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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와 악마
2008년 05월 27일 08시 05분  조회:5790  추천:117  작성자: 우상렬

천사와 악마


우상렬 연변대학 교수




우리는 어머니 대지!~하고 잘도 외웠다. 워낙 대지는 우리에게 먹을 것을 주고 입을 것을 주고 살 집을 주고... 우리 삶의 모든 필요함을 준다. 그래서 어머니가 되기에 손색이 없다. 아, 천사 같은 존재! 그런데 대지는 또 우리에게 홍수, 해일, 가뭄, 그리고 이번의 사천지진 같은 훼멸성적인 재앙을 주기도 한다. 아, 악마 같은 존재! 그럼 대지는 우리에게 어떤 존재냐? 천사와 악마 같은 이중적인 존재. 세상만물은 대개 이런 것이다. 그럼 인간은? 인간도 마찬가지다. 유럽 사람들은 일찍 고대 그리스 때부터 인간을 이렇게 보았다. 그럼 여기서 19세기 영국의 소설가 스티븐이 쓴『Jekyll博士와 Hyde氏』를 잠간 보도록 하자. 학식이 많고 자비로운 의사 지킬 박사는 바로 천사와 악마 같은 인간성의 선악을 분리하는 약품을 개발해낸다. 그런데 실험적으로 약품을 복용한 지킬 박사는 낮에는 착한 지킬 박사로 움직이지만 밤에는 악한 하이드로 변신하여 움직인다. 그래서 결국 지킬과 하이드는 인간의 이중인격을 상징하는 코드로 되었다.

이번 한국의 인터넷 사이트에서 중국의 사천지진 관련 뉴스나 보도 글에 악성댓글, 이른바 악플을 단 네티즌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어 한다. 초상난 집에 와서 잘코사니를 부르는 그런 야비함, 무엇이라고 해야지? 절대 일시적인 장난 같은 것으로 보아 넘길 수 없는 인간의 악마성이 나타난 것으로밖에 나는 해석할 수 없었다. 이것이 한국의 帅男靓女, 신사숙녀의 이미지를 망가뜨리고 ‘동방예의지국’에 먹칠을 한 것임에는 틀림없다. 인간은 원수도 죽으면 그 시체에 눈물을 흘릴 수 있는 존재다. 이것이 바로 인도주의라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인간의 천사 같은 면이다. 지진 참사로 시체가 무더기로 쌓이는 현장을 보면서도 그렇게 잘코사니를 부르니 천사하고는 십만팔천리나 먼 악마에 다름 아니다. 그래서 일단 많은 중국 사람들이 흥분한다. 중국의 네티즌들이 한국의 악플을 그대로 번역하여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다. 일종 공소다. 한국 사람이 자주 입에 올리는 세상에 ‘우찌’ 이런 일이...하는 식으로. 내 주위의 중국 사람들, 특히 내 학생들은 내가 마치 한국 사람이나 되기나 한 듯이 나를 빤히 쳐다보면서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이럴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몸에 배인 샌님의 자세로 천사와 악마의 논리로 차근차근 풀이해나갔다. 맞다. 그들은 악마다. 인간의 악마성이 여지없이 발로된 한 케이스다. 그런데 그들은 어디까지나 한국의 극소수에 불과하다. 손으로 꼽을 수 있는 극소수. 악플을 단 극소수. 사실 한국 사람은 참 정이 많은 사람들이다. 정녕 인간적이다. 봐라, 이번 우리 중국 사천지진에만도 어느 국회의원은 천만 원, 어떤 기업가는 1억 원을... 그리고 여러 모로 국내 사정이 어려운데도 온 국민의 衆志를 모아 국가 차원에서 400만 불의 성금을 희사하고 119구조대까지 특파하는 정성을 보여 유수의 지원국이 되지 않았느냐? 천사가 따로 있냐! 한국에는 좋은 사람이 많다. 좋은 사람이 훨씬 더 많다. 그 악플을 단 극소수는 맑은 물을 흐리게 한 한 마리의 미꾸라지에 불과. 그러니 마구잡이로 싸잡아 한국 사람들 어떻고 해서는 안 되니라. 니네 말로 하면 좋은 사람도 있고 나쁜 사람도 있는 법. 하물며 한국에는 좋은 사람이 훨씬 더 많음에라! 그러니 나무만 보고 수림을 보지 못하는 以偏槪全의 愚를 범하지 말지어다.

지금은 참 좋은 세상이다. 大鳴大放의 시대. 언론자유를 만끽할 수 있다. 인터넷 세상이 아닌가? 일반인들은 적어도 댓글을 통하여 자기의 의사전달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다. 그런데 바로 이 자유자재 속에 독버섯이나 악성종양이 자라기도 한다. 닉네임, 실명제가 아니라 닉네임이 허용되는 댓글달기에는 지킬 박사가 밤에 악마의 하이드로 변하는 경우와 얼마간 닮아있다. 밤이니까 나쁜 짓을 해도 다름 사람이 잘 못 본다=닉네임이니까 누가 무슨 짓거리를 하는지 잘 모른다. 다른 많은 요소도 고려해야 하겠지만 적어도 닉네임이라는 댓글방식이 이번에 한국 네티즌들의 악플을 실제적으로 부추기고 가능하게 했음은 분명하다. 바로 지킬 박사가 밤만 되면, 밤에만 하이드로 변하여 나쁜 짓을 하듯이. 사실 이런 악플 닉네임 네티즌들은 남이 모르는 댓글을 악마적으로 다는 외에 남이 자기를 빤히 알고 있거나 들여다보고 있는 경우에는 굉장히 천사 같은 착한 면을 보이기도 하리라. 그런데 여기에 바로 또한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인간은 악마와 천사 같은 이중적 인격을 잘 조화시키지 못할 때 바로 인격 분열의 정신병자가 되기 십상이다.『Jekyll博士와 Hyde氏』의 지킬 박사도 바로 이런 인격분열 때문에 결국 자살하고 말았지 않았는가.    

물론 근본적으로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인간의 기본 매너를 지키는 천사 같은 인터넷이용, 특히 댓글을 구사한다면 별문제겠지만 인간에게 악마 같은 면이 있다고 할 때, 그리고 인간이 감정적인 동물이고 현실의 오염된 환경 속에서 사는 한 실제적으로 그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나는 인터넷실명제, 적어도 댓글 실명제를 주장하는 쪽이다. 언론자유이되 책임을 져야 하는 그런 자유. 마구잡이로 다른 사람의 인격을 모욕하거나 사회의 불특정 다수를 향한 무차별적인 사사로운 개인적 불만토로, 그리고 이번 비인도주의적이고 비인간적인 사천지진 참사 관련 악플 같은 경우 여론이나 도덕적인 지탄은 물론, 법적인 재제까지도 받게 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할 때 인터넷세상, 적어도 댓글란의 쓰레기는 많이 사라지고 정화되고 깨끗한 세계가 펼쳐질 것이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사회의 불협화음은 사라지고 和谐사회가 이루어지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들 악플 닉네임들의 인격분열 정신병을 막는 한 방편이 되기도 하겠다. 

한국 사람은 情적이다. 정감적이다는 말이 되겠다. 智보다는 情에 더 치우치는 감을 준다. 그래서 다분히 충동적인 면이 없지 않아 있다. 이번 한국의 일부 네티즌들의 악플은 일종 분풀이라고 볼 수 있다. 얼마 전에 서울 성화봉송 때 일부 중국 유학생들의 폭력적인 불미스러운 행위에 한국 사람들의 중국시선은 고울 리가 없다. 중국 사람인 내가 보기에도 그것은 아닌데 하는 감이 들었다. 그런데 그날 직접 폭행을 당한 한국 시민인권단체를 비롯한 한국의 많은 사람들은 정말 현대 민주사회의 성숙된 신사숙녀상-선진국상을 보여주었다. 사후 나와 이야기를 나눈 한 한국 교수는 배우는 학생들이 그랬으니까 어찌겠어요, 이해해야지요, 우리가 더 잘 가르쳐야지요라고 진정한 스승의 자세를 보인다. 이에 중국 유학생에 대해 아니쿵 저러쿵 손가락질하려던 나는 그만 얼굴이 붉어지며 내밀었던 혀를 움츠리고 말았다. 실로 조건반사적이지 않고 참고 견디며 이해해주는 고자세를 보였다. 원수도 포용할 수 있는 예수의 드넓은 사랑의 아량, 간디의 비폭력적인 악에 대한 저항을 보였다. 사실 예수고 간디고 자시고 韓민족에게는 악마나 악을 감화하고 녹여 내리는 그런 정신적 유전자가 있다.「처용가」, 역귀가 사랑하는 아내를 범하는 현장을 목격하는 처용, 악은 악으로밖에 갚지 않는 서양사람들이나 以牙還牙만을 고집하는 사람들에게는 언녕 칼부림이 났을법한데 우리의 처용은 능청스럽기만 하다. ‘두 다리는 내헤인데/다른 두 다리는 누거의 것이뇨?’고 눈 가리고 아웅 하는 大智若愚식의 넉두리에 축복이라도 해주듯이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물러난다. 능청스럽다 못해 유머스럽다. 유머스러운 大乘적인 경지. 현대파의 생의 모든 의욕을 상실한 무감각한 블렉유머가 아니고 눈이 번쩍 띄이고 자숙하게 하며 생기가 넘치는 생생유머의 大乘적인 경지. 그래서 결과적으로 역귀는 처용 앞에 꿇어 엎드리고 앞으로 다시는 그런 못된 짓을 하지 않겠다고 맹세하지 않았든가. 악은 악으로 치고 以牙還牙하는 대응법은 악이 악을 부르는 악성순환을 가져올 수 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무조건적인 사랑, 공자님께서 인간사랑 仁을 고취하지 않았든가. 바로 大乘적인 그런 사랑. 그래서 세계의 대문호인 러시아의 레브․톨스토이나 프랑스의 빅또르․유고의 작품에는 이런 사랑으로 충만되어 있다. 얼마 전까지 전 중국에 공감대를 형성하며 울려 퍼진 ‘讓世界充滿愛’라는 노래도 이런 사랑의 메아리임에 다름 아니다.

이번 한국의 일부 네티즌들의 악플은 이런 大乘적인 사랑의 경지를 보여주지 못했다. 여유롭고 유머스러운 처용식이나 한 쪽 뺨을 맞았을 때 다른 한 쪽 뺨을 마저 들이대는 예수식의 무조건적인 사랑의 감화나 포용이 아니었다. 그것은 악은 악으로 치고 以牙還牙하는 세속의 小乘적인 치졸한 논리다. 나는 악플을 단 한국의 네티즌, 더 나아가서는 한국인 그 누구든지 이번 서울 성화봉송, 혹은 그 어떤 다른 원인으로 중국인에 대한 아니꼬운 감정이 응어리로 졌다하더라도 大乘적인 고차원의 처용식이나 예수식의 감화나 포용의 논리를 펴보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잘 못을 저질렀을 때 감화되거나 포용될 때 정녕 내심 깊이로부터 참회의식이 싹트며 환골탈퇴하게 된다. 그래서 레브․톨스토이나 빅또르․유고는 좀 극단적으로 나가 경찰이나 감옥 같은 현실의 강압적인 법집행 실체의 인간개조의 효율성까지도 믿지 않는다. 나는 전번 서울 성화봉송 때 중국 유학생의 폭력 행위에 부상을 입은 시민인권단체의 한 성원이 이번 중국 사천지진에 헌금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정말 감복했다. 정말 聖人 같은 大乘적인 경지다. 이런 사람들이 희사하는 돈이야 말로 정말 義捐金이고 誠金이고 聖金이다.    

그런데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정말 알게 모르게 열 받는 일이 많다. 우리 마음 깊이에 있는 악마가 불끈불끈 할 때가 많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악마에 홀려 그 부름에 응하는 수가 많다. 감정적인 충동에 놀아나는 때가 많다. 그래서 일시적인 시원함을 느낀다. 그런데 더운 여름철에 찬물을 마시고 나면 또 마시고 싶은 격으로 목은 또 기갈 들고 속은 또 허전해나건만. 이래서 악의 미궁 속으로 빠져, 빠져 들고 헤매고 있기도 하다. 이것이 악플을 단 한국 네티즌이나 우리 일반 사람들의 자화상. 그럴진대 우리 일반 사람들은 처용이나 예수나 위의 한국시민인권단체의 헌금을 한 분 같이 聖人 같은 大乘적인 경지에서 노닐기는 참 힘들다. 바로 이런 의미에서 한국 네티즌들의 악플도 이해가 간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지? 일단 우리 서로서로 이해하고 포용하고 껴안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참회가 곁들어진 진정한 사과가 필요하다. 글로벌시대에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인간의 마인드다. 중국식으로 한마디 하면 理解萬歲라는 것이겠다. 이것이 인간이다. 바로 동물과 다른 그런 인간. 악플을 단 네티즌들 속에서 ‘우리 먼저 사과합시다’라는 말이 튀어나오는 것을 보면서 나는 한국은 참 멋지고 희망이 있는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2008. 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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