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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윤동주
살구나무 그늘로 얼굴을 가리고 병원 뒤뜰에 누워 젊은 녀자가 흰옷아래로 하얀 다리를 드러내놓고 일광욕을 한다. 한나절이 기울도록 가슴을 앓는다는 이 녀자를 찾아오는 이, 나비 한마리도 없다. 슬프지도 않은 살구나무가지에는 바람도 없다.
나도 모를 아픔을 오래 참다 처음으로 이곳에 찾아왔다. 그러나 나의 늙은 의사는 젊은이의 병을 모른다. 그 한테는 병이 없다고 한다. 이 지나친 시련, 지나친 피로, 나는 성내서는 안된다.
녀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깃을 여미고 화단에서 금잔화 한포기를 따 가슴에 꽂고 병실안으로 사라진다. 나는 그 녀자의 건강이, 아니 내 건강도 속히 회복되기를 바라며 그가 누웠던 자리에 누워본다.
194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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