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동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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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의 둔감1-8
2009년 08월 12일 17시 28분  조회:1660  추천:23  작성자: 허동식

도시에서의 둔감1

 

높은 빌딩과

높은 욕구에 갇히여

돌멩이처럼 하락하는

도시의 바람은

 

안해의 뾰족구두에 밟혀

마른 신음을 길게 씹다가도

내가 버린 담배꽁초 불에

장작불처럼 훨훨 타오르기도 하고

거리에 별처럼 널린 가래침에

실컷 목욕하기도 한다

 

언젠가는

도시는 바람의 제작소다

바람의 교역소다 하는

근사한 명언 풀이를

많이도 하였지

 

하지만 지금은

도시는 바람의 소비시장이라는

말마저도

숙고하여야 하겠다

 

머리를 들면

하락하다 다시 솟구치려고

발버둥질하는 바람에게

좋은 사다리나 만들어

높게 날게 해야지 하는

터무니없는 생각도

 

푸드득 날아가고 있었다

 

도시에서의 둔감2

 

가끔 불어오는

작은 바람 하나에도

마음은 만취되여

어린 가로수가

기다림을 말리우는

거리에서

자칫 휘청거리고 있다

 

높은 은행과

백화점 사이에

새로 짖는

교회당 앞을

그리고 날마다 물을 뿌려

청소하는 모스크 옆을

 

나는

습관된 무표정으로

지나가고 있었다

 

 

도시에서의 둔감3

 

언제부터

 

승용차가 다니는 길은

한결 넓어지고

걸인들이 줄을 지어

귀부인 애완견이 지나가기를

애타게 기다리는 길은

멀리까지 연장되고 있지만

 

내가 사랑하는 너와

네가 좋아하는 내가

함께 걸어가야 길은

하늘로 오르는 길처럼

보다 가파르게 보임은

 

아아 무슨 영문일가

 

도시에서의 둔감4

 

일요일 아침

빌딩 아래에 누운 거리로

신혼꽃차 꽁무니 뒤에

령구차 한대가 가고 있었다

 

아주 멀리 있다는

혹은 아주 가까울지도 모르는

타계로 가는 로인은

령구차 이마에서

환히 웃고 있었다

 

나는

도시의 높이를 겨냥하는

련습을 하다 말고

 

도시에서

주위를 둘러싼 산보다도

그리고 어느 성장어른보다도

높은것은

보이지도 않는

화장터 굴뚝일지도 모른다는

아짜아짜한 생각을 해보았다

 

도시에서의 둔감5

 

매연과 배기를 들이키고

노랗게 빛나던 웃음마저

까맣게 변색하는 별들을 두고

밤이 깊다 판단하는

 

도시의 온갖 별곡들이

나이트클럽 KTV 레스토랑을

줄을 지어 기여나와

그림자 없는 발길을 물어뜯는

가로등 골목길에

누우렇게 서면

 

높다란 고급 아파트

집에서

변기가 하고

하루의 오물을 버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강에서 오물을 만나

좋아라 모여드는 물고기들의

친구를 부르는 소리도

이윽고 들려온다

 

도시에서의 둔감6

 

담배 재떨이 같은

그릇에 갇혀

마음은 부자이지만

지갑은 비였다 자처하는

어느 앵무새 시인의 소리를

도시의 서정이라 한다면

 

나는

아침에 피였다

저녁에 지는

먼지의 내용을 닦는

 

더러운 걸레라는 가사를 만들어

주섬주섬 노래하고 있었다

 

 

 

도시에서의 둔감7

 

도시가 심장을 앓고있는 일이

식후의 한담거리로 되여있다

고혈압 진단을 하는 의사도 있고

빈혈증 처방을 떼는 의사도 있다

 

수도관이 동맥이고

배수도가 정맥이고 하는

어느 학생의 기발한 상상도 있고

성현들의 책이 좋은 약이고

정신병 환자의 울음이 맞춤 표현이고 하는

어느 교수의 역설도 있다

 

돈이 있는 사람은 돈을 내고

힘이 있는 사람은 힘을 내여

도시의 심장을 바꾸어야 한다는 언론이

신문지상을 메우기도 한다

 

나는 돈도 없고 힘도 없지만

도시는 인공심장으로 살아갈수 있을가

의문을 열심히 지껄이고 있다

도시에서의 둔감8

 

밤에 흘린 눈물의 흔적도

하얗게 치장되여야

시작되는 아침

 

거리에 같이 살면서도

가로수 한그루는 어느새 단풍에 타고

다른 한그루는 푸른 언어를 고집하는

한폭의 정경에

가슴이 두근거리는 아침

 

계절의 의미를 알고싶어

발을 동동 구르는

애어린 가로수 아래서

 

이제는 가을이라는 말마저도

떳떳하게 내뱉을수 있는

성숙이 아닌 슬픔이

 

거리바닥을 누비는 바람처럼

달려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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