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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장수교수는 동강대학 도인력사문화연구센터 사무실에서 컴퓨터 키보드를 컹컹-왕왕 두드려대고 있었다.그는 컴맹은 아니였지만 글을 쓰면 되도록이는 만년필을 사용하여 왔다.그의 말로는 컴퓨터에 문자를 주입하는 방법으로 글을 쓰면 “꼬불꼬불식 언어문자표 현”이 지장을 받는다고 하였다.그런데 그는 며칠전부터 만년필로만 글쓰던 개버릇을 어느 개에게 떼여준다면서 갑자기 컴퓨터 키보드를 힘차게 두드려대기 시작한것이다.그는 원란에게 자기는 한가한 시간을 리용하여 컴퓨터 타자입력을 련습할겸 무슨 소설을 써본다고 말하였다.
리장수교수는 전보다는 무척 한가해졌다.관광학원성립과 유관된 문서작성이 없어지고 사무회의도 없어졌으니그의 말처럼 그야말로 “작달만한 자유남신(自由男神)”이 된것이다.
원란은 리장수교수가 창턱에 키우던 열매도 맺지못하는 분재들을 곁의 사무실 동료들에게 나누어준것을 모르고 있었다.그래서 사무실에 록색 한점 꽃 한송이 없는것이 겉말라 보인다고 하였다.그는 리장수교수에게 사무실에 분재 몇개를 키워보자고 청구하였다.
리장수교수는 사실 분재가 싫었다.그러나 행정엄중경고처분을 짊어진 부처장급 주임은 동료의 의견도 존중할줄을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 원란의 청구를 거절하지 못하였다.그는 꽃피는 분재의 화분은 인체에 부작용도 가져다줄수가 있으므로 사시절 록색만 던져주는 인동같은 분재가 좋겠다고 대답하였다.
원란은 자기가 좋아하는 란초들을 사무실에까지 보급할 생각이였다.그런데 리장수교수가 사시절 록색만 던져주는 분재가 좋겠다고 말하자 "그렇다면 리주임은 도산의 소나무 한그루를 사무실에 심어놓으라는 말씀이 아닌가?"고 하였다.
원란은 점심시간을 리용하여 분재 몇개를 사왔다.그것들은 과연 록색만 빛내주는것들이였는데 인동과 가느다란 대나무가 리장수교수의 눈길을 끌어주었다.리장수교수는 창턱에 다가섰다.물기를 함초롬히 뒤집어쓴 인동과 가느다란 대나무를 물끄러미 들여다보다가 한마디 물었다.
“원란은 아까 도산 이야기를 하였나? 무슨 도산의 소나무고 뭐고?”
“예,그건 롱담으로 도산의 푸른 소나무 한그루를 사무실에 키운다는…”
“허,도산? 원란이는 도산을 잘 아는 모양인데?”
“예,저는 어려서부터 도산속에서 자라다보니.”
“어디가 고향이길래?”
“도현입니다.”
“도현? 도현 어디길래?”
“리주임님은 아마 잘 모르실거지만,도현에 노루골이라는 벽촌이 하나 있어요…”
“노루골! 으하하, 내가 왜서 노루골을 몰라?”
“리주임님도 노루골에 가본적이 있나요?”
“있고말고! 있고말고! “
리장수교수는 원란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원란의 생글생글 웃는 얼굴의 동그란 코는 어디에서든지 딱 보았던것 같았다.리장수교수는 마침내 중대한 학술발견이라도 한것처럼 손가락으로 원란이의 코를 가르키면서 고함을 꽥꽥 질렀다.
“야! 야! 세상에 이런 일이라구야! 원란네 집앞에는 두사람이 껴안을만한 호두나무 두그루 서있지?”
“예? 리교수님은 어떻게 아시고?”
리장수교수는 원란의 동그란 코에서 노루골 원대장 로친의 얼굴모습을 발견해내였던것이다.원란은 원대장의 막내딸이다! 세상에 이런 일도 있나?!
리장수교수는 자기가 노루골에서 손잡이뜨락또르수를 하다가 원대장에게 두손을 굳게 잡히고서 정치대장 회의대장을 하였던 일과 작년에 노루골 암각화구경을 갔다가 원란이 엄마가 잡아주는 암탉 두마리를 먹었던 일들을 하나하나 이야기하였다.그는 원란의 코야 말로 원란 엄마코의 완전무결한 복제품이라고 하였다.
원란은 리장수교수가 사서 보내주었다는 새책가방을 메고서 중학교를 들어가던 일을 어슴프레 추억하고나니 리장수교수가 친근하게만 느껴졌다.그는 리장수교수가 무슨 소설을 쓴다고 하니 감히 구경하고 싶었다.원란은 리장수교수의 곁에 다가들어 그의 컴퓨터 모니터를 들여다보았다.
컴퓨터 모니터에는 “얼굴색과 몸뚱이색이 하늘빛인 도산의 여러 부족들은 다시는 소금때문에 싸우지를 말자! 지나간 알륵과 분쟁을 소금을 물에 넣으면 녹아버리듯이 잊어버리자!”가 씌여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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