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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향연, 류행음악의 유망주
2023년 08월 25일 15시 58분  조회:701  추천:0  작성자: 예술세계
청춘의 향연, 류행음악의 유망주
—연변대학 예술학원 음악표현학과 김성박사

□ 신철국
 
 
음악회를 마치고

지난 6월 16일 저녁, 연변대학 예술학원 정률성예술극장에서 신선한 음악회가 펼쳐졌다.
중국조선족류행음악의 유망주로 주목받고 있는 연변대학 예술학원의 김성박사가 모교에 돌아와 가진 첫 음악회무대였다. 객석을 메운 관객들의 열기에 부응해 울려퍼진 쟈즈음악을 선두로 청중들의 호감을 자극하는 멜로디 10여곡이 련달아 심금을 울렸다. 여러 나라 언어로 된 부동한 풍격의 노래가 끝날 때마다 관객들은 뜨거운 환호로 화답했고 황홀한 류행음악의 세계로 초대해 기억 저편에 있는 청춘의 기록들을 소환해준 멋진 미남 보컬에게 아낌없는 갈채를 보냈다. 거기에 전국 각지에서 온 음악인들과 함께 펼친 합동공연까지 더해져 공연장의 열기는 그야말로 빅뱅 직전이였다.
호소력 짙은 무대 주인공의 미묘한 음성은 어느새 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부지불식간에 ‘김성’이란 이름이 화인(火印)처럼 뇌리에 각인됐다. 그리고 바로 그 공연이 끝나서 며칠 뒤 운 좋게도 단독인터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무대가 아닌 지척에서 마주한 김성박사는 어린 소년처럼 수줍은 인상에 시종 조용한 음성과 잔잔한 미소로 일관했다.
변호사 아버지와 교육자 어머니를 둔 김성박사는 부모님의 권유로 열살 때부터 피아노레슨을 받았는데 일찍 피아니스트 지망생들의 필수곡으로 알려진 쇼뺑의 련습곡들을 소화하는 단계에 들어섰다고 한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 무렵 그의 꿈은 예술가가 아닌 축구선수, 그래서 소학교를 졸업하고 진학한 학교가 연길시체육학교(축구전업)였다. 그러다 그의 꿈이 음악으로 방향을 튼 건 고중에 진학하면서부터였다. 예술인은 아니지만 음악에 뛰여난 소질을 갖고 있는 그의 어머니가 자식의 천부를 발견하고 연변예술학교 작곡전공에 추천했다. 약 1년간 다니다가 북경으로 향발하여 중국음악학원 작곡학부 주임을 력임했던 국내 저명한 작곡가 시만춘(施万春) 교수의 문하생으로 들어가 학문을 닦았다. 그리고 2년 뒤 다시 연변대학 예술학원 작곡전공에 진학했는데 이 때 운명적으로 그의 인생목표를 완전히 음악으로 정조준하게 되는 일생일대의 사건과 조우했다.

중국음악학원 시만춘 교수한테서 작곡수업을 받고 있는 김성

“아마 9월 중순 쯤이였을 겁니다. 학교에서 신입생맞이 축하문예야회를 가졌는데 그 때 학교 축구동아리에 있던 멤버들과 같이 무대에 올라간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어떤 곡이였던지 기억이 희미하지만 그 날 오른 무대는 그한테 큰 울림과 감동을 선사했다. 축구만 하는 줄 알았는데 노래도 잘 부른다는 교우와 선생님들의 과분한 평가와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아안으며 난생처음 ‘노래하는 사람’으로서의 희열을 느꼈다. 그 때 환장할 만큼 눈부신 무언가가 뇌리를 휘저으며 바로 이것이 너의 꿈이자 목표라고 귀가에 소곤거렸다. 이름할 수 없는 청춘의 격동은 곧 행동으로 옮겨졌고 2010년 4월, 노래와 춤에 장기가 있는 한호, 오성복, 안문천, 김군 등이 그의 주위에 뭉쳤다. ‘완벽한 음성(voice is perfect)’이란 뜻의 영어문구에서 첫 글자들을 뽑아내 ‘VIP’란 감성그룹을 내오고 하루 8~10시간씩 자체로 련습하면서 밤무대로 진출해 연변의 대표적인 류행음악그룹으로서의 내공을 쌓는 데 열과 성을 다했다. 능력은 가능성이요, 실력은 현실성, 준비된 자한테는 기회가 온다는 말이 있다. 그룹 ‘VIP’는 2010년 7월, 제1회 두만강변가요제에서 일거에 대상을 거머쥔 데 이어 이듬해 6월에는 단독콘서트를 개최하여 관객 2천여명을 불러모으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제2회 두만강변가요제에는 초청게스트로 참여하며 식지 않은 인기를 증명했고 연변TV, 연변위성TV의 〈청춘스타트〉, 〈두만강〉, 〈문화광장〉, 〈파워뮤직〉, 〈뮤직비타민〉 등 프로들에 륙속 얼굴을 알리며 대중문화를 소비하는 현지의 청춘들한테 젊음을 대표하는 그룹으로서의 최고 적임자임을 선언했다.

VIP콘서트의 포스터(2011년 6월 11일 촬영)

이 와중에 김성은 연변 최초로 화려한 대형 무대가 아닌 길거리공연에도 나서며 음악에 대한 순수한 사랑을 불태웠다. 또한 그 무렵 연변의 유명한 알앤비(R&B)가수로 활약하고 있던 량국철과 함께 처음 듀엣무대에 오르며 그로부터 화음 처리와 선률, 볼륨 처리를 익히기도 했다.
허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룹 ‘VIP’는 실력이 아닌 모종의 원인으로 일보 지척이였던 한국 K팝계 진출에 좌절을 겪었고 리더였던 김성은 그 때 불쑥 그동안 열심히 해왔던 류행음악에 대해 회의를 가지게 된다. 자신들의 한계에서 오는 회의였다. 보컬과 댄스 실력을 한 차원 업그레이드해보려고 해도 국내에선 배울 곳이 없었고 선생도 없었다. 공백이였다. 당시 국내의 많은 음악그룹들이 직면한 문제이기도 했다.

제1기 두만강변가요제에서 VIP그룹이 1등상을 수여 받는 장면

“고민하던 끝에 일단 저부터 나서기로 했습니다.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일이였거든요.”
2012년, 연변대학 예술학원 작곡전공에서 방권일 지도교수의 지도하에 학원 최초로 가진 졸업연주회에 관악자작곡 〈금(禁)〉을 발표해 작곡가로서의 실력도 인정 받은 김성은 류행음악을 확실하게 배워 국내 젊은이들한테 전수할 욕심으로 이듬해 단연히 류학길을 선택했다. 한국 백석대학교 음악대학원 실용음악보컬전공 석사연구생 공부였다. 자기가 그처럼 꿈꾸던 실용음악보컬전공에 학적을 올린 김성은 하늘의 별이라도 딴 기분이였다고 한다. 헌데 웬걸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생각이나 감정의 표현을 떠나 일반 대중을 즐겁게 하기 위해 만들어진 실용음악은 7화음을 보유한 전통음악에 비해 13화음까지 거느린 쟈즈음악이 기초로서 국내에선 일명 ‘대중음악’ 또는 ‘통속음악’으로도 불린다. 그런데 정작 실용음악학과의 내부에 들어서보니 전혀 딴판이였다. 문맹이 따로 없었다. 외래어로 도배된 실용음악 명사와 일반 대화에도 꼬리 물고 다니는 생경한 외래어 교학환경이 첫밗에 발목을 잡았던 것이다. 보컬과 수업은 일 대 일이라 몸으로 때우면 되는데 공동과 수업은 강좌가 위주이기에 교수님의 강의에 귀를 강구어야만 했다. 하지만 아무리 귀를 강구어도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미칠 것만 같았다고 한다.
“제가 ‘문맹’이란 단어를 그렇게 페부로 절감하기는 아마 그 때가 처음이였을 겁니다. 꼭 벙어리나 다름없었으니까요…”
송폼(歌曲形式), 인트로(前奏), 인털루드(间奏), 브릿지(桥梁音乐或桥段), 프리코러스(合唱前), 벌스(歌曲的段落), 아웃트로(结尾部分)… 공동과 수업 때면 홍수처럼 쏟아지는 외래어로 된 전공용어 앞에 김성은 우울증에 걸렸고 그대로 나가다간 학업을 포기해야만 했다. 이러한 그를 사지에서 구해낸 건 그의 인내와 오기였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그동안 무대에서 겪어왔던 다양한 경험들이 인내와 오기로 되살아났다. 모르는 외래어로 된 전공용어들을 전부 기록해 숙소에 돌아와 번역기로 돌려 부분적 내용을 소화했고 두툼한 외래어사전을 밤샘으로 뒤져가며 교수님과 학우들의 말을 알아듣기에 고심했다. 그렇게 1년이 지나니 기적같이 귀가 열렸다. 마치 득음(得音)의 경지에 들어선 것만 같았다. 신생(新生)이 따로 없었다! 주변의 모든 것이 활기로 차넘쳤고 갈수록 학업에 재미가 붙었다. 밴드에도 합류하고 음악제작에도 참여하며 성공적으로 석사연구생공부를 마친 뒤에는 바로 한국 상명대학교 일반대학원 공연예술경영학과 박사연구생 공부에 뛰여들었다. 중년의 아저씨들과 함께 박사공부를 하면서 회식이나 모임 때면 구석을 차지하던 ‘꼬맹이’가 2020년 8월, 학위론문 《한국아이돌의 이미지가 중국청소년의 아이돌 관련 상품 구매의도에 미치는 영향》을 발표하면서 ‘상명대학교 일반대학원 공연예술경영학과 최초 외국인박사 졸업생’이라는 영광의 타이틀을 얻게 되였다.
예리한 시각과 넓은 안목으로 시시각각 국내 류행음악교육상황과 취업시장을 진단하며 학과의 전공건설에 은근히 왼심을 쏟고 있던 연변대학 예술학원 지도부에서는 그동안 김성의 성장을 지켜보며 그가 이룩한 학문의 성과에 주목하고 있었다. 최근 국가 1급 본과 학과 건설에서 연변대학의 6개 학과가 전국 A급 학과로 선정됐는데 그중 예술학원의 총 5개 학과중 3개 학과가 국가 일류 본과 학과에 선발돼 이름을 드날리고 있었다.
2020년 10월, 다년간 해외에서 류행음악의 리론과 실기를 체계적으로 배워온 김성박사는 모교에 돌아와 류행음악보컬 강사로 되여 류행음악분야의 후대양성에 정력을 쏟았다.
2021년 8월, 류행음악교연실(현재 현대음악교연실)이 설립되였고 류행음악보컬 본과생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이는 그가 그동안 갈고 닦아온 실력을 아낌없이 펼칠 수 있는 활무대로 되였다.
현재까지 류행음악교연실 강사로는 김성박사가 유일하다. 일주일에 약 24시간, 평균 14명의 학생들을 상대로 일 대 일 수업을 하고 나면 목에 쥐가 날 지경이라고 한다. 하지만 한때 자기가 배우지 못했던 아쉬움을 남한테 배워주는 것으로 치유한다는 것이 그처럼 즐거울 수가 없단다. 따라서 학생들한테 더 많은 가르침의 시간을 할애하다보니 모교에서의 학창시절 전공이였던 작곡은 잠시 소외할 수밖에 없다는 김성박사, 언젠가는 좋은 곡을 써서 학생들과 함께 무대에 오르고 싶단다.
“연변은 가무의 고향입니다. 그러니 물론 류행음악도 빠질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더 많은 학생들을 가르쳐 전국에 이름난 류행음악가수, 류행음악교육자로 양성시키는 게 저의 목표이기도 합니다.”
발라드, 팝송, 쟈즈 등 자기가 좋아하는 곡이 따로 있듯이 시대마다 전국을 들썽케 하는 류행곡(류행가)도 따로 있다며 총 24가지 색갈로 류행음악을 색칠해보고 싶다는 김성박사, 시들지 않는 청춘의 향연 속에 오늘날 우리들 류행음악교육의 전초선을 다져나가는 유망주—김성박사의 꿈은 마냥 눈부시기만 하다.
 

사진 제공 | 김성, 예카이엔터테인먼트
《예술세계》 2023년 제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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