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오늘 최진장이 전화를 걸어왔다.그는 저녁에 연길로 돌아오니깐 꼭 만나보자고 하였다.재복은 자기와 연희가 비뚤어진 일을 최진장도 알고 있을거라는 생각에 그와 만나기가 싫었다.그러나 거절할수는 없었으므로 퇴근뒤에 약속된 곳으로 갔다.
“미술가총각,장춘 고추개구리그림 작품전이 적자가 되였다면서? 그러나 그림그리기는 무슨 큰 진전이 없나?”
“예? 연희 아버진 그건 어떻게 아시고? 그림그리기는 그냥 뭘요…”
“그럴수도 있는 법이야! 그림그리기란 사람이 착잡한 현실을 떠나 리상세계로의 행진을 진행하는 일이라고 볼수가 있지 않을가? 그런데 그것은 쉽게 이루어지는것이 아니야.나도 젊었을적에 연극배우를 원했고 작사작곡을 배우는 흉내를 해보았지.지금도 원하는거야 수없이 많지.그러나 몸은 무형의 그물속에 갇겨있고 기껏해야 그림자만 무형의 그물을 빠져나가 유령처럼 배회하고는 또다시 비완정한 자아로 되돌아오는거지."
“예,아무튼 그림은 그려볼수록 힘듭니다.”
“어-,연희가 한국으로 떠나던 날,자네가 공항에 배웅하러 나오지를 않았고,그리고 연희 엄마 말을 듣고서 조금 알았는데 자네와 연희는 틀려진것이 아닌가?”
“…”
“어떻게 말해줄가? 집사람이 연희와 짜고들어 나 모르게 연희 려권을 만들었고 한국비자를 받았고 …,아무튼 젊은 사람들의 일에 감놓으라 배놓으라 말하기는 그렇구먼. 하지만 아무리 <신생대>라구 하여도 너무 가볍게는 놀지 않는것이 좋은데….그런데 연희때문에 나를 어렵게 대할 필요는 없어.”
“…”
“그럼 이런 이야기들은 그만하자구.오늘은 다른 일이 있어서 자네를 부른거야.”
“예?”
“나도 가끔 일처리가 구전하지 못해.이걸 언녕 알려주어야 하는데… 자네가 장춘 고추개구리그림 작품전에서 큰 적자를 보았다니 오늘 급히 부른거야.올봄에 말이야…”
올봄에 있었던 일이였다.
김사장이 몽강진정부를 찾아왔다.그는 “동방” 회장과《몽강류역 고추개구리경제산업발전 기획서》를 상론하다가 몽강진정부도 경제문화산업발전 기획서를 작성할 의향이 있다는 정보를 얻어듣고 최진장 사무실로 찾아왔던것이였다.
최진장 사무실에는 재복으로부터 선물받은 고추개구리그림이 벽에 걸려 있었다.김사장은 그것을 오래오래 지켜보았다.그래서 최진장이 한마디 하였다.
“김사장,그림이 어때? 내 사위감 총각이 그린거야.”
“최진장 사위감이 그린 그림이라고요? 야- 세상에… 그림도 좋다!”
김사장은 더는 아무런 말도 없었다.뒤에는 최진장을 부지런히 찾아왔다.그래서 둘은 친하게 되였다.
최진장은 김사장이 재복에게 체불된 석달 월급을 내주고 그를 “환우”의 “형상 및 이미지” 획책설계사로 고용해준것을 알게 되였다.최진장은 조금 느껴지는것이 있었다.그는 김사장은 자기를 찾아왔던 첫날에 이미 화가 서명도 없는 고추개구리그림이 재복이가 그린 그림임을 알아맞추었고 또 자기와 재복의 관계를 리용하려고 하였다는 판단이 서게 되였다.최진장은 또 김사장이 사람은 괜찮지만 돈이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음을 발견하였다.
연길 고추개구리그림 작품전때 김사장이 최진장을 몇번 찾았다.그는 민속박물관 전시실 임대료가 너무 높으므로 도와줄것을 바랐다.최진장은 친구들을 찾아서 그림 몇장을 기증하는 방법으로 민속박물관 전시실 임대료를 포함한 모든 비용을 면제받게 만들어주었다.
최진장은 원래는 이런저런 일들을 재복에게 알려줄 생각은 조금 있었다.그러나 재복의 자존심을 죽일것이 걱정되였다.때문에 아무말도 못해주고 말았다.그런데 며칠전에는 김사장이 장춘과 연길의 고추개구리그림 작품전이 “동방”의 “형상 및 이미지”를 광고해준다는 리유를 대고서 “동방”으로부터 10만원 찬조금을 후려먹은 일을 알게 되였다.최진장은 장춘 고추개구리그림 작품전이 적자로 된 일도 얻어듣고나니 김사장이 입만 쓱 닦아버리고 나앉을가봐 근심되였던것이다….
최진장의 이야기가 끝나자 재복은 “해란강”을 일하던 동료들에게 전화를 걸었다.누구도 김사장으로부터 체불된 석달 월급을 받아낸적이 없다고 대답하였다.최진장의 근심에 도리가 없는것은 아닌듯 하였다.재복의 눈앞에는 갑자기 “고추개구리껍질 쟁탈전”에서 쌍둥이 고추개구리였던 두마리가 몽강진 쌍다리를 날려대던 몽경이 떠올랐다.
김사장은 연길 고추개구리그림 작품전에서 “환우”가 3-4만원을 날려보냈다고 말하였다.그리고 나의 1만5천원 적자는 자기가 메꾸어주는것이라고 하였다.그런데 그는 최진장을 리용하여 민속박물관 모든 비용을 면제받았고 또 “동방”으로부터는 10만원 찬조금까지를 받아내였으니...
최진장은 재복의 너부죽한 얼굴이 시꺼멓게 변해지는것을 발견하고서 그의 어깨를 다독여주었다.
“미술가선생,너무 급해하지는 말고.그런데 자네와 연희가 비뚤어진 사실을 김사장이 알고 있어?”
“김사장에게 알려준적은 없지만 며칠전 장춘행 기차내에서 저와 연희가 전화로 다툼질하는걸 그가 곁에서 지켜보았습니다…”
“음-,그런데 ‘환우’가 ‘동방’에 작성해주는 <몽강류역 고추개구리경제산업발전 기획서>와 우리 몽강진에 작성해주려는 <몽강진 고추개구리경제문화산업발전 기획서>는 준비가 어느 정도로 되여있나?”
“예,‘동방’것은 거의 절반이 완성되고 몽강진것은 기본줄거리와 바탕만 개요식 초안으로 씌여지고…”
“음-,그럼 괜찮아.만일 김철수가 사람답지를 않게 놀면 나에게 김철수 그 자식을 혼내줄 방법은 있어!”
“예?”
“내 생각인데 기획회사라는것이 대단할건 없잖아? ‘환우’도 마찬가지지.그럴듯한 사무실을 챙겨놓았다고 하지만 사실은 빛좋은 개살구 보따리회사지.물론 여러가지 기획서들은 번잡하고 까다롭기는 하겠지만 규정된 기준에 맞게 꾸며내는거겠지.만일 김사장이 장춘 고추개구리그림 작품전에서 나온 적자를 보상해주지 않으면 차라리 자네도 기획회사를 하나 만들어서 운영해보라구!”
“제가요?”
“그렇지.자네가 기획회사를 만들면 내가 ‘동방’것은 넘겨줄수가 없지만 몽강진것은 넘겨줄수가 있지.기획서작성 비용은 ‘환우’에서 요구하는것만큼은 줄수 있지! 그리고 몽강진것이 끝나면 다른 기업소라든가 지역의것들두 내가 힘써줄수도 있지 장사라는건 아마도 그렇게 하는것이 아닐가!”
“저는 회사를 운영한 경험이라곤 없는데…”
“물론 경험도 중요하겠지만 모든 일에는 시작이 있는 법이야.그리구 ‘환우’에서 이미 씌여졌다는 기획서 개요식 초안들을 슬쩍 복사해서 참고할수도 있잖아? 아무튼 우리 몽강진정부와 ‘환우’는 기획서 획책작성을 의뢰하는 최종협의서를 정식체결하지는 않았으니.그리고 서둘르려면 빨리 서둘러야 해.나는 아마 현으로 인사조동이 될것 같은데 내가 몽강진에 있을때 기획서 획책작성을 자네한테 맡기는게 편하지.”
“제가 잘 생각해보겠습니다.”
최진장은 재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갑자기 멀리를 설레설레 내저었다.그리고는 한숨을 길게 더듬었다.
“참,연희가 한국가서 일해서 돈벌구 성형수술을 받을거라구 떠들어대는것을 끝내는 말려내지 못한것이 어딘가는 후회돼.그런데 말이야,연희가 배운것이 약하고 생각이 짧은것은 자네도 알잖아! 연희한테서 약간 얻어들었는데 상대방의 부모두 존경할줄 모르는건 연희 잘못이야!
나는 연희에게 한국류학이나 권해보려구 생각하는데.자네 생각은 어때? 나와 자네는 정들고 친해졌지만은 인연이란 때로는 정성을 들여 가꾸어야 하는 법이야! 물론 경제사회니깐 남자로서 경제력이 약하면 억울함을 당할때도 있지.아무튼 기획회사를 만드는 일을 잘 생각해보라구”
최진장과 갈라지여 세집아파트로 돌아온 재복은 불면의 밤을 지새웠다.연희가 한국으로 나간것은 허영심과 고추개구리 아니아니,개도 안먹는 돈때문이다.김사장이 고추개구리그림 작품전에서 나를 고추개구리를 가지고 놀듯이 놀아대고 ”동방”으로부터는 10만원 찬조금까지 후무려내는것도 고추개구리 아니아니,개도 안먹는 돈때문이다.
날이 거의 밝아오고 있었다.재복은 고추개구리 재수꿈이라도 하나 만들어서 쌍둥이 고추개구리들이 엉기적엉기적 기여다니는 몽경이라도 만나고 싶었다.그런데 눈앞에는 연희가 사람을 손가락질하면서 “연길 고추개구리그림 작품전에서 적자가 없은것도 내 아버지 덕분이다!”를 소리지르는 정경만 길게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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