주겠어요?
--자식도! 컴퓨터게임은…
일결은 이결에게 자기는 동성련애자가 아니라고 단언했다고 한다.그럼 그렇지! 내 아들이 어떻게 동상련애자일가! 그런데 일결은 내가 자기를 동성련애자로 의심한것을 어떻게 생각할가? 전에 애들은 부모들로부터 미행같은것을 당하는것은 크게 념두에 안두었지만 지금 애들은 약간 다르게 받아드릴수도 있다.이것도 퍼그나 시끄러운 일이 아닐수가 없다.일결은 나에게 크게 따져물을수가 있다.나는 일결에게 잘 해석해주어야 한다.그리고 김선생님 전화에 대해서는 절대로 내비치지 말어야 한다.
강길은 오후내내 일결에게 어떻게 해석해줄건가에 대하여 생각해보았다.그러다가 퇴근시간이 되자 집으로 달려갔다. 저녁식사준비를 하는데 이결이가 집으로 들어왔고 조금 뒤에 일결이도 집에 들 어섰다.강길은 멍청하니 웃으며 일결을 맞아주었다.스스로 얼굴이 크게 달아올랐다. 다행이 일결의 얼굴에는 별로 이상한 기미가 돋아나지 않았으므로 그는 숨이 곧게 나왔다.
7
강길은 안해가 한국로무를 나간 뒤 아주 몇해만에 처음으로 그렇게 달콤한 잠을 누린것 같았다.착잡하던 마음이 크게 푸근해진 탓으로 그는 침대우에서 아주 대자를 벌리고 누웠다가 무거운 왼쪽 다리를 이결의 배우에 올려놓기까지 하였다! 그래서 이불속에서 이결의 발길질도 몇번 받았었다.그러다가 달콤한 잠에서 또 은저락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일결이와 이결이는 수많은 은저락들을 두만강 모래톱우에 꽂아놓고 절들을 굽신굽신 올리는것이 아닌가? 놈들은 배워준적도 없는데 행동거지와 얼굴에 내 비치어지는 그 신성함과 정성과 모든것들이 강길을 신통하게 닮아있었다.… 일결과 이결이가 두민강 모래톱우에 꽂아놓는 수많은 은저락들은 하늘에 우쩍우쩍 솟아올라 수많은 은빛 구름다리를 만들어주었다.그래서 셋은 손잡고 청청한 밤하 늘에 솟아오른 수많은 은빛 구름다리우를 나는듯이 뛰여다니였다.찾아가고 싶은 곳은 마음껏 찾아다니고 있었다.그러는데 어디서 찾아왔는지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서 그들과 함께 은빛 구름다리들을 내달리며 한없이 웃고 떠들었다.그속에는 동생의 검 지만은 환하게 변해진 얼굴이 끼여있었고 일결의 딱친구라는 작달만한 애도 끼여있었 다…
밤중에 이결은 또 오줌홍수를 풀었다.강길은 이결의 오줌벼락을 맞고서도 은저가락 꿈속에서의 기분이 잊혀지지 않았기에 몇마디 노래까지 흥얼거렸다!
아침에 기상해서 주방에서 아침식사 준비를 하는데 핸드폰이 울렸다.안해의 전화였다.어제 오후 안해의 전화를 받아주지 않았었다.그래서 아침 일찍 전화를 하는 모양이였다.
--당신,잘 있지? 힘들지? 내가 글쎄 우리 일결이를 동성련애자인가고 약간 의심했단 말이요. 하하,그런데 말이요.
강길은 어제저녁 일결이가 서재에 들어와서 말해주던것을 안해에게 말해주었다.
--일결이의 딱친구 사내애도 이결처럼 탈북자가 낳은 애인 모양이요.그리고 그애 엄마도 미국으로 갔다는구만.일결은 딱친구의 그런 사정들을 알고서 둘이 잘도 친하고 있다는데.둘이 어떻게 친하면 동성련애자로 의심받았을가? 일결은 마음속에 그 딱친구가. 이결처럼 불쌍해보여서 더욱 아껴주는 모양인데,잘만 친하니 애들 눈에는 거의 동성련애자처럼 보였을수도 있었겠지! 그리고 다성생식이라는걸 하면 아버지 엄마가 몇이 되여서 딱친구나 이결처럼 엄마가 곁에 없는 애들은 마음고생이 없을거라는 우스운 생각까지 하게 되였다오.
--일결은 잠자나요? 착한 내 아들 일결의 목소리가 듣고 싶은데!
강길은 일결을 불렀다.그런데 일결은 전혀 대답이 없었다.강길은 핸드폰을 든채로 일결의 침실로 들어갔다.일결의 침대가 텅 비여있었다. 일결은 이른 새벽에 어디로 나갔을가? 아마 내가 잠에서 깨여나기전에 바깥으로 나갔길래 나는 아무런 기척소리도 못들었을것이다…
--여보,일결은 이른 아침에 어디로 나가고 집에 없는데…
바로 그때였다.열쇠로 집문을 여는 소리가 들려왔다.강길이가 일결의 침실을 나와 보니 땀벌창이 된 일결이가 집으로 금방 들어서고 있었다.일결은 손에 며칠전 강길이 사온 물통을 무겁게 들고 있었다.
--일결아,이른 새벽에 어디로 갔댔어?
--모아산에 샘물 뜨러 갔었는데요.그 딱친구와 함께요..아버지가 은저가락을 담근 정화수를 마시면 이결의 유뇨증이 낳아질지도 모른다고 하시길래…
일결을 마주보는 강길은 코마루까지 찡해났다.
--여보,일결은 이결에게 먹일 정화수를 뜨러 모아산까지 갔다고 금방 집에 들어왔소!
--예? 전번에 말씀하시던 은저가락을 담글 정화수? 그런데 오늘 내가 출근길에 누구를 만났는지 알아요?
--누구를 만났길래?
--이결의 엄마를 만났어요! 지철에서 우연하게 마주쳤는데,처음에는 만난적 없는 사람인척 아닌보살 하다가 내가 따져묻고 또 자기도 이결이가 너무 생각나서 승인하더구만요..미국에서 한국으로 온지가 이미 칠년이 된대요.그런것을 삼촌은 미국에서 찾아다니느라고…
--뭐라오?!
강길은 갑자기 온몸을 부르르 떨어버렸다.귀가에 대였던 핸드폰이 손을 빠져나오 면서 방바닥에 무겁게 굴러떨어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