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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오는 지도
윤동주
순이가 떠난다는 아침에 말못할 마음으로 함박눈이 내려 슬픈것처럼 창밖에 아득히 깔린 지도우에 덮인다.
방안을 돌아다보아야 아무도 없다. 벽과 천정이 하얗다. 방안에까지 눈이 내리는것일가, 정말 너는 잃어버린 력사처럼 홀홀히 가는것이냐. 떠나기전에 일러둘 말이 있던것을 편지를 써서도 네가 가는 곳을 몰라 어느 거리, 어느 마을, 어느 지붕밑, 너는 내 마음속에만 남아있는것이냐. 네 조그만 발자국을 눈이 자꾸 내려덮여 따라 갈수도 없다. 눈이 녹으면 남은 발자국자리마다 꽃이 피리니 꽃사이로 발자국을 찾아나서면 일년 열두달 하냥 내 마음에는 눈이 내리리라.
1941. 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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