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룡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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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편]팔부형이 이사가다(7)
2010년 08월 23일 12시 28분  조회:1298  추천:40  작성자: 허룡석

중편소설

              팔부형이 이사가다


                                                            허룡석

                               7



후에 들을라니 현행반혁명딱지를 쓰고 이사간 성철형은 새로운 고장에서 로동개조로  마을의 인분수레를 몰았단다. 현행반혁명분자이다보니 누가 그와 말을 걸어오는 사람도 없었고 영호네들처럼 그와 <맛있는 일>을 이야기해 달라는 사람도 없었다. 사람들은 그가 노래를 곧잘 부른다는것조차 알지 못하였다. 그저 말없이 수걱수걱 인분수레만 몰던 성철형이 하루는 불붙는 생산대 건조실에 뛰여 들었다가 건조실이 무너져내리는 바람에 그대로 불에 타 죽었다고 한다. 어떤 사람은 그가  불끄러 들어갔다 죽었다하고 어떤 사람은 개처럼 몰리며 사는것이 귀찮아 자살하려고 뛰여들었다 하기도 했단다. 하지만 당사자가 이미 죽었는지라 주검을 붙잡고 불에 뛰여든 리유를 쪼질수도 없는 일이였다. 다만 살아있을 때 당과 수령을 모욕하고 해방군을 모독한 현행반혁명분자였다는 정치적분석으로 자살로 결론이 되였다고 했다.
 
새고장에 이사와 낯선 사람들의 눈총을 받으며 머리를 수그리고 수걱수걱 일만 하던 불쌍한 아들이 갑자기 불에 타죽자 고모는 그만 실신하여 온 동네를 돌아다니며 아들이름을 불러댔단다. 고모는 웬일인지 낮과 밤이 따로없이 성철형이 남기고 간 초롱을 들고다니며 길가에서도 아들 나또래되는 젊은이만 보면 성철이라고 부둥켜안고 놓아주지 않아 마을젊은이들은 행색이 말이 아닌 고모가 보이면 멀리찍이 피해다녔단다. 그러한 소문을 듣고 아버지가 고모를 우리 집에 모셔오려 그 마을로 찾아갔으나 현행반혁명가족을 다시 변방지구로 돌려보낼수 없다며 그 마을 공작대에서 동의하지 않아 헛물만 켜고 돌아왔다. 고모는 너무 들고다녀 종이가 너덜너덜 떨어진 초롱을 들고 그렇게 떠돌며 헤매다 어느 날인가 큰길가에서 목재를 가득 실은 자동차에 치워 저세상사람이 되였다 한다. 그 소식도 썩 후에야 듣게 되여 우리는 고모의 후사에도 참여하지 못하였다. 불쌍한 고모도 초롱을 든채 그렇게 아들만나러 저승으로 가고 말았다.

성철형도 죽고 고모도 죽자 임신한지 몇달되는 형수는 의지가지 없이 외홀로 지내다 언제부터인지 가근방에 이름있는 <오십전짜리>가 되여버렸단다. 그 정치돌출세월에도 형수의 반주그레한 얼굴과 하얀 살결에 반한 음특한 남정들이 늙은이고 젊은이고 한족이고 조선족이고간에 성에 굶주린 인간들이면 오십전을 찔러주고 아무곳에서나 <맛있는 일>을 벌리군 했단다. 임자없이 음달에 외로이 서있던 가냘픈 들꽃이 무자비한 우박들에 무참히 짓이겨졌다. 마을에서는 반혁명가정의 화냥년이 이사와서 마을기풍을 흐리운다고 그 마을에서 쫓아냈다고 하는데 그후에는 누구도 형수의 행처를 알지 못한단다. 친정집에서 데려갔다는 사람도 있고 이곳저곳 떠돌다 죽었다는 사람도 있었다.

성철형네 <현행반혁명가정>이 타고장에 이사가 하나 둘 죽어갈 때에 계급각성이 높고 투쟁성이 강한 한조장은 현에 소환되여 조직부 부부장으로 승진하였고 당과 조직의 지시라면 무조건 관철집행하며 자산계급인성론에 얽매이지 않는 반란파 마만철이는 립신대대의 새로운 당지부서기가 되였다.

세월은 세월대로 흘러가고 혁명은 혁명대로 계속되였다. 하지만 산이 울면 들이 웃고 들이 울면 산이 웃는다더니 드디여 나라를 말아먹던 문화대혁명이 끝났다. 웃던 사람들이 울고 울던 사람들이 웃게 되였다. 계급투쟁학설로 사람잡이만 하던 혁명이라는 낫말이 퇴색하는 시대가 도래하였다. 나는 첫 대학입시에 합격이 되여 북경명문대학에서 공부하게 되였다. 졸업후에는 북경에서 여러 기관을 전전하며 공직자로 근무해왔다. 성철형과 고모 그리고 형수가 억울하게 죽은지 수십년이 지났다. 하지만 오늘까지도 나는 거짓이라고는 모르는 팔부 성철형이 공작대가 그렇게 족쳐댈 때에도 왜 그 노래를 죽은 아버지한테서 배웠다고 버텼는지 의문이 풀리지 않고있다.

장백산 2009년 6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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