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장춘행 밤차는 저녁 8시32분 출발이다.침대차에 오르자마자 기차는 덜커덩 움직이더니 곧바로 출발해버렸다.조금만 늦었더라면 기차를 못탈번하였다는 생각에 재복은 손등으로 너부죽한 얼굴에 돋아오른 땀을 훔치였다.
2등침대권에 표기된 침대는 3층상단이였다.재복은 승무원이 기차표를 받고 2등침대권 침대를 확인해주는 알류미늄패쪽을 내주자 3층상단침대우로 기여올라갔다.키꺽다리가 드러눕기에는 배좁았지만 조용하게 생각을 정리하기에는 편했다.
배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원래는 어떻게 하든간에 연희와 함께 저녁밥을 먹을 생각이였었다.때문에 재복은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몽강진으로 떠나보내고 연희에게 또 전화를 걸었다.그런데 연희는 이미 핸드폰 전원을 꺼버리고 있었다.재복은 세집 아파트로 돌아와 준비된 출장짐을 둘러메고 “부르하통하아파트단지”로 달려갈수밖 에 없었다.어느사이 저녁 6시반이였으므로 예상대로 “행복유치원” 문은 꽁꽁 잠겨져 있었다.
재복은 아파트 15층으로 올라가서 연희네 집문을 두드려 보고싶은 욕심이 굴뚝같았다.그러나 무턱대고 뛰여들수는 없었으므로 연희네 창문만을 하염없이 쳐다보았다.연희 핸드폰은 저녁 8시가 되여도 전원이 계속 꺼져있었다.재복은 더는 지칫거릴수가 없었다.그는 택시를 잡아타고 기차역으로 곧바로 달려왔다.
장거리뻐스역에서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기다리면서 핸드폰 문자메시지를 보냈었다.오늘 할아버지를 모시고 연길병원에 가야 하고 장춘행을 해야 하므로 저녁 6시에 만나자는 길다란 내용이였다.그런데 연희는 “무얼 하려구?”라는 짤막한 문자메시지를 회답해주었 다.
에씨,거의 일주일만에 만나자고 약속하는데 “무얼 하려구?”라니! 재복은 자기도 모르게 약이 올랐다.때문에 그는 연희에게 전화를 걸어주면서 구슬려줄 대신 목소리만 높였다.
“연희야,우린 거의 일주일동안 못만났잖아! 난 오늘 밤기차로 장춘으로 가거든! 아마 며칠 걸릴건데.”
“장춘 가는 일이 나하구 무슨 상관인데!”
“연희야,너는 요즘 진짜로 정신이 나자빠진게 아니니?”
“응,그래 나두 이젠 정신이 나자빠졌어! 낫질해버려도 아깝지않을 ‘사자머리’나 잘 키우고 장춘에서 벌릴거라는 고추개구리그림 작품전이나 잘 해볼거지!”
“에씨,연희야,진짜로 그렇게 놀래?!”
재복이가 성내자 연희는 곧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바로 그때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뻐스를 내렸다.재복은 할아버지와 아버지와 함께 연길병원으로 갔다.
연길병원 골과 진료실 안경쟁이 의사는 할아버지 두손목을 찍은 엑스선사진을 오래동안 들여다보았다.
“할아버지,오른팔 손목뼈는 이미 꽤나 변형되였고 왼팔 손목뼈는 크게 변형되여서 수술을 받는다 하더라도 전혀 소용없을겁니다!”
할아버지의 두손과 두손목은 부어올랐던것은 이미 주저앉아버렸다.그러나 왼쪽 손목이 바깥으로 엄청 뻗어나가고 오른쪽 손목은 안쪽으로 꺽쇠처럼 구불어든것은 보기에도 안까웠다.할아버지가 두손을 조금만 쳐들기만 하면 그는 영화에서나 나오던 충성무를 추어대는 사람같아 보였다.재복은 아버지를 한마디 나무랐다.
“에-,아버진 진짜로! 할아버지가 두손으로 앉은뱅이 밥상을 마구 두드렸던 이튿날로 치료를 받았다면 아무일두 없을건데! 그리고 고추개구리그림 작품전이 끝난지도 거의 한달이 되는데 이제야 연길병원을 찾아왔으니!”
“재복아,그게 말이 쉽지 쉬운 일이니? 그 누구에게 할아버지의 고추개구리고집,아니아니 통고집을 돌려세울 재간이 있느냐! 연길 깡패들이나 불러다가 와이어줄로 꽁꽁 결박했더라면 혹시 연길병원에 왔을지는 모르지만…”
“그럼 나에게 전화라도 할거지…”
“재복아,너 그건 무슨 소리냐? 그동안 너도 몽강의 야생고추개구리들을 관찰한다고 집에 돌아왔댔지! 너도 할아버질 설복은 못하였지!! 자식이 나만을 탓하다니? 그게 말이 되니?”
재복은 몽강진에 돌아갔을 때 자기도 통고집쟁이 할아버지를 설복못한 일이 후회되였다.순간 기분이 크게 주글어들었다.그는 자기도 모르게 한마디를 되뇌였다.
“에-,아버지는 북극지대와 남극지대나 제조하느라고 언제 시간이 있을라구?…”
아버지는 안경쟁이 의사앞에서 아들의 핀잔을 맞자 시커먼 얼굴을 돼지간 색상으로 붉혔다.그는 갑자기 언성을 크게 높였다.
“이놈 자식이…,애비가 배운것 없는 고추개구리 팔자 실업자라고 무깍지 생홀아비라고 다짜고짜루 깔보는거야? 말 조심해! 아무리 텔레비죤방송에까지 나온 놈이라 하여도 내 두발과 두주먹이 근질거려!”
“히히,권투시합과 몽강진 쌍다리는 ‘동방’ 정문어구나 서시장골목길에서나 하는…”
“뭐라고? 이놈 자식이 버르장머리도 없는 소리만 뱉어내다니? 이놈 자식이 귀썀 이나 하나 얻어맞을래?”
할아버지는 부자간 대화가 비뚜러지자 한마디 하였다.
“됐다,됐다.재복아,너 애비때문에 연희까지 서시장파출소에서 망신당했다고는 하지만 너 애비를 너무 탓하지는 말어.오늘 내가 온것도 연길병원보다는 너와 연희가 보고싶어서 온거야! 그런데 아침 일찍 떠났는데도 도로공사때문에 늦게 도착한거지.나는 괜찮다.죽지 않으면 사는거다! 줄방귀도 못참아내는 늙은 놈이 손목을 곱게 치장하고 장가를 가겠니? 그런데 재복아,연희를 못만났지만 우린 빨리 집으로 돌아가야 해,너 애비는 래일 고추개구리 양식장 물웅뎅이들의 물이 빠져나가는 구멍들을 메꾸어버려야 하거든.가을인데 물을 많이 가두어놓면 고추개구리들이 겨울을 나는데 도움이 될거고 래년봄에 가물이 들것도 방치하고.아무튼 이젠 도둑놈 무리들이 얼씬거리지 않아서 밤에 따뜻한 온돌에 잔등을 붙일수는 있어서 좋지.
재복아,너는 오늘 밤기차로 장춘에 가야 한다면서? 고추개구리그림 작품전을 장춘에서까지 벌릴 준비를 하러 간다는데 잘 서둘러야지…”
재복은 아버지의 “영광스러운 일”들을 건드려준 자기의 소행이 어딘가 후회되였다.롱담으로 꺼낸 말이였는데 아버지는 아무것도 모르는 안경쟁이 의사앞에서도 창피했던 모양이였다.재복은 할아버지를 부축하고 장거리뻐스역 개찰구를 빠져나가는 아버지 뒤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세상 롱담이면 무조건 즐기는듯 하던 아버지는 갑자기 롱담이 적어졌다.뿐만아니라 “정홍일명언”을 떠들어대는 일도 적어졌다.10만원 고리대를 꾸어오고 둘이서 부둥켜안고 울었던 날부터 아버지와 내 사이를 가로막던 장벽은 와르르 무너지고 말았다.그런데 아버지는 빨간 그림물감을 풀어넣은 큰 주사기를 휘둘렀던 날,최진장이 술취해서 미술가 사위감을 자기와 “감옥장”의 밝은 앞날을 보장하는 튼튼한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하는것을 달가워하지 않았고 또 “아버지가 더 좋니? 장인이 더 좋니?”를 떠든 뒤부터는 신경과민증에라도 걸린듯하다.나에게 용건도 없는 전화하기를 좋아하고 전화를 할라치면 때로는 나를 전전긍긍하는것 같기도 하고 때로는 생뚱같은 트집을 잡으려고도 하고… 엄마가 연길에서 괜찮은 아파트를 장만하라고 20만원을 부쳐온것을 전화로 알려주었더니 “너 엄마가 장가갈 아파트를 해준다는데 사돈보기도 못해주는 이 애비가 괘씸하기가 그지없지?” 따위를 씨벌려주었다…
재복은 드러누웠던 3층상단침대로부터 침대차칸 복도로 내려왔다.기차는 안도역을 잠간 멈추어섰다.재복은 기차를 내려 플래트홈에 있는 작은 가게를 찾았다.“장백산” 한갑을 사들고 다시 기차에 올랐다.기차가 안도역을 출발하자 그는 침대차 바곤이 련결되는 복도에서 담배 한대를 꺼내물었다.담배연기를 쿨룩쿨룩 내뱉으면서 또다시 연희 핸드폰번호를 눌러보았다.핸드폰에서는 여전히 “당신이 건 전화는 잠시는 련락할수가 없습니다.”만 흘러나왔다.
에씨,연희는 오늘도 도대체 무슨 영문이야? 또 핸드폰 전원을 꺼버리면서 생사람을 죽여주네! 연희는 두폭의 “꿈”을 선물받은 뒤로부터는 핸드폰 전원을 꺼버린적이 종래로 없었다.고추개구리산 산정의 고추개구리 바위돌우에서 뻐둥-뻐둥이 있은 다음부터는 나에 대한 의지심이 더욱 짙어졌다.때문에 집청소나 도와달라고 복제한 세집아파트 열쇠를 주었더니 인츰 받아넣었다.그런데 그날 성형수술이라는것을 말꺼낸 다음부터는 핸드폰 전원을 자꾸만 꺼버린다.그것도 잠간만 꺼버리는게 아니고 온종일 꺼버릴 때도 있다.오늘도 마찬가지다.통화를 끝낸 아까부터 지금까지 줄곧 꺼버리고 있다.아까 기차가 조양천역을 지날때에도 연희 핸드폰번호를 몇번 눌러보았다.그때도 연희 핸드폰 전원은 여전히 꺼져 있었다!
그날밤 “꿈꾸는 푸른 들판”에서 갈라진 뒤부터 얼굴을 내밀기도 싫어하더니! 성형수술요구가 거절당하자 “누구는 청소공인가?” 하면서 세집 아파트 열쇠를 되돌려주더니! 그 다음부터는 어쩌다가 통화되면 “낫질해버려도 아깝지가 않을 ‘사자머리’를 한다는 더벅머리나 잘 다듬고 장춘에서 벌릴거라는 고추개구리그림 작품전이나 잘 하라!”고 비아냥거리더니! 연희는 아직도 그림을 무지하게 모른다고 말해준것을 마음속에 남겨두도 있는건가? 아직도 그날밤 "부르하통하아파트단지"까지 데려다주지를 않은 일을 성내고 있는건가?
연희와 말다툼질을 한적은 꽤나 많았었다.그러나 언제나 말다툼질만 끝나면 누구도 그까짓것들을 마음에 챙겨넣은적이 없었다.그런데 그날밤은 어째서 일이 그렇게 벌어졌을가? 련애하면 상대방의 마음 밑바닥을 건드려주는 일은 하지도 말라고 하던데 연희가 아버지를 깔보아서 나의 마음이 상해진것처럼 나도 연희 마음 밑바닥을 상하게 만들어주었나? 아마도 그림을 무지하게 모른다고 말한것이 원래부터 연희의 마음 밑바닥에 작지않은 상처를 남겼을것이다.그리고 “꿈꾸는 푸른 들판”을 홀로 떠나가버리는 것을 말려주지도 내다보지도 않은것도 연희의 자존심에 상처를 남겼을것이다.그러나 그런것들은 이미 지나가 버린 일이 아니가? 하지만 아버지를 비롯한 몽강탄광 실업자 광 부들을 무조건 깔보는건 나는 싫다! 아버지와 몽강탄광 실업자 광부들은 얼마나 불쌍한 사람들인가? 몽강진 고추개구리팔자 실업자들이 생홀아비 무깍지들이 “똥배갈 무정세월”을 사는것은 그들이 그러한 삶을 원해서 생겨지는 일은 절대절대 아니다!...
재복은 침대차칸으로 돌아왔다.자정이 가까워졌으므로 침대차칸 전등들이 이미 꺼져 있었다.재복은 어둠속에서 3층상단침대로 기여올라갔다.눈은 감겨졌지만 여전히 잠들수가 없었다.
여백이 없이 탱탱 넘쳐나기만 하는 그림은 감상하는 사람더러 시각적인 피로감을 느끼게 하고 심리적으로는 압박감을 느끼게 한다.그래서 공령은 동양회화예술이 추구하는 전통적인 심미습관의 하나로 되여있다고 한다.하지만 화페와 그림은 다르다.화페에는 공령미가 전혀 없으며 화페란 돈이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여 왔다.그런데 어째서 때가 아니게 생겨난 돈도 시끄러운 일들을 만들어낼가?
재복은 사실 엄마가 송금해준 20만원을 소비해버릴 욕심이 없었다.때문에 오랜만에 받는 엄마의 전화였지만 그는 전화에서 엄마가 가짜연극을 진짜연극으로 만든 일을 크게 나무랐다.그리고는 자기는 먹고 살수는 있으므로 20만원이 필요없다고 대답해주었다.그러자 엄마는 한국말을 조금 배워냈다는 내색이라도 내보이고 싶었던지 "정홍일은 무당개구리나 양식하고 련애끼 자랑질이나 할줄 알고 고추개구리 지랄병이나 앓기를 좋아한다."고 아버지를 욕하기 시작하였다.재복은 엄마가 불쌍한 아버지를 욕해대는것이 무조건 싫었다.그는 아예 통화중인 핸드폰을 꺼버렸다.엄마의 목소리마저도 싫어졌던것이다.
아버지는 엄마가 20만원을 보내왔다는것을 전화로 알려주자 근들이 똥배갈 몇잔에 얼근해졌는지 고추개구리 끼꿀끼꿀을 씨벌려주었다.
“너 엄마가 장가갈 아파트를 해준다는데 사돈보기도 못해주는 고추개구리팔자 실업자 생홀아비 무깍지 애비가 괘씸하기가 그지없지? 응,아무튼 좋겠다.얼씨구 절씨구 좋겠다.그러나 엄마돈을 받았다고 고추개구리팔자 실업자 생홀아비 무깍지 애비를 박대하지는 않겠지?!”
재복은 아버지가 시끄러운 말만 늘여놓자 아예 통화를 끊어버렸다.그리고는 “에씨, 제길할것! 에씨,제길할것!”을 한동안 부르짖었다.그러는데 이번에는 할아버지가 전화를 걸어와서 손자를 길게 타일렀다.
“재복아,너 애비는 요즘 굶어죽은 고추개구리를 잡아먹은 어느 잡귀신에게 또 홀리웠는지 만날 네가 처가집에 뒤엎어질가봐 근심질이다.재복아,너두 생각해봐라.너 애비는 믿을 마음기둥은 너밖에 없다! 너 엄마가 네가 장가들 아파트를 장만할 돈을 부쳐왔다니 네가 엄마쪽에만 치우쳐지는가고 겁나서 그러는거다.마음 약하고 공부를 못해서 말할줄도 몰라서 그런거지… 그런데 너는 너 엄마가 부쳐온 돈으로 꼭 연길 아파트를 장만해야 해!”
할아버지와 통화를 끝내자 이번에는 녀고리대업자 김선옥이 전화를 걸어왔다.
“화가선생이시지요? 20만원 축하해요!”
“예?! 그건 어떻게 아시고?”
“오해하진 말어요,전번 리자돈은 갚을 일자가 아직도 20일 남았는데 그것때문이 아니거든요.한국에서 송금해온 돈은 한화이므로 은행카트에 넣어줄수는 없잖아요? 그밖에 수금인 신분확인도 필요하니깐 신분증을 들고 나한테 오시던지,아니면 장소를 하나 약속하던지…”
멋쟁이 아줌마가 지하은행까지 운영하고 있음은 생각밖이였다.
재복은 엄마가 20만원을 보내온것을 연희에게 알려주기전에 약간 생각해보았다.아버지와 엄마가 진짜리혼을 한 일은 연희를 속여왔다.그것은 연희가 모든것을 “감옥장”에게 고해바칠것이 두려웠기 때문이였다.“감옥장”은 외동딸을 부모가 외짝인 집에 시집보내려는 생각은 전혀 없을것이다.최진장이 나와 친해진것은 사실이지만 그는 필경은 가정형편을 많이 따지는 사람이다.만일 연희가 엄마에게서 20만원이 온것을 알면 아버지와 엄마의 진짜리혼은 비밀에 부치기가 어렵다.그러니 이것은 연희한테 말해주지 않는 편이 좋을것이다.하지만 연희는 “행복유치원” 운영이 어렵게 되면서부터 돈에 민감할 때도 많아졌다.그러니 엄마한테서 20만원이 온것은 연희를 속여서는 안된다.그럼 어떻게 한다? 사실 아버지와 엄마가 진짜리혼한 사실을 덮어감추려는것은 고추개구리를 물속에 둘러메쳐서 죽이려는 헛짓이다.차라리 연희에게 알려주어야 하는것이 아닐가?
연희는 전화에서 만날 시간이 없다고 하였다.재복은“행복유치원”을 찾아갔다.연희는 아버지와 엄마의 진짜리혼에 대해서는 반응이 없었고 아주 오랜만에 “꿀강아지 오빠! 복둥이 오빠!”까지를 불러주었다.그날밤 “꿈꾸는 푸른 들판”에서 갈라지고나서 며칠만에 처음 만났는데도 성형수술이야기를 대뜸 꺼냈다.
“꿀강아지 오빠! 복둥이 오빠! ”
“흐흐…”
“꿀강아지 오빠! 복둥이 오빠! 나의 소원 하나를 들어줄래?”
“자가용말이지.”
“자가용도 그렇지만은…,오늘은 자가용이 아니야.”
“그럼?”
“오빤 래년 몽강진에서 ‘고추개구리미인선발시합’이라는걸을 할거라고 말했지?”
“응,우리 ‘환우’가 몽강진 고추개구경제문화산업을 립체식으로 발전시키려는 기획서 획책에서 내놓을 아이디언데 북경에서 온 기획전문가들이 생각해낸거야…”
“나도 그 시합에 참가하고 싶어!”
“참가하면 참가하는거지.선발되면 장례금도 꽤나 줄건대…”
“그 시합에 뽑히면 이름나고 광고도 찍고 돈두 벌구… 근데 말이야! 내 인터넷를 뒤져보니깐 한국에서는 모반같은건 성형수술도 아니라고 그래.꿀강아지 오빠! 복둥이 오빠! 나는 이 얼굴로는 그렇잖아! 나는 눈이 너무 휘둥그러운데 비하면 코마루가 조금 주저앉아서 빈대코이고 아래턱에 군살이 미여졌거든.그리고 가능하면 종아리 지방도 긁어내고 싶은데.”
연희는 자기 친구들 몇이 한국로무를 나간 부모들이 보낸준 돈으로 자가용까지를 굴리는것을 부러워하였던것은 사실이다.그런데 그가 엄마가 보내온 20만원으로 성형수술을 해주기를 바랄줄을 생각밖이였다! 그리고 오른쪽 얼굴에 알릴락말락 나있는 살구씨만큼한 모반만이 아니라 코와 아래턱과 종아리까지 성형수술하려고 계획하고 있었다!
재복의 눈앞에는 “동방” 생산라인 녀로동자들이 고추개구리를 해부하던 정경이 떠올랐다.다음에는 수술대우에 올라누워 얼굴과 두 정갱이가 피투성이로 된 연희의 모습이 떠올랐다.그는 온몸이 오싹오싹 추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연희야,너는 정신이 나자빠진것은 아니지? 나는 20만원을 쓰고싶은 생각이 없어,엄마가 가짜연극을 진짜연극으로 만들었는데 엄마 돈으로 아파트를 살 생각도 없어.그리고 너는 성형수술까지 하고 ‘고추개구리미인선발시합’에 참가할 필요는 없잖아! 나는 너 얼굴에 수술칼이 대이는게 죽게 싫어! 그러나 성형수술이 그렇게도 소원이라면 앞으로 내가 떵대돈 내리우게 되면 해줄게.”
“히-,만날 떵대돈 소리는…”
연희는 오른쪽 볼우에 나있는 알릴락말락하는 모반까지를 붉게 태우면서 뾰로통해 졌다.큰 마음을 먹고 내놓는 요구였는데 재복이가 단마디로 거절해버렸으므로 난감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였다.
연희는 재복에게 세집 아파트 열쇠를 되돌려주었다.
“누구는 청소공인가?”
이튿날부터 연희는 전화가 아주 뜸해졌고 전화를 해주어도 잘 받지를 않았다.그러다가 핸드폰 전원을 꺼버리기도 좋아하게 된것이다.
김사장은 연길 고추개구리그림 작품전에 몇만원을 집어넣었지만 장춘 고추개구리그림 작품전이 하루빨리 진행되기를 바랐다.그는 재복에게 20만원이 생겨졌다는것을 알면서부터는 날마다 사람을 사장실로 불러들였다.
“화가선생,나는 신물나는 진공자세책략이라든가 왼손오른손을 더는 떠들고싶지는 않아,그러나 장춘 고추개구리그림 작품전도 ‘환우’가 뒤받침해줄것은 당연한 일이지.”
북경에서 온 기획전문가들도 장춘 고추개구리 그림 작품전을 분석해보였다.
“장춘은 필경은 성소지이므로 문화인도 많고 그림에 흥미있는 사람들은 손바닥 동네 연길의 몇곱으로 될것이다.돈을 꼭 번다고는 장담하지만 못하지만 본전을 뽑아내는것은 문제없을것이다.고리대를 꾸어서 하는 일도 아니니 가외의 부담은 없다.장춘에 우리 친구들도 많은데 그들도 팔을 걷고 도와줄것이다…”
재복은 재삼 생각해보았다.그림그리기를 지향하는 사람으로서 성소새지에서 개인전을 개최한다는것은 또 하나의 단계를 톺아오른다는 말이다.그것은 나의 예술인생에 있어서의 또 하나의 전환점으로 될것이다…
이튿날 재복은 또 “행복유치원”으로 갔다.그는 연희에게 엄마가 보내온 20만원을 장춘 고추개구리그림 작품전 비용금으로 사용하겠다고 하였다.연희는 입가에 가벼운 웃음을 띄어올렸다.그의 눈길은 너무도 싸늘하였다.재복은 자기가 연희의 요구를 만족시켜주지 못하고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던 20 만원을 장춘 고추개구리그림 작품전에 투자하려는것이 속에 켕키였다.그래서 그는 20만원은 엄마것을 잠간 빌어쓰는것이라고 몇번 해석해보였다.그러자 연희는 “고추개구리그림 작품전이 중요한가? 아니면 사람이 중요한가?”를 물어보았다.재복은 너부죽한 얼굴에 땀만 내돋히고 두손바닥만 마주비벼 대면서 연희에게 아무런 대답도 말해주지 못하였다.
토요일날,연희가 핸드폰 전원을 꺼버렸으므로 재복은 “부르하통하아파트단지”를 찾아갔다.그런데 “감옥장”은 아파트문을 열어주지도 않았고 아파트내에서 “우리집 연희는 일보러 나갔다!”고 한마디 웨쳐주었다…
여러가지 생각들이 엉클어지자 끝내는 졸음이 왔다.재복은 꿈나라로 들어갔다.이번 장춘행에서 장춘박물관에 전시되여 있다는 “고추개구리문자비석” 실물을 구경해보려고 마음먹었던 탓이였을가? 그는 혼곤한 꿈속에서 “고추개구리문자비석”을 만났다.
두개로 동강난 “고추개구리문자비석”들은 고추개구리 양식장 낮은 둔덕우에 시커멓게 서있었다.
최진장은 “고추개구리문자1번비석”을 뻔뻔돌이라고 불렀다.그러면 “고추개구리문자2 번비석”을 “달린놈비석”이라고 불러도 괜찮을가? 그러니 “고추개구리문자1 번비석”은 “뻔뻔돌비석”이라 불러주어도 될 일이다.
재복은 가지런히 서있는 반짝짝이 비석들이 원래는 하나였음을 확인해보고 싶었다.그는 “뻔뻔돌비석”을 훌쩍 안아들었다.고추개구리사료 포대만큼한 비석이였지만 재복은 어디에서 생겨난 힘이였는지 그것을 가볍게도 안아들었다! 전혀 무겁지가 않았다.“뻔뻔돌비석”비석을 “달린놈비석”우에 놓아주자 놈들의 깨져나간 모서리가 딱 들어맞았다.
재복은 림시복원된 “고추개구리문자비석”이 어딘가는 쌍둥이 고추개구리와 비슷한 모습을 지녔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러다가 “뻔뻔돌비석”이 “달린놈비석”을 올라타고 있는것만은 수컷이 암컷을 올라탄 쌍둥이 고추개구리들과 다르다는 생각에 한번 웃었다.
재복은 우짝인 “뻔뻔돌비석”이 아래짝인 “달린놈비석”우에서부터 굴러떨어질것이 념려되였다.그는 두손으로 “뻔뻔돌비석”을 한동안 잡아주었다.그러다가 아래짝 “달린놈비석”에 남겨진 “고추개구리문자”들을 살펴보고 싶었다.재복은 “뻔뻔돌비석”을 살랑살랑 흔들어보았다.깨여진 모서리 틈새가 딱 들어맞았으므로 림시복원된 “고추개구리문자비석”이 립상상태를 얼마든지 지탱할수 있을것 같았다.재복은 “뻔뻔돌비석”을 잡아주던 바른손을 풀어주었다.이상이 없을것이라고 확인되자 이번에는 왼손도 풀어주었다.
재복은 “고추개구리문자번비석” 앞에 주저앉았다.“뻔뻔돌비석”에 지지눌린 “달린놈비석”에 새겨진 “고추개구리문자”들은 고추개구리들의 여러가지 모양새를 본딴 부각체 상형문자들이였다.
고추개구리가 파행하는 모양새를 본딴것은 “기여다니다”는 의미이고 조약하는 모양새를 본딴것은 “뛰여오르다”는 의미일가? 어째서 고추개구리들을 본딴것뿐이고 올챙이 고추개구리의 모양새를 본딴것은 하나도 없는것일가? 국가특급 력사문화재 보물이라고 하지만 뒤면에 아무것도 새겨넣지 않은것은 유감이다…
갑자기 이상한 일이 발생하였다.“고추개구리문자비석”은 변형되기 시작하였다.“뻔 뻔돌비석”은 마치 확장법술을 부리듯이 차츰차츰 커졌고 아래짝인 “달린놈비석”은 마치 축소법술을 부리는듯이 차츰차츰 작아졌다.우짝이 커지고 아래짝이 작아지니깐 “고추개구리문자비석”은 끝내는 평형을 잃고 무너져내렸다.재복은 림시복원되였던 “고추개구 리문자비석”이 또다시 두동강나는 그 순간에 자리를 멀찌감치 피해버렸다.
자리로 돌아온 재복은 이미 석냥갑만큼 작아진 “달린놈비석”을 주어들었다.그런데 사람이 자기네들을 하나하나 뜯어보자 “달린놈비석” 정면에 새겨진 부각체상형문자들이 꿈틀거리기 시작하였다.그만 놀라버린 재복은 석냥갑만큼한 “달린놈비석”을 고추개구리 양식장 낮은 둔덕우에 내버렸다.그러자 꿈틀거리던 고추개구리 부각품들이 “달린놈비석”을 뛰쳐나오기 시작하였다.
부활된 고추개구리들은 고추개구리 양식장 낮은 둔덕우에서 엉기적엉기적 기여다녔다.살펴보니 갈색고추개리와 청색 고추개구리가 많았다.그리고 아버지가 제조한 “북극지대와 남극지대에서 수입한것이므로 춥디추운 겨울도 잘 견뎌내는 채색개구리”들처럼 새빨간 색상과 새노란 색상을 뒤집어쓴 몇마리도 끼여 있었다.
재복은 공포감을 떨쳐버리고 다만 너무나도 신기하다는 생각에만 사로잡혔다.
고추개구리 양식장 낮은 둔덕우을 엉기적엉기적 기여다니던 고추개구리들은 고추개구리 양식장 썩은 물속으로 퐁당퐁당 뛰여들었다.놈들은 끼꿀끼꿀 울어대였다.
재복은 고추개구리산에 찔려있는 하늘을 쳐다보았다.하늘은 해맑은것 같으면서도 어딘가는 흐리멍텅하였다.명암이 뒤섞인 그 하늘빛이 “아픔을 잊는 생명의 질서”에 그 려넣었던 완숙된 고추개구리와 올챙이 고추개구리의 퉁방울눈에서 발사되는 빛과 이미지를 신통하게 떼여닮아 있다는 느낌이 뇌리를 스쳐지나갔다.
아,내가 그려낸 완숙된 고추개구리와 올챙이 고추개구리의 눈길은 원래는 저런 하늘빛이였구나!.명암이 혼돈된 세계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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