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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시집 <진달래>
도시에서의 둔감1
높은 빌딩과
높은 욕구에 갇히여
돌멩이처럼 하락하는
도시의 바람은
내 안해의 뾰족구두에 밟혀
마른 신음을 길게 씹다가도
내가 버린 담배꽁초 불에
장작불처럼 훨훨 타오르기도 하고
거리에 별처럼 널린 가래침에
실컷 목욕하기도 한다
언젠가는
도시는 바람의 제작소다
바람의 교역소다 하는
근사한 명언 풀이를
많이도 하였지
하지만 지금은
도시는 바람의 소비시장이라는
말마저도
숙고하여야 하겠다
머리를 들면
하락하다 다시 솟구치려고
발버둥질하는 바람에게
좋은 사다리나 만들어
더 높게 날게 해야지 하는
터무니없는 생각도
푸드득 날아가고 있었다
도시에서의 둔감2
가끔 불어오는
작은 바람 하나에도
마음은 만취되여
어린 가로수가
기다림을 말리우는
거리에서
자칫 휘청거리고 있다
높은 은행과
큰 백화점 사이에
새로 짖는
교회당 앞을
그리고 날마다 물을 뿌려
청소하는 모스크 옆을
나는
습관된 무표정으로
지나가고 있었다
도시에서의 둔감3
언제부터
승용차가 다니는 길은
한결 넓어지고
걸인들이 줄을 지어
귀부인 애완견이 지나가기를
애타게 기다리는 길은
멀리까지 연장되고 있지만
내가 사랑하는 너와
네가 좋아하는 내가
함께 걸어가야 할 길은
하늘로 오르는 길처럼
보다 가파르게 보임은
아아 무슨 영문일가
도시에서의 둔감4
일요일 아침
빌딩 아래에 누운 거리로
신혼꽃차 꽁무니 뒤에
령구차 한대가 가고 있었다
아주 멀리 있다는
혹은 아주 가까울지도 모르는
타계로 가는 로인은
령구차 이마에서
환히 웃고 있었다
나는
도시의 높이를 겨냥하는
련습을 하다 말고
이 도시에서
주위를 둘러싼 산보다도
그리고 어느 성장어른보다도
더 높은것은
보이지도 않는
화장터 굴뚝일지도 모른다는
아짜아짜한 생각을 해보았다
도시에서의 둔감5
매연과 배기를 들이키고
노랗게 빛나던 웃음마저
까맣게 변색하는 별들을 두고
밤이 깊다 판단하는 밤
도시의 온갖 별곡들이
나이트클럽 KTV 레스토랑을
줄을 지어 기여나와
그림자 없는 발길을 물어뜯는
가로등 골목길에
누우렇게 서면
높다란 고급 아파트
뉘 집에서
변기가 쏴 하고
하루의 오물을 버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강에서 오물을 만나
좋아라 모여드는 물고기들의
친구를 부르는 소리도
이윽고 들려온다
도시에서의 둔감6
담배 재떨이 같은
그릇에 갇혀
마음은 부자이지만
지갑은 비였다 자처하는
어느 앵무새 시인의 소리를
도시의 서정이라 한다면
나는
아침에 피였다
저녁에 지는
먼지의 내용을 닦는
더러운 걸레라는 가사를 만들어
주섬주섬 노래하고 있었다
도시에서의 둔감7
도시가 심장을 앓고있는 일이
식후의 한담거리로 되여있다
고혈압 진단을 하는 의사도 있고
빈혈증 처방을 떼는 의사도 있다
수도관이 동맥이고
배수도가 정맥이고 하는
어느 학생의 기발한 상상도 있고
성현들의 책이 좋은 약이고
정신병 환자의 울음이 맞춤 표현이고 하는
어느 교수의 역설도 있다
돈이 있는 사람은 돈을 내고
힘이 있는 사람은 힘을 내여
도시의 심장을 바꾸어야 한다는 언론이
신문지상을 메우기도 한다
나는 돈도 없고 힘도 없지만
도시는 인공심장으로 살아갈수 있을가
는 의문을 열심히 지껄이고 있다
도시에서의 둔감8
밤에 흘린 눈물의 흔적도
하얗게 치장되여야
시작되는 아침
한 거리에 같이 살면서도
가로수 한그루는 어느새 단풍에 타고
다른 한그루는 푸른 언어를 고집하는
한폭의 정경에
가슴이 두근거리는 아침
계절의 의미를 알고싶어
발을 동동 구르는
애어린 가로수 아래서
이제는 가을이라는 말마저도
떳떳하게 내뱉을수 있는
성숙이 아닌 슬픔이
거리바닥을 누비는 바람처럼
달려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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