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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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부는 날엔 산에 가지 말아라
2020년 03월 04일 09시 44분  조회:616  추천:0  작성자: 하얀 진주
 언제부터인지 산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여가시간만 되면 산행팀을 따라 여기저기 산을 누비고 다녔다. 처음에는 야트막한 산도 숨이 턱에 차서 헐떡거리며 올랐는데  차츰 다리에 힘이 붙었는지 꽤 높다하는 산도 거뜬히 오를 수 있었다.
산은 갈 때마다 천만가지의 얼굴을 가진 녀인처럼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봄에는 거무죽죽한 나무가지들에서 싱그러운 새움들이 발돋움을 하였고  울창한 숲 속에서 매미들이 넋 놓고 울어대는 여름에는 시원한 계곡물에 발을 담그었다. 가을에는 울긋불긋 수줍게 물이 든 단풍이 나무 잎을 불태우며 우리를 맞이했고 눈바람 흩날리는 겨울에는 우뚝 솟은 새하얀 동화세계를 두눈을  휑하니 뜬 채로 꿈꾸게 하였다.

산을 누비면서 장엄하고 푸근한 산 구경은 물론 울적해진 심경도 치유하고 힘들게 정상에 오른 후에는 아무리 어려운 일도 해낼 수 있겠다는 자부심도 생겨났다. 구슬땀을 흘린 후에 다정하게 모여앉아 웃음꽃을 피우며 참을 먹을 때는 이보다 더 행복한 일이 어디 있으랴는 흥분이 가슴을 맴돌았다.

하지만 마음에 걸리적거리는 것 또한 하나 있으니 바로 산의 구석구석에 널부러진 쓰레기들이다.
산에 오를 때는 체력 보충을 위해 일정한 음식을 싸서 가는 경우가 많다. 소시지, 과자, 사탕, 음료수 등이다. 천근만근 누르는 몸을 움직여 산을 오르다 보면 체력이 금방 바닥이 나기도 하고 땀을 동이 처럼 쏟으니 갈증이 나는 것도 너무 당연하다. 그리하여 먹을 거리들을 가방 두둑히 싸서 가는데 산 꼭대기까지 올라가다나면 이것저것 간식거리들을 가방에서 위장으로 이사를 간다. 그러다나면 자연히 플라스틱 포장지들이 쓰레기로 나온다. 거기다가 점심상으로 푸짐히 차려놓고 먹고 나면 더 많은 쓰레기들이 줄쳐서 나온다. 

우리 팀원들은 자체 쓰레기 봉투를 준비해서 하산할 때까지 귀찮아도 들고 다닌다. 그리고는 적절한 장소에서 쓰레기를 처분한다.
우리 팀원들 처럼 자체 쓰레기를 깨끗이 관리해주는 팀들도 무수히 많겠지만 구석구석에 흉물스럽게 버려진 쓰레기들이 너무 많다 보니 산에 다니는 사람들에 대한 얄미운 생각도 슬그머니 들 때가 많다. 눈여겨 보니 장기적으로 산행을 하는 사람들은 복장이나 장비도 잘 갖추었고 등산매너가 다소 훈련되여 있다. 어쩌다 산을 찾았다거나 상습적으로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리는 사람이라면 등산매너부터  공부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등산의 진정한 의미는 목적지에 서둘러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려정의 매 순간을 즐기고 감동하고 느끼는데 있는데 쓰레기를 마음대로 버리는 것을 볼 때면 전혀 그런 것 같지 않아 어느 분인지 안타깝게 공연히 힘만 빼고 갔구려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청소부가 아무리 부지런한 들 어찌 높은 산까지 와서 구석구석을 청소해주랴. 산길 또한 갈래갈래가 많기로 어찌 그 많은 곳을 샅샅히 살필 수가 있으랴. 가끔씩 산 구간마다 쓰레기통을 고풍스런 나무 모양으로 세워놓긴 했는데 쓰레기를 잘못 버렸는지 아니면 잘 버려진 쓰레기가 바람의 힘을 빌어 밖으로 기여나왔는지 그 주위가 스산하고 지저분하다. 푸른 숲에 흰 플라스틱봉지들이 게발려 유난히 사람들의 눈살을 찌프리게 한다.

산에 쓰레기는 무겁지가 않다. 거의다 음식포장용 플라스틱이다. 그래서 날아다니는 쓰레기도 많다. 어느 나무가지에 볼썽 사납게 걸리면 그는 바람 불 때 마다 펄럭이며 쓰레기 버린 자를 성토하고 있다. 침 튕기며 어느 높은 산에를 다녀왔다고 자랑 할 때 만약 쓰레기를 그 산에 버리고 왔다면 바람 부는 날은 피해야 할 것이다. 그 시간에 높은 산에서는 쓰레기봉투가 나무가지에 걸려 거세게 펄럭거리며  량심의 성토를 하고 있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헌데 한국의 내장산을 다녀오고는 저으기 놀랐다. 그 산에는 쓰레기 한 톨도 보이지 않았다. 산의 있는 모습 그대로의 숲과 청결한 오솔길만이 발밑에 펼쳐졌다. 풀냄새가 그윽한 맛 좋은 공기와 눈이 시원하도록 펼쳐지는 록색의 동산이였다. 그것도 산 밑에만 쓰레기통이 띄염띄염 보일 뿐 산길에는 쓰레기통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등산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쓰레기봉투를 가방 뒤 고리에 달고 다녔다. 옆구리가 터진 듯한 쓰레기통 주위 지저분한 모습은 눈 씻고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가 없었다.

황산에 갔을 때의 일이다. 황산은 중국의 5A급 풍경구로서 산경치도 천하제일이라는 명산에 걸맞게 장엄하고 준수했다. 굽이 굽이 산봉우리 사이를 감돌면서 겹겹이 펼쳐지는 구름바다에 황홀한 마음을 쏙 빼앗기기도 했고 하늘을 찌르는 듯한 련화봉과 함께 두손을 들고 감탄을 쏟아내기도 했다. 등산길 내내 여느 산과는 달리 아주 깨끗했다. 청소부들이 자주 눈에 띄였고 아기자기하게 돌로 조각한 쓰레기통도 품위있게 여기저기 점잖히 앉아 등산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인상이 제일 깊은 것은 해발 1864메터인 황산에서 제일 높은 련화봉에까지도 깜찍한 쓰레기통을 돌로 조각해놓았다. 어느 황제 같은 손님이 황산 톱에서 쓰레기를 버리고 왔을지 그리고 힘겹게 청소하려 올라오는 청소부아저씨는 또 얼마나 오랜 시간을 올라야 거기까지 올 수 있는지 참으로 아이러니 했다.

무거운 짐도 아니고 산에 올라오는 사람은 자신의 쓰레기만 잘 관리하면 되는데 재력과 인력을 투입해 거대한 사업을 벌이는 것이 리해가 되지 않았다. 모기를 잡으려 기관총을 뽑아들었다면 비유가 걸맞을가 싶었다.

개혁개방의 힘을 입어 힘차게 경제를 발전시킨 대가로 지금 중국은 환경오염의 크나큰 열병을 앓고 있다. 하천은 물론 농경지까지 오염되였고 가축은 물론 사람도 그 피해를 입고 있는 중이다. 등산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먹고 살기 바쁜 시절에는 등산이 사치였지만 지금은 차츰 문화와 스포츠로 눈길을 많이 돌리기에 등산인구가 기하학적으로 늘어났다. 산마다 일요일이면 사람들로 넘쳐난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산으로 쓸어가고 있을 때 등산 매너 또한 시급히 보급해야 한다.

민간단체에서 띄염띄염 쓰레기수거라는 테마를 내걸고 등산을 조직하는 것을 보았다. 산마다 쓰레기통을 늘리고 청소부를 투입한다 해도 문제 해결에는 가뭄에 물 한잔일 뿐이다.
한국의 내장산은 쓰레기통이 하나도 없었지만 깨끗하기로 푸른 숲만 훼이훼이 펼쳐졌다. 사람들마다 자기의 소량의 쓰레기를 잘 관리해준다면 우리의 산은 아름다운 본연의 모습으로 다가올 것이다. 펄럭대는 량심의 성토도 줄어들 것이고 쓰레기통 주위의 지저분한 양상도 개선될 것이다.

다 큰 아이에게 따라다니면서 밥을 먹여주는 것보다 혼자 먹게 하는 것이 더 바람직 하 듯 등산객들도 누군가의 뒤치닥거리보다는 자률적으로 쓰레기를 관리함으로써 진정한 등산인으로 거듭난다.

그래야 바람 부는 날에도 산에 갔다 왔노라고 마음껏 자랑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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