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룡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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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편]팔부형이 이사가다(5)
2010년 08월 16일 08시 35분  조회:1688  추천:42  작성자: 허룡석

중편소설

                       팔부형이 이사가다

                                                                   허룡석

                                      5


   탈곡이 끝나자 생산대에서는 년말결산준비를 서둘렀다. 농촌마을치고는 그래도 한해농사를 다 짓고 결산을 지을 때가 가장 흥성흥성하고 즐거울 때였다. 인민공사화후 집체 양돈장의 성한 돼지는 마음대로 잡지 못하게 돼있으므로 생산대에서는 년말결산을 앞두고 이젠 새끼를 여러배 낳아 배가죽이 땅에 닿을것 같은 늙은 암퇘지를 죽을 병에 걸렸다고 대대와 공사에 보고를 올려 공사수의소의 비준을 받고 잡아엎었다. 농촌에서는 대체로 일년에 두번 고기맛을 볼수 있었다. 한번은 추석때에 병들거나 늙은 소를 잡아 집집이 인구에 따라 고루 나누었고 다음은 년말결산때였다. 원래는 설에도 고기끈이라도 있어야 했으나 그때는 생산대 집체의 소나 돼지를 잡아야 할 명분이 서지 않았다. 추석에나 년말결산때에는 공사 수의소에서도 도살보고만 올리면 모르는척 도장을 팡팡 찍어주었으나 설에는 다른것도 먹을것이 있다며 도무지 비준을 하지 않았다. 그래도 몇몇 월급쟁이 가정들에서는  공소합작사에 가 표에 따라 배급주는 고기를 사다 맛볼수 있었지만 고기표도 차례지지 않는 많은 농호들에서는 이웃집에서 바람에 풍겨오는 고기끓이는 냄새만 맡아야 했다. 농호들에서는 설이면 집집마다 나름대로 찰떡을 치기도 하고 송편을 빚기도 하고 시루떡을 안치기도 하면서 고기없는 구멍을 메우기도 했다.
    결산은 해마다 우사칸과 붙여지은 생산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올해에도 농사는 평년이여서 한공에 72전씩 돌아갔다. 수전지구에서는 그래도 한공에 1원이 넘어가야 농사가 괜찮게 지었다고 할수 있었다. 올해에도 별 희망이 없을줄 알면서도 그래도 행여나 하여 지팽이라도 짚고 걸을수 있는 사람이면 모두 회의실에 모여들어 집집의 분배결산에 귀를 강구군 하였다. 평소 정치사상학습때면 이핑게 저핑게 회의실은 모가 빠져버린 논판마냥 펀했으나 이때는 옆벽이 터져나갈듯 사람들이 들어찼다. 정작 분배를 하고 보니 예상했던 바와같이 현금을 쥐여보지 못하는 집들이 다수였다. 한해 농사를 헛지은것이였다. 많은 집의 빚이 지난해보다 훨씬 늘어났다. 이 구석 저 구석에서 탄식소리가 들려왔다. 해마다 현이나 공사간부들이 내려와 대챈지 배챈지를 따라 배운다고 봄부터 고아쳐도 웬일인지 농사는 그 상이 장상이였다. 술장사 십년에 깨진 주전자만 남는다더니 사원들은 농사를 지을수록 번한 날을 보기는 고사하고 갈수록 깊은 빚구렁에 빠져들었다. 그런 와중에도 왕래가 없고 식구가 단촐한데다 성철형이 억척스레 일한덕에 성철형은 현금 100원을 받아쥐게 되였다. 마을치고도 가장 많이 분배받은 몇집중의 하나였다. 60이 넘은 고모도 겨우 혼자벌이는 되였다. 혼자 벌어 혼자 먹는 집체호군들도 하향한 첫해여서인지 절반 넘게 돈을 쥐여보지 못했다. 쥐였다해도 몇십원이 고작이였다. 성철형은 난생처음 그렇게 많은 돈을 쥐여보는지라 5원짜리 스무장을 번져도 보고 뒤져도 보고 전등불빛에 비춰도 보면서 어떻게 건사해야 할지를 몰라했다. 그는 돈을 갈라서 호주머니마다 쑤셔넣었다. 식구많은 우리 집은 빚만 300원이 더 늘어났다.
    현금분배를 끝내고 늙은 암퇘지고기에 배추와 무우를 듬뿍듬뿍 썰어넣고 만든   상등료리가 오른 술자리까지 파하자 상례대로 오락판이 벌어졌다. 오락판이 벌어지기전에 공작대 한조장의 인솔하에 모두들 일어서서 모주석초상앞에서 모주석어록책을 내저으며 오락전회보를 하였다. 아무리 호주머니가 밸이 나오게 뒤져도 미처 어록책을 찾아내지 못한 사람은 대신 공수책을 내들었고 공수책도 없는 사람은 손바닥을 내저었다. 물론 이런 사람들은 모두 한조장뒤에 가섰다. 술이 거나하여 몸을 가누기 바빠하는 남정네들은 그네타듯 앞으로 휘청 뒤로 휘청하면서도 똑바로 서느라고 곁사람을 붙잡기도 하고 벽을 짚고 서기도 했다. 회보가 끝난후에는 함께 <대해항행은 키잡이에 의거하네>를 중이 념불외우듯 불렀다. 술취한 사람들은 아직도 질긴 늙은 암퇘지고기를 씹고있는지 뭐라고 중얼중얼 입으로만 뭉갤뿐 가사 한마디 제대로 내뱉지 못하였다. 오늘저녁만 해도 이것이 벌써 세번째 회보였다. 년말총화를 시작하기전에 한번, 술상이 벌어지기전에 한번, 오락판이 시작되기전에 한번이였다. 그래도 사원들은 찍소리없이 공작대가 시키는대로 잘 따라 주었다.
엄숙한 정치행사가 끝나자 웃음이 피여나는 자유오락으로 넘어갔다. 분배돈을 탄 사람들은 오래간만에 돈잎이라도 쥐여보니 기뻐서 낡은 소가죽북이 구멍 뚫리도록 팡팡 쳐대며 노래 불렀다. 더 깊은 빚구럭에 빠진 사람들은 속이 타서인지 쌀함박물에 엎어놓은 바가지가 박살나도록 떵떵 두드리며 고래고래 노래를 불렀다. 울분을 토하는건지 노래부르는건지 분간할수 없었다. 일년에 어쩌다 한번 시름놓고 마시는 술이라 사원 남녀 모두가 늙은 암퇘지고기를 안주로 술에 취하여 얼근했다. 하지만 대대간부와 현공작대까지 와서 앉아있는 자리라 그렇게 망태기를 캐는 사람은 없었다. 다년간의 정치교육이 은을 내는 모양이였다. 이럴 때면 재간이 있으나 없으나 모두가 양기를 돋궈 장끼를 피우군 하였다.
온 마을의 둘도 없는 <예술가>인 문백이가 누군가의 등에 밀려 바이올린을 들고 온돌에 올라섰다. 그가 허리 굽혀 인사하는데 때이르게 벗어진 이마가 100촉짜리 전등에 반사되여 50촉은 돼보였다. 갑자기 전등 하나가 더 걸린듯 했다. 그는 예술가답게 다리를 벌리고 바이올린을 어깨에 척 올려놓더니 유명한 본보기극 <백모녀>중의 <붉은 댕기 드려주네>와 <북풍이 불어오네>를 재치있게 연주하였다. 처량한 바이올린 소리가 회의실을 감돌며 울러퍼졌다. 가슴을 훑어내리는듯한 바이올린소리는 오락판의 분위기를 이상하게 몰아갔다. 그 곡들을 들으면 들을수록 사원들은 어쩐지 자기들도 피와 땀으로 지은 한해농사의 과일을 황세인에게 빼앗겨 빚구렁에 빠진 양백로와 다를바 없다는 생각이 들어 일시나마 모든것을 잊고 술기운에 부풀었던 흥이 저절로 깨져버렸던것이였다. 솜씨있는 바이올린연주가 끝나도 누구 하나 재청을 요구하지 않았다. 그저 공작대원 몇이 파리를 쫓듯 건성건성 박수를 몇번 쳐줄뿐이였다. 문백이는 어깨가 처져 온돌에서 내려갔다.
<공작대 한조장이 노래 부르는게 어떻습니까?>
공작대원 왕염이 한어로 소리쳤다. 간부 몇이 박수를 쳤다.
<한, 하조재 하는게 조, 좇겠소…>
누군가 취했는지 혀꼬부랑소리를 하여 여기저기서 키득키득 했다.
한조장이 어색해하며 일어섰다.
<그럼 한해동안 혁명적 농사를 지으시느라 수고하신 빈하중농 여러분들을 위하여 한곡 부릅시다. 에, 양반시를 하겠습니다.>
한조장이 어험어험 건가래를 떼더니 본보기극 <홍등기>중의 지하공작자 리옥화가 부른 <붉은등 앞길을 밝게 비추네>를 불렀다. 한조장이 아무리 목을 외로 탈며 영화에서 나오는 리옥화처럼 부르느라 목에 피대를 세우며 모양새를 썼으나 조선족이 경극을 부르니 어쩐지 시아비 무당옷을 입고 굿을 하듯 여간 어색해  보이지 않았다. 그런대로 한조장이 한자나 빼들었던 목을 낮추며 끝을 맺으니 공작대원과 대대간부 몇이 박수를 쳐댔다. 사원 몇도 인사치례로 슬쩍슬쩍 따라 쳤다.
<야, 리옥화못지 않게 잘 부르시네, 재청입니다. 재청.>
 공작대원 김억만이 머리우로 박수를 치며 재청을 요구했다.
한조장은 손을 내저으며 사양하는척하다 섰던김에 한곡 더 불렀다. 이번에는 본보기극 <위호산을 지혜롭게 탈취>중의 영웅 양자영이 부른 <범을 때려잡고 산으로 들어가다.>였다. 한조장은 흥이 나 손을 내저으며 본보기극노래를 정성껏 부르는데 어느 구석에서는 드렁드렁 코고는 소리가 들려왔다. 사원들도 별 흥취가 없는듯 구석구석에서 잡담들을 벌려놓았다. 한조장이 두번째 노래를 끝냈을 때에는 공작대원외에 박수치는 사람도 별반없었다. 사원들이 별반응이 없자 한조장은 속으로 예술세포라군 없는 미욱한 촌놈들이라고 비웃듯 머리를 가로저었다. 속을 빡빡 긁어내리는듯한 <예술가> 문백의 바리올린소리와 옆집 개한테 놀라 꽥꽥거리는 게사니소리같은 한조장의 본보기극노래에 한창 끓어오르려던 죽가마가  랭수벼락을 맞은듯 오락판이 식어가며 한참이나 랭랭한 기운이 감돌았다.
이때 봉당쪽에서 누군가 소리쳤다
<저 노래 잘 부르는 성철이를 시켜보라구.>
<그래그래, 맞다. 분배돈까지 탔겠다 왜 노래 안부르겠냐.>
<그래, 그만 성철이를 잊었구나. 성철이 이리 나오라구. 어서.>
사원들에게 있어서 성철형은 말그대로 나막신과 같은 존재였는지도 몰랐다. 마른 날에는 퇴마루밑에 아무렇게나 던져졌다가도 진날이면 어김없이 다시 꺼내신고 진창길을 돌아다니는 격이라 할가. 평소에는 어수룩한 성철형의 존재를 거의 잊고 있다도 오락판이 벌어질 때면 그래도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모양이였다.
젊은 또래들과 한상에 앉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늙은 암퇘지고기를 안주로 술을 얼근히 마신 성철형은 사람들한테 등을 밀리워 온돌 한가운데 나가 섰다. 전등불밑에 서니 얼굴이 지지벌건것이 꼭 경극배우같았다. 그렇잖아도 성철형이 <씨불란것들, 너들만 놀거야.>하며 은근히 목이 글질거려 하던 판에 자기더러 노래부르라니 가려운데를 긁어주듯 차라리 잘 되였다. 그런데 정작 노래 부르자고 나서고 보니 합당한 노래가 떠오르지 않는 모양이였다.
< 저, 새 노래 없는데, 낡은 노래 불러두 일없습둥?>
<안된다. 네가 하던 낡은 노래는 많이 들었다. 새걸루 해라.>
<맞다맞아, 년말총결인데 새걸루 해야지. 그새 새 노래를 못배웠냐? >
 성철형은 뭔가 생각안나는듯 머리만 긁적이였다.
<그 모내기철에 배운 새 노래가 있지 않소? >
내가 보다못해 소리쳤다.
그제야 성철형도 문득 모내기철에 문백이한테서 배워둔 새 노래가 생각난 모양이였다. 그간 마을에 잔치집이 없어서 배워만 두고 한번도 써먹지 않아 까맣게 잊고 있었던것이였다. 일년에 한번씩 하는 이런 년말결산은 사원들집의 잔치때보다 더 굉장한지라 잔치때만 부르라던 노래를 여기에서 불러도 괜찮을것 같아 내가 한마디 귀뜸했던것이였다. 새 노래가 생각나는지 성철형이 신심이 나 하는것 같았다.
<아, 새 노래 있습다. 그럼 <비판받은 두 동무> 노래 부름다 예? 박ㅡ수.>
얼근한 성철형이 이렇게 소리치며 자기가 먼저 박수를 짝짝 쳐댔다.
<허, 그 자식 장가들더니 양기도 꽤 늘었다. 그래 박ㅡ수.>
<제목두 이상하다. 왜 하필이면 비판받은 두 동무야. 아무러면 불러봐.>
사원들은 아마 비판이란 소리만 들어도 기가 질리는 모양이였다.
떠들썩하는 소리에 구석쪽에 앉아 끄떡끄떡 졸던 사람들도 깨여나 덩달아 박수를 쳐댔다. 성철형과 놀아주던 젊은 또래들도 손바닥이 부르트도록 박수치며 응원하였다.
성철형이 새 노래를 부르겠다니 바이올린연주를 다 끝내고  우리 곁에 앉아 처녀들과 시시닥거리고있던 문백이가 안전부절해 하는것 같았다. 잔치집에서만 부르라던 그 노래를 성철형이 이 자리에서 부르는것이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 해서였을가. 그렇다고 나가서 그 노래를 부르지 말라고 할수 있는 자리도  아니였다. 그래도 문백이의 얼굴에는 멍청한 사람이 반년전에 배워준 노래가사를 지금도 기억하구 있을가 하는 안도의 빛이 서려있었다.  그런데 성철형이 정작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자 문백이는 긴장을 하기 시작했다. 뜻밖에도 성철형이 노래가사를 아주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던것이다.

남몰래 살짝빠져 캄캄한 밤에
주재소 총세자루 뺏아왔건만
규률을 위반했다 비판만 받고
총을 멜 어깨에 새가 앉았네
총이 없는 어깨에 새가 앉았네

성철형의 노래가 끝나자 사람들은 만장으로 박수를 쳐댔다.
<야, 잘한다. 제법이다. 재ㅡ청.>
<어쩜 노래를 저리 잘하오? 문공단에서 왔다가 울구 가겠소.>
<사람만 저렇채이문 현문공단이 아니라 연변가무단에라두 갔겠소.>
사원들은 성철형의 기대밖으로 환성을 올렸다. 본보기극 노래만 귀에 못이 박히게 들어오다 오래동안 들어보지 못하던 귀맛당기는 자기말노래를 들으니 귀가 설을 쇠는 기분이였다. 사원들의 박수소리에 성철형은  우쭐 사기나 했다. 여태껏 사람들이 자기때문에 이처럼 열광하는것을 처음 보았던것이다. 건성건성이나마 공작대 한조장이랑 민병련장 만철이까지도 잘한다고 박수를 쳐주지 않는가.
<그럼 2절 부르겠습다.>
<그래, 잘한다. 마저 불러라. 박ㅡ수.>
사원들은 또다시 회의실이 떠나갈듯 박수를 쳐댔다. 오락판 분위기가 문백이 바이올린 켤 때와 한조장이 본보기극노래를 부를 때와는 딴판이였다. 예술세포가 없다는 사원들이 성철형의 노래에 반해버렸다. 고모도 사람들이 성철형을 칭찬하는 소리를 반갑게 들으며 눈굽을 찍고 있었다. 성철형이 저렇게 노래를 잘하는줄 고모도 새삼스레 다시 알게 된 모양이였다. 타고난 천성인지 목소리는 고모부를 닮은것이 분명했다.
<고모부는 그 좋은 목청을 가지고도 형때문에 오래동안 즐겁게 노래부르지 못하다 저세상으로 갔다는데 고모부 대신 형이나 노래를 실컷 불러 고모부 원을 꺼드리오.>
나는 속으로 성철형을 응원했다.
성철형은 흥이나서 2절을 계속했다. 이번에는 자기발휘가 더 잘되는지 어물쩍하게 군인마냥 총을 척 메는 시늉도 하고 팔을 내저으며 씩씩하게 행진하는 동작도 곁들이면서 1절보다 더욱 성수나게 부르는게 아닌가. 과연 보통수준이 아니였다. 노래소리만 들어서는 사람이 반편이라는 느낌을 조금도 주지 않았다.

남몰래 빠져가는 그 사람에게
영문도 모르면서 곤봉을 주고
보초근무 잘못섰다 비판만 받고
곤봉 없는 어깨에 새가 앉았네
곤봉 멜 어깨에 새가 앉았네
 
성철형이 거수경례까지 붙이며 2절을 끝내자 온 회의실이 그대로 박수가 되여 우뢰소리마냥 터져나왔다.
<이거 우리 마을에서 가수 나오는거 아니여?>
<그러게, 쟤가 저렇게 잘 부르는줄 여태껏 몰랐단데.>
<그러게 사람은 뭐나 시켜봐야 한다이.>
<저 자식 장가가더니 노래두 더 잘 하네?>
<그냥 양반시노래만 듣다가 우리 노래를 들으니 흥이 막 절루 난다디.>
사원들이 중구난방 떠들어댔다. 성철형은 사원들의 열기가 식지 않고 계속 끓어번지는것을 보고 손을 힘있게 쳐들었다.
<그럼 제3절 하겠습다. 3절이 젤 재밌슴다.> 사기나니 말도 꺽꺽거리지 않는다.
<뭐, 3절까지 있냐? 저 자식 그 긴 가사 어떻게 다 기억하구 있나?>
<그래, 하던바에 마저 다 해라.>
<저 자식 잘한다 잘한다 하니까 가비 벗어지는줄 모르네.>
성철형이 이번에는 흐물넙적 괴상스러운 동작을 하며 목청을 가다듬어 3절을 불러내려갔다.

남몰래 살짝빠져 강변에 나가
서로좋아 홀딱벗고 그일을 했네
일끝에 피곤하여 잠들었는데
털이 없는 ××에 새가 앉았네
털이 없는⊙⊙에 새가 앉았네

뜻밖에도 제곬으로 꼿꼿이 흐르던 성철형의 노래가 갑자기 왜지밭으로 나가며 엉뚱하게 끝을 맺자 노래소리에 도취되였던 사원들은 남녀를 불문하고 포복요절하였다. 회의실은 화약창고가 폭발하듯 웃음이 터져나왔다. 영호삼촌은 웃다못해 웃는지 우는지 천정을 쳐다보며 숨이 넘어가는듯 헉헉 하기만 했다. 인섭이 형은 뚜꺼비처럼 온돌에 엎드린채 허리를  펄떡펄떡하며 입으로 침이 질질 나가는줄도 모르게 웃고 있었다. 철수엄마는 정신나간 사람마냥 엉덩이를 들썩이며 곁에 앉은 선녀엄마의 허벅다리를 북 두드리듯 두드려댔다. 그토록 얌전한 집체호처녀들인 인숙이며 복순이네도 입을 싸쥔채 머리를 좌우로 세차게 털어대다 서로의 잔등을 마구 두드려댔다. 영호와 인섭이네는 한손으로 자기무릎을 떡치고 다른 한손으로는 웃다못해 솟아나는 눈물을 이리저리 씻어내고 있었다. 온 회의실은 암소 영각하는듯한 소리로부터 벙어리 발등 앓는듯한 소리까지 별라별 기괴한 소리가 다 흘러나왔다. 정신이 돌아버리게 웃느라고 온몸의 탕개가 풀리고 허파에 찬 공기가 빠질 구멍을 찾아 떠돌다 구멍을 면바로 찾았는지 여기저기에서 방귀뀌는 소리가 터져나왔다. 남녀가 구별되게 주책없이 쓸어나오는 방귀소리가 사람들의 숨막히는 웃음에 더욱 콩기름을 쳐주어 많은 사람들이 한쪽 옆구리를 잡은채 벽에 기대앉아 당나귀 새끼낳는 소리를 하며 웃음을 달래려 애썼다. 그통에 벽 전체가 웃는듯 부르르 떨렸다. 이 몇년간 마을 사원들이 이렇게 마음놓고 배꼽이 튀여나오게 웃어보기는 처음이였다. 여태껏 우에서 하라는대로 아무리 씹어도 잘 소화되지 않는 늙은 암퇘지고기같이 질긴 혁명적 리론만 씹고 씹었지 이렇듯 허리부러질 웃음거리가 생겨보기도 처음이였다. 웃음에는 남녀가 따로 없었다. 오래동안 웃음에 굶주렸던 사람들이 너나없이 눈물코물 쥐여짜며 오장륙부가 뒤탈리도록 웃어주었다. 어떤 이는 웃다못해 방귀가 아니라 배가 펄떡이는 절주에 따라 오줌이 다 찔찔 나갔다.
<조용들 하시오. 조용들 하시요.>
갑자기 벼락치는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사원들은 웃음을 거두지 못한채 머리를 쳐들었다. 한조장이 노기를 띤채 온돌 한복판에 서있었다.
<조용들 하시오.. 이게 어디 웃을 일입니까? 여러분들의 무산계급적각성은 다 어디로 갔습니까?>
사원들은 퍼러딩딩한 한조장의 얼굴과 노기띤 목소리에서 이젠 정말 더 웃어서는 안되겠다는것을 감촉하고 웃음을 끊느라고 애를 썼다. 하지만 고속도로에서 고속으로 달리던 차를 갑자기 급정거하려는것처럼 아무리 브레이크를 밟아도 차가 관성에 의해 아츠런 소리를 내며 계속 앞으로 밀고 나가듯 마음껏 웃어주던 웃음도 당금 끊으려니 온몸의 크고작은 신경과 관통되였는지 쉽게 끊어지지를 않았다. 아직도 여기저기에서 키들푸들거리는 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새로운 시기 현행반혁명분자가 그따위 반혁명소리를 내지르는데 웃음이 나옵니까? 그간 그렇게 학습하고 토론하며 키운 무산계급각성을 다 어데 내동댕이쳤습니까? 왜 공산당원도 마찬가집니까? 당성은 어데로 갔습니까?>
뭐라구? 현행반혁명분자의 반혁명소리라구? 이게 무슨 소린가? 한조장의 그말에 온 회의실은 삽시간에 동지섣달의 내물처럼 하얗게 얼어붙었다. 금방 성철이가 반혁명소리를 내쳤는가? 그런데두 우리가 웃었단 말인가? 반혁명소리에 웃었다면 우리도 반혁명이란 말인가? 계급투쟁을 기본고리로 하는 세월에 반혁명이란 딱지만 쓰면 사람축에도 짐승축에도 못가는 죽은 몸이나 다름없는건데? 이건 꼭대기로부터 불꾸러미가 쏟아져 내릴 징조가 아닌가.
그제야 사원들은 문제의 엄중성을 직감하고 정신들을 차렸다. 줄기차게 쏟아져 나오던 웃음도 반혁명이라는 초풍할 소리에 구중천으로 가뭇없이 사라졌다. 웃음도 반혁명이라는 딱지를 쓸가봐 혼비백산한 모양이다. 갑자기 눈물구멍도 막히고 방귀구멍도 막히고 오줌구멍도 막혔다. 회의실은 금시 물뿌린듯 조용해졌다. 바늘 떨어지는 소리도 들릴듯 했다. 얼근해있던 사원들도 술이 깨였다. 성철형에게 그 노래를 배워준 문백이는 끝내 큰 일을 저질렀다고 지례 겁을 집어 먹었는지 무릎을 덜덜 떨어대고 있었다.
웃음으로 끓던 오락판은 살기가 서리는 비판회로 번져졌다. 일이 우습게 되였다. 남이 배워준 노래를 멋도 모르고 불렀다가 결국 죄는 천도깨비가 짓고 벼락은 고목이 맞는다더니 팔부 성철형이 <예술가> 문백이 눈 물똥에 펄쩍 주저앉은 꼴이 되였다. 성철형에게는 왜 소똥에 미끄러져 개똥에 코를 박는 일만 생기는가. 공연히 어느 나라 가극에서 나오는 노래 <비판받은 두 동무>를 불렀다가 되려 자기가 비판받는 동무꼴이 되였다. 그때까지만도 판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몰라 노래하던 자리에 어정쩡하게 서있던 성철형은 멋도 모르게 회의실 한가운데로  끌려나왔다.
<말해, 너 그 노래를 부른 목적이 뭐야? 털이 없는 ××에 새가 앉았다는게 뭐야? 당의 9차대회를 빗대구 욕한거지?>
<야야, 똑바로 말해, 털이 없는 ⊙⊙에 새가 앉았다는건 또 뭐야? 모주석어록 학습에 대항하여 쌍소리루 불만을 토한거지?>
<너 군대노래를 하는척 하면서 그따위 쌍소리로 무산계급독재를 수호하는 위대한 인민해방군을 모독한거지?>
<금방 한 그 반혁명소리를 누구한테서 배운거야? 뒤에서 너를 조정하는 계급의 적을 바른대로 대라.>
한조장을 비롯한 공작대원 몇이 얼뻥뻥해 서있는 성철형을 련속 족쳐댔다. 성철형은 그때까지도 뭐가 뭔지를 몰라했다. 금방까지만도 숫한 사람들이 잘한다고 박수를 쳐주고 웃어주며 그렇게 칭찬하던게 왜 갑자기 자기 잘못이라는지 알고도 모를 일이였기 때문이리라. 성철형은 뭐라고 말했으면 좋을지 몰라 우리가 앉아있는 젊은 또래켠만 바라보며 쭈물쭈물했다. 뭔가 구원을 바라는것 같았다. 우리는 안타까이 성철형을 쳐다만 볼뿐 도움줄 방도가 생각나지 않았다. 문백이가 고개를 쳐들었다가 성철형과 눈길이 마주치자 황급히 고개를 사타구니에 틀어박았다. 그러는 문백이를 성철형은 멍하니 바라보았다. 나는 학질에라도 걸린듯 부들부들 떨어대는 문백이를 아니꼽게 쏘아보았다.
<임마, 바른대로 못대겠니? 대라, 누구한테서 배웠니?> 공작대가 그냥 족쳐댄다.
사원들이 긴장해서 모두 성철형의 입만 쳐다보았다. 성철형의 입이 터져나오는 날에는 노래를 배워준 사람도 이 시각부터 대뜸 천길나락으로 굴러떨어지게 되는 판이였다. 모두들 속이 한줌만해졌다. 성철형의 눈길이 스쳐지나갈 때에 문백이의 때이르게 벗겨진 번대머리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내돋았고 얼굴은 하얗게 질려났다. 금방 사형판결을 들은 죄수같았다. 성철형은 종래로 거짓말을 할줄 모르는 부실이라 그가 누구한테서 배웠다고 한마디만 하면 사람들은 추호의 의심도 없이 그대로 믿을것이였다.
<우, 울 아부지 배, 배와 줬쓰꾸마…>
뜻밖에도 성철형의 입에서는 이런 말이 불쑥 튀여나왔다. 그말에 문백이는 자기귀를 의심했다. 우리들도 잘못듣지 않았나 하여 귀를 강구었다.
<뭐야? 임마, 다시 한번 말해봐라.>
<우 ,울 아, 아부진데서 배, 배왔다는데는 어째, 씨베…>
죽은 자기아버지한테서 배웠다고? 사원들도 믿지 못하겠다는듯 의혹스러워하는 눈치였다. 정직하고 성실한 성철이아버지가 그따위 노래를 배워줄 사람이 아니였기 때문이였다. 필연코 다른 사람한테서 배웠을것이였다. 그렇다면 저 팔부도 공작대의 화난 꼴을 보고 다른 사람한테서 배웠다고 하면 그 사람도 잡혀나와 욕을 먹고 비판받을가봐 저랠가? 그렇지만 그건 스스로 화약지고 불속에 뛰여드는것이고 눈먼 말을 타고 벼랑으로 가는게 아닌가. 아니면 뭔가 말못할 사연이 있어서인가? 아무튼 그의 대답은 너무나 뜻밖이였다. 사원들은 그처럼 성실한 성철형이 난생처음 거짓말을 하는것을 보았다.
<뭐야? 죽은 너애비한테서 배웠다구? 이 자식 엉뚱하게 거짓말을 다 하네?>
민병련장 만철이가 벌떡 일어나 성철이의 뒤통수를 눈알이 튀여나오게 철싹 쥐여박으며 을러메였다. 자기도 멋모르고 따라 웃은 잘못을 공작대앞에서 미봉하려는듯 한조장을 할끔 쳐다보고는 성철이를 욱다질렀다.
<야 임마, 누가 그따위 허튼 소리를 믿을줄 아냐? 니 애비 죽은지 몇해야? 야 이 팔부야, 바른대루 못대겠냐?>
성철형은 얼결에 한대 호되게 얻어맞고나니 워들렁 똥밸이 도졌는지 만철이를 지릅떠보더니 고래고래 소리질렀다.
<에, 씨불란 쌍간나새끼, 니 때리개? 못믿겠으면 니 울 아부지가 물어봐라
…씨베…>
 술까지 얼근히 마시고보니 무서운게 없나보다.
<계급의 적>들을 다스리기에 이골이 난 만철이도 제앞 발명도 바로 못하는 팔부 성철형의 신경질적 대항이 너무나 뜻밖이였는지 한동안 얼뻥뻥해 서있더니 잠시후에야 제정신이 들었는지 웃옷을 활활 벗어내쳤다. 강아지도 골목에 들면 범을 문다고 어수룩한 성철형한테 만철이가 한입 단단히 물렸다. 당당한 반란파 두목으로서 숱한 사람들 앞에서 이런 수모를 당해보기는 처음이였다.
<뭐야, 개자식. 반혁명새끼 무슨 악다구니질이야. 너 팔부새끼 오늘 죽어봐라…>
만철이는 덫에 치인 메돼지마냥 펄펄 날뛰며 가죽혁띠를 뽑아들 잡도리였다.
<씨불란기, 처 처라, 주, 죽에라…>
성철형이 뜨개소마냥 머리로 떡판같은 만철이의 가슴을 들이박았다.
<이, 이 새끼 미, 미쳤재이야?...>
뜻밖에 얼얼하게 가슴을 떠박힌 만철이가 몸을 가누지 못하며 꺽꺽거렸다. 화가 꼭두까지 치밀어 얼굴이 지지벌개진 만철이가 어느새 포물선을 그으며 가죽혁띠를 뽑아들었다. 당금 흉악한 표범과 끈질긴 뜨개소와의 피비린 싸움이 벌어질판이였다.
한조장이 벌떡 일어서며 가죽혁띠를 미친듯이 휘두르려는 만철이를 제지시켰다. 당금이라도 성철형을 쳐죽일듯 날뛰던 만철이가 씩씩거리며 마지못해 한켠에 비켜섰다. 그사이 너무 놀란탓인지 멍해 앉아있는것 같던 고모가 황망히 뛰쳐나갔다. 노여워 퍼러딩딩한 공작대 한조장을 보고 고모는 성철형이 큰 일을 저질렀다는것을 직감했던것이다. 고모는 이 마을에서 한마디가 만마디를 당하는 한조장앞에 나서 부실한 자기 아들이 모르구 한 일이니 제발 용서해 달라고 손이야 발이야 빌었다. 절하고 뺨맞는 일 없다지 않는가. 하건만 이건 철두철미한 계급투쟁의 새로운 동향이라고 점을 찍은 한조장네의 노기를 가실수 없었다. 한조장은 고모를 알은체도 하지 않고 사원들을 상대로 열변을 토했다.
<9차당대회의 위대한 정신을 관철하며 전국의 가는 곳마다 붉은기가 휘날리고 모주석어록 노래소리가 방방곳곳에 우렁찰 때에 우리 이곳에서 이런 반혁명 허튼소리가 뛰쳐나오고 그것에 미혹되여 많은 사람들이 웃어준다는것은 전국에 둘도 없는 반혁명사건입니다. 노래한다는 명의를 빌어 쌍소리로 9차당대회를 빗대고 욕하고 모주석저작학습에 대항하고 인민해방군을 모독하는것은 계급투쟁의 새로운 동향이라 하지 않을수 없습니다. 래일부터 이 자리에서 저녁마다 비판회를 열고 새로운 시기 현행반혁명분자를 성토하며 그 여독을 깨끗이 숙청하여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오늘 저녁에 계급각오를 상실하고 멋대가리없이 웃은 사람들도 무산계급 립장의 높이에 서서 자기를 검토하고 반성하여야 하겠습니다. 특히 당성을 잃고 비당원들과 함께 웃어준 빈하중농당원들은 심각한 검토서를 써서 바치돠 령혼심처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하겠습니다. 오늘저녁 이곳에서 발생된 반혁명사건을 공사와 현에 회보하여 상급의 지시를 기다리도록 하겠습니다. 모두들 돌아가 잘 생각해 보십시요. 오늘은 이만 하겠습니다. 해산.>
말을 마친 한조장은 공작대원들과 만철이네와 함께 사원들 속을 헤집으며 맨먼저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공작대가 나간후에도 사원들은 얼이 빠진듯 한참이나 그 자리에 멍하니 앉아있었다. 문백이는 허리부러진 노루마냥 머리를 사타구니에 틀어박고 뒤더수기 머리카락을 움켜잡고 있었다. 분촌을 가리지 못하는 팔부한테 그 노래를 배워준것을 후회해서인지 아니면 사나이답게 뛰쳐나가 자기의 책임을 감당하지 못한 자책감에서인지 그는 못박힌듯 그자리에 주저앉아 있었다. 나도 성철형에게 그 노래를 귀뜸해준것을 몹시 후회하였다. 문백이가 성철형에게 배워줬다는 새 노래가 이따위 내용일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그래서 그때 나를 듣지도 못하게 쫓아버렸구나. 괘씸한 문백이, 어디서나 사달만 치는구나. 그렇지만 문백이가 성철형에게 그 노래를 배워줬다고 고자질할 용기는 없었다. 고자질했대야 성철형의 죄가 줄어들지 못할뿐더러 죄인만 하나 더 늘어날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면 성철형이 부른 노래와 같이 <비판받는 두 동무>꼴이 될것이 아닌가.
몽둥이 행패질에 어깨쭉지 부러진 닭들마냥 사원들은 공작대의 뒤를 따라 꼴기없이 회의실을 나섰다. 오장륙부 뒤탈리도록 정신없이 웃었다가 또 준비없이 정수리에 갑자기 된매를 맞고보니 뭐가뭔지 조상들 묘지속에 들어가 꿈을 꾸고나온듯 모든것이 아리숭해만 하는것 같았다. 나는 고모, 아버지와 함께 마지막까지 남아 온돌에 퍼더버리고 앉아 서럽게 우는 성철형을 구슬리며 집까지 데려다 주었다.
나는 집으로 돌아오면서 속으로 성철형을 욕하고 나무랐다. 팔부는 어쩔수 없는가봐, 배운 노래가 그따위 내용이면 그 장소에서 부를게 뭐람? 하지만 형은 정치고 김치고 가리지 못하는 반편인데 모르고 헛소리를 해도 반혁명이 되는건가? 공작대에서 너무 하는게 아닌가? 아마 사원들도 모두가 성철형을 욕하며 많은것을 생각할것이였다. 그 자식 그 엉뚱한 노래는 어디에서 배웠을가고. 아버지한테서 배웠다는건 허튼소릴테고. 그런데 그 자식 왜 그런 허튼소리를 하지? 정말 계급의 적이 뒤에서 조정하는걸가? 이 마을에 계급의 적이란게 부농 두집뿐인데 그들은 이젠 너무 투쟁맞아 삶은 시래기꼴이 아닌가. 공작대에서는 기어코 그 뒤를 파내려 할것이니 이거 뒤숭숭해서 어떻게 살겠나?  하여튼 코에 걸면 코걸이요 귀에 걸면 귀걸이 되는 세월에 엉뚱한 불똥이 자기한테 튀지 않게 조심하는게 상수라고 생각하고 있을것이였다.
그날밤 립신마을의 당원이고 비당원이고 이날 벌어진 일을 두고 많은 사람들이 이리뒤척 저리뒤척 헌 요에 기름떡을 구으며 한잠도 바로 자지 못했을것이다.  재수없을라니 이게 모두 잘 씹혀지지도 않는 늙은 암퇘지고기를 먹은탓이라고 나무람할지도 몰랐다. 그러다도 성철형이 부르던 노래를 되새기면 또다시 웃음세포가 살아나 웃음이 터져나오는것을 어쩔수 없었다. 아마 이렇게 사람을 웃기려고 문백이가 잔치집에 가서만 부르라고 신신당부한게 아니겠는가.(계속)

장백산 2009년 6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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