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아침 일찍 기상한 리장수교수는 도현문화관광국 장국장에게 전화하여 그가 부탁하던 노루골 암각화를 관광명소로 만드는 일을 상론해본다고 하였다.그런데 장국장의 핸드폰이 빈 번호로 나왔으므로 그는 “이 사람이 핸드폰번호를 바꾸었으면 핸드폰번호를 나에게 알려주는것이 도리가 아닌가?”고 투덜거렸다.리장수교수는 장국장의 핸드폰이 통하지 않자 서현장에게 전화를 걸었다.서현장은 우리더러 자기의 사무실로 오라고 하였다.나는 리장수교수를 따라 정문앞에 두개의 도견조각상이 놓여진 도현정부청사로 갔다.
리장수교수는 서현장의 사무실에서 노루골 암각화 관광기획서 스토리를 이야기하였다.그는 이것은 장국장이 재작년부터 부탁한 일인데도 팽이처럼 뱅글뱅글 바삐 돌아치다나니 통합적인 사유를 진행하지 못하였다.노루골을 “진달래동산”과 ”장미빛계곡”으로 만드는데는 엄청난 자금투자가 필요없다.노루골을 산뜻하게만 가꾸고 전국에서는 몰라도 성내에서 이름난 “진달래동산”과 “장미빛계곡”이라는 부랜드관광지로 만들면 좋겠다고 하였다.그는 또 “진달래동산”과 “장미빛계곡”이라는것이 노루골에 집중되면 어떻게 보면 자아모순적인 “형상충돌”을 이룰수 있다는 점이 근심되며 암각화절벽 부근에 생식숭배공원을 만드는 일은 제안하기는 하지만 그 결과가 어떠할지는 크게 자신이 없다고 하였다.서현장은 도현은 전에 리교수님을 공짜로 리용해먹었는데 리교수님이 이번에 노루골 암각화관광기획서를 정식으로 만들고 동강대학 관광학원 도장까지 찍어주시면 리교수님께 어느 정도의 사례금을 지불해 드리련다고 하였다.서현장이 어느 정도의 사례금을 지불해 준다는 말하자 리장수교수는 대번에 기뻐하였다.
“그렇지,서현장이야말루 인테리들이란 경제독립이 없이는 정신독립과 사상독립이 없다는 말을 잘 리해한거야!”
“리교수님,그렇게 복잡한것은 저도 잘 모르는데.”
“그런데 노루골암각화관광기획서에 꼭 동강대학 관광학원 도장을 찍어야 하나? 동강대학 도인력사문화연구센터 도장을 찍으면 안될가? 그리고 아침에 장국장에게 전화를 걸어보니 장국장 핸드폰번호가 빈 번호로 나오는데…”
리장수교수의 말에 서현장 얼굴빛이 그만 굳어지였다. “리교수님,장대근은 문화관광국 국장을 그만두었습니다”
“아니,그건?”
“사표를 낸것이 아니라 제가 못하게 만들어주었는데…”
“장국장이 무슨 착오를 범했는가?”
“리교수님은 아무 일도 모르시는것 같은데!”
“무슨 일?”
“장대근은 자식이!”
“엉?”
“장대근은 리정과 단짝이 되여서 같이 지내고 있는데!”
나는 “장대근은 리정과 단짝이 되여서 같이 지내고 있는데!”가 리장수교수에게 큰 충격이 아닐수가 없다고 생각되였다.나는 리장수교수의 가냘픈 신경을 자극줄것이 두려웠다.그래서 저녁에 호텔로 돌아오자 피곤해서 일찍 자겠다고 하였다.리장수교수는 자기도 일찍 자고싶다고 하였다.그런데 그는 침대우를 엎치락뒤치락하다가 끝내는 침대머리 탁상등을 밝혀놓았다.그리고는 침대를 걸터앉더니 잠을 못이루고 어두운 천정을 우러르고 있는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이보게,소설가선생,오늘날의 인테리들은 어째서 고독한걸가?”
“무슨 말씀인지?”
“고독할수록 사유진행이 활발하다는 말은 있지만 나의 생각에는 나같은 인간들은 고독할수록 대뇌가 땡땡 굳어져가는듯한 느낌이 든단 말이야.오늘날 수많은 인테리들이 창발력커녕 밥먹고 사느라고 마치도 내가 발기부진과 무정자증으로 앓는것처럼 이상야릇한 병을 앓는거지 뭐.그래서 당신네들 에 실린 정력제 상업광고들도 인테리들을 제1목적시장으로 한게 아닐가?”
나는 리장수교수가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전혀 알아들을수가 없었다.그가 또 이상한 언론들을 산포할것이 두려웠으므로 감히 그의 말에 응대할 생각이 없었다.그러자 리장수교수는 한숨만을 길게 내쉬였다.
“그런데 말이야,리정과 장국장이 아무리 단짝으로 되였다 하더라도 서현장이 장국장을 무작정 긁어버렸다는 일은 너무 그렇치가 않을가?”
나는 리정과 장국장의 일에 대해서는 알고싶지도 않았다.상론해보고 싶지도 않았다.다만 리장수교수의 어딘가를 건드릴것만 무서웠다.
“예…리교수님,밤이 깊어가는데 잠자야지요…”
“흐흐,소설가선생도 잠기가 아주 가버린것 같은데 아예 나의 제목도 없는 소설이나 계속 읽어보라구.”
리장수교수는 침대를 일어서더니 가방에서 수십장 원고지들을 꺼내들었다.그리고는 그것을 나의 침대머리에 놓아주었다.나는 제목도 정해지지 못한,사람들이 개들한테 당하는것을 꾸며보련다는 소설의 제3장을 한번 읽어보기로 하였다.
제3장 남으로!
1
도인왕국 국왕은 포고를 세상에 널리 알렸다.
세상은 크다.세상은 넓다.대근산기슭 소금갱도는 아무것도 아니다.멀리 남으로 내려가면 도산부족의 얼굴색과 몸뚱이색을 떼여닮은 가없는 소금호수인 바다라는것이 있다.따뜻한 남에서는 개털옷같은 짐승들 가죽을 뒤집어쓸 필요가 없다.그곳에는 호두가 아닌 알곡이라는 맛있는것들도 쌔고 버렸다…
2
국왕은 강대한 군단을 만들어 남으로 진출하려고 하였다.도인왕국은 남으로 진출하기 위하여 송아지만큼한 도견들을 대량으로 번육시키고 도견군단을 편성하였다.
국왕은 도견군단 수천마리 도견들에게 군사훈련을 시켰다.호두나무에 고기덩어리를 높게 달아매놓고 도견들더러 크게 뛰여오르면서 고기덩어리를 물어뜯게 하였다.천성이 용맹한 도견들은 나날이 날렵해지고 포악스러워졌다.높게 뛰여오르기와 물어뜯기 군사훈련이 끝나자 국왕은 도견군단에게 도견진법훈련을 시켰다.
국왕은 야장쟁이들더러 도견들의 몸에 알맞는 철제갑옷을 수천개 만들어내라고 하였다.도견갑옷이 장만되자 국왕은 도견군단 도견들에게 갑옷을 입혔다.철제갑옷은 도견들의 펀들펀들 두눈만을 내놓게 만들어진것였는데 화살을 대처하는데 사용된다고 하였다.
철제갑옷을 차려입은 도견군단의 도견진법훈련은 백열화로 들어갔다.수천마리 도견들 은 호두나무 북소리와 교관이 내흔드는 기발신호를 따라서 도견진법 출격술을 련습하였다.그것은 마치도 큰 홍수가 범람하듯이 기세사납기만 하였다.도견군단 수천마리 도견들이 한마리 도견처럼 움직이는것을 구경하고 도인들은 혀를 끌끌 차보였다.
도견군단의 도견진법훈련이 무르익어가는 중에 국왕은 나젊은 도인용사들을 모집하여 도인군단을 편성하였다.도인군단은 운수대와 도견사양대로 나뉘여졌다.
3
기다리던 남에로의 진출일이 되였다.국왕의 도견군단과 도인군단은 만백성의 환성속에서 남으로 출발하였다.
며칠도 안되여 남에서는 날마다 첩보가 전해왔다.남쪽의 어느 부족도 도견군단과 도인 군단의 추풍이 락엽을 쓸어버리는듯한 군사공세를 당해내지 못하고 있다고 하였다.철제갑옷을 입혀 펀들펀들 두눈만 내여놓은 도견들은 무더기로 쏟아지는 화살속에서도 길길이 올리뛰면서 적군의 기병들을 말에서 물어내리고 야간습격술로 남쪽 부족들의 촌락들을 하나하나 정복해 나간다고 하였다.그리고 도인군단은 말이 전쟁이지 도견군단에게 먹이공급이나 해주고 포로수용이나 로획물정리같은 일밖에 차려지지 않으므로 손에 털이 날 지경으로 한가롭다고 하였다!
날마다 전해지는 첩보들을 도인왕국더러 크나큰 환락속에 잠기게 하였다.
국왕이 거느린 도견군단이 개선하여 돌아는 날이였다.만백성들은 푸른 구름처럼 모여들어서 멀리멀리까지 마중을 나갔다.그들은 국왕과 도견군단을 물샐틈없이 에워싸고 환호성을 터뜨렸다.감격의 눈물을 흘리였다.
제1차 남진출에서 대첩한 국왕은 도견군단을 수만마리 도견으로 확충하였다.그리고 그뒤 매번의 남진출마다에서 대첩을 거두었다.국고에는 남진출에서 략탈한 금은보화들이 넘쳐났다.도인들은 가축들을 방목하거나 도강에서 고기잡이를 할 생각이 없어졌다.그들은 날마다 호두술을 폭음하였고 달착지근한 알곡맛에 즐거웠다.
4
도인왕국은 멀리 하늘끝까지 이름을 떨치는 강대국으로 되였다.도인왕국이 강대국으로 성장된데는 말할것도 없이 도견군단의 공로가 제일 컸다.국왕과 도인들은 도견군단의 공로를 기특하게 여겼으므로 도인왕국 기본법인 “도견법”을 발포하였다.“도견법”은 도인들은 굶어죽어도 도견을 잡아먹지 못하게 규정하였고 도견들의 특히는 도견군단의 풍족한 생활을 보장하며 도견군견들이 죽으면 반드시 후장한다고 결정하였다.
도인왕국 민간에서는 도견군단을 칭송하는 민요가 크게 류행되였다.도견군단을 칭송 하는 민요는 도견의 짖음소리인 컹컹-왕왕 후렴으로 끝나는것이였는데 남녀로소들이 즐겨불렀다.
컹컹-왕왕 용감한 도견군단 남으로 내려간다
컹컹-왕왕 도견군단 이르는 곳마다 백기가 드리운다
컹컹-왕왕 용감한 도견군단 가로막을자 그 누구냐?
컹컹-왕왕 컹컹-왕왕 컹컹-왕왕
도인왕국 민간에서는 도견군단진법에서 힌트를 받고 집단무용를 만들어내였다.남녀로소들이 도견군단처럼 대렬을 짖고 북소리와 기발신호에 따라 한사람처럼 움직이면서 도견처럼 네발걸음으로 마당을 빙빙 에도는 춤이였다.도인들은 도견군단의 펀들펀들 두눈만 내놓는 철제갑옷을 무용복으로 사용하고 싶었다.그러나 철제갑옷은 너무 무거웠으므로 그들은 호두나무를 깍아만든 개탈을 쓰고 엉뎅이에 새끼꼬리를 개꼬리처럼 달아매였다.
도인들은 도견군단 도견들이 높게 뛰여오르면서 적군 기병을 말에서 물어내리는 날쌘 동작도 집담무용속에 포함시키려고 노력하였다.그런데 그들 재간으로는 도견만큼 높게 뛰여오를수 없었다.그래서 우리 도인들이 도견보다도 못하다!고 가슴을 탕탕 두드려대며 통탄하기를 즐겼다.
국왕은 민간인들이 “컹컹-왕왕민요”를 부르며 도견군단진법 집단무용를 멋들어지게 춘다는 소문을 듣고 “컹컹-왕왕민요”민요와 도견군단진법 집단무용를 한번 구경해보았다.그는 너무나도 멋들어지다고 박수까지 쳐주었다.그는 도인왕국 궁중에도 “컹컹–왕왕민요” 와 도견군단진법 집단무용를 보급시켰다.그러면서 “진정한 예술은 도견군단에 속한다”는 언론을 발포하였다.
5
국왕은 도견군단 군기(軍旗)까지를 만들어내였다.도견군단 군기는 푸른 하늘빛 바탕에 도견의 황소머리만큼한 머리를 수놓은것이였는데 도인들은 도견군단 군기가 도견군단의 용맹과 위엄을 남기없이 표현하였다고 칭송을 아끼지 않았다.그런데 도견군단 도견들이 자기들의 군기를 어깨에 메고 나다닐수가 없는것은 진짜로 유감이였다.
국왕은 나젊고 건장한 도인용사들로 이루어진 군기경호대를 조직하였다.군기경호대는 도견군단 군기를 높게 둘러메고 언제나 도견군단 앞장을 서주었다.국왕은 총명한 궁중악사들더러 “컹컹-왕왕민요”를 개편하여 도견군단 군가를 지어내라고 하였다.힘있는 도견군단 군가가 창작되자 국왕은 수십마리의 목청이 이쁘고 모양새도 이쁜 암캐 도견을 선출하여 그들에게 군가련습을 시켰다.
수십마리 암캐도견들이 큰 광주리만큼한 머리를 치켜들고 군악대가 호두나무북을 두드려대는 리즘에 따라 컹컹-왕왕을 짖어대는 장면은 멋들어졌다.도견군단이 진출할적마다 목청이 이쁘고 모양새도 이쁜 군가대 (軍歌隊) 암캐도견들이“컹컹-왕왕군가”를 드높게 불러주면 철제갑옷을 차려입은 도견군단 수캐들은 사기가 충천되여 보무당당하게만 걸어주었다.
6
국왕은 도견군단에 휴가제도를 실행하였다.매번의 남진출이 대첩을 거두면 도견군단은 생생한 날고기을 배불리 뜯어먹고 며칠동안의 휴가를 보내였다.휴가기간내에 어떤 도견군단 도견들은 촌락을 어슬렁거리다가 때로는 배가 고프지도 않았지만 한두마리 가축을 습격하여 물어죽였다.그러나 도인들은 수많은 전공을 세운 도견군단 도견들이 가축 한두마리를 물어죽이는것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해주었다.대신 휴가를 보내는 도견군단 도견들과 맞띄우면 모두가 그들에게 머리까지 조아려주었다.
도견군단의 공훈들이 솜종이 국사(國史)에까지 두툼하게 적혀지자 국왕은 성대한 도견군단 검열식을 진행한다고 하였다.국왕은 도견군단 검열식을 개흙밭에서 진행하면 흙먼지가 날리고 풀밭에서 진행하면 도견군단 위엄이 풀숲에 잠겨버리므로 반드시 넓은 마당에 고운 자갈돌을 펴놓은 검열장을 구축하라고 명을 내렸다.
도견군단 검열장을 위하여 도인왕국의 모든 재력과 인력이 동원되였다.도인들은 뜨거운 해빛아래서 도강가에 도견군단 검열장을 크게 구축하였다.도강가에 도견군단 검열장이 만들어지고 호두나무를 쌓아올린 검열대가 높게 구축되던 날이였다.국왕은 작은 일때문에 골머리가 아팠다.
정해진 도견군단 검열식 규정대로 하면 도견군단은 검열대앞을 지나가면서 컹컹-왕왕을 멋지게 짖어줄것이였다.그런데 국왕을 비롯한 내각대신들과 검열식을 구경하는 도인들도 무엇으로 보무당당한 도견군단의 컹컹-왕왕인사에 답례할것인가?
내각대신들은 국왕을 비롯한 우리들도 컹컹-왕왕으로 답례하자고 건의하였다.그건 안돼! 우리도 컹컹-왕왕을 련습해보았지만 도견군단보다는 우렁차지 못해! 국왕은 머리를 가로저었다.
내각대신들은 또 좋다! 만세!로 도견군단의 컹컹-왕왕을 답례해주자고 말하였다.그러나 국왕은 또 머리를 가로저었다.그는 수많은 도인들이 좋다! 만세!만을 힘차게 내지르면 위대한 도견군단이 놀라버릴지도 모른다고 대답하였다.
국왕의 말에 도리가 없는것은 아니였으므로 수십명 내각대신들은 하루종일 옥신각신 상론하였다.나중에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졌다.그들은 국왕을 비롯한 모든 도인들이 도견의 동작을 멋지게 따라배워 도견군단 컹컹-왕왕에 답례하자고 하였다.
도견의 동작을 멋지게 따라배워 도견군단의 컹컹-왕왕에 답례한다고? 국왕과 내각대 신들을 비롯한 모든 도인들이 도견군단 도견처럼 네발로 벌벌 기여보이는것은 불가능하다.검열대와 검열장에는 그럴 자리마저 없다! 도견군단 도견들이 사람키 높이를 훌쩍 뛰 여오르면서 적군의 기병을 말에서 물어내리는 동작은 아주 멋지지만 그것은 사람의 재간으로 다루기가 너무 힘들다!
한다면 도견의 어떤 동작을 따라배울건가?
국왕의 말에 수십명 내각대신들은 도견군단 수캐도견들이 쉬하는 모습도 아주 멋들어지고 간편한데 그것을 따라배워 도견군단의 컹컹-왕왕에 답례하는것이 좋겠다고 말하였다.그들은 도견군단의 도견수캐들이 뒤다리 하나를 뒤쪽으로 슬렁 쳐들고 호두나무 몽둥 이같은 꼬리를 처-어-억 치켜들며 쉬하는데 그 모습을 국왕을 비롯한 모든 도인들이 따라 배운다면 사람과 동물의 불평등을 소멸해버리자는 의미도 있으니 아주아주 좋을거라고 하였다.그들은 또 사람은 꼬랭이가 없지만 왼팔을 뛰쪽에 쳐들어 꼬랭모양이를 만들수가 있고 또 뒤다리 하나를 뒤쪽으로 슬렁 들고 쉬하는 모습은 간단하여 누구나 따라배우기가 쉬우며 규정된 음률에 따라서 엄격하게 련습하고 잘만 보급시키면 크게도 멋질것이 아닌가고 하였다.
내각대신들의 말을 듣고 국왕은 수십명 내각대신들더러 왼팔을 뒤로 내밀어 꼬랭이를 만들고 뒤다리 하나를 뒤쪽으로 슬렁 들고서 쉬하는 모습들을 한번 련습해보라고 하였다.
수십명의 내각대신들은 곧게 줄지었다.국왕의 하나 둘 셋 외침에 따라 몸을 앞으로 약간 내밀고 왼팔을 몸뒤에 치켜들어 꼬랭이를 만들고 오른다리를 뒤로 슬쩍슬쩍 들어보였다.도견군단 도견수캐들의 쉬하는 모습을 따라배운 동작은 진짜로 멋졌다! 운치가 깊 었다! 재미있었다! 그런데 왼다리를 쳐들면 오른팔을 뒤쪽으로 내밀어서 평형을 잡아야 하였다.국왕은 도인제국의 일통정신을 강조하기 위하여 모든 도인들더러 왼손을 몸뒤로 쳐들고 오른다리를 뒤로 슬쩍슬쩍 내밀라고 명령하였다.
이튿날부터 국왕과 내각대신들 그리고 모든 도인들은 도견군단 도견수캐들의 쉬하는 동작을 따라배우는 훈련에 달라붙었다.도견군단 검열식이 진행되던 날,수만마리 도견군단 도견들은 검열대우에 서있는 국왕과 내각대신들이 그리고 수많은 도인들이 자기들의 컹컹-왕왕 부르짖음에 모두가 몸을 앞으로 약간 내밀고 왼팔을 몸뒤로 쳐들고 오른다리를 뒤로 슬쩍슬쩍 들어보이는 수캐가 쉬하는 동작으로 답례하는것을 보자 즐겁기가 그지없었다!
도견군단은 자기들이 국왕과 도인들의 애대를 받는 일로 하여 가슴이 북받쳐올랐고 더욱더 보무당당하게 걸어주었다.컹컹-왕왕 인사를 우렁차게만 불러대였다.물론 개별적인 암캐도견들이 도인들이 암캐도견이 꿇어앉아 쉬하는것을 따라배우지않은 일에 대하여 의 견을 제출하였다.그러나 그들은 국왕의 어느 도견수캐들을 무론하고 그들은 도견암캐들의 자식이고 남편이고 형제이다! 라는 한마디 말에 깊이깊이 감복하고 말았다.
성대한 도견군단 검열식이 끝나자 국왕은 포고 하나를 세상에 널리 알렸다.
도인왕국의 도견군단은 세상에 짝없이 용맹하고 충성스러운 군단이다.앞으로 도인왕국은 특수한 공훈을 세운 도견은 내각대신으로도 받아들인다.그리고 도견군단 도견수캐들이 쉬하는 동작은 위대하게 멋지므로도 도인왕국의 국례(國禮)로 정한다.앞으로 궁중사무에서만이 아니라 도인왕국내의 사람과 사람 사이에 행해지는 인사는 반드시 몸을 앞으로 약간 내밀고 왼팔을 몸뒤로 쳐들고 오른다리를 뒤쪽으로 슬쩍슬쩍 들어보이는 도견군단 도견 수캐들의 쉬하는 모습을 따라배운 동작을 행하기로 한다.그리고 도인들이 도견을 만나도 국례로 인사를 해야 한다.국례는 응당 외교사무에서도 사용된다.
…
나는 리장수교수의 제목도 정해지지 못한 소설의 제3장을 읽다가 도견군단 도견수캐들이 쉬하는 동작이 도인왕국 국례로 되였다는 대목을 읽고나서 참지못하고 컹컹-왕왕 어버렸다.그러자 침대에 누어있던 리장수교수도 나를 따라서 컹컹-왕왕 웃었다.
“허허,재미있나? 이 소설말이야,도인왕국이 도견제국으로 전변되고 나중에는 도견군단 과 도견들때문에 도견제국이 멸망되는것을 꾸며내려는건데,말하자면 사람들이 개들한테 무지하게 당하는 이야기를 적어내려는건데 소설 제목을 무어라고 달아줄가?”
“글쎄요,그런데 리교수님,《격정의 동강》이 다시는 우리의 소설을 실어주지도 않을것인데 발표할 곳도 없는 소설을 무어라고 쓰나요?”
“그래도 시작한것인데 계속 써내려가야지.제4장은 혼인제도개혁을 쓸 생각이여.”
“예? 혼인제도개혁?”
“도견제국 국토확대전에서 도견군단이 큰 공훈을 세우잖아? 그래서 나중에는 도견들의 사회지위가 도인들의 사회지위를 압도하게 되는거야.많은 도견군관들이 내각대신으로 선출되고 임명되는거지.
도인들은 도견군단이 략탈해온것으로 호의호식하면서 방목도 하지않고 고기잡이도 하지않고 밤낮으로 ‘몸붙이기로동’에만 열중하지.그래서 도인들의 인구는 억수로 늘어나는거야.도인제국은 국토확대전에서 도견은 많이 수요되였지만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도인들에 대한 수요량이 컹컹-왕왕 줄어들지.사람수량와 도견수량 사이의 노바란스는 도견을 엄청나게 번식시키고 사람생육을 제한하려는 혼인제도개혁을 요구하는거야!
나는 도인제국 혼인제도개혁을 일부일처식도 아니고 일부다처식도 아니고 일처다부식도 아니고 군혼제 변종인 배급군혼제로 써낼 생각인데.”
“예? 배급군혼제?”
“도견군관 출신들인 내각대신들의 제안에 따라 진행되는 배급군혼제는 우선은 도인들 을 편제내와 편제외로 갈라놓는거야.편제내도인들은 혼인과 ‘몸붙이기로동’이 그래도 자유 로왔지만 편제외도인들은 무조건 배급군혼제를 지켜야 하지.
편제외도인 남자들과 녀자들이 지정된 곳에 갈라져서 살았는데 그들의 만남과 ‘몸붙이기로동’ 그리고 생육은 나라에서 시간과 장소 그리고 차수를 지정한다는거야.그런데 그것도 경쟁이 생겨나면서 노란 콩알과 깜장콩알을 주어내는 제비뽑기라는것도 도입하여 련애와 장가를 한꺼번에 해버리는 일을 결정하게 되지…”
“…”
나는 리장수교수가 목에 뻘건 피줄을 띄우고 침방울을 흩날리자 그만 잠에 골아빠졌다.
이튿날 아침 나는 리장수교수를 따라 도견번육중심기지로 갔다.배뚱뚱보 경리가 직원들을 시켜 대통령을 응접실로 데리고 나왔다.대통령은 동강시에서보다 엄청 여위여 있었다.리장수교수는 컹컹 짖어대면서 꼬리를 세차게 흔들어주는 대통령의 곁에 꿇어앉아 대통령의 큰 광주리만큼한 머리와 뼈만 남은 엉뎅이를 오래동안 쓰다듬어주었다.
동강시로 돌아오는 길에서 나는 운전석 옆좌석을 대통령에게 내주고 노란 중고차 뒤좌석에 앉았다.도강이 동강에 흘러드는 합수목 부근에 도착하자 리장수교수는 노란 중고차를 길옆에 세웠다.노란 중고차를 뛰여내린 대통령은 궂은비가 멎고 흰구름 몇송이가 떠도는 푸른 하늘을 바라고 컹컹 짖어대였다.
“그래도 푸른 하늘만은 영원히 ‘위대하면서도 고독한 령혼’을 출렁거리는거지!”
리장수교수가 한마디를 중얼거렸으므로 나는 푸른 하늘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그러고는 “위대하면서도 고독한 령혼”을 출렁거리는 푸른 하늘도 감히 짖어대는 대통령을 지켜보았다.대통령의 자세가 리장수교수의 천문자세를 닮은것이라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리교수님,갑자기 말입니다.저는 사람들이 개들한테 무지하게 당하는것을 꾸며보련다는,제목도 정해지지 못한 리교수교수의 소설이 컹컹-왕왕 기대됩니다!”
맺는 말
《소설창작기교》에서 소설에 맺는 말을 무조건 적어넣어야 한다는 대목을 읽은적은 없다.그런데 나는 어제밤 정신병원을 다녀오고나서 소설같지도 않은 소설이기는 하지만 맺는 말을 몇마디 적어두는것으로 독자들에게 리장수교수의 현황을 알려주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게 되였다.
리장수교수가 도견력사문화를 연구하는 학술론문중에서 하늘색인종을 거론하였기에 그가 “원래부터 쟁론이 있는 도현지역의 국토소속문제를 복잡하게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을 적에는 나는 사실 동강대학 화원식 정원내에서 그를 만나도 감히 그에게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하였고 되도록이는 그를 멀찌감치 피해버릴수밖에 없었다.그리고 그가 술 한잔을 나누자고 전화를 해오면 나는 여러가지 핑계를 대고 어물어물 넘겨버렸었다.어떻게 하든간에 말하자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격정의 동강》을 떠나 동강대학 관광학원 정식편제내 교사로 되려고 발버둥치고 있는 나로서는 석사학위연구생 지도교사 자격을 잃어버렸고 정교수로부터 부교수로 나떨어지고,도현관광기획서에 도인력사문화연구센터 도장을 찍어넣어서 도인력사문화연구센터의 부처장급 주임직도 내놓게 된 사람에게는 친근감을 추호도 내보일수가 없었던것이다.나는 만일 그렇게 놀아대였다가는 그것이 동각대학 어느 령도자에게 발각되여 나의 관광학원에로의 행진이 컹컹-왕왕 물거품으로 될것이 크게만 두려웠던것이다.
그런데 리장수교수가 우울증에 걸려 정신병원에 입원하였다는 소식을 접하던 그 순간에 나는 멍청해지고 말았다.리장수교수가 우울증에 걸렸다니니! 열변적인 쟁론과 비판을 즐기던 유명한 “박식대통” 언변쟁이가 하루를 가도 말 한마디가 없이 침묵만 굳게 지켜낸다는 말을 얻어들었을 때에는 허허,그것이 며칠이나 갈가?!고 생각되면서 코웃음을 쳤는데 그가 끝내는 우울증에 걸렸다니! 리장수교수가 제목도 없는, “사람들이 개들한테 무지하게 당하는것을 꾸며보련다”는 소설을 끝내지도 못하고 우울증을 앓고 있다니! 하지만 나는 그래도 그와 어느 정도의 친분을 나누었던 사람이다.호두술 몇잔을 나눈 사람이다.그러니 심한 우울증에 걸린 사람의 병문안은 해주어야 하는것이 아닌가?! 하지만 되도록이는 사람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서는 밤에 정신병원을 다녀와야 한다!
리장수교수는 전등알이 타고 있었지만 어둑어둑하게만 느껴지는 병실의 나무걸상에 쪼그리고 앉아서 나에게 알은척을 해주지 않았다.머리를 푹 숙인 그의 얼굴과 기색과 말이 아니였다.때문에 나는 그에게 몇마디 위안이라도 말해주려고 떠듬거렸다.
“리교수님,리교수님,리정과 장대근은 리교수님 병문안을 오겠다고 저한테 전화가 왔는데….”
“컹컹-왕왕! 컹컹-왕왕!”
리장수교수는 갑자기 앉았던 나무걸상에서 일어서더니 컹컹-왕왕을 크게도 울부짖었다.나는 그때에야 그가 진짜로 심한 우울증에 걸렸다고 느껴졌다.나는 아무런 말도 꺼내지 못하였다.나는 다만 천문자세를 취한 리장수교수와 함께 병실 바람벽을 한동안 쳐다보았다.
병실 바람벽에는 의사의 말에 의하면 리장수교수의 병치료에 도움이 될거라고 “화종언기”가 번듯하게 걸려져 있었다.나는 그것이 비록 먹물이 가로세로 흩어지기는 하였지만 유치원 꼬맹이들이 그린 범벅그림같은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2012년 3월 수개
2012년 11월 재수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