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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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아이답게
2012년 11월 28일 10시 18분  조회:7625  추천:3  작성자: 우상렬

1980년대 초 처음 연변에 왔을 때 이곳 아이들이 엄마를 ‘“어머니’하거나 어른들에게 깎듯이 존대말을 쓰는것을 보고 매우 기특하게 생각했다. 우리 "안쪽"에서는 그냥 "엄마"라고 부르거나 어른들에게도 제멋대로 말하는 아이들이 많았다. 거기에 비하면 연변애들은 정말 성숙되고  "안쪽"애들은 정말 미개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한번은 한 후배의 집에 놀러갔다가 5살 나는 후배의 아이가 당시송사를 얼음에 박 밀듯 줄줄 외우는것을 보고 놀라움을 금할수 없었다. 중국 고대문학사를 가르치는 교수들도 뺨칠 정도였다. 그리고 A, B, C, D... I love you! 하며 영어도 곧잘 했다. 그래서 우리는 박수갈채를 보냈다. 그러자 그 애의 부모들은 희색이 만면하여 으쓱해했다. 그런데 어쩐지 그 아이의 몸에서는 슬픈 비극적 색채를 엿볼수 있었다. 

우리 부모들에게는 아이들을 키우고 교육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우리는 아이들이 커 가는것, 어른이 되여가는것을 보면서 즐거움을 느낀다. 그런데 이른바 조기교육으로 아이들을 조숙시키는데는 분명 문제점이 있다. 그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또 하나의 발묘조장(拔苗助長)이기때문이다. 

인생에는 분명 유아기, 아동기, 청소년기, 중년기, 로년기 등 여러 단계가 있다. 인생은 한 단계, 한 단계 올라갔다가 다시 한 단계, 한 단계 내려오는것이다. 인생은 단계마다 나름대로 할 일이 있고 재미가 있다. 그때그때 주어진 인생의 즐거움을 만끽하면서 커가는것이 가장 바람직한 인생인줄로 안다. 례컨대 유아기에는 아무 곳에서나 마음대로 배설할수 있는 자유를 만끽할 수 있다. 그리고 좀더 큰 아동기에는 천진란만함과 순진함을 마음껏 발산할수 있다. 그것에 치기(稚气)와 어리무던함이 어려도 좋다. 맑스가 일찍 고대 그리스 신화의 매력을 이야기하면서 그것이 우리에게 영원한 즐거움을 주는것은 바로 인류 유년기의 천진란만함과 순진함을 가장 잘 나타냈기때문이라고 한것도 같은 맥락에서 리해할수 있다. 

런데 우리의 조기교육은 아이들에게서 바로 이런 천진란만함과 순진함을 빼앗아 가고있다. 어른스러운 아이들을 만들고있다. 어떤 의미에서는 나이 들기전에 먼저 늙는(未老先衰) 조로현상을 부르게 된다. 우리의 사회는 영재교육이라는 미명하에 이른바 천성적으로 조숙한 또리또리한 애들을 대상으로 앞서 나가는 교육을 진행하고있다. 물론 수준에 맞춰 교육을 진행한다는 차원에서 볼 때는 하자가 될것이 없다. 실제로 얼마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영재교육을 하느라고 조기교육에 열을 올려왔다. 애들 교육에 지극정성인 한국에서 태아가 6개월후부터 외계자극에 반응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자 임신부들이 너도나도 외국어학원에 다니며 오전에는 영어, 오후에는 중국어하며 외국어를 배우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배속에 있는 태아에게 외국어교육을 시키기 위해서였다. 사실 서로 수준이 다른 사람들이 한꺼번에 많이 몰려들여 외국어를 배우게 되면 언어혼란이 일어나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할수 있다. 특히 뇌가 아직 완전히 형성되지 못한 태아에게는 이런 식의 교육이 부작용만 낳을뿐이다.

현실에서는 천성적으로 조숙한 영재들이 가물에 콩 나듯 얼마 되지 않는다. 반대로 범상한 아이들, 인생의 일반적인 단계에 따라 수걱수걱 커 가는 아이들이 많다. 그러니 무슨 조기교육이니 영재교육이니 하며 야단을 피울게 아니고 인생 단계의 순리대로 교육을 진행하는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서 선진국에서는 소학생들에 한해 학교에 꼭 잡아두고 억지공부 같은것을 시키지 않는다. 공부강박관념이 생길가봐 평소에 공부 잘 하라는 말도 그리 하지 않는다. 정확히 학생들이 받아물만큼 공부를 시킨다. 그리고 교실도 가족분위기로 꾸며놓고 편안한 마음가짐을 가지게 한다. 아이들에 대한 부모들의 기대도 거창하지 않고 개구쟁이가 되여도 좋으니 건강하게만 커 달라는식으로 굉장히 생활적이다. 

지금은 우리 중국에서도 한국에서처럼 학원사교육을 정돈하고 중소학생들의 학습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여러가지 특별조치들을 취하고있다. 우리의 교육이 이제 정도에 들어선것 같다. 아이가 아이인 정체성을 빼앗지 말고 아이는 아이답게 키워나가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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