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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과 사정에 대한 단상
윤운걸 본사 연변특파원
"동족으로서의 인정은 통하지만
국가 대 국가의 사정도 이해해야"
인정이란 "사람이 지니고 있는 온갖 감정"이고 사정이란 여러 가지 명사로 해석되지만 필자는 사정이란 단어를 "일의 형편"이란 것으로 해석하면서 이 글을 전개하려고 한다.
조선반도의 동포들은 물론 중국조선족도 백의민족으로서, 온갖 감정을 갖고 있는 민족으로 남을 즐겨 돕는 민족으로 정평이 나 있다. 중국조선족은 망국의 설움을 지니고 이 땅에 와서 각종 어려움을 이겨내며 열심히 살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맑디 맑은 인정세태가 뒷받침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민족내부는 물론 타민족이 아픔이 생겼을 때에도 가장 먼저 앞장서는 것이 바로 조선족이었다.
멀리 얘기하지 말고 필자가 연변에서 장기간 취재했을 때 매년 중국인민해방군 8.1건군절이면 각 가두의 조선족 아줌마들이 손수 부대를 찾아가 배추김치를 담아 준다든가, 위문품을 손수 가져다준다든가 하는 것은 그 어느 민족에게서도 볼 수 없는 일이라 하겠다.
그런데 오늘날 조선족에게 있어서 이런 인정을 사정에까지 몰고가는 행실이 있어 안타깝다.
오늘날 중국조선족의 대이동에서 한국이라는 고국에로의 이동이 가장 많고 그에 따르는 부도 많이 쌓았다. 그것은 바로 중국조선족 조상의 고향이 바로 한국(조선)이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물론 오늘날 글로벌 시대에서 무한한 욕구는 금물이다. 무한한 욕구가 생기면 남의 이익을 해치게 되는 것이고 남의 이익을 해치면 궁극적으로 자기를 망치게 된다. 그럼 어떻게 하면 무한 욕구를 유한으로 절제하겠는가? 한마디로 '고마운 마음'가짐이라고 본다.
한국으로 놓고 볼 때 같은 민족으로서 인정은 통하지만 국가 대 국가, 국가 대 민족에 있어서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재외동포, 특히는 재중동포들에게 있어서 정책이 많이 변하고 있는데 이것도 한국정부가 자체의 사정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니 이해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우리는 반드시 한국도 정책제정에서 기본 룰이 뒷받침된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중국에는 주류민족인 한족을 제외하고 55개 소수민족이 있는데 국가적으로 볼 때 이런 소수민족을 배려하는 것은 인정에서도 있겠지만 더욱이는 사정에서 오는 배려로 봐야 마땅할 것이다. 왜냐하면 중국의 960만평방킬로미터에서 40여%나 되는 땅을 8%로도 안되는 55개 소수민족이 차지하고 있으니 이런 사정에 의해 민족정책을 펴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민족분쟁이 생길 것은 불 보듯 하지 않겠는가?
필자가 1989년도 즉 중한수교가 이루어지기 전 3년 전에 홍콩을 경유해 한국에 갔을 때 제주도에서 한 할머니가 운영하는 민박집에 여장을 풀었다. 중국에서 왔다는 얘기를 듣고 그렇게도 반기면서 좋은 음식은 골라서 나한테 차려주고 심지어는 제주 앞바다를 직접 안내하면서 사진도 찍어주고 생선회도 사주어 너무나도 고마웠다. 당시 나는 같은 동포이고 또 중국에서 왔다고 하니 이렇게 친절하게 대해주는구나 하고 동족으로서의 감동을 금치 못했다.
2박3일의 일정을 마치고 돌아올 무렵, 할머니는 손수 시장에 가서 해물을 사다가 해물 전골을 끓여놓고 나를 대접했다. 오가는 이야기 중 그 할머니는 자기의 남편이 '6.25'전쟁에서 '중공군(중국인민지원군)'에 목숨을 잃었다고 했다. 가슴이 섬뜩했다. 그도 수많은 조선족들이 이 전쟁에 가담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는 그것은 중국조선족들의 문제가 아니니 우린 중국동포들을 다른 눈길로 봐서는 절대 안 된다고 했다. 할머니의 얘기로는 중국에서 사는 조선족이 중국의 그 당시 사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전쟁에 참여했으니 반드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얼마나 인정과 사정에 대해서 유식하게 설명하는지 참으로 송구스럽기만 했다. 이것이 바로 사람이 살아나가는 인정세태가 아니겠는가?
굳이 한마디 첨부하고 싶은 것은 중국정부는 대한국정책에 있어서 중국정부의 사정이 있고 한국은 대중국정책에 있어서 한국정부의 사정이 있기에 중국조선족은 이런 각자의 사정에서 중한관계의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을 해야 함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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